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정부개입 - gong-yujiui bigeug jeongbugaeib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1992년 중국과 국교가 수립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중국 유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였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시절, 초기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은 의외로 한국의 자연이었다. 산에 나무가 많아 어디나 푸르게 보이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는데, 게다가 나무가 많이 없는 중국에서 만든 나무젓가락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또 한번 놀라워했다.

한국의 산이 푸르러진 것도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반세기 전만해도 민둥산이 도처에 있었다. 개항기 부산을 여행하는 서양인들의 여행기 첫머리는 바다에서 바라본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의 부산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찍은 부산의 사진들이 근년에 가끔 공개되고 있는데 역시 나무가 없어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놀고 있는 국공유지 매각 추진

사유재산권 남용 과도한 상업성 초래

미래세대 위해 시장 맞설 공공성 필요

땔감으로 나무를 쓰기 때문에 산림이 황폐화되었다고 흔히 얘기하지만 그것은 설명의 반쪽에 불과하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농사를 짓는 경지는 소유권이 일찍부터 성장했지만 산림의 이용에는 대체로 관대하였다. 사유권의 성장이 느렸던 산림에는 예외 없이 ‘공유지의 비극’이 작용하였다. 내가 베어 가지 않으면 누군가 베어 갈 것이기에 다투어 쓰다 보니 한 그루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요즘 세계에서도 인류의 서식지와 경작지가 늘어나면서 목축에 의존해 왔던 유목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초지가 줄어들면서 ‘공유지의 비극’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곧 풀이 없어질 것을 알면서도 서로 더 많은 가축 떼를 풀어놓으려 하는 바람에 아예 초지를 황폐화시켜 버리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목초지에 구획을 하고 일정 구역에 대한 관리권을 유목민들에 나누어 주었더니, 그 효과는 의외로 강력하게 나타났다. 자신이 받은 초지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가축 수를 줄여 초지와 가축의 안정적 관계가 회복될 수 있었다. 사적소유 개념의 도입으로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사용은 종종 공공의 이익에 반하기도 한다. 오늘날 도시 발전의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재생을 돌아보자.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 도시재생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김없이 카페나 상점들이 파고들어 온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게들도 들어올 틈을 노린다.

이른바 과잉 상업화이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불리는 과잉 상업화를 막는 것이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수많은 대안들이 오랫동안 강구되었는데, 빠지지 않고 아주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것 중의 하나는 정부가 적절한 자리에 ‘앵커’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다. 재생에 필요한 핵심 시설과 기능을 중요한 곳에 설치하는 것인데, 이것은 재생 지역에 활력을 주고 또 틈만 있으면 밀고 들어오려는 과잉 상업화를 저지하는 거점이 된다.

이러한 정책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공이 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많은 땅은 아니지만 필요한 곳에 적절한 크기의 공유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의 보장 위에서 시장 기능이 경제 전체를 움직여 가는 것이 기본이지만, 시장과 사유재산권의 남용이 공공의 이익을 저해할 때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최소한의 공공용지는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놀고 있는 국가 땅을 팔겠다고 한다. 앞으로 5년간 16조 원 이상의 땅을 팔 것이라 하는데, 그동안 정부가 진 빚이 너무 늘어나 이것을 보충하는 데 쓸 것이라 한다. 미래세대의 조세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러잖아도 얼마 없는 국공유지마저 팔아 버리겠다는 것은 너무 짧은 생각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나 정부의 부채 규모에 비추어 볼 때 16조 원은 매우 미미한 금액이다. 국공유지를 팔아도 재정수지 건전화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땅을 파는 것은 쉬워도 정말 필요해서 다시 사야 할 때는 훨씬 비싼 값에, 그것도 어렵게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팔지 않고 미래세대를 위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 자리에 젊은 부부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거나 재생을 위한 예비지로 남겨 두는 것이 방법의 하나이다. 게다가 수도권을 휩쓸고 지나간 폭우피해를 보면서 주거 빈민의 위험과 안타까움을 다시 뼈저리게 느낀다. 주거의 공공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공공이 보유한 땅이 있어야 시장의 횡포에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많지도 않은 국유지를 매각하겠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한 정책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아껴서라도 공공의 목적을 위한 국공유지를 더 확보하는 것이 맞다.


공유지가 시장실패를 초래하는 이유는 과다 소비 즉 이기심 때문

시장이 전지전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듯한데, 누구나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가능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실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보다 더 많이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웬만하면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전자를 진보적인 사람이라 부르고, 후자를 보수적인 사람이라 부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실패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어쨌든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요인은 다양한데, 그 중의 하나로 공유지를 설명하려 한다. 공유지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공유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유지란 무엇인가

공유지(common resources)란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이 있는 재화를 말한다. 딱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쉽게 풀어서 말하면, 누구나 소비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소비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재화이다.

