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 대구 - melo daegu

비막치어 (마제란아이나메 マジェランアイナメ)

남극이빨고기 (라이교다마시 ライギョダマシ)

은대구 (긴다라 ギンダラ)

큰은대구 (아부라보우즈 アブラボウズ)

기름갈치꼬치 (바라무츠 バラムツ)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로’다. 지난 시간에 소개했었던 시샤모와 마찬가지로, 이자카야나 로바다야끼에서 구이로 아주 인기있는 생선 중 하나다. 그런데 참고로 이 메로라는 생선의 정확한 한글 명칭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생소하기 그지 없는 ‘비막치어’가 이 녀석의 진짜 이름이다. 그럼, 이 ‘메로’라는 이름은 일본어일까?

이 이름의 유래를 살펴 보면 메로(Mero)는 대구를 뜻하는 스페인어인 'Merluza'에서 시작된 말이다. 이 Merluza가 일본에 수입되면서 '메로'라고 변형이 됐는데, 이게 그대로 우리나라까지 전해지며 쓰이고 있다는 거.

지금은 낯선 표준어보다 더 친숙하게 굳어지게 된 것이다.

(도움주신 핑크땅콩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영어명은 ‘Patagonian Toothfish’이다. 파타고니아 해역에서 어획되는 이빨고기라는 의미다.

일어 명칭은 ‘마젤란아이나메(マジェランアイナメ)’로, 직역하면 ‘마젤란 쥐노래미’가 된다. 생긴 게 쥐노래미같긴 하다 ㅎㅎ (여기서 마젤란은 남극해의 마젤란해협을 뜻한다)

하지만 한글명칭인 ‘비막치어’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찾아보기도 했었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찾지 못했다. 아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ㅎㅎ

아무튼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메로(メロ,Mero)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생선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 역시 인기가 있으면 짝퉁도 생기기 마련이거든!

비막치어 (마젤란아이나메 マジェランアイナメ)

- Dissostichus eleginoides

남극이빨고기 (라이교다마시 ライギョダマシ)

- Dissostichus mawsoni lateral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Patagonia ‘tooth’fish

비막치어(위)와 쥐노래미(아래). 얼핏 비슷하게 보이기는 한다

비막치어는 ‘농어목 남극암치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남극암치과 어종은 이 비막치어와 남극이빨고기라는 두 종이 있으며, ‘남극’이란 말과 일어/영어명에서도 나타나듯이 공통적으로 남반구의 남극 주변 남대서양과 남태평양 해역에 살고 있다(왜인지 북극에는 살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아주 찬 물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얘네들은 무려 7℃ 이하의 저수온에서 서식한다.

또한 거기서도 아주 깊은 수심에 서식하고 있다. 보통 어획은 100~1500m 정도 되는 수심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더러는 4000m에 가까운 심해에서 발견되기도 한단다.

크기도 상당하다. 최대 체장 2.4m, 무게 130kg까지 발견된 바 있다(물론 어획되는 평균 크기는 이보다 작다). 다만, 저수온의 심해에 사는 특성 탓에 성장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수명이 50년 정도로 아주 길다 하니, 저렇게 큰 놈들은 얼마나 오래 산 녀석들일지... 그리고 성장이 느린 데다, 산란도 활발하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인 즉슨, 남획에 취약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장이 느린 종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개체수가 급감하면 그 자원이 복원되기까진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해진다.

크기가 상당한 대형어종이다

조업 환경이 거의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다

비막치어는 아직까지 양식이 불가능한 전량 자연산 어종이다. 극지방인 남극에만 살고 있기 때문에 어획도 까다롭다. 접근성도 떨어지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엄청난 추위와 풍랑에 맞서 가며 어획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남극으로 가는 이유는? 역시 맛있으니까. 더 정확하게는 돈이 되니까...ㅎㅎ

이 녀석은 ‘남극해의 백금’이란 별명이 붙었을 만큼, 꾸준한 수요 덕에 항상 몸값이 비싼 어종이다. 그러다 보니 각국의 원양어선들이 남극으로 몰려든 건 당연지사.

