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말이여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다른단 말이여 - mal-ilan mal-iyeo eotteohge haneunnya-e ttala daleundan mal-iyeo

왜 안식교가 이단인가요?

이상기 목사

| 입력 : 2014/03/04 [08:50]

얼마 전 30 여 년 동안 지척의 거리에서 알고 지내던 분이 전화로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평소에는 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건 예가 없었습니다. 상담의 내용은 왜 안식교가 이단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안식교가 이단인 이유에 대해서 간단하게 두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첫째로 우리의 구원은 예수를 믿음으로


 

받는 것인데 안식교에선 안식일을 지키지 아니하면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는 행위 믿음 때문이며 두 번째는 성경의 일부를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안식교는 지옥을 부정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신데 사랑의 하나님께서 어떻게 지옥을 만드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옥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포하셨습니다.


 

우리가 바르게 믿고 바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도 지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왜 갑자기 안식교에 대해서 질문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이라면 본인이 나가는 교회 목사님께 질문해야지 왜 필자에게 하느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로 하는 말이 “목사님! 그러면 쪽 팔리잖아요!”


 

이단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을 본 교회 목사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안식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중 한 분이 안식교 교인인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성실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정직하게


 

사시는 분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민 생활 30여 년 동안 LA 한인 타운의 이름 있는 큰 교회를 섬겨오면서 그 동안 너무나 많은 교인들로 인해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보수를 받는 정식 직원으로 일하면서 교회 분쟁의 현장을 수도 없이 목격하면서 이 편도 저편도 들 수 없는 형편에서


 

평소 가깝게 친분을 나누던 교우들이 양편으로 갈리어 서로를 경멸하고 원수시하는 상황에서 이편도 저편도 들 수 없었던 자신을 향하여 비판과 비난이 쏟아질 때는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큰 건물과 교인 수를 자랑하던 교회 안에서 그가 존경할만한 믿음의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직장 동료가 속해 있는 안식교회로 교회를 옮겨볼까 하는 생각에서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필자는 기가 막혔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향하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건만 교회 안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면 과연 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물론 본인 자신이 이웃을 섬기고 헌신적으로 사랑했다면 이런 대접은 받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교인 속에서 진정한 성도의 코이노니아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 분 주위에 먼저 믿은 사람과 직분 자들에게도 잘못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용서받은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세상에서도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가족에게는 물론이요 가까운 이웃과 교인 사이에서도 신실한 믿음의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 사람의 믿음은 가짜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교회 안에 없기 때문에 안식교로 가겠다는 이 말은 오늘의


 

모든 교회를 향하여 외치는 경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교회가 이렇게 사랑이 식어져 가고 있습니까? 주님은 우리를 향하여 섬기는 자가 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대접을 받고자 하지 말고 대접하는 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 그 분에게 필자는 이런 권면을 했습니다.


 

집사님! 사람보고 따라가지 마세요! 직장 동료가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성품의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출석하는 안식교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곳도 사람이 모이는 곳입니다. 거기에 가도 집사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습니다. 시험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식교에 가서는 아니 되는 중요한 이유는 성경이 말씀하는 대로 다른 복음이기 때문입니다. 행 4 : 11-12절에 [이 예수는 너희 건축자들이 버린 돌로서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느니라,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하였더라]


 

그다음에 추천 드릴 책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아동도서인데요.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지요. 잘 아시는 톰 소여의 친구. 허클베리 핀. 고아입니다. 혼자 살고 있는 아주 용맹무쌍하면서 과감하고 부모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불량스러움과 위험함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혼자서 세상을 헤쳐나가는 이 어린 친구의 사려 깊은 생각과 모험과 또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어떤 외로움과 두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고요. 또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있는 약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들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배려의 마음도 키워주니까 한 번씩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의 서재 - 표창원의 서재는 책이 있는 모든 공간이다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네이버)

경고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총살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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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헉을 교양인으로 만들다 / 왓츤 아줌마-톰 소여가 기다리다

식탁에 가서도 곧장 밥을 먹는 것이 아니고, 과부댁이 음식 앞에 머리를 숙이고는 뭐라고 중얼중얼거리고 있는 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17

모세가 아주 오래전에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죽은 사람에게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고, 그 다음부터는 그 사람에 대해서는 신경을 모두 꺼버리기로 했지요.

18

그러고는 버릇없이 굴면 가게 된다는 그놈의 지옥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해주는 바람에 나는 정말로 거기에 가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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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로서는 왓츤 아줌마가 가는 곳이라면 가보았댔자 별로 신통한 일이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곳에는 가지 않기로 작정했지요. 하지만 그 말을 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봤자  성가신 일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할 뿐더러 아무 쓸데 없는 일일 테니까요.

그런데 일단 입을 연 왓츤 아줌마는 계속하여 천당 이야기를 자질구레하게 늘어놓았습니다. 거기에 간 사람들은 하루 종일 하프를 타고 노래 부르며 빈둥거린다는 겁니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말이지요. 그러나 나는 그곳을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내놓고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았지요. 톰소여 같으면 거기에  갈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천만에 말씀, 당치 않은 소리라고 펄쩍 뛰는 겁니다. 어쨌든 잘된 일이었습니다. 나는 늘 톰과 함께 같이 있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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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소년들이 짐을 따돌리다 / 톰 소여 갱단-주도면밀한 계획

모두가 이 문제를 의논하더니 나를 갱단에서 빼버리려고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죽일 가족이나 누구나가 있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애들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 모두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들 있었지요. 나는 거의 울음보를 터뜨릴 뻔했드나, 바로 그때 갑자기 한 가지 방도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나는 왓츤 아줌마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 아줌마를 북이면 되는 거지요. 그러자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옳거니. 그 아줌마면 돼. 그럼 문제 없어, 헉도 입단할 수 있다.」

그래서 전원이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어 서명을 하였고, 나도 종이에다 표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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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라니? 그게 뭔데?」

「나도 뭔지 몰라. 하지만 강도들이 하는 짓이야.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그러니까 우리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걸 할 수 있다는 거지?」

「에이 빌어먹을. 그렇게 해야만 한다니까 그러네. 책에 나와 있다고 내 그러지 않든?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른 짓을 해서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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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호된 꾸지람-은총의 승리 / <톰 소여의 거짓말 한 가지>

언젠가 나는 숲속 깊숙한 곳에 들어가 앉아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도 덕택으로 갖고 싶은 물건을 무엇이든 다 손 안에 넣을 수 있다면, 왜 교회 집사인 윈 아저씨는 돼지고기 때문에 잃어버린 돈을 도로 되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과부댁은 도둑맞은 은제 코담배 상자를 도로 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왓츤 아줌마는 살이 찔 수 없는 것일까요? 하고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아냐, 기도란 건 아무 쓸모 없는 거라고 말입니다. 과부댁한테 가서 이 얘길 했더니 사람이 기도를 올려 손 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정신적인 선물>이라는 겁니다. 내 머리통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말이었지만 과부댁은 그게 무슨 뜻인지 나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 즉 나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일을 다 하고, 늘 다른 사람을 보살펴주되 절대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왓츤 아줌마도 그 다른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것이 분명했지요. 나는 숲속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통밥을 굴려보았습니다. - 그러나 결국 덕을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지요 - 그래서 마침내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선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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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헉 핀, 소 귀에 경일기로구나. 넌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니 - 이 진짜 돌대가리야」나는 이삼일 동안 이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말이 어디 진짜인지 알아보기로 했지요. 헌 깡통 램프와 쇠 고리를 얻어가지고 숲속으로 들어가 땀을 뻘뻘 흘릴 때까지 문지르고 또 문질러보았답니다. 궁궐을 지어서 그것을 팔아 버릴 작정이었거든요. 그러나 말짱 황이었습니다. 도깨비 한 놈 얼씬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게 다 톰 소여가 지어낸 거짓말 가운데 하나가 틀림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톰은 아라비아 사람들이니 코끼리니 하는 얘기를 믿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생각이 다릅니다. 톰의 얘기에는 주일학교 냄새가 물씬 풍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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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헉과 판사 나리-미신 

「난 그 돈을 쓰고 싶지 않아요. 전혀 쓰고 싶지 않다구요 - 그 육천 달러도 말이에요. 판사님께서 가지세요 - 육천 달라구 뭐구 몽땅 판사님께 드릴게요」

새처 판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더라구요. 판사 나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니, 얘야, 그게 무슨 말이냐?」

「제발 그것에 관해선 물어보지 마세요」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제발 그 돈을 받아주세요 - 그렇게 하시는 거죠?」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구나」하고 판사 나리가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 게냐?」

「제발 받아주세요」 하고 내가 말샜습니다. 「그러고는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세요 - 그러면 저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잠기 생각을 하더니 판사 나리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으응, 이젠 알 것 같구나. 넌 네 재산을 몽땅 나에게 팔고 싶단 말이지 - 주는 게 아니고 말야. 그거 잘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판사 나리는 동이에다 무엇을 쓴 다음 찬찬히 잃거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자, 이걸 봐라 - 이 매도증서에 <그 대가로>라고 써 있지? 이건 내가 너한테 그것을 사고, 그 대금을 지불했다는 말이다. 자, 여기 일 달러가 있다. 자, 이 서류에다 서명을 하려무나」

그래서 나는 서명을 하고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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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헉의 아빠-사랑스런 부친-개심 

