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잇몸 검은 점 - goyang-i ismom geom-eun jeom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고양이의 치아 상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속담이다. 고양이의 치아 상태는 구강 엑스레이를 찍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양이의 입안을 매일 살펴보는 필자도 눈으로 보기에 치아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구강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잇몸 속 뿌리가 녹아 있어서 발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양이에게 자주 생기는 구강질환은 크게 구내염과 치아질환으로 나눈다. 구내염은 주로 입 안의 점막부분에 생기는 염증, 발적, 궤양 등을 말한다. 치아질환은 치은염, 치주염, 치첨농양, 치아흡수성병변 등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질환은 매우 밀접하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참고로 고양이는 개보다 낮은 수준의 플라크나 치석에도 심한 염증반응을 보인다.

가장 흔한 치아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FORL :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이다. 병명처럼 치아의 어느 부분이 녹아서 흡수되고 사라지는 질병이다. 주로 치아의 목 부분이나 뿌리가 녹는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초기에는 환자가 겉으로 보기에 정말 멀쩡하고, 잇몸이 조금 붉어졌나 싶은 정도일 뿐 밥도 잘 먹고, 딱히 아파하지도 않는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아파도 티를 잘 내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상 많이 악화해 환자가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뭔가 모르게 활력이 떨어진 듯 보여 동물병원에 내원했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잦다. 다른 경우는 건강 검진을 하다가 구강 검사 중에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다. 상태가 많이 진행하면 육안으로도 치아의 윗부분과 잇몸의 경계 부위에서 치아의 에나멜 층이 녹아 벗겨지고 붉은색 반점처럼 생긴 병변이 관찰되기도 한다.

상당수 보호자는 필자가 고양이의 심각한 치아상태를 설명하면 고양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속상해한다. 그런데 보통 발병이 송곳니 뒤의 작은 어금니와 어금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고양이가 입안을 잘 안 보여준다면 보호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현재까지 치아흡수성병변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치료방법은 발치뿐이다. 사람처럼 매번 마취를 하고 신경치료를 하는 것, 크라운이나 임플란트 시술하는 것,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 모두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흔한 구강질환으로 구내염이 있다. 구내염은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깝고 슬픈 질환이라 생각한다. 고양이가 구내염에 걸리면 입안 곳곳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고 심하면 인후두 부위까지 염증이 파급돼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생활마저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중증으로 심해지면 침도 삼키기 어려운 상태가 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침을 계속 흘리고 아주 기본적인 그루밍조차 하지 못해서 외관상 비참한 몰골이 된다. 깨끗함과 고상함의 상징인 고양이가 그루밍을 못하다니… 고양이 스스로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고양이 구내염의 원인 또한 명확하지 않으나 면역체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수준의 플라크에 과잉된 염증 반응이 일어나거나 면역 저하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에게 구내염이 잘 생긴다는 보고들이 있다. 현재까지 가장 효율적인 구내염의 치료법도 발치다. 안타까운 점은 전체 치아를 뽑더라도 중증 구내염 환자 중 30% 정도는 구내염이 재발하고 평생 관리를 받으며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면역요법, 레이저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 여러 치료법을 발치와 병행해서 고양이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의 심각한 구강질환은 공교롭게도 발치가 주요 치료방법이다. 보호자는 당연히 우리 고양이가 발치를 한 이후에도 식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다행히도 대부분 고양이는 직접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가 없어도 잘 적응하고 오히려 통증에서 해방돼 식사도 더 잘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고양이가 건사료 외의 다른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발치 전에 미리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적응시켜놓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구강질환을 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정기적으로 양치질해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치약과 칫솔을 들고 양치질을 시도한다면 고양이는 당연히 거부감을 심하게 느끼고 도망갈 것이다. 양치질은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를 밟아가며 고양이가 익숙해지도록 훈련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고양이 양치질 방법을 검색하면 많은 참고영상을 볼 수 있으니 나와 우리 고양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천천히 습관을 만들어 가면 된다. 두 번째로는 고양이 잇몸이 붉어지거나, 치석이 침착되거나, 입 냄새가 난다면 빨리 동물병원을 방문해서 치과진료를 받는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치과 진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비용도 적게 들고 치아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치아건강은 치아뿐 아니라 전신건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치아는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건강하던 노령묘의 관리에서 가장 많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치아문제다. 치아가 좋지 못하면 절대 건강하게 장수할 수 없고 삶의 질도 큰 차이가 난다.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치아질환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고, 고양이 치아 상태는 죽었다 깨어나도 엑스레이를 찍어보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음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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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충치, 고양이도 생길까 궁금한 집사님들이 많아요. 고양이는 사람처럼 평평한 어금니가 없고, 모든 이빨이 뾰족해 충치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 나이가 들수록 치과 질환에 잘 걸리고, 충치처럼 보이는 게 있다면 곧바로 동물 병원에 가야 합니다.

