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선 해경 사망 - jung-gug-eo seon haegyeong samang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해양수산부 제공
최근 해양경찰이 서해 NLL(북방한계선) 주변 해상에 나타나는 중국어선의 정보에 대해 '사실상 비공개' 방침을 정해 논란이다. 직무유기라는 비난도 나온다.

"서해 NLL 중국어선 자료는 타 기관 자료"…해경, 관련 자료 비공개 방침

1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해경은 최근 서해 NLL 인근 중국어선 출몰 척수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당 자료가 해군으로부터 받는 정보이기 때문에 타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제공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다. 해경이 해당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양경찰청 박형민 경비과장은 "그동안 해경이 해당 정보에 대해 잘못 취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료 생산의 주체가 해군이기 때문에 이를 넘겨받는 해경이 자료를 제공하는 건 부적절하고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인 해경청 대변인 역시 이에 대해 "경비과의 입장이 해경의 공식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실제 해경은 지난달 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 요청한 '최근 2주간 서해5도(연평도·대청도·백령도) 일별 중국어선 출몰 척수' 자료 요청에 대해 '해당 섬별로 집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며 '대신 서해5도 전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회신했다. 피감기관이 자료 제공의 폭을 좁힌 것이다.

"민간인 관련 자료를 군으로부터 받으라는 의미"

해경의 입장은 "서해 NLL 인근 불법조업 중국어선 정보는 자료 생산 기관인 해군에 물어보라"는 의도가 숨어있다. 즉 민간어선인 불법조업 중국어선의 정보를 군 당국으로부터 받으라는 것인데, 군이 해당 자료를 직접 제공하는 건 불가하다. 안보·방위를 담당하는 군은 '민간 영역'을 다룰 수 없다.

 이는 서해 NLL 인근 해상 레이더 정보를 해군과 해경이 공유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법상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민간에 속한다. 중국어선의 우리 영해 접근은 군이 감지하지만, 나포와 퇴거명령은 해경이 맡는 이유다.

 해경이 올해 초까지 제공하던 정보를 갑자기 틀어막고 국정감사 권한이 있는 국회의원에게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 '피감기관의 하극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예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낸 건 거짓 답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 중국 외교·남북 관계와 밀접한 불법조업 중국어선 정보

서해 NLL 인근 해상에 나타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자료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외교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취급된다.

 일례로 전국의 수산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은 8~11일 4일간 영상회의로 진행되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 개최되는 것과 관련해 지난 8일 성명을 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바다가 황폐화 되고 있다"며 "불법조업 단속을 강화하고 피해어업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는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매년 한국과 중국이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의 입어 규모와 조업 조건 등을 정하는 자리다. 이 위원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우리 어선의 EEZ 내에서 조업 조건이 결정된다.

 이들은 이 주장의 근거로 서해 NLL 인근에 출몰하는 중국어선 통계자료를 인용했다. 서해 NLL 해역에서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은 2018년 1만1858척에서 지난해 2만4948척으로 3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와 해수부 등이 중국 정부와 논의 중인데 해경의 입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앞으로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국방부로부터 중국어선 자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외교 영역에 안보부처가 관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남북관계와도 밀접하다. 일반적으로 서해 NLL 중국어선 출몰 척수는 남북 위기 상황을 가늠하는 보조자료로 사용된다. 특히 연평도와 대청도, 백령도 등 섬별 출몰 척수 자료가 중요하게 취급된다. 일반적으로 서해5도 인근에 중국어선이 자취를 감추면 군사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보 상식이다. 북한이 '낙탄' 등으로 중국 민간어선에 피해를 줄 각오를 하면서까지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 당시 남북 간 충돌을 며칠 앞두고 중국어선들이 한꺼번에 사라졌었다. 이를 토대로 해경은 2009년 2월 10일 "서해 NLL 연평도 앞바다에서 선단을 구성해 조업하던 중국어선들이 점점 줄어들더니 최근 1주일 전부터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며 북한 도발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발표를 토대로 군 당국도 "북의 도발 징후가 있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당시 중국 수산당국이 자국 어선들에게 '서해5도 해상 조업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통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해5도 주민들이 대비 태세를 갖췄던 사례가 있다.