감옥에서 나오자 새로 부임해 온 판사는 아빠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깨끗한 새옷을 입히고, 가족과 함께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꼬박꼬박 같이 하도록 했으며, 말하자면 온정을 가지고 그를 맞았던 겁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판사는 아빠에서 금주(禁酒)와 그 밖의 일에 대해 말했고, 마침내 아빠는 울음보를 터뜨리며 자기는 참 바보였다, 인생을 헛되게 보냈지만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고쳐먹어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테니 업신여기지 말고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까지 줄줄 흘리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판사는 아빠를 가슴에 껴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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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어지간히 기분이 상했습니다. 이런 영감은 아마 엽총으로밖에는 개조시킬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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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헉의 아빠가 새처 판사를 공격하다 / 헉이 가출을 결심하다 / 정치경제학-소란을 피우며 뒹굴기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과부댁이 이길 것이라고들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꽤나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과부댁 집으로 돌아가 다시 구속받고 뭐 교양 있는 문명인이 된다는 것은 딱 질색이기 때문이었지요. 그러고 나서 아빠는 연방 욕설을 퍼부어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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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그놈을 숨어 기다리다 / 오두막에 감금되다-시체를 가라앉히다 / 휴식 

톰 소여가 여기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녀석이 이런 일에 큰 흥미를 갖고 멋지게 솜씨를 부렸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거든요. 이런 일이라면 아마 톰 소여만큼 기똥차게 멋 부릴 녀석도 아마 없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 도끼에 흥건히 피를 묻혀 도끼 뒤쪽 날에다 머리카락을 붙여가지고 방 한쪽 구석으로 던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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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숲속에서 잠을 자다 /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 하다 / 섬을 답사하다 / 짐을 발견하다 / 짐의 탈출 / 징후-발럼

그것은 말하자면 <제과점에서 만든 빵>으로 - 지체 높은 사람들이나 먹는 그런 빵이었습니다 - 그 거지 같은 옥수수 빵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나는 나뭇잎 사이 좋은  장소를 찾아내어 통나무에 걸터앉아 자못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빵을 씹으며 나룻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떄 언뜻 무슨 생각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과부댁이나 목사 또는 누군가가 이 빵이 나를 찾아내도록 기도를 올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처럼 빵이 물에 떠내려와 제 구실을 다 해낸 셈이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 기도에는 무슨 효능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즉 과부댁이나 목사 같은 사람이 기도를 올리면 그 기도는 효능을 발휘합니다만 내가 기도를 드리면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진실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기도가 맥을 못 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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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느님 덕택으로 나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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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짐은 저녁 식사에 반찬거리고 쓸 물건의  숫자를 헤아려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악운이 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해가 진 다음 식탁보를 털어 흔들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그 다음 또 짐은, 꿀벌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죽으면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그 얘기를 꿀벌에게 해주지 않으면 안 되고, 만일 그렇게 안하면 벌들이 모두 약해져서 일도 안 하고 죽어버린다는 말도 했습니다. 꿀벌은 바보는 쏘지도 않는다고 짐은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몇 번이고 시험해 보았지만 벌들은 도통 나를 쏘려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나는 전에 이런 전조 얘기를 몇 개는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 전부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짐은 이런 종류의 전조를 모두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내가 보기에 전조라는 것은 거의 모두가 악운을 알리는 것같이 보였지요. 무슨 행운을 가져다주는 전조는 없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짐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굉장히 적당께 - 그것도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진 않제. 행운이 언제 올지 무엇 땀시 그렇게 알고 싶어하능가? 행운이 오지 않게 하려고 그러능가?」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털이 많은 팔과 털이 많은 가슴은 부자가 될 전조랑께. 그런 전조는 좀 쓸모가 있제. 먼 장래 일이닝께. 그렇지, 처음 오랫동안 가난뱅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전조를 보고 마침내 부자가 된다는 걸 모른다면, 실망한 나머지 그만 자살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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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동굴-강물에 떠내려온 집

「짐, 하지만 그 시체는 귀신이 아니었잖아 - 그는 오직 죽은 사람이었을 뿐이지. 정말로 진짜 귀신을 보기는 본 거야?」

「두말  하면 잔소리지 -  그것도 아주 많이 보았당께」

「짐, 그 귀신 얘기 좀 해줘」

「암, 나중에 해주겠구면. 이제 폭풍우가 가라앉고 있당께. 그러니 낚싯줄이나 살펴보고 미끼나 다시 달아놓는 게 좋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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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랑께. 맞아, 죽은 데다가 옷도 벗구 있는걸. 등에 관통상을 입었제. 골로 간 지 이삼 일은 된 것 같구먼. 헉, 들어와 봐. 하지만 절대루 얼굴을 봐선 안 된당께. 아주 무시무시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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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장 발견물-행크 벙커 영감-변장을 하고서

「걱정 마. 걱정일랑 하질 말랑께. 너무 건방떨지 않는게 좋을 거구먼. 이제 곧 그 악운이 닥쳐올테니 어디 두고 보라지. 내 말을 잊지 말랑께. 이제 곧 닥쳐온다니께」

그런데 정말로 그 악운이 닥쳐오고야 말았습니다. 짐과 이 얘기를 나눈 것은 화요일이었습니다. 금요일 점심을 먹은 다음 우리들은 산마루 꼭대기 풀밭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떄 마침 담배가 떨어졌지요. 담배를 가지러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떄 동굴 안에 방울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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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장 헉과 마을 여자-탐색-얼버무리기-고셴으로 가다

「그래. 조지, 그 이름을 잘 외고 있어라. 나가기 전에 잊어 버리고 엘랙산더라고 그러지 마라. 그러고 나서 꼬리를 잡히면 이번에는 조지 엘랙산더라고 말하지 않도록 하란 말이다. 그리고 그 낡아빠진 사라사 옷을 입고 여자들 사이를 돌아다니지 마라. 여자 흉네가 서툴러 남자를 속일 순 있을지 모르지만. 얘야, 바늘에 실을 꿰려고 할 때에는 실을 움직이지 않고 바늘을 실 똑으로 갖다대는게 아냐. 바늘을 움직이지 않고 실을 바늘 구멍에 갖다 꿰는 거 - 그게 바로 여자들이 거의 늘 실을 꿰메는 방법이란다. 하지만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 반대로 하거든. 그리고 또 쥐나 뭐에게 물건을 던질 때에는 여자라면 발끝으로 서서 되도록 어색하게 팔을 머리 위로 가져다가 쥐 있는 데서 육칠 피트 떨어진 곳에다 던져버리는 거야. 팔을 뻣뻣이 내뻗어 어깨에 회전축이라도 있는 듯이 어깨에서부터 던지는 게야 - 여자들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중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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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느린 항해- 물건들을 슬쩍 빌려오다- 난파선에 올라타다-음모자들-배를 찾아내다

아빠는 늘 입버릇처럼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꼭 닭을 훔치라고 말했었지요. 만약 내가 닭은 원치 않으면 그걸 원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고, 또 착한 일은 잊혀지지 않고 두고두고 고마움을 받는 법이라나요. 나는 아빠 자신이 닭을 싫어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어쨌든 아빠는 늘 그런 소리를  하곤  했지요.

해가 뜨기 전 아침이면 나는 옥수수밭으로 몰래 기어 들어가  수박이며 참외며 호박이며 햇옥수수며 그런 것들을  슬쩍 빌려왔습니다. 아빠는 언젠가 갚을 생각만 있다면 그런 것들을 빌려와도 나쁘지 않다고  했지요. 그러나 과부댁은 그것은 훔치는 짓을 부드럽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착한 아이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짐은 과부댁의 말에도 일리가 있고 또 아빠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 중에서 두세 가지쯤 뽑아내어 그건 다시 빌리지 말자고 했습니다 - 그러면 나머지 것들은 빌려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ㅡ그래서 우리들은 어느 날 밤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밤새도록 그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수박을 그만둘 것인가, 캔털로프 참외를 그만둘 것인가, 머시멜론 참외를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을 그만둘 것인가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날이 밝아올 무렵에서야 우리들은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르러 야생 능금과 감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이 있기까진 어쩐지 마음이 찝찝했었는데 이렇게 결정을 짓고 보니 마음이 한결 거뜬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런 식으로 결정난 것이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야생 능금은 언제나 맛이  그리 좋지 못했고, 감은 익으려면 아직도 두세 달은 더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이었지요.

144-5

나는 호기심으로 혀가 탔습니다. 톰 소여라면 여기서 꽁무니 빼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나 자신에게 타일렀습니다. 그래서 나는 좁은 통로에 꿇어앉아 네 발로 엎드려 어둠 속에서 고물 쪽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 마침내 나랑 상갑판실의 복도 사이에 객실이 하나 밖에 없는 곳까지 다다랐지요. 그러자 그곳 마루 위에 손과 발이 결박된 채 웬 사나이 하나가 쓰러져 있었고, 그 위에 두 사나이가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148-9

「잠깐만 기다려,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내 말을 잘 들어보라구. 총을 쏴 죽이는 것도 좋지만 꼭 해치워야 한다면 좀더 조용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단 말씀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거야. 똑같이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있으면서도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면, 굳이 목을 매달 밧줄을 찾아다니는 건 그리 영리한 방법이 아니거든. 안 그런가,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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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장 난파선에서 달아나다-망꾼-난파선이 가라앉다

비록 사람을 죽인 범인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곤경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나라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텐데, 내가 그런 꼴이 되면 내 기분이 어떨까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았지요. 그래서 나는 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맨 처음 불빛이 보이거든 거기서부터 일백 야드 상류나 하류에다 짐과 보트를 안전하게 감출 수 있는 곳에 상륙하기로 해. 그 다음 난 무슨 얘길 꾸며내 누군가가 그 악당 놈들을 구해 내게 한 다음 적당한 때에 놈들을 교수형에 처하도록 해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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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아니 이게 어찌된 거냐. 그렇게 울지 마라. 사람이란 누구나 다 어려운 일을 당하게 마련인데 네가 겪고 있는 일도 이제 곧 잘 풀리게 될 거야. 그래 네 식구들이 어찌됐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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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그 악당 놈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수고를 한 것을 생각하니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과부댁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악당 놈들을 살려낸 나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테지요. 과부댁과 그 밖의 착한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란 이런 악당놈들과 사기꾼놈들이니까요.