Detalhe boca Fred by P.Fernandes, CC BY 라이선스

고양이도 충치 생기나요?

고양이도 사람처럼 충치가 생기는지 궁금한 집사님들이 많죠. 결과적으로, 고양이는 충치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해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사람과 고양이의 구강 내 pH 농도와 이빨 모양이 달라서 충치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충치가 생기지 않아

고양이는 사람과 다르게 이빨이 다 뾰족해요. 사람의 경우, 절구처럼 음식을 빻기 위해 어금니가 평평해요. 하지만 고양이는 고기를 덩어리로 찢어 먹기 위해 어금니를 포함한 모든 이빨이 뾰족합니다.

그래서 고양이의 이빨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이지 않아, 고양이는 충치가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양이 입 안에 충치균이 없어

충치는 입 안에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이 있을 때 생겨요. 충치를 만드는 박테리아를 아울러서 충치균이라고 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뮤탄스균(Streptococcus mutans)입니다.

뮤탄스균은 사람의 구강 내 pH 농도가 6.5~7.0 정도로 산성인 환경에서 잘 살아남지만, 고양이의 경우 구강 내 pH 농도가 7.5~8.5 정도의 약알칼리성이라 충치균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탄수화물이나 당류가 많은 음식을 많이 먹일 경우, 충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충치균이 탄수화물, 당류를 분해해 치아 표면을 녹이고 치아를 썩히는 산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충치, 까만 점이 보인다면 곧바로 동물 병원에 가야

고양이는 충치가 잘 생기지 않지만, 치과 질환 때문에 충치처럼 보이기도 해요. 만약 고양이 이빨 색이 변하거나, 까만 점 같은 구멍이 작게 나 있다면 곧바로 동물 병원에 가야 합니다.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은 치아가 녹으면서 구멍이 생기는데, 충치처럼 까만 점으로 보여요

고양이 치주 질환이 충치처럼 보이기도 해

고양이는 치아 표면이 손상되는 충치보다 잇몸이나 이빨 주변에 염증이 생기는 치주 질환이 자주 생겨요. 치주 질환은 치석이나 세균,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해 잇몸과 잇몸 뼈까지 염증이 생기는 걸 말합니다.

고양이 치석은 고양이 침에 있는 미네랄(칼슘)과 치태가 섞이면서 만들어져요. 치석은 고양이가 밥을 먹은 뒤 6시간 이내에 플라그(치태)가, 36~48시간 이내에 치석으로 빠르게 변한다고 합니다.

만약 고양이 입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혈액을 타고 흘러가면,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심장이나 신장, 간 같은 중요 장기의 기능을 떨어트리고, 심한 경우 고양이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FORL 1 by Joel Mills, CC BY 라이선스

고양이 충치처럼 까만 점이 보인다면 치아흡수성병변일 수 있어

고양이 이빨에 까만 점이나 작은 구멍이 생겼다면, 이빨이 녹아내리는 치아흡수성병변일 수도 있어요. 치아흡수성병변은 성묘의 약 30~60%가 걸릴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더 잘 걸린다고 합니다.

이 질병은 잇몸과 이빨이 만나는 경계선부터 치아가 녹기 시작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구멍이 뚫린다고 합니다. 이때, 고양이 입 옆이나 어금니 주변에 생긴 구멍이 검은 점처럼 보여 ‘고양이 충치’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이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데다, 고양이 잇몸에 생긴 염증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 이빨 자체를 녹이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해요.

고양이 이빨이 빠지거나 신경이나 혈관이 모여있는 치수까지 보이기도 해, 수의사가 이빨을 뽑는 발치 수술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고양이 충치 예방 방법

꾸준히 양치질해줘야

3살 이상의 고양이 중 약 80% 이상이 치주 질환에 걸릴 정도라고 해요. 고양이 치과 질환은 염증과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 평소 꾸준히 양치질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치석은 생각보다 빠르게 쌓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씩 양치하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 이빨을 닦을 땐 위에서 아래로, 둥글게 쓸어주듯 닦아주면 됩니다.

만약 고양이가 양치질을 너무 싫어한다면, 치약만 잇몸에 발라주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그다음 부드러운 천이나 거즈에 물을 묻혀 고양이 이빨을 닦아줍니다.

고양이가 잇몸을 만지는 데 적응했다면, 칫솔로 살살 닦아주면 됩니다. 이때, 고양이 양치질을 할 때 한쪽 면에 30초 이상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닦아줘야 합니다.

Truman Gets His Teeth Brushed – 6 by John Morton, CC BY 라이선스

평소 고양이 잇몸 상태를 확인해야

고양이 치과 질환은 대부분 잇몸 주변이 빨갛게 붓거나 농이 차는 증세를 보여요. 이빨에 치태(플라그)나 치석이 쌓였다면, 잇몸이 부어올랐을 수 있어 자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평소 고양이 양치를 잘 못했다면 잇몸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건강 검진할 때 치아 X-ray와 치과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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