암 정복 불가능 - am jeongbog bulganeung

면역치료만으로 암이 낫는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면역 증강으로 암을 고치겠다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면역을 키워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입니다.

면역 증강하면 암 치료가 될까?

암을 치료하면서 환자분들이 늘 하는 갈등이 있습니다. ‘면역이 중요하다는데, 내가 면역을 잘 끌어올리면 암이 치료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하지?’ 이런 유혹을 많이 느낍니다.

면역 기능을 올리면 암도 치료가 가능할까요? 이론적으로는 굉장히 그럴듯합니다. 우리 몸이 면역 기능이 왕성해서 모든 것을 다 치유하는 상상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면역은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코로나가 창궐하는데, 면역이 튼튼하면 코로나에 안 걸리겠죠. 그런데 면역증강 치료를 하고 면역증강 보조제를 먹고 나서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면 코로나가 예방될까요? 여기에 동의하는 분들은 별로 없으실 겁니다.

아직은 한계가 많은 면역치료

우리 몸은 매우 신비롭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내 몸이 최선의 노력을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면역은 너무 막연합니다. 가령 면역은 자연 살상세포라거나 체온을 올리면 면역이 올라간다는 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나열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이상의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큰 그림을 생각하지 않으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면역 치료, 면역 항암제라고 해서 현재 면역 쪽으로 표준치료, 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멀지 않아서는 면역을 이용해서 암을 완치할 날도 올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표준치료, 면역 항암제가 아닌 면역 증강으로 암을 고치겠다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면역을 키워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입니다.

면역치료만 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

의학에서 면역이 굉장히 어려운 이유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빙상의 일각일 뿐입니다. 그래서 수천 가지의 단백질 중에 어느 것이 고장 나서 암이 발생하는 건지, 암세포를 못 죽이는 건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 있는 암세포마다 고장이 다 다르게 납니다. 가령 똑같이 위암에 걸렸다고 해도 나의 위암과 다른 사람 위암의 면역 결함은 다릅니다. 이처럼 면역은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하나의 요법으로 암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현대 의학적으로 치료 방법이 없던 분 중 면역치료로 나은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인정합니다. 문제는 확률입니다. 그런 방법으로 나을 수 있는 확률이 낮기 때문에 그 치료를 받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면역은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 그건 아닙니다. 우리가 받아야 하는 치료 중에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 내 몸을 보호하는 면역치료, 항암제의 빈자리를 보충해주는 보충치료 등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를 통합적으로 하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느 한 가지 치료만으로 모든 것을 낫게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면역치료 단독으로 암이 완치될 수 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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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에 사는 박영숙(62)씨는 2012년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좌절했다. 암이 많이 번져 수술은 불가능했다. 대신 고통스러운 항암ㆍ방사선 치료가 이어졌다. ‘암은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는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전남 담양에 내려가 전원생활도 했다. 그러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창간 52주년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2) #중입자 치료혁명..."생존율 80%, 에이즈처럼 정복"

마침 일본에 방사선의 일종인 중입자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지막 선택이었다. 일본 지바(千葉)현 이나게(稲毛)구에 있는 일본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에서 3주 동안 8차례의 중입자선 치료를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암 조직은 모두 사라졌고, 더는 전이도 진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별 통증 없이 수술이 끝났다. 상태가 많이 호전돼 식욕이 당길 정도”라고 말했다.

인류가 지난 4000여년간 암과 벌인 전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시작된 지 60년이 흐른 지금, 암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고민이 중입자나 면역ㆍ혈관 치료 등 혁신적 기술 진보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암은 기원전 2625년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 적힌 유방암이 최초 기록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암에 걸리고도 살아남은 사람의 비율은 1993~95년 38.3%(5년 기준)에 불과했다. 2010~14년에는 70.3%로 갑절 가까이 뛰었다. 20년 전만 해도 걸리면 사망하는 질병이었지만 이제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암을 이겨낸다.

김열홍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수술과 방사선ㆍ항암제 등 암 치료 기술이 함께 급진전을 이뤘고,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년 뒤면 암도 에이즈처럼 인류에게 정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암 환자의 생존률이 2년에 1%포인트씩 증가하는데, 20년 뒤면 8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학계에서는 생존률 80%면 완치 가능한 질병으로 보고 있다.

암 유전자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신체의 면역체계를 복원해 암을 무찌르는 연구도 한창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환자의 몸에 방사성 물질을 주입해 암을 사멸시키는 치료법부터 다양한 입자선을 조합해 암을 퇴치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5~10년 뒤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표적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신체에 부담을 적게 주면서 암이 스스로 붕괴하게끔 만드는 착한 치료법들이다.