163

나는 그 악당들 일 때문에 기분이 조금 울적했지만 그리 대단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놀들이 그걸 견딜 수 있다면 나도 견디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163


 제14장 즐거운 시간-하렘-프랑스 말 

짐은 모험은 이제 딱 질색이라고 했습니다. 짐이 하는 말이, 내가 상갑판실로 들어가고 자신은 뗏목을 타려고 뒤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을 때 뗏목이 없어진 것을 알고는 거의 죽을 뻔했다는 겁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젠 끝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만약 누가 건져주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고 말 테고, 누군가가 건져준다 해도 건져준 사람이 상금을 타려고 자기를 왓츤 아주머니 댁으로 보낼 게 아니겠느냐는 거지요. 그러면 왓츤 아주머니는 자기를 남부 지방으로 팔아버릴 게 뻔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정말로 짐은 검둥이치고 비상한 머리를 갖고 있었지요.

166

「난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만을 줄은 몰랐당께. 솔로몬 왕 말고는 아직껏 그런 사람 얘길 들은 적이 별로 없응께. 트럼프 짝에 나오는 왕까지 그 안에 넣지 않는다면 말이제. 왕은 월급을 얼마나 받능가?」

「월급을 받는다고? 원한다면야 한 달에 일천 달러라도 받겠지. 얼마든지 갖고 싶은 대로 가질 수 있어. 무엇이든 다 자기거니까 말야」

「그거 근사하구먼? 그런데 말이제 헉,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능가?」

「아무 일도 하는 게 없어! 글쎄, 짐 말하는 것 좀 보시지. 그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들 앉아만 있을 뿐이라구」

「설마  그럴 리가 -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그 사람들은  그냥 앉아 있을 뿐이라니까 그러네. 물론 전쟁이 있을 때엔 다르지만. 그때엔 전쟁에 나가는 거야. 그러지 않을 때에는 그저 빈둥거리리만  하구. 아니면 매 사냥 - 그저 매 사냥이나 하면서 탁탁 하고 침이나 - 쉿! 방금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어?」

166-7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왕은 의회에 가서 소동을 일으키지. 자기 마음대로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그들의 모가지를 쌍둥 잘라버리는 거야. 하지만 대개는 왕들은 늘 후궁 주위를 돌아다니는 거야」

「어디를 돌아다닌다구?」
「후궁 말이야」

「후궁이 뭔데?」

「자기 마누라들을 둬두는 데 말야. 짐은 아직 후궁이 뭔지도 모르는 거야? 솔로몬 왕도 하나 있었는데, 마누라가 백만 명이나 되었어」

「아, 정말  그랬었지 - 깜빡 잊었었당께. 후궁이란 기숙사일거제. 보나마나 애들 방은 무척이나 시끄러울 것일 테구먼. 게다가 부인네들을 꽤나 말다툼을 벌일 거구. 그런데도 사람들은 솔로몬 왕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진 왕이라는 말을 했샀제. 난 암만해도 믿어지지 않는당께. 무엇땀시 그러냐고? 어진 양반이 그런 난장판 같은 데서 어떻게 배겨낼 수가 있겠느냐 말이여? 참말로 - 어림도 없는 소리제. 어진 사람이라면 차라리 보일러 공장을 세울 거구먼. 그러문 쉬고 싶을 때엔 보일러 공장 문을 닫아버리면 될 테니까 말이제」

167-8

「그렇데두!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능가? 많이두 말고 조금만 생각해 보란 말이제. 저기 있는 나무 그루터기가 있잖아 - 저게 그 여자 중 하나라고 치잔 말씀이야. 여기 네가 있구 - 너를 다른 여자라구 치구. 난 솔로몬이제. 여기 있는 일 달러짜리가 어린애구. 너희들이 이 어린애가 자기 애라고 다툰단 말이랑께. 그럼 난 어떻게  하면 좋제? 난 말야 이 이웃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이 일 달러자리가 누구 것인지를 캐물어가지고 온전한 채 그 주인한테 넘겨줄 게 아닌가?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렇게 할 거랑께. 그렇지만 내가 그렇지 않거든 - 나는 이 일 달러짜리를 둘로 짝 찠어가지고 그 절반은 너에게 주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여자에게 준단 말씀이제. 솔로몬이 바로 어린애를 가지고 이렇게 하려고 했단 말이랑께. 내가 어디 물어보겠는데, 그 절반짜리가 무슨 소용이 있능가? - 그것 가지고서는 아무 쓸모가 있냐는 말이여. 그런 반쪽 애 백만 명이 있은들 무엇에다 쓰겠능가」

「하지만 짐, 짐은 요점을 놓지고 있어 - 제기랄, 요점을 놓쳐도 한참 놓치고 있단 말야」

「누가? 나 말여? 요점 같은 소리 집어치우랑께. 이래 봬도 사리분별 정도는 알고 있는 나랑께. 그 솔로몬이 한 짓은 분별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짓은 아니제. 재판은 반쪽짜리 애에 관한 것이 아니구 완전한 애에 관한 거였지. 온전한 애에 관한 재판을 반쪽짜리 애로 처리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자는, 비가 오셔도 비 한 방울 피하지 못할 위인이랑께. 헉, 나한테 솔로몬 얘기 같은 건 아예 꺼내지도 말랑께.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선 손바닥 들여다 보듯 빤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제」

169

 「요점 같은 소리 하지 말랑께 그러네! 내사 알고 있는 건 알고 있다고 생각헝께. 정말이지, 요점이라는 건 좀더 멀리 - 좀더 깊은 데 있는 거제. 그건 솔로몬이 자라난 방식과 관련이 있당께. 가령 그저 자식이 하나나 둘밖에 없는 사람을 생각해보란 말이제. 그 사람이 자식을 헤프게 하겠냔 말이여? 물론 그렇게는 못하제. 그렇게 할 수 없고말고. 애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렇지. 하지만 애새끼가 오백 만명 쯤 되어 집안을 온통 뛰어 돌아다니는 사람의 경우라면 얘기는 달러지는 거제. 이런 작자는 애들을 고양이를 잘라내듯이 두동강이로 쌍둥쌍둥 잘라 버려도 아무렇지 않거든.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제. 솔로몬에게는 애새끼 하나둘쯤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랑께」

난 이런 검둥이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생각이 일단 떠오르면 다시는 생각을 바꿀 줄 모르는 겁니다. 솔로몬 얘기에 이렇데 덤벼드는 검둥이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왕들 이야기를 꺼내어 솔로몬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했지요. 옛날에 프랑스에서 교수형을 당한 루이 16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나중에 왕이 되게 되었는데 붙잡혀 감옥에 들어가 거기서 죽고 말았다는 그 나이 어린 황태자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지요.

170-171

「그럼 됐네그려! 빌어벅을. 도대체 왜 프랑스 사람들은 사람처럼 말하지 않는 거란 말이랑가? 이걸 대답해 보란 말이랑께! 」

더 이상 얘기를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는 꺠달았습니다 - 검둥이에게 토론을 가르친다는 것은 소 귀에다 경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만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173

나를 괴롭힌 것은 고함소리와 고함소리 사이의 고요한 장소였습니다.

176

제15장 헉이 뗏목을 잃다-안개 속에서- 헉이 뗏목을 발견하다-쓰레기들

그러고 나서 짐은 천천히 일어나 인디언 오두막 쪽으로 걸어가더니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그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지요. 나 자신이 한없이 비열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약 짐이 그 말을 철회해 주기만 한다면 짐의 발에다 입이라도 맞추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검둥이한테 가서 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15분이나  걸렸습니다 - 그러나 마침내 나는 이 일을 해내고 말았지요. 그리고 나중에 가서도 그에게 사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이 일이 있고부터는 다시는 그에게 비열한 장난을 치지 않았습니다. 만약 짐이 그렇게까지 마음 상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아마 처음부터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을 겁니다.

184

검둥이한테 가서 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15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이 일을 해내고 말았지요. 그리고 나중에 가서도 그에게 사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184


 제16장 기대-악의 없는 거짓말- 물위에 떠있는 돈- 케이로를 지나쳐가다-강변에 헤엄쳐 가다

그런데 누구나 다 아다시피 젊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고 안달하면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법입니다.

187

짐은 검둥이치고는 참으로 분별 있는 머리의 소유자였습니다. 필요한 때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지혜를 짜내니 말입니다.

187

 애드는 두서너 번 몸을 펴고는 저 멀리 이리저리 물 주위를 둘러보더군. 그래서 나도 따라서 둘러보았지. 사람이란 건 남이 뭘 하면 그럴 까닭이 없는데도 흉내를 내보고 싶은가봐.