 최근 북한이 서해와 동해상에 잇따라 무력 시위를 하면서 서해 NLL 인근 불법조업 중국어선 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4일 오후 북한이 1시간가량 서해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에 포탄을 쏴 연평도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날에도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서해5도 등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경이 중국어선 관련 자료를 과거처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서해5도 주민들은 "주민들에게 불안감만 더 커지게 할 작정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갑작스런 비공개 방침…'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은폐 의혹도

해경이 갑자기 서해5도에 나타나는 중국어선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연평도 인근 해상의 중국어선 여부'가 중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 따르면 국감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서해 공무원 표류 당시 주변에 중국어선이 있었고 해당 어선에 국정원 휴민트(인간 정보, 요원)가 승선했다'는 소문에 대해 질의하자 국정원 측은 "휴민트 승선은 사실이 아니며 중국어선의 유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2020년 9월 고 이대준 씨가 피살당했을 당시 한자가 쓰인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감사원 발표가 나오면서, 주변 중국어선의 존재를 두고 논란이 일자 나온 질문이었다. 전 정부가 고인의 사망 원인을 월북 시도 정황으로 몰아가기 위해 고인이 중국어선에 구조됐음에도 이를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이씨의 유족 측은 "고인은 관공선에서 바다로 추락한 뒤 중국어선에 구조돼 붕대를 감았고, 이후 중국어선이 고인을 다시 바다로 보낸 것으로 사료된다"며 "중국어선에서 고인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중국어선의 선명과 톤수 등 제반 사항 자료를 요청한다"고 밝히며 우리 정부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후 서해 NLL 인근 중국어선 관련 자료를 취급하는 해경에 해당 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해경청 박형민 경비과장은 "서해 NLL 인근 해상 불법조업 중국어선 자료 비공개 방침은 우리 부서에서 정한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해경이 갑작스럽게 서해 NLL 불법조업 중국어선 관련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로 정한 것을 두고 그 이유에 대한 여러 의혹이 있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 정보를 제외한) 공공데이터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점차 공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감사기관에도 아무런 근거없이 자료 공개 폭을 좁혔다. 개선이 시급하다.

12일 오전 서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벌이던 해양경찰관 2명이 중국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 해양경찰 특공대원이 12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87km 해역에서 실시된 중국어선 나포 작전 중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해경특공대원을 유리로 찌른 것으로 알려진 중국어선 요금어15001호의 선장이 1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인천해양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85km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작전을 벌이던 해양경찰 특공대원 2명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해경특공대원의 시신이 응급실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해양경찰서는 중국어선 선장 청다위(42)씨를 살인 및 상해, 배타적경제수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하고, 나머지 중국선원 8명도 붙잡아 어선과 함께 인천해경부두로 압송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청호(41) 경장 등 특공대원 2명은 이날 오전 6시59분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85km 해상에서 불법조업하던 66t급 중국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선장 칭다위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왼쪽 옆구리를 다친 이 경장은 해경 헬기로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으나 숨졌고, 복부를 찔린 이낙훈(33) 순경은 치료를 받고 있다.

인천해경 안성식 수사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 경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긴급이송됐으나, 검안의로부터 ‘병원 도착 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확보한 물증들 가운데 선장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오는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비함정 3005함에서 고속단정(RIB보트) 2척에 옮겨 탄 이 경장은 동료 특공대원 7명과 함께 어둠 속에서 섬광탄을 투척하며 중국어선에 올라 선원 8명을 제압했다. 이어 특공대원 3명과 조타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유리창을 깨며 거세게 저항하는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변을 당했다. 중국어선에는 선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 타고 있었다.

대원 모두는 방검조끼를 입은 상태였지만 조끼가 덮지 않은 부위인 옆구리와 배를 찔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 과장은 “(중국선원)전원 구속수사할 예정이며, 불법조업을 하던 나머지 1척의 중국어선도 붙잡아 범행에 가담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해경에 나포된 중국어선은 이날 자정께 인천해경부두에 도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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