떼로 몰려든 전 세계 어선들 덕분에 비막치어는 몇 년 만에 개체수가 엄청나게 감소한다. 이윽고 멸종위기종으로까지 지정되게 되고, 각종 환경단체들은 어업/거래에 대한 금지 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지금은 참다랑어처럼 국가별 어획 할당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해서 조업을 제한하게 됐다.

하지만, 규제하면 할 수록 시장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불법조업은 더욱 성행한다는 게 딜레마...

여기서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불법조업을 하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아직도 암암리에 불법조업은 계속되고 있어서, 전 세계 비막치어 소비량의 약 80% 가량은 불법 어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위쪽이 비막치어, 아래쪽이 남극이빨고기

비막치어 어획은 거의 주낙으로 이뤄지는데, 같은 과의 유사종인 남극이빨고기 역시 어획허가대상으로 인정되어서 함께 잡히고, 유통되고 있다.

이 2종은 매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 위원회(CCAMLR)에 의해 각 해구마다의 어획량이 결정된 뒤 국가별로 할당되고 있다. 둘은 생김새는 물론 생태와 습성, 그리고 맛까지도 비슷한 탓에 모두 메로로 유통되는 걸로 알고 있다.

(다만, 그 비율은 비막치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 메로는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걸까? 메로의 시장성을 높인 국가는 일본인 걸로 지목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는 은대구(밑에 나올 예정이다)를 즐겨 먹어 왔다. 이 은대구 역시 기름지고 맛이 좋은 심해성의 어종인데, 은대구의 자국 내 어획량이 줄어들게 되자 일본의 유통업자들은 대체품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그 때 눈에 띈 게 바로 이 비막치어였고, 1980년대 들어서부터 은대구의 대용으로 각광받으며 대량 수입되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가공한 비막치어를 쿠에(자바리)로 속여 유통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주 소비국은 일본과 미국이며, 90% 가량이 이 두 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다.

저렇게 인기가 있는 건 역시 맛이 좋아서겠지?

비막치어는 극지방의 저수온층에 살기에, 흰살생선임에도 불구하고 체내 지방함량이 무척 높다.

또한, 영하에 가까운 수온에서 몸이 얼어붙지 않도록 근육 내에 부동성(얼지 않는) 당단백질을 잔뜩 함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살에 육즙이 아주 풍부하고 육질도 부드러우며, 맛도 매우 담백하고 고소하다. 이런 여러가지 특성상 특히 구이에 최적화 된 생선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소금구이/된장구이)에서나 미국에서나(스테이크) 주로 굽는 요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구이 외에도 조림이 아주 맛있다. 간장양념을 이용한 일본식 조림요리가 특히 유명하다. 일본에선 대중화 된 ‘반찬거리용 생선’이라서 그 밖에도 탕이나 찜,튀김 등 다양한 요리들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보편적인 생선이 아닌 탓에 값이 꽤 비싸다. 이자카야의 메로구이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냉동 생선임에도 불구, 웬만한 생물 못지 않게 맛있고 비싼 보기 드문 케이스...ㅎㅎ 또 아니나 다를까, 이런 점을 이용해 한 때 국내에서 유통이 금지된 다른 생선(뒤에서 만나볼 수 있다)을 메로로 속여 유통시킨 사건도 많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메로 하면 최고는 역시 구이다

은대구 (긴다라 ギンダラ)

- Anoplopoma fimbria

은대구과 어종인 은대구(좌측)와 큰은대구(우측)

두번째 소개할 생선은 ‘은대구’이다. 이름이 ‘대구’인데다가 영어명도 ‘Black cod’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 탓에, 이 놈을 대구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쏨뱅이목 은대구과’의 은대구는, ‘대구목 대구과’의 진짜 대구(Cod)하고는 사실 좀 거리가 멀다.