국립암센터의 김태현 교수는 “외과 수술과 방사선ㆍ약물ㆍ혈관 치료 등 모든 암 치료법은 상호 보완적이라 한 기술의 발전이 다른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암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한국에서는 1983년부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병이다. 또 암을 극복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암 환자의 연령대도 20~30대로 넓어졌다.

김열홍 이사장은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의료ㆍ복지 시스템 구축과 암 환자가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놀라운 실험과 업적들을 성취해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2018년 한 해를 돌아보고 과학기술계를 빛낸 사건들을 심층 취재했다.

암은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도 불리는 무서운 질환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 10명 중 3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2018년은 인류 최대의 적인 암의 정복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한 해였다.

면역치료법을 제시한 미국의 제임스 P. 앨리슨 텍사스 주립대 교수와 일본의 혼조 다스쿠 쿄토대 명예교수가 2018년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하면서 암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2030년이면 암이 더 이상 생명 위협 못해”

12월 7일 노벨상 시상식에 앞서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수상 기념 강연에서 혼조 교수는 “2030년이면 암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면역치료는 차세대 암치료제 개발의 핵심이다. 면역시스템이 망가지면 화학 치료나 방사선 치료의 효과 역시 떨어진다. 그래서 면역시스템은 암과 싸우는 열쇠가 된다”며 “앞으로 암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면역치료를 통해 다스릴 수 있는 만성질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혼조 다스쿠 교수 ⓒ 노벨위원회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혼조 교수와 앨리슨 교수의 연구에 대해 “음성적 면역조절(negative immune regulation)을 억제하는 방식의 암치료법을 개발해 암치료 분야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암치료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로 이뤄졌다.

이중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를 죽이면서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을 일으켰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었으나, 표적이 제한적이고 내성이 생기면 치료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부작용과 문제점을 극복한 것이 면역치료법을 도입한 3세대 면역항암제다.

이는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치료제로, 부작용도 적고 내성에 대한 염려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노벨위원회는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가 개발한 면역치료법에 대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그 공로를 치하했다.

면역항암제, 면역력 키워 암과 싸우게 해

특히 혼조 교수는 암 환자에게 면역치료를 할 때 T세포에 붙어서 치료를 방해하는 ‘PD-1’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해 암 치료의 가능성을 크게 넓혔다. T세포는 백혈구의 하나로, 체내에 침투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을 찾아서 없애고 암세포들을 인식하여 그 세포들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혼조 교수는 본래 명칭이 ‘CD279’인 단백질 ‘PD-1’이 T세포 활동을 극도로 억제해 치료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후속 연구를 통해 선별적으로 ‘PD-1’의 접근을 막았더니 T세포가 자유스럽게 암세포와 싸울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8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제임스 P. 앨리슨 교수 ⓒ 노벨위원회

또 다른 생리의학상 수상자 앨리슨 교수는 ‘CTLA-4(cytotoxic T-lymphocyte-associated protein-4)’라는 단백질이 T세포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는 ‘CTLA-4’에 제동을 거는 ‘Anti-CTLA-4’ 단클론항체도 만들어 활성을 차단하는데 성공했고, 이로써 T세포의 암 살상력을 증강시킬 수 있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면역관문억제요법(checkpoint blockade therapy)’이 주목을 받게 됐다.

‘면역관문억제요법’이란 인체가 가진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 시키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면역관문 수용체(immune checkpoint receptor)’를 조절해 암세포의 면역회피 기능을 마비시키는 치료법이다. 이를 통해 T세포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도와준다.

혼조 교수는 “앞으로 30년 내로 거의 모든 암을 면역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양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더라도 느리게 진행하는 암과 함께 생존해 나갈 수 있다면 암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CTLA-4와 PD-1 단백질의 작동 원리 ⓒ 노벨위원회

피 한 방울의 바이오마커 기술 ‘각광’

이처럼 면역치료가 암 정복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암 발생과 전이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Biomarker)’ 기술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체내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이를 활용해 혈액과 같이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는 체액으로 암을 간편하게 진단하거나, 특정 유전자 바이오마커로 항암제의 치료반응을 예측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간암 발병 가능성을 알려주는 간암 바이오마커의 성능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김영수 교수, 내과학교실 윤정한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AFT-L3’는 기존 측정법 대비 민감도가 30% 가량 높아 조기진단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액체생검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간단하게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 관련 기술 출원이 급증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피나 소변 같은 체액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거나 그 위험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현재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암세포인 혈중종양세포(CTC)를 포집, 분석하는 기술이 바이오마커에 도입돼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암의 종류에 따라 혈중 미량원소의 농도가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 해당 정보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 활용되는 것이다.

이는 암진단에 있어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다중 바이오마커 진단키트’ 등 암진단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인류의 최대 적인 암의 정복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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