이해하기 가장 쉬운 예는 야생동물일 것이다. 산속에 사는 너구리는 주인이 없다. 따라서 누구나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밀렵꾼들이 ‘남획’하다 보면 결국 너구리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공유지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는 깨끗한 환경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깨끗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깨끗한 환경을 ‘과다하게 소비’하면 결국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은 깨끗한 환경을 소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거창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생활에 흔한 게 공유지이다. 같이 먹는 등심구이도 공유지이다. 몇 사람이 등심구이집에 가서 같이 식사를 한다고 하자. 보통 등심구이는 식탁의 가운데에서 굽고 같이 먹는다. 일행이라면 누구나 먹을 수 있지만 결국은 없어지게 마련이므로 등심구이는 공유지이다. 흥미로운 것은 등심구이가 빨리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고기는 덜 익혀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빨리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등심구이를 1인당 나누어 주었다면 그렇게 빨리 먹어 치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공유지가 왜 시장실패를 초래할까? 공유지의 문제는 야생동물을 ‘남획’하거나, 깨끗한 환경을 ‘과다하게 소비’하고, 같이 먹는 등심을 ‘빨리 먹는’ 데 있다. 즉 과다하게 소비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의 비극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은 1968년 생태학자였던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목동들이 소떼에게 풀을 먹이는 공유목초지를예로 들었다. 물론 공유목초지는 공유지이다. 누구나 자기의 소가 풀을 뜯게 할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풀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유목초지가 결국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하딘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풀이란 결국 줄어들게 마련이므로 다른 목동의 소가 뜯어 먹기 전에 자기의 소가 ‘빨리’ 풀을 뜯도록 하는 이기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마 목초지가 사유지였다면 그렇게 빨리 풀을 뜯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공유목초지였기 때문에 빨리 소비했던 것이다. 결국 목초지는 합리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너무 일찍 사라지는 비극을 맞게 된다.

야생동물의 멸종위기도 공유지의 비극에 해당된다. 누구나 사냥할 수 있기 때문에 남획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깨끗한 환경도 그렇다. 누구나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함부로 소비하기 때문에 환경파괴가 초래된다. 같이 먹은 등심구이도 마찬가지이다. 일행이라면 누구나 먹을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먹기 전에 빨리 먹으려는 것이다.

하딘의 해법-사유화

하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목동들에게 목초지를 나누어 주고 사유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목초지가 사유화되면, 자기의 목초지에서 지나치게 빨리 풀을 뜯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유재산권의 확립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기본적인 처방의 하나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에서 반달곰은 정부가 애지중지 관리하는 야생동물이다. 하지만 밀렵꾼들을 단속하는 등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멸종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 가면 반달곰이 흔하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중국에서는 반달곰을 가축처럼 키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반달곰은 더 이상 공유지가 아니라 사유재산이다. 그러니 중국에서는 반달곰이 멸종될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흥미로운 예가 아프리카의 코끼리이다. 짐작하겠지만 야생의 코끼리도 공유지이다. 그런데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에서는 코끼리 사냥을 불법화하고 상아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는 일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코끼리의 수는 계속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에 보츠와나, 말라위,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에서는 코끼리의 사냥을 허용하되 자기 소유의 코끼리만 사냥할 수 있게 하였다. 그랬더니 오히려 코끼리의 수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나라들에서 코끼리는 더 이상 공유지가 아니라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유재산권의 명확한 설정은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한 유효한 정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경제문제가 동일한 것은 아니며 해법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유지의 경우에도 제3의 해법이 제시되어 왔다.

오스트롬의 제3의 길-공유지에 대한 공동체 관리

2009년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지에 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오스트롬은 몽골지역의 목초지를 연구하면서 두 가지 정책이 시도되었지만 모두 실패하였다고 말한다. 이에 그녀는 제3의 길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국유화의 실패이다. 사회주의시절 소련과 중국은 국가소유의 집단농장을 만들어 놓고 유목민들을 강제로 정착시켰다. 목초지를 국유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목초지의 품질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자기의 것이 아닌데 굳지 아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그런 게 통할 리 없었다. 이처럼 국유화의 실패는 공유지의 비극으로 나타나곤 한다.

둘째는 사유화의 실패이다. 국유화의 실패를 경험한 중국정부는 사유화라는 해법을 도입하였다. 1980년대 집단농장을 해체하였고, 내몽골지역의 초원을 사유화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농업의 다른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었던 사유화가 목초지의 경우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목초지의 품질이 전혀 개선되지 못했던 것이다. 농사와 목초지관리는 엄연히 다른 경제문제였던 셈이다.

오스트롬이 제시한 제3의 길이란 공유지에 대한 공동체의 관리를 말한다. 그녀는 대표적인 예로 몽골의 목초지관리를 들었다.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의 공동체는 목초지를 자치적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즉 개인이 사유화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공동체가 관리하면 공유목초지가 파괴되지 않고 잘 관리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오스트롬은 스위스의 목양지, 일본의 숲, 스페인과 필리핀의 관개시설을 성공적인 사례로 꼽는다.

공유경제 성공 위해선 이기심에서 벗어나려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

물론 공유지라고 해서 제3의 길이 항상 성공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사유재산권의 확립을 통한 사유화가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 사유화가 좋은 방법이고 어떤 경우에 제3의 길이 좋은 방법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스트롬은 제3의 길이 성공하기 위하여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공동체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누가 공유지를 이용할 수 있는가가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갈등해결의 메카니즘을 공동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동체의 관리는 무의미하다.

셋째 결과에 대한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즉 구성원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책임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그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즉 자원에 대한 배타적 소유와 사용을 넘어 ‘공유’함으로써 ‘협력적 소비’를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예는 승용차공동이용(car sharing)이 아닐까 한다. 공유된 승용차를 필요한 시간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자신이 소유한 승용차를 자신이 이용한다면 그것은 그냥 사유재산이다. 그런데 이를 공유한 후 협력적으로 소비하게 된다면 승용차를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유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승용차공동이용은 꽤 특이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공유지를 사유재산으로 바꾸는 것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해법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사유재산을 공유지로 바꾸는 것은 굳이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견해가 있는 만큼 공유경제를 위한 논의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방식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유경제란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신뢰하는 것이 공유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3의 길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오스트롬은 제3의 길이 성공하기 위하여 구성원들이 결과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이기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제3의 길은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공유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이기심에서 벗어나려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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