참고로 은대구과 어종은 은대구와 큰은대구 2종이 있는데, 큰은대구는 이름처럼 “크다”. 몸길이가 2m까지 자란다.

아무튼 은대구는 미국에선 ‘Butterfish’, 영국에서는 ‘Blue cod’, 캐나다에서는 ‘Black cod’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메로가 이 은대구인 줄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메로는 비막치어라고 했으니 이 역시 사실이 아니겠다.

오늘 소개하는 어종 중 일본에서 가장 최고로 여겨지는 게 바로 이 긴다라(은대구)다. 가격도 메로보다 더 비싸다.

위에서 말했듯이, 메로(비막치어)는 사실 일본에서 긴다라(은대구)의 자국 내 어획량이 부족해지자 그 대용품으로써 수입되기 시작한 생선이다 ㅎㅎ 어쨌든 은대구가 짱짱맨

국내 유통되는 은대구 가격도 kg당 대략 4~5만원선으로, 메로(kg당 2~3만원)보다 더욱 비싸다.

‘Black cod’라는 별명도 이해가 간다

그럼 이제 이 놈은 어떻게 생긴 놈인지 알아봐야지?

체색은 검은색/암녹색 등 어두운 색을 띄는데, 쥐노래미와 비슷하다고 한 것처럼 실제 외형이 비막치어와도 닮았다.

크기도 역시 크다. 1m를 훌쩍 넘게 자라는 대형종으로, 무게도 60kg 가까이 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명도 아주 긴데, 비막치어보다 한술 더 떠 100년 가까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ㄷㄷㄷ 성장속도가 느린데다 수명이 긴 점도 빼 닮았으니 남획에 취약한 것도 당연지사.

산란기는 겨울로, 치어 때는 얕은 바다에서 살다 성체가 되면 심해로 들어가서 생활한다.

그리고 가장 큰 공통점은, 은대구도 심해성 어종이란(수심 300~3000m) 점이다. 깊고 찬 물에 살기 때문에, 흰살생선 치곤 지방함량이 아주 높다는 특징도 동일하다.

다만, 남극 일대의 심해에만 서식하고 있는 비막치어와 달리 은대구는 오호츠크해/베링해를 비롯해 일본~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북태평양 지역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일본에선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에서 소량 어획된다. 간혹 우리나라 동해안 먼바다에서도 잡힐 때가 있다고 하는데, 워낙에 그 수가 적은 탓에 수산업적 가치는 아주 낮다고 한다.

얘가 그렇게 맛있다믄서요?

아무튼 아시아보단 북미 지역의 어획량이 훨씬 많다. 특히 알래스카 일대가 가장 대표적인 산지로 꼽힌다. 어업 방식은 대부분 주낙 혹은 저인망으로 이뤄지는데, 특정 소리를 이용해서 은대구 떼를 유인한 뒤 잡아낸다고 한다.

지금은 은대구도 비막치어와 마찬가지로 자원보호를 위해 쿼터제를 도입, 어획량을 제한하고 있다.

주 소비국가 역시 비막치어와 같은 미국과 일본 양국이며, 북태평양쪽 국가에선 수산업적으로 아주 중요한 어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미국/캐나다에선 양식에 성공했으며, 우리나라도 양식기술을 연구 중이라 하니 좋은 결과가 있길.

비막치어가 대용품으로 들어와 자리잡았을 만큼 은대구는 일본에서 좋은 대접을 받는 생선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옛날에는 은대구가 지금처럼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데...

한때는 은대구가 대구(진짜 대구,マダラ)의 대용품으로나 쓰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기름기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은대구를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가격도 무척이나 저렴했다고 한다.