198

이처럼 자기가 자유 세계 바로 가까이에 와 있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신열이 다 난단고 했습니다. 헌데 정말이지 짐의 이 말을 듣고 보니 나도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열이 났습니다. 이젠 그가  거의 자유의 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없습니다 - 과연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바로 내 책임이었지요. 암만해도 이 생각을 양심에서 떨구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나를 괴롭혀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지요. 이제껏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한층 더 나를 괴롭힐 뿐이었지요. 이것은 내 탓은 아니야, 내가 짐을 그의 정당한 소유주한테서 빼낸 것은 아니니까 하고 자신에게 타일러보려고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지요. 그럴때마다 양심이 고개를 쳐들고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너는 짐이 자유를 찾아서 도망친 것을 알고 있었지 않았는가, 그리고 너는 강둑에 배를 갖다 대도 누구에게든 그 일을 고발할 수가 있었을 게 아니냐 말이다.> 정말로 지당한 말이었지요 - 피할래야 피할 길이 없었던 겁니다.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양심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쌍한 왓츤 아주머니가 도대체 너에게 어떻게 했길래, 그녀의 검둥이가 바로 네 눈앞에서 도망을 치는 것을 보고도 넌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단 말이냐? 그 불쌍한 아주머니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너는 이렇게까지 지독한 짓을 그 아주머니에게 하느냐 말이다. 그 아주머니는 너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려고 했고, 예의 범절을  가르쳐주려고 했으며, 힘 자라는 데까지 여러 가지로 너에게 친절히 대하려고 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게 바로 그 아줌마가 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214-215

내 모습이 너무나도 비열하고 비참하게 생각되어 나는 그만 죽어버리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의 양심에 채찍질일 하면서 뗏목 위를 이리저리 조바심하며 왔다갔다했고, 짐도 마찬가지로 안달하며 내 옆을 왔다갔다했지요. 짐도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짐이 뛰어 일어나며 「저기가 케이로다!」하고 버럭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나는 총알을 한 방 얻어맞은 것만 같았지요. 그게 정말 케이로라면 비참한 나머지 나는 그만 죽어버리고 말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16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동안 내내 짐은 큰 소리롤 떠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자유주에 이르러 제일 먼저  할 일은, 일전 한 푼 쓰지 않고 돈을 모을 것이고 충분히 모아지면 왓츤 아줌마가 살고 있는 데서 그리 멀지 않은 농장에 팔려간 자기 마누라를 다시 사고, 그러고 나서 자기 부부 둘이서 열심히 일을 하여 아들 둘을 되살 것이며, 만일 주인이 팔지 않는다면 노예 폐지론자에게 부탁하여 애들을 훔치게 할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나는 거의 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까지 짐은 감히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지요. 거의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짐은 이렇게 돌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옛날 격언대로 <하나를 얻으니까 열을 바란다>는 식이지요. 이것은 내 생각이 모자란 데서 온 것입니다. 지금 내 앞에는 내가 도망치는 것을 도와준  거와 다름 없는 검둥이가 서 있는데, 자기 아들들을 - 내가 알지도 못하고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친 일도 없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애들을 훔쳐 내겠다고까지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짐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참 안되게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도리어 짐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내 양심이 아까보다도 한층 더 나에게 채찍질을 하는 탓에 마침내 짐을 향해「제발 그만둬-이제라도 늦진 않았으니까 - 빛이  보이는 대로 곧 강둑으로 달려가서 신고할테니까」하고 외쳐댔지요. 이러고 나니 금방 마음이 놓이고 행복감이 되살아나며 깃털처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모든 고민이 말끔히 씻어졌지요. 나는 불빛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날카롭게 지켜보며 혼자서 콧노래를 불러댔지요. 마침내 불빛이 하나 보였습니다. 짐은 그것 보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헉, 이젠 됐제. 이젠  살았단 말이여! 어서 뛰어 일어나 춤을 추잔 말이랑께! 이젠 그 그리운 케이로에 다 왔당께. 난 다 알구 있구먼!」

217

「이제 곧 나는 너무 기뻐서 큰 소릴 지를  거랑께. 그리고 이렇게 말할 거구먼. 이게 모두 다 헉의 덕택이라구. 난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구. 만약 헉이 없었더라면 난 자유의 몸이 될리가 없다구 말이여. 헉이 그렇게 만들어준 거께. 헉, 짐은 평생 동안 니를 잊어버리진 않을  거구먼. 헉은 내 친구 중에서 네일 좋은 친구이지라우. 그리고 이제 이 늙은 짐의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랑께」

나는 짐을 밀고하려고 끙끙거리며 빠른 속력으로 노를 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짐의 이 말을 듣자 힘이 쭉 빠져버리는 것만 같았지요. 그래서 나는 천천히 저어갔고, 내가 이렇게 떠난 것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습니다. 50야드쯤 떨어졌을 때 짐이 다시 말을 이었지요.

「저기 헉이 가는구먼. 그 진짜배기 헉 말이여. 이 늙은 짐과의 약속을 절대로 깨뜨린 일이 없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백인 신사말이제」

이 말을 듣고 나는 매스꺼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일을 해아돼 - 그만두어버릴 수는 없어 하고 나  자신에게 타일렀지요. 그때 마침 총을 든 두 사나이를 태운 소형 보트가 다가왔고, 그들도 나도 배를 세웠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217-8

「내 몫으로 이십 달러짜리 한 닢을 판자 위에다 더 올려놓을 테니. 꼬마야, 잘 가거라. 파커 아저씨 말대로 하는 거다. 그럼 만사가 다 잘될 테니까」

「꼬마야, 암  그렇고말고 - 그럼 안녕, 안녕이다, 만약 도망친 검둥이놈들을 발견하거들랑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꼭 붙잡는 거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아저씨들, 안녕히들 가세요」내가 말했습니다.「힘 닿는 데까지 도망친 검둥이놈들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 사나이들은  가버렸고, 나는 뗏목에 올라탔습니다. 내가 한 일이 나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참한 마음이었지요. 난 암만 좋은 일을 하려고 별러도 나에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좋은 일을 하는 걸 배우지 못한 인간한테는 전혀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 위급한 상황에 부딪히면 뒤를 밀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니 결국 손을 들고 말지요. 나는 잠시 생각해 본 다음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가만 있자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주었다고 하면,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기분이 좋지 못했을 거야 - 아마 지금과 마찬가지 기분이었을 거야. 나는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옳은 일을 하는 데 힘이 들고, 나쁜 짓을 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똑같다면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본댔자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여기서 그만 딱 막히고 말았지요. 이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젠 이 일로 마음을 쓰는 일을 아예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그때 그때에 제일 편리한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21-222

지금까지 뱀 껍질이 우리에게 한 짓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뱀 껍질을 주무르는 것이 어리석을 짓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도, 앞으로 이 책을 더 읽어보고서 뱀 껍질이 우리들에게 어떤 짓을 더 하게 되는가를 알게 된다면, 그것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226


 제17장 저녁 방문 / 아칸소 주 농장 / 실내 장식 / 스티븐 다울링 보츠 / 시적 발로

「벅, 너 철자법을 아니?」

「그럼, 알고말고」

「그렇지만 내 이름자는 쓰지 못할 걸」

「쓰지 못할지 어디 내기 해볼래?」

「좋아」하고 내가 말했습니다「자, 어디 해봐」

「G-e-o-r-g-e J-s-x-o-n - 자, 어때?」하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래, 참 용하구나. 난 네가 못할 줄로 알았지. 그저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이름자가 아니거든 - 공부하지 않고서는 금방 댈 수 없단 말이야」

나는 몰래 그것을 적어두었습니다. 누군가가 다음에 대보라고 할지 모를 일이었으니까요. 그랬다가 앞으로 자못 이 이름에 익숙해 있듯이 술술 대고 싶었던 겁니다.

237

제18장 그레인저포드 대령 / 귀족 / 성경책 / 뗏목을 다시 발견하다 / 장작 더미 / 돼지고기와 양배추

대령은 절대로 남에게 행실을 잘 하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 대령 앞에서는 누구나 늘 행실이 얌전해지기 때문이지요. 또 모두가 대령이 있는 옆에 있고 싶어했습니다. 대령은 거의 언제나 태양 같은 존재였습니다 - 말하자면 대령만 있으면 좋은 날씨처럼 보였다는 것이지요.

248

「원한이라건 이런 거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싸우고 그 사람을 죽여버린단 말이야. 그러면 그 피살된 사람의 형제가 처음 사람을 죽일 게 아냐, 그러자 그 양쪽 형제들이 서로 맞븥어서 서로를 죽인단 말이야. 이번엔 사촌들이 끼어들 게 아니겠어 - 마침내 모두가 다 죽게 되면 결국에 원한은 없어지고마는 법이야. 하지만 빨리 끝나는게 아니라 오랜 세월이 걸려」

253

다음날 일요일 집안 식구 모두가 말을 타고 3마일쯤 떨어진 교회에 갔습니다. 사나이들은 총을 가지고 갔고, 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총을 무릎 사이에다 꽂기도 하고 가까운 벽에다 기대놓기도 했습니다. 세터드슨 집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했습니다. 설교는 그저 그랬지요 - 형제애니 뭐니뭐니 하는 지루한 소리만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참 훌륭한 설교였다고 말했으며, 집에 돌아올 때에도 계속 설교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믿음이니 선행이니, 관대한 은총이니 예정 운명설이니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꽤나 거창하게 늘어놓았지요. 나에겐 그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우 없었습니다. 이때까지 이렇게 고달픈 일요일을 지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255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꼭 나가야 할 때 말고는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돼지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257

그 종이 쪽지랑 미스 소피아의 이상한 행동을 그녀 아버지에게 미리 알려주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아마 그녀의 아버지는 미스 소피아를 방에다 가둬놓고 밖에서 자물쇠를 채워버렸을 테니까요. 그러면 이런 무서운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얼마 동안 살금살금 강 하류 쪽으로 강둑을 걸어갔습니다. 물가에 시체가 두 구나 뒹굴고 있는 것을 보고 강가에 끌어올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굴에다 보자기를 덮어 주고는 되도록 빨리 그곳을 빠져나왔지요. 벅의 얼굴에다 보자기를 덮어주면서 나는 약간 울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참으로 잘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266

나는 그 원한 싸움에서 빠져나온 것이 무척이나 기뻤으며, 짐은 짐대로 늪지에서 도망쳐 나온 것을 매우 기뻐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뗏목처럼 살기 좋은 집은 이 세상에 다시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곳들이라면 그야말로 갑갑해서 숨이 막힐 것 같지만 뗏목만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뗏목 위에 있으면 모든 게 자유롭고 마음이 놓이며 편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267

제19장 낮에는 뗏목을 매어놓다 / 점성술 이론 / 금주 부흥회를 열다 / 브리지워터 공작 / 골칫거리 왕들

마침 소들이 짓밟아 생긴 것 같은 길이 개울을 가로지르는 곳에 왔을 때, 두 사나이가 그 길을 따라 허둥지둥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왜냐하면 누군가가 누구를 뒤쫓고 있을 때 쫓기는 쪽은 언제나 나 - 아니면 짐 -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황급히 뺑소니를 치려는 참이었는데, 벌써 사나이들이 내 가까이까지 와서는 큰 소리로 사람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겁니다 - 자기들은 아무런 나쁜 일도 저지른 것이 없는데 지금 쫓기고 있다고 했지요 - 사람들과 개들이 그들을 뒤쫓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곧장 카누에 뛰어들려고 할 때 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273-274

「그렇소이다, 젊은 양반. 이건 사실이외다 - 자네의 눈은 지금 이 순간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의 아들로 행방불명이 된 그 불쌍한 황태자 루이 17세를 쳐다보고 있는 거외다」

「당신이! 그 나이로요! 천만의 말씀! 차라리 샬르마뉴 대제라고 하시는 게 어떠실지. 아무리 적게 쳐도 당신 나이는 틀림없이 육칠백 살은 될 텐데요」

「빌지워터, 고생을 한 탓이죠. 고생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외다 .고생을 하다 보면 이렇게 머리카락이 백발이 되었고 이렇게 때 이르게 대머리가 되었다오. 그렇소이다, 신사 여러분, 블루진 옷에다 초라한 꼴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제 나라에서 내쫓기고 사람들한테 짓밟힐 대로 짓밟혀가며 갖은 고생을 하고 있는 그 정당한 프랑스 국왕이 지금 이렇게 여러분의 앞에 서 있는 거외다」

281

「빌지워터, 이젠 별 수 없이 우리들은 신물이 날 정도로 오랫동안 이 똇목에서 함께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단 말씀이야. 그러니 그렇게 자네가 우거지상을 해도 소용없지 않은가? 괜히 마음만 불편할 뿐이란 말일세. 내가  공작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내 탓이 아니야. 자네가 왕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도 자네 탓이 아니고 - 그러니 마음을 썩힌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 - 이게 바로 내 좌우명이란 말씀이야. 우리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단 말이야 - 먹을 것도 많겠다 생활도 느긋하겠다 - 자, 그러니 공작, 우리 악수나 하고 친하게 지내자구」

282-3

공작이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짐도 나도 여간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꺼림칙하던 마음이 모두 가시게 되었고, 우리들은 꽤 마음이 놓였습니다. 뗏목 위에서 화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기 떄문입니다. 뗏목을 탈 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모두가 만족하고 상대방에 대해 올바르고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이지요.

이 거짓말쟁이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고 그저 천하의 협잡꾼이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아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한마디 입도 뻥긋하지 않고 그대로 내러벼 두었지요. 혼자만 알고 내색을 않는 것, 그게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놈들이 자기들을 왕이니 공작이니 하고 불러주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한 나는 반대하지 않았지요. 짐에게 얘기해 보았자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빠한테 무엇인가 배운 바가 있다면, 이런 종류의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겁니다.

283-4

 제20장 헉이 설명하다 / 캠페인을 계획하다 / 야회 부흥회를 속이다 / 야회 부흥회에 참석한 해적 / 인쇄업자가 된 공작

「헉, 이 여행에서 왕들을 더 많이 만날 거라고  생각하능가?」

「아니」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려」하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럼 됐구먼. 왕도 하나둘이라면 괜찮지만 그 이상이라면 골칫거리랑께. 이 왕은 대단한 술주정뱅이이고, 공작도 조금도 나을 것이 없제」

짐은 왕에게 프랑스 말이 대관절 어떤 건지 한번 듣고 싶으니까 해보라고 졸라댔습니다. 그러나 왕은 이 나라에 온 지 하도 오래된다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여 다 잊어먹었다고 대답하는 거였습니다.

302


 제21장 검투 연습 / 햄릿의 독백 / 마을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다 / 지루한 마을 / 보그스 영감 / 보그스 영감이 죽다 

그리고 흙투성이 암퇘지와 돼지 새끼들이 길거리를 따라 빈둥거리며 오다가 길 한복판에 벌렁 나자빠졌고,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피해서 지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암퇘지는 새끼 돼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동안 몸을 죽 뻗고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마치 월급이라도 받고 있는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312-3

모두들 보그스를 향해 소리치고 웄어대며 욕지기를 퍼부었고, 보그스 영감도 조금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하면서 네놈들도 차례차례 해치워버려야 하겠지만, 오늘은 셔번 대령 영감쟁이를 죽이러 온 것이니까 다음 차례로 미룰 수밖에 없다.  기를 먼저, 숫가락으로 먹는 음식은 둘째> 가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

314-5

제22장 셔번 / 서커스에 구경가다 / 링 안의 술주정꾼 / 스릴 만점의 비극

보통 사람들이란 겁쟁이지. 북부에선 짓밟으려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다 자기를 짓밟게 하고, 그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그것을 참아낼 만큼의 겸허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를 올린단 말이다. 남부에서 한 사나이가 자기 혼자서 대낮에 사람들이 가득 탄 역마차를 세워놓고는, 승객들로부터 돈을 빼앗는단 말이다. 너희들 신문들이 너희들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불러대니까 정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용감하다고 착각하고 있지 - 실은 너희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정도의 용기가 있을 뿐 용기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 너희들 배심원은 왜 살인자들을 교살하지 않은 거지? 그것은 그자의 친구놈들이 어둠을 타 등뒤에서 자기를 쏘아 죽이지나 않을까 하고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 그 친구놈들은 틀림없이 그짓을 해내고야 말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늘 놓아주지. 그러면 복면을 쓴 겁쟁이들 백명을 거느리고 사나이다운 사나이가 밤에 가서 그 악당을 사형한단 말이다. 너희들의 잘못은, 너희들이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점이다. 이것이 첫번째 질문이요, 또 다른 잘못은 어둠을 타고 오지 않고 게다가 복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희들이 데리고 온 것은 절반짜린 사나이란 말이다 - 저기 있는 저 벅 하크니스가 바로 그런 놈이거든 - 그리고 만약 벅이 앞장을  서지 않았다면, 너희들은 그저 소동만 일으켰을 뿐이란 말이야.

너희들은 여기에 오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평범한 인간은 귀찮은 일과 위험한 일은 싫어하는 법이거든. 너희들도 그런 것을 싫어하지만  저기 있는 저 벅 하크니스 같은 절반짜리 인간인 <놈을 사형에 처하라! 놈을 사형에 처하라!> 하고 외치면 너희들은 물러서기가 두려워지거든 - 너희들의 본색이 탄로날까봐서 말이다 - 겁쟁이라는 본색 말이다 - 그것이 두려워 큰 소리를 지르고 그 절반짜리 사나이 윗저고리 꼬리에 잔뜩 매달려서 대단히 장한 일을 해낸다고 큰 소리를 치고는 대단한 기세로 여기로 몰려왔단 말이지. 이 세상에서도 제일 불쌍한 건 오합지중이야. 군대가 바로 그렇지 - 오합지중 말이다. 오합지중은 타고난 배짱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집단에서 ,그들의 상관한테서 빌려온 배짱으로 싸운단 말이다. 하지만 그 선두에 사나이다운 사나이가 없는 오합지중은 불쌍하기 이를 데 없단 말이다. 자, 이제 너희들이 할 일은 꽁무니를 낮추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쥐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이다.

진짜 사형을 할 작정이라면 남부식으로 어둠을 타고 하는 거야. 그리고 올 때엔 반드시 복면을 가지고 올 것,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데리고 올 것, 이 두 가지다. 자, 모두들 돌아가거라 - 너희들 그 반쪽짜리 작자도 같이 데리고 가는 거다

323-4

제23장 표가 매진되자 / 왕들의 비교 / 짐이 향수병에 걸리다

「뭐라고, 벌써 연극이 다 끝난 거야? 이게 다야?」

공작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큰 소동이 있어났지요.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속았다!」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미친 듯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무대와 비극 배우들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때 체격이 크고 풍채가 당당한 사나이 하나가 의자 위에 뛰어올라 이렇게 소리를 질렀지요.

「여러분, 잠깐 기다리시오! 한 마디 말할 게 있소」그 말에 사람들은 주춤 걸음을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들은 정말로 속아넘어갔소. 하지만 우리들은 이 마을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죽을 때까지 늘 이 얘기를 듣고 싶지는 않단 말이외다. 그것은 아니될 일이오. 아무 말 없이 종요히 빠져 나가서 연극을 칭찬하여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속아넘어가도록 합시다! 그러면 우리 모두 피차 똑같은 처지에 놓이는 게 아니겠소. 어디 내 말이 틀렸소?」(「그 말이 옳아! - 판사님 말이 옳다니까!」라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그럼 좋소 - 우리가 속았다는 건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맙시다. 자, 어서들 집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다 이 비극을 보러오라고 권합시다」

다음날 이 마을에서는 온통 이 연극이 훌륭하다는 얘기 뿐이었습니다. 그날 밤도 극장은 초만원이었고, 우리들은 이 구경꾼들도 똑같은 식으로 속였지요.