허나 차후 기름진 은대구가 구이로 먹을 때 아주 맛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서, 은대구는 순식간에 대구를 훌쩍 뛰어넘는 고급어종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는 은대구

은대구는 덩치에 비해 비늘이 아주 작고 속살이 아주 흰 빛을 띄는데, 대부분 필레(석장뜨기로 포를 뜬 것) 혹은 토막내어 냉동한 것들이 유통되고 있다. 그래서 가공된 것 혹은 요리로 나온 것을 보면 이게 은대구인지 비막치어인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요샌 캐나다산 양식이 냉장유통도 되고 있어서 일본에서는 은대구가 회로도 즐겨 먹는 생선이 됐다고 한다. 은대구 회는 기름기가 많아 육질이 부드럽고, 감칠맛 또한 아주 진해 참다랑어 뱃살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다만, 흰살생선인 은대구는 다랑어 특유의 ‘산미’가 없어서 호불호가 갈라진다고. 참다랑어파 vs 은대구파

말했듯이 기름기가 많고 육질이 부드러워 소금구이에 아주 적합하다. 은대구 살은 뜨거운 팬에 올리면 금새 기름이 베어 나오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구이가 된다.

소금구이도 좋지만 된장을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미소야끼(된장구이)도 역시 일품이다. 아... 먹고싶다 ㅠㅠ

그리고 간장 양념에 조려 먹어도 아주 맛있다. 주 소비국인 일본에선 이외에도 튀겨 먹거나 샤브샤브로도 먹는다.

북미 지역에선 역시 스테이크용으로 대부분이 소비되는데 훈제해서 먹기도 한다. 훈제 은대구? 맛이 궁금하다 ㅎㅎ

다양한 방식의 긴다라(은대구) 요리들

큰은대구 (아부라보우즈 アブラボウズ)

- Erilepis zonifer

은대구보다 훨씬 더 큰 큰은대구

이놈은 은대구과에 단 한 종 뿐인 은대구의 친척이다. 워낙 국내에는 정보가 없어서 간략하게만 알아봤다...ㅠㅠ

위에서 말했듯, 이름처럼 상당히 덩치가 크다. 은대구도 미터급까지 자라지만 이 놈은 더 큰 놈이라, 2m 가까이 나가는 개체들도 더러 있다. 사진을 보니 엄청나게 큰 쥐노래미같아서 무섭기까지 하다 ㅋㅋㅋㅋㅋ

생활 습성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은대구와 큰은대구는 아주 유사하지만 큰은대구의 체색은 배 쪽은 희고, 배 부분에 흰 가로 줄무늬가 5가닥 나 있기 때문에 외관상 구분은 쉽다.

큰은대구는 국내에는 분포하지 않는 어종으로 은대구처럼 북태평양 일대의 심해 지역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일본에서는 치바 현과 후쿠시마 현,시즈오카 현 등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어획된다. 과거, 일본에서 원양어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엔 은대구보다 인지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물론 요즘은 수입산 은대구에 완전히 밀려났지만...ㅠㅠ

이 놈 역시 지방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비막치어나 은대구보다 그 함량이 더 높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큰것보다는 10kg 내외의 것이 먹기에는 더 좋단다. 왜냐면, 크면 클수록 지방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란다(특히, 커다란 놈은 내장,대가리에 기름기가 너무 많아 끈적끈적할 정도라고).

체색이 확실히 다르다. 꼭 큰 자바리나 돗돔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시장 삼대째에 나온 큰은대구 에피소드

그리고 이걸 끓이면 기름이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물요리엔 잘 쓰지 않는다. 그냥 손질된 살 부위만 먹을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ㄷㄷㄷ

실제로 은대구는 거의 대부분 드레스(머리/내장을 제거한 것),필렛(석장뜨기로 살만 발라낸 것) 형태로 유통된다.

그 대신,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건 몰라도 구이는 맛이 좋다고 한다. 소금구이/된장구이/간장구이 등으로 먹는데 된장에 절여 굽는게 가장 맛있다고들 한다. 된장 맛이 지방질을 완화시켜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게 잡아준다고.