333-334

「짐, 나 역시 그래. 하지만 우리들은 저놈들을 떠받들어야 하고, 저놈들이 누구라는 것을 잊지 말고 정상을 참작해 주지 않으면 안 돼. 때론 왕 없는 나라 얘기를 좀 들었으면 해」

짐에게 이놈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라는 얘기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 소용도 없을뿐더러, 아까 말한 대로 이놈들과 진짜 왕을 구별할 수도 없을 겁니다.

340

나는 곧 잠이 들어버렸고, 내 당직 시간이 와도 짐은 나를 깨운지 않았습니다. 짐은 가끔 이렇게 했지요. 마침 아침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짐은 거기 그대로 앉아서 머리를 무릎 사이에 다 박고는 혼자서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또 그런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잘 알고 있었지요. 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와 자식 생각을 하고는 상심하여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겁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집을 떠나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자기 가족을 생각하는 생각하는 심정은 흑인이나 백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같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요. 밤에 내가 자고 있는 줄 생각하고 짐은 가끔 슬피 신음하면서

「불쌍한 어린 엘리자베스! 불쌍한 어린 조니! 정말 지독한 고생이로구나. 너희들을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겠구나. 두 번 다시는 말이야!」하는 겁니다. 짐은 정말로 좋은 검둥이였지요.

그러나 이때만은 어떻게 된 셈인지 나는 짐에게 그의 아내랑 애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340-1

아이고, 불쌍한 어린 것!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이 불쌍한 늙은 짐을 용서해 주시라우요. 제 목숨이 다하는 한 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구먼요!

342

제24장 왕의 옷을 입은 짐 / 한 손님을 태워주다 / 정보를 얻어내다

나는 왕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351

제25장 과연 그들이던가 / <송영>을 부르다 / 무시무시한 광장 / 장례식 잔치 / 잘못된 투자

음악이라는 것은 참말로 좋은 것이지요. 저렇게 터무니없는 왕의 연설과 엉터리 수작을 들은 다음에도 음악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상쾌하게 해주고 그렇게 정직하고  기쁘게 해주는 줄은 여태껏 몰랐습니다.

358

제26장 경견의 왕 / 목사가 된 왕 / 메리 제인이 용서를 빌다 / 방 안에 숨다 / 헉이 돈을 손에 넣다

아이쿠, 나는 그가 목사라는 사실을 그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또다시 말문이 딱 막히고 말아서 한번 더 닭 뼈가 목구멍에 박힌 시늉을 하고는 그 동안에 머리를 짜냈지요. 그러고 나서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기랄, 한 교회에 목사님이 한 분밖에 없는 줄 알아요?」

375

나는 이렇게 혼자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바로 이 처녀의 돈을 저 뱀 같은 늙은이가 훔치도록 잠자코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378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언청이는 사과했습니다. 아주 상냥한 사과였지요. 어찌나 상냥한지 듣기에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이 처녀한테서 사과를 또 받을 수만 있다면, 거짓말을 몇천 번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378

나는 혼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습니다. 여기 또 한 처녀의 돈을 즈 늙은이가 훔치도록 모르는 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언청이가 나에게 사과를 하자 이번에는 세 사람이 다같이 내가 편하게 느끼고 친한 친구와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려고 애를 썼지요. 나는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천하고도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 이제 내 결심은 섰다, 이 처녀들을 위해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돈을 감춰둬야겠다고 말이지요.

379

나는 돈을 훔쳐내어 감춰두었다가 얼마 후 강 훨씬 하류로 내려갔을 때 편지를 내어 메리 제인에게 어디다 돈을 감추어두었는지 알리기로 하자. 그러나 되도록이면 오늘밤 훔쳐내는 것이 좋을 거다. 그 의사는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정말 손을 뗄 생각은 없고, 두 녀석을 여기서 위협해서 쫓아내 버릴지도 모르니까.

379-380

제27장 장례식 / 호기심을 만족시키다 / 헉을 의심하다 / 박리다매

제기랄, 나는 쫓기다 잡혀 결국 감방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모르는 체하고 편지를 쓰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정말 이제 사건은 그야말로 복잡하게 얽히고 말았습니다. 좋은 일 하려고 한 짓이 도리어 사태를 몇백 배나 더 악화시키고 말았던 겁니다. 차라리 그대로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기랄 이런 일이 다 일어나다니!

392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처녀들은 세상 고생이고 뭐고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왕에게 어서 빨리 재산을 처분하라고, 자기들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불쌍한 처녀들이 그렇게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이 이렇게 바보 취급당하고 기만당하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가슴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이에 끼어들어 사태를 바꿔놓을 만한 안전한 방법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빌어먹을, 왕은 집과 검둥이들과 그 밖의 모든 재산을 경매에 붙인다고 광고를 냈습니다.

393

제28장 영국 여행 / <짐승 같은 놈들!> / 메리 제인이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다 / 헉이 메리 제인과 헤어지다 / 볼거리 / 반대파들

궁지에 몰려 있을 때 진실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여간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아니라고 혼자 생각했지요. 하기야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확실히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러나 어쨌든 나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지요.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는 편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마음속에다 새겨두었다가 언젠가 좀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이 아닌 괴상한 일이었으니까요.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마침내 옳지, 위험을 무릅쓰기로 해보자, 이번만큼은 진실을 말해 보기로 하자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마치 화약통 위에 앉아 자기가 어디로 튀어나갈지 보기 위해 화약에다 불을 당기는 격이었지요.

400-401

「메리 누나,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누나에게 어서 가달라고 부탁한다고 생각하죠?」

「그건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는걸. 그건 왜야?」

「왜라니요, 그건 누나가 얼굴에 철판을 깐 낯가죽 두꺼운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지요. 누나 얼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지요. 누나 얼굴만 보면 커다란 활자체 글씨처럼 훤히 읽어낼 수 있을테니까요. 백부와 숙부란 작자들이 누나에게 아침 키스를 하러 온다면 누나는 태연하게 마주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결코 -」

406-7

이 지상에서 사람이 가는 길을 가장 평탄하게 해주는 것은 이와 같이  사소한 일인 겁니다. 그렇게 한마디 해두면 메리 제인은 안심할  것이며, 게다가 돈 한 푼 드는 일도 아니었지요.

408

나를 위해서 기도를 올린다구! 만일 그녀가 나라는 인간을 알고 있다면 좀더 그녀의 인격에 알맞는 행동을 취했을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나를 위해서 틀림없이 기도를 올려주었을 겁니다. - 그녀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지요. 아마 생각만 떠오른다면 가롯 유다를 위해서도 기도를 드릴 용기를 가진 여자였습니다. - 뒤를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지요. 뭐라고 할는지는 몰라도 내 생각으로는 그녀는 내가 아직까지 보아온 어느 처녀보다도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첨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절대로 아첨이 아닙니다.

410

나는 기분이 좋았지요. 꽤 멋드러지게 일을 꾸몄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 아마 톰 소여라도 이보다 더 멋들어지게 일을 꾸며 낼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톰은 이 일에 좀 더 멋을 부렸겠지만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는 하지 못합니다. 자라기를  그렇게 자라나지 않았으니까요.

 415

제 29장 심판대에 오르는 친척들 / 왕이 손실에 대해 설명하다 / 필적 감정 / 시체를 파네다 / 헉이 도망가다 

정말, 나는 그 엉터리 같은 늙은이처럼 이렇게 뻔뻔스런 낯짝을 한 인물을 일찍이 본 적인 없습니다.

428

제30장 왕이 헉을 공격하다 / 왕의 소동 / 꽤나 부드러워진 왕

두 사람은 자못 마음이 풀어졌지만, 제아무리 마음이 풀어졌다 하더라도 왕은 돈 주머니를 감춘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잊어버릴 만큼 풀어지지는 않았지요. 이 바람에 나는 안심이 되었고 또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코를 골기 시작하자, 우리들은 오랫동안 잡담을 나누었으며, 나는 짐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441

제31장 불길한 계획 / 짐에게서 온 소식 / 옛 추억 / 양 이야기 / 귀중한 정보

이처럼 길고긴 여행을 해온 데다 그 악한들을 그렇게 섬겨왔는데도, 이제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고 물거품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놈들이 몰인정하게도 그 더러운 40달러 때문에 짐을 이렇게 속여 또다시 일생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노예가 되도록 만들었기 떄문이었지요.

짐이 어차피 노예가 될 바에야 가족들이 있는 고향에서 노예 노릇을 하는 편이 짐에게도 몇천 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톰 소여에게 편지를 보내어 왓츤 아줌마에게 짐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그 생각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즉 왓츤 아줌마는 자기 곁을 떠난 괘씸하고 배은망덕한 짐의 짓에 화를 내고 진절머리가 나서 짐을 강 하류 지방으로 또다시 팔아치울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검둥이를 업신여길 것이니 짐은 늘 그것을 느끼고 자신이 천하고 부끄러운 놈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될 겁니다. 나는 또 어떻구요!

447-8

나는 기도를 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과거의 내가 아니라 좀더 훌륭한 아이가 될 수 있을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무릎을 꿇었지요. 하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님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지요. 왜 말이 안 나오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속과 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죄를 포기하는 척 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가장 큰 죄에 매달려 있는 거지요.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하겠다고, 그 검둥이 주인에게 검둥이가 있는 곳을 편지로 알려주겠다고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 하나님도 그것을 알고 계시지요. 거짓 기도를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 나는 바로 그것을 깨달은 거지요.