조림 역시 맛이 좋단다. 가나가와 현 오다와라 시라는 해안도시에는 섣달 그믐, 큰은대구 조림을 해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즈음엔 큰은대구 가격이 상승한다고.

국내에서 잡혀 생물 유통되는 건 횟감으로도 더러 쓰인다.

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지방분은 글리세라이드라는 성분으로, 식물성 기름에 가까운 성분이라고 한다. 뒤에 이야기할 안 좋은 기름인 왁스에스테르와는 달라서 식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너무 많이 먹지만 않으면...ㅎㅎ)

다만, 과잉섭취 시 복통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한 때 일본에선 큰은대구도 유통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회,구이,초밥,조림...

기름갈치꼬치 (바라무츠 バラムツ)

- Ruvettus pretiosus

뽀얀 속살과 거친 비늘이 특징인 기름갈치꼬치

마지막 소개할 녀석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어종이다. 바로 ‘기름갈치꼬치’란 녀석인데, 통상 ‘기름치’로 통하고 있다.

우선 특징부터 살펴 보자. 기름갈치꼬치는 ‘고등어목 갈치꼬치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영어명은 ‘Oilfish’다. 말 그대로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라는 뜻이다.

이 놈도 역시 400~800m정도 수심에 서식하는 심해성의 어종이다. 하지만, 한대 해역에만 서식하는 위의 어종들과 달리 따뜻한 물을 좋아하여 전세계 열대/온대 해역에 널리 분포한다는 차이가 있다. 동남아,하와이,캘리포니아 등...

온 몸의 체색이 시커멓고 커다란(최대 3m가 넘게 자란다) 체격 덕분에 생간 것은 얼핏 비막치어/은대구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기름치(매번 기름갈치꼬치라고 쓰기 힘들다...ㅠㅠ)는 체형이 더 날렵한 방추형을 띄는데다, 비늘이 아주 거칠고 단단하다는 특이점이 있다. 맨손으로 잘못 만지다가는 상처를 입을 정도.

심해성을 띄지만 밤에는 수면 가까이서 먹이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밤낚시에 잡히는 일도 많은데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서 해외에선 식용보다는 낚시대상으로 꽤나 인기가 많은 녀석이기도 하다.

이 녀석도 역시 한 덩치 한다

앞에서 ‘짝퉁 메로(비막치어)’를 잠깐 언급한 적 있었지?

그게 바로 이 놈이다. 살색이 아주 뽀얗고 기름기가 많아서 자르거나 요리해 놓으면 외관상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참치전문점에서 나오는 메로구이에 기름치가 대용품으로 많이 쓰였던 적이 있다. 구이만이 아니다.

참치전문점,뷔페 등에서는 이걸 참치 회로 내 놓기도 했다. 이름하여 흰 참치, ‘백마구로’라고 하면서...ㅎㅎ

심지어, 중국에서는 이걸 연어로 판매하기도 했단다. 역시 클라스가 남다른 중국이다 ㅋㅋㅋㅋ

이렇게 여러 생선으로 둔갑해서 팔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싸니까... kg당 단가가 몇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2016년에는 기름치를 메로로 속여서(kg당 가격이 6배가 넘었다) 22톤이 넘게 팔아먹은 일도 있었다.

그런데 싼 가격만이 문제라면 말도 않겠다.

사실 기름치가 가진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름치는 몸에 아주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은대구,비막치어와는 달리 기름갈치꼬치의 이 지방은 체내에서 소화가 되지 않는다. 기름치 살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이 ‘왁스에스테르(wax esters)’라는 성분은 지방산+탄화수소로 이루어진, 거의 플라스틱에 가까운 천연 고분자 중합체다.