그래서 나는 그야말로 고민에 빠졌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래 편지를 쓰자 - 그러고 나서 기도가 나올는지 보기로 하자. 그러자 놀랍게도 그 순간 내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모든 고민이 말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기쁘고 마음이 들떠 나는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앉아서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왓츤 아줌마에게 아줌마의 도망한 노예  짐은 파이크스빌의 하류 2마일에 와 있습니다. 펠프스 씨가 그를 붙잡아놓고 있습니다 만약 아줌마가 상금을 보내면 풀어줄 거입니다. - 헉 핀

449-450

나는 난생 처음으로 죄가 깨끗히 씻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곧장 기도를 드리지는 않고 편지를 아래에다 내려놓고서 앉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 참 이렇게 되기가 천만다행이야, 하마터면 지옥에 떨어질 뻔했잖아 하고 말이지요. 그러고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강을 따라 내려오던 우리들의 여행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짐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낮이면 낮, 밤이면 밤, 어떤 때는 달빛이 비치는 밤,  또 어떤 때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우리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웃어대면서 뗏목을 타고 강을 따라 내려왔지요. 그러나 왠일인지 짐에게 나쁜 감정을 품었던 때는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고 그 반대의 장면만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짐이 자기 몫의 당직을 한 다음, 내가 그대로 잠을 잘 수 있도록 나를 깨우지 않고 내 몫까지 당직을 해준 짐의 모습이며, 안개 속에서 내가 돌아왔을 때에도, 그 숙원 싸움이 있던 늪지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또 그 밖에도 그토록 기뻐하던 짐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지요. 그리고 나를 <귀염둥이>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귀여워해 줬고, 나를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기꺼이 해주었지요. 짐은 늘 나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지요. 맨 마지막으로 나는 뗏목에 천연두 환자가 타고 있다고 하여 짐을 구해 냈을 때 짐이 아주 고마워하며, 나더러 그가 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좋은 친구이자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고 하던 일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떄 우연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방금 써놓은 그 편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슬아슬한 고비였습니다. 나는 종이를 집어 손이 쥐었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끔찍스런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지요. 그러고는 이제 두 번 다시는 마음을 고쳐 먹는 일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 그 모든 생각을 머리에서 말끔히 씻어버렸지요. 다시 나쁜 짓을 하기로 하자고 했습니다. 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맨 첫번째 일로 나는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 내자,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나쁜 짓을 하기로 한 이상, 더구나 끝까지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450-2

제32장 주일날처럼 조용한 곳 / 잘못 알아보기 / 궁지에 몰리다 / 딜레마에 빠지다

나는 별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자꾸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위급한 때가 오면 하나님께서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고 믿고서 말입니다. 그냥 내맡겨두기만 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461

어쨋든 개란 악의가 없는 짐승입니다.

462

또다시 나는 난처하게 - 그것도 몹시 난처하게 -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하나님이 틀림없이 내편을 들어주셨지만, 지금은 꼼짝없이 좌초당한 느낌이 들었지요. 앞으로 나가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두 손을 들어 항복할 수밖에 없었지요.

466

제33장 검둥이 도둑 / 남부 지방의 환대 / 꽤나 긴 식사 기도 / 타르와 깃털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그건 더럽고 비열한 짓이라고 할 테지. 하지만 어떻다는 거야 - 난 야비한 인간이야. 짐을 훔쳐낼 생각이야. 제가 입 다물고 누설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그렇게 해줄 거지?」

이 말에 톰은 눈에 광채를 띠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짐을 훔쳐내는 것 도와주겠어!」

472

사일러스 아저씨는 식사 기도를 꽤나 길게 올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기도라는 것이 곧잘 음식을 식히고 마는 것을 보아왔지만 아저씨의  기도는 조금도 음식을 식히지 않았지요.

480

사람들이 지나갈 때 보니 왕과 공작을 가로장 위에다 올려 앉히고는 지고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 둘 다 온몸에 타르를 바르고 깃털로 덮여 있어서 도저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왕과 공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 마치 한쌍의 커다란 군모의 깃털 장식처럼 보였습니다. 그것을 보자 매스꺼워졌습니다. 이 가엾은 악당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지요. 아무리 해도 이 두 놈을 더 이상 미워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지요. 인간이란 다른 인간에 대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겁니다.

481-2

우리들은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건방진 생각은 없어지고. 오히려 천박하고 비열하며 어쩐지 모든 것이 내 탓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늘 이런 식이었지요.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매한가지였습니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 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톰 소여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482
 

제34장 양잿물통 옆의 오두막 / 기발한 도피 계획 / 피뢰침에 올라가다 / 마녀한테 당하는 괴로움

아직 나이 어린 사내아이가 그렇게도 머리가 썩 잘 돌아가다니! 만약 내가 촘 소여와 갗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공작으로 만들어준다 해도, 증기선의 항해사로 만들어준다 해도, 서커스단의 익살꾼으로 만들어준다 해도, 또 그 밖에 생각해 낼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만들어준다 해도 절대로 그 머리와는 바꾸지 않을 겁니다. 나는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지만 다만 무엇을 생각할 뿐 뾰족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지요. 그 묘안이 어디에서 나온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484-5

그런데 한 가지만은 확실했습니다. 그것은 톰 소여가 진지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 검둥이를 훔쳐내는 데 도와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지요. 톰은 점잖은 애일뿐더러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은 애입니다. 체면을 잃을 수 있고, 고향에 있는 집안 식구들도 체면을 잃을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영리하며 바보가 아니었지요. 아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무식하지도 않습니다. 또 악의가 없고 친절하지요. 그런데 이애는 자존심도 정의도 감정도 다 내팽겨쳐 버리고는 이와 같은 일에 손을 대어, 모든 사람들 앞에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 모두의 얼굴에다 똥칠을 하려는 겁니다. 나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천만 뜻밖의 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해 주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지요. 참된 벗이라면 그 일을 당장에 그만두도록 하여 그의 체면을 지키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겁니다.  

486

제36장 피뢰침 / 최고의 수준 /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 / 거물

짐은 그 얘기의 대부분이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들이 백인이니까 자기보다는 똑똑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그는 만족해했고 시키는대로 그렇게 하마고 했습니다.

512-513

제37장 마지막 셔츠 / 어슬렁거리다 / 항해 명령 / 마녀의 파이

아줌마가 비록 큰 소리를 지르지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더라도 내 귀에 똑똑히 들렸을 것이며, 내가 죽은 시체라고 하더라도 나는 일어서서 아줌마 분부에 복종했을 겁니다.

522

여기서 나는 한 개를 슬쩍 훔쳐내었고 숟가락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홉 개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줌마는 정말 화가 나 있었습니다 -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노발대발했지요. 그러나 아줌마는 세고 또 세어 나중에는 그만 머리가 이상해져 때로는 숟가락 통마저 숟가락으로 셀 정도였답니다. 그래서 세 번은 맞고, 세 번은 맞지 않았지요. 그러자 아줌마는 숟가락 통을 움켜쥐고는 담 쪽으로 내던졌습니다.

525

이런 물건들은 무슨 가치가 있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비록 가치는 없더라도 유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었지요.

527

제 38장 문장(紋章) / 숙달된 감독 / 불쾌한 영광 / 슬픈 주제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짐은 침대를 쳐들어, 침대 다리에서 쇠사슬을 끌러 그것을 목 주위에다 칭칭 감고는, 우리들이 파낸 구멍으로 기어나와 숫돌 있는 데로 왔고, 톰의 감독 아래 짐과 내가 달려붙어 그 숫들을 손쉽게 굴려왔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을 부리는 데는 톰을 당해 낼 자가 없었지요. 톰은 무슨 일에도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534-5

우리들은 뱀 한 마리가 아줌마 앞에 나타날 때마다 얻어맞았습니다. 아줌마는 다시 한번 뱀 같은 것을 집 안에 들어와서 퍼뜨리는 날에는 매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544-5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맡길 순 없어. 애당초부터 그래왔으니까 - 모든 걸 우리들에게 맡겨둔 거야. 그놈들은 그야말로 우리를 신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보 멍텅구리니까 통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해. 그러니까 우리가 일러주지 않으면 우리를 방해하려는 사람이나 사건이 없을 거란 말이야. 그렇게 되면 모처럼 우리들이 이렇게까지 애써 노력한 이 탈주가 그만 김이 새고 말 게 아니겠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 보잘것 없는 것이 되고 말 거라는 거지」

「톰, 난 말이야. 차라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젠장」하고 톰이 말했고, 그는 역겨운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547

「그것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것뿐이지, 누군가가 우리들이 하는 짓을 보고 있는지 보고 있지 않은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너한테는 전혀 원칙이라는 게 없니?

548

아줌마는 어느 쪽을 돌아보아도 안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자기 뒤에 무엇이 꼭 있는  것만 같아 불안했기 때문이지요 - 그래서 아줌마는 늘 갑자기 뒤돌아 보고는 「아이구머니!」하고 소리를 질렀고, 채 3분의 2도 돌리기 전에 또 먼저대로 머리를 되돌리며 똑같은 소리를 질러대는 겁니다. 아줌마는 잠을 자러 가기도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 있을 수도 없었지요. 이것을 보고 톰은 일이 참 잘 되어간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만족스럽게 돌아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지요.

550

제40장 낚시질 / 야경단 / 신나는 도망 / 짐이 의사를 데려오도록 하다

톰에게 우리들 장난이 얼마나 지나쳤는지, 우리가 지금 천둥소리처럼 웅웅거리는 말벌 집 속에 들어가 있는 격이 되고 말았다고 말하고, 어서 이런 어리석은 수작을 집어치우고는, 이 작자들이 참다 못해 우리들에게 달려들기 전에 짐을 데리고 도망치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모인 사람들 중 하나가「지금 당장 오두막에 들어가 그놈들이 들어오는 것을 붙잡자는 말에 찬성한다」하고 말했을 때, 나는 하마터면 그만 털썩 주저앉을 뻔 해습니다. 그리고 버터 한 줄기가 내 이마로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샐리 아줌마는 그것을 보고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가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나, 아니 저 애는 어떻게 된 거야! - 필경 뇌막염에 걸린 게 틀림없어. 머릿골이 새어 나오고 있지 않아!」

그러자 모두들 그것을 보려고 내 쪽으로 달려왔고, 아줌마는 내 모자를 젖혔습니다. 그러자 빵과 나머지 버터가 나왔습니다. 아줌마는 나를 꼭 껴안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구머니,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도 있나! 그래도 이 정도는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지 모르겠구나. 요새는 하도 재수가 없는 데다가, 한번 재수가 없으면 줄줄이 알사탕처럼 계속 재수가 없으니 말이야. 그것을 보았을 때 난 영낙없이 너를 아주 잃어버리고 마는 것으로 생각했구나. 빛깔로 보나 뭐로 보나 영락없이 네 머릿골이라고 생각하고서는 - 글쎼 이 애야, 왜 그것을 가지러 지하실에 갔다 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랬더라도 아무 일도 없었을 걸 가지구. 자, 이젠 어서 가서 잠을 자거라. 내일 아침까지 내 앞에 얼씬거리지도 말아라!」

556-7

「자, 짐. 짐은 이제 또다시 자유의 몸이 됐어. 이젠 다시는 일생 동안 노예가 될 일은 없을 거야」

「헉, 게다가 그건 참 멋들어진 일이기도 했당께. 계획도 훌륭했고 실행도 근사했지. 우리가 한 것 이상으로 더 복잡하고 멋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랑께」

우리들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제일 기쁜 것은 톰이었는데, 그것은 장딴지에 총을 맞았기 떄문이었지요.

560

「헉, 그런데 내 생각은 이렇당께. 만일 톰 도련님이 자유의 몸이 되고, 우리 중 하나가 총에 맞았다면 톰 도련님이 <나를 살려 줘. 이 애를 살릴 의사 같은 건 필요없어> 하고 말할 수 있겠느냐 말이여? 그게 톰 소여 도련님이겠느냐 말이냥께? 그가 그렇게 말할까? 천만의 말씀, 그럴 리가 없당께! 그렇다면 이 짐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 난 의사 없이는 여기서 한 걸음도 내딛지 않을거랑께. 설령 사십 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말이제!」

561

나는 짐의 마음이 눈처럼 흰 것을 알고 있었고, 반드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이 잘 되었습니다. 나는 톰에게 의사를 부르러 갔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톰이 무척 반대했지만 나와 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고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지요. 그러자 톰은 이번에도 기어나와 자기 손으로 똇목을 푼다고 야단이었습니다.

562

제41장 의사 / 사일러스 아저씨 / 호치키스 자매 / 난처해진 샐리 아줌마

그 다음 내가 잠자리에 들려고 이층으로 올라갔을 때 아줌마는 양초를 들고 뒤따라와 나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며 참으로 엄마처럼 돌보아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웬일인지 나 자신이 비열하게 느껴지고 도저히 아줌마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한참 동안 나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시드가 여간 좋은 애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언제까지나 그애 얘기를 하고 싶어했지요. 나에게 시드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다친 것은 아닌지, 물에 빠진 것은 아닌지 하고 이따금 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쩌면 지금쯕 어디서 고통을 당하고 있거나 죽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옆에서 돌봐주지도 못하다니 하고 두 뺨에 조용이 눈물을 떨구는 겁니다.

574

나는 아줌마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 아줌마를 더 이상 슬프게 해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뿐이었지요. 세번째로 새벽녘에 눈을 떴을 때 몰래 또다시 아래로 기어내려가 보니, 아줌마는 아직도 거기 있었습니다. 양초는 거의 다 닳아 있었고, 아줌마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두 손에 괴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576

제42장 부상당한 톰 소여 / 의사의 이야기 / 톰이 고백하다 / 폴리 아줌마가 도착하다 / 편지를 넘겨주다

나쁜 짓을 한 검둥이의 목을 매달아버리자고 가장 날뛰는 사람들이란, 목을 매달아 만족을 얻은 다음 돈을 물어낼 때가 되면 늘 뒤꽁무늬를 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지요.

579

게다가 이 녀석은 자신의 자유가 위태롭게 되는 것마저 아랑곳하지 않았고, 몸이 기진맥진이 되도록 나를 도와주었단 말입니다. 최근 몹시 혹사당한 흔적이 대번에 드러나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난 이 검둥이 녀석이 좋아졌지요. 여러분, 이와같은 검둥이는 천 달러의 가치가 있소 - 또한 친절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단 말이지요. 내가 필요로 하는 건 모두 갖다 주고, 그래서 그애는 집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 아니, 어쩌면 집에 있는 것 이상으로 간호를 잘 받았고. 거긴 퍽 조용한 곳이었으니까요. 그곳에서 난 그애와 검둥일 데리고 오늘 새벽녘까지 있지 않으면 안 되었소.

581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정말 훌륭한 얘기인데요. 정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얼마간 누그러졌고, 나는 그처럼 짐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노인 의사에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내가 짐에 대해 판단하고 있던 것과 꼭 같아서 기뻤습니다. 나는 한눈에 벌써 이 사람이 인정이 많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짐이 매우 훌륭한 짓을 했기 때문에 얼마간 인정해 주고 보답해 줄 가치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요, 그리하여 그 즉시 하나같이 더 이상 짐에게 욕설을 퍼붓지 않기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약속을 했습니다.

582

톰은 벌떡 침대에 일어나 앉았습니다. 두 눈은 이글이글거리며 콧수멍은 마치 물고기 아가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고는 나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서 빨리가! - 일 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주란 말이야! 짐은 이제 노예가 아니야. 이 지상을 걸어다니는 생물 못지 않게 자유의 몸이란 말이야!」

587

「샐리 이모,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정말이에요. 아무도 안 간다면 내가 갈 거예요. 나는 일생 동안 그 검둥이를 잘 알고 있고, 그건 저기 있는 톰도 마찬가지지요. 왓츤 아줌마가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를 강 하류에데 팔려고 하던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유언으로 그를 노예신분에서 해방시켜 주었어요.」

587

톰의 폴리 아줌마는 왓츤 아줌마가 유언으로 짐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준 것은 톰이 말한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톰은 자유의 몸인 검둥이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그토록 귀찮고 성가신 일을 했던 셈이었지요! 그래서 나는 그때 그 이야기를 들을 때서야 비로소 그런 좋은 집안에서 자라난 톰이 어찌하여 검둥이를 자유롭게 풀어주려는 일을 도울 생각이 났는지 이해가 갔던 겁니다.

589-590

마지막장 / 노예에서 풀려나 / 포로에게 돈을 지불하다 / 헉 핀 올림

「강을 따라 떠내려온 통나무 집을 기억하고 있제? 그 안에 무엇에 덮힌 사람 하나가 있었는데, 내가 안으로 들어가서 덮여 있는 걸 들춰보고는 너를 그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안 하던가? 그러니까 말인데, 그 돈 필요할 때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어. 왜냐면 죽은 시체는 바로 네 아빠였으니까 말이제」

595

왜냐하면 샐리 아줌마가 나를 양자로 삼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 하고 있고, 나는 그 일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일이라면 전에도 한번 해본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596

작품해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하였다> 고 말한 적이 있다. 헤밍웨이와 같은 시대에 활약한 윌리엄 포크너도 셔웃 앤더슨이 자기 세대 작가들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트웨인이야말로 앤더슨 같은 선배 세대 작가들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헤밍웨이나 포크너 같은 작가들에게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대부격인 T.S. 엘리엇 또한 <트웨인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창작 방법을 발견해낸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미국 문학사, 더 나아가 세계 문학사에서 트웨인이 이룩해 놓은 업적을 생각할 때 이러한 찬사는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닌 성싶다.

598

여행의 모티프를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또한 여행 그 자체보다는 그러한 여행을 통하여 주인공이 얻게 되는 정신적 각성 또는 도덕적 통찰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미시시피 강을 딸라 이루어지는 기나긴 여행은 곧 헉 핀과 짐이 추구하고 있는 자유에의 여로요 여정이다. 짐이 추구하고 있는 자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노예 제도가 부여하는 구속과 속박의 멍에로부터의 자유이다. 더글러스 과부댁 집에서 왓츤의 노예로 일하고 있는 짐은 자신을 남주 지방으로 팔려고 하는 계획을 우연히 엿듣고 탈출을 기도하여 신체적 자유를 찾아 안주할 곳을 찾아 헤맨다. 적어도 이러한 점에서는 이 작품은 해리엇 비처 스토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아주 비슷한 데가 있다. 그러나 트웨인의 작품은 노예 제도에 대하여 정면 공격을 시도한 스토우 작품보다 훨씬 더 큰 설득력과 호소력을 지닌다. 그것은 스토우의 톰 아저씨가 지나치기 우화적 인물로 그려져 있는 반면, 트웨인의 짐은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짐은 노예주 왓츤이 임종의 자리에서 그를 해방시킴으로써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605

한편 헉 핀이 갈구하고 있는 자유는 짐이 추구하고 있는 신체적 자유와는 달리 좀더 정신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헉은 문명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제약이나 구속에서 벗어나 개인의 참다운 자유를 찾아 헤매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나 해방은 더글러스 과부댁과  왓츤, 폴리와 샐리로 대변되는 캘빈주의와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도덕률과 윤리, 그리고 미시시피 강 강변 여러 마을에서 그가 목격하는 갖가지 악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이다. 그는 종교 도덕 법률 문화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편견과 그릇된 가치관에서 벗어나 직관적인 자아와 자연스러운 내적 충동에 따라 살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문명 사회를 등지고 대자연의 원시림 속에서 살았던 미국 문학의 주인공들, 이를테면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레더스토킹 연작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내티 범포, 그리고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의 주인공 에이헙 선장의 문학적 후예라고 하여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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