기름치 vs 메로 (사진출처://mnews.jtbc.joins.com/News/Article.aspx?news_id=NB11309678)

그래서 기름치는 실제 왁스와 세제의 원료로 쓰이고 있고, 식용할 경우엔 가히 놀라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이 소화되지 않는 왁스에스테르 성분 덕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무언가가 줄줄 흘러나오는... 변을 당할 수 있다.

참고로 기름치의 일어명은 바라무츠(バラムツ)지만, 지역 방언으로 잉간다루마(インガンダルマ)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엉덩이(똥X)에서 기름이 흐른다'는 의미다...ㅎㅎㅎ

그래서 예전에는 저가형 참치전문점에서 참치를 먹고서는 심한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은 기름치가 문제라고 밝혀지며 한동안 매스컴이 떠들썩했던 적도 있고...

지금도 포털에서 기름치를 검색하면 안좋은 뉴스기사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나온다 ㅋㅋ

결국, 2012년 6월 1일부터 식약청 고시 식품원료에서 제외되며 식용으로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물론 수입 역시 금지되었고. 지금은 기름치를 식용으로 유통/판매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라고 하지만, 이것도 소용 없는 것 같다...ㅎㅎㅎㅎㅎㅎ

해외에서도 그럴까?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는 1970년대에 이미 수입을 금지했다. 호주에선 판매를 금하진 않으나 판매상들이 소비자에게 부작용을 꼭 설명하게 하고 있고, 필레 제품이 유통되는 미국에선 정확한 명칭 및 주의사항 표시가 의무화되어 있다.

출처의 글쓴이는 이렇게 기름치 정식(?!)을 차려먹고는 40분을 걸어 바지를 사러 갔단다. 지렸다..... (사진출처://app.f.m-cocolog.jp/t/typecast/1618101/1629239/90221772)

그러나 왁스에스테르의 부작용은 불편한 것이지 건강상에 해롭거나 죽는다거나 하진 않는다. 축적되는 것도 아니다.

즉, 아예 못 먹는 게 아니고 단지 설사를 좍좍 할 뿐...ㅎㅎ

실제로, 기름치는 의외로 맛이 좋아서(그래서 먹으라는 거야 먹지 말라는 거야), 이 놈을 ‘잉간다루마’란 방언으로 부르는 오키나와 다이토 지역에선 별미로 먹기도 한다. 다만, ‘하루에 딱 세 점만’이란 말이 따라붙는다고 ㅋㅋ 그밖에도 해안 지방엔 은근히 기름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기름치는 살에 혈합육이 거의 없는 탓에 비계마냥 그 색이 아주 뽀얗고, 지방의 단맛 또한 꽤나 강한 편이다.

그래서 은대구나 비막치어처럼 대개 회나 구이용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가짜 참치회, 가짜 메로구이...

뭐 어쨌든 용도는 똑같네 ㅎㅎ 또한, 아직도 기름치가 식용으로 몰래 유통되는 일이 있다 하니 ‘새하얀 참치회’가 보인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썰어놓은 모습이 가장 비슷한 황새치의 경우 단면에 붉은 반점의 유무로 구분할 수 있다. 구이의 경우는 메로를 먹어본 적 있다면 맛,식감 혹은 냄새만으로도 쉽게 구분이 되지만... 모르겠다면 껍질의 모양을 보는 게 가장 쉽다. 메로 껍질은 비늘자국이 도미처럼 굵고 선명한 반면, 기름치는 비늘자국이 작고 모양새도 다르다.

잘 보면 껍질 모양도 살짝 보인다 ㅎㅎ

좌측이 황새치, 우측이 기름치. 황새치는 저 정도로 하얗지는 않다

메로는 어떤 생선?

메로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Patagonian toothfish)와 남극 이빨고기(Antarctic toothfish)를 묶어 말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파타고니아 아르헨티나 남부에 있는 한 지방의 이름이다.

메로가 뭐야?

메로(mero)는 스페인어에서 비롯한 물고기 이름으로, 농어목 중 일부 물고기를 부르는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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