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반추? - eotteohge gongbuhal geos-inga banchu?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반추? - eotteohge gongbuhal geos-inga banchu?

머리말  

1장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효과가 검증된 학습법들

경험과 직관에서 나온 학습법들의 오류

지식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학습의 수단으로 시험을 활용하라

2장 배우려면 먼저 인출하라

반추는 그 자체로 연습이다

기억에 매듭을 짓는 인출효과

연구로 입증된 시험 효과

교육 현장에서 입증된 시험 효과

시험 효과를 한층 강화하려면?

3장 뒤섞어서 연습하라


집중 연습에 대한 그릇된 통념

시간 간격을 두고 연습하기

다른 종류의 학습을 끼워넣는 교차 연습

다양하게 변화를 준 연습

판별력 기르기

예비 의사들을 위한 숙련도 향상법

스포츠 경기에 적용한 경우

4장 어렵게 배워야 오래 남는다


학습이 일어나는 원리

인출 단서를 갱신해야 할 때

쉽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니다

힘들여 배울 때의 효과

바람직한 어려움을 포함하는 학습 전략들

실수 없는 학습에 대한 맹신

생성적 학습의 예

바림직하지 못한 어려움

5장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앎의 두 가지 체계

착각과 기억 왜곡

심성모형의 효과

미숙함과 그것을 모르는 상태

올바른 판단인지 점검하는 습관

6장 학습 유형이라는 신화 

출발부터 능동적인 학습

성공 지능

역동적 평가

구조 형성

규칙 학습 대 사례 학습

7장 꾸준한 노력은 뇌를 변화시킨다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

IQ는 변하는가

두뇌 훈련

지능은 노력과 학습의 결과라고 믿는 성장 사고방식

전문가처럼 의도적 노력을 기울여 연습하기

학생들을 위한 학습 조언

평생 학습자들을 위한 조언

교육자를 위한 조언

효과적인 직업 교육과 직무 연수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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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사람들은 대개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학습과 기억의 원리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정석으로 여겨지는 학습 방식은 대부분 헛수고라고 한다. 심지어 배움이 직업인 대학생과 의대생들조차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학습 기법을 이용한다. 한편 125년 전에 시작되어 최근에 특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습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학습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학습의 과학이다. 개인적 견해, 구전된 지식, 널리 받아들여지지만 비효율적인 공부 방법 대신 아주 효율적이라고 입증된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장 효율적인 학습 전략이 우리의 직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우리 중 두 사람, 헨리 뢰디거(Henry L. Roediger)와 마크 맥대니얼(Mark A. McDaniel)은 학습과 기억 연구에 매진해온 인지과학자이고 피터 브라운(Peter C. Brown)은 작가다. 우리는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한 팀이 되었고, 연구를 나열하는 대신 복잡한 지식과 기술에 통달하는 법을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연구로 얻어낸 학습 원리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인지심리학자 11명의 공동 연구 덕분이기도 하다. 2002년, 미주리 세인트 루이스의 제임스 S. 맥도널 재단은 학습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기본 지식과 교육 분야에 그 지식을 적용할 때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책임 연구원인 뢰디거를 비롯하여 맥대니얼과 9명의 학자들에게 ‘교육 현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 연구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연구팀은 10년에 걸쳐 인지과학을 교육학에 적용하는 합동 연구를 수행했고,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이 연구의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연구와 연구자들은 본문과 주석, 감사의 글에서 언급했다. 뢰디거와 맥대니얼의 연구는 이 외에도 몇몇 다른 기관에서 자금을 제공받고 있으며 맥대니얼은 워싱턴 대학교의 학습과 기억 통합 연구 센터에서 공동 책임자를 맡고 있다.일반적인 책에서는 주제를 차례대로 다룬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새로운 주제들을 다루되 주요 학습 원리 두 가지를 책 자체에 적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전략이란 간격을 두고 핵심 내용을 반복하기, 다르지만 관련 있는 주제들을 끼워넣기다. 한 주제를 공부해 나가면서 주기적으로 복습하면 그 주제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주제의 내용들을 사이사이 끼워넣는 식으로 공부하면 순서대로 하나씩 공부했을 때보다 각각의 주제를 더욱 잘 배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과감하게 핵심 내용을 두 번 이상 다루고 다양한 상황에서 원리들을 반복한다. 그 결과 독자는 책의 내용을 더욱 잘 기억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지식을 더 잘 익히고 오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배워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다. 교사나 코치들 역시 이 책에 나오는 원리를 학습 과정에 적용하고 학생들도 그 원리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면 바로 지금부터 더욱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이 책은 교육 정책이나 학교 체계의 개혁 방향에 대해 다룬 책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교육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예를 들면, 이 책에서 제시한 전략들을 앞장서서 수업에 적용한 대학 교수들은 과학 분야에서 성취도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실험했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또한 이 책은 학생과 교사를 비롯하여 사업, 산업, 군대 각 분야의 교육 담당자, 업무 연수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의 리더, 코치 등 효과적인 학습법이 시급한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한편 중년 이후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평생 학습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학습과 그 신경계적 기초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을 통해, 즉시 적용해서 부작용 없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적 전략과 원리들이 이미 나와 있다.   

1장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우리는 매트가 취한 조치를 하나하나 이해할 필요가 없지만, 비행기 조종사인 매트로서는 당연히 전부 이해했어야 했다. 위기에서 빠져나온 그의 능력은 이 책에서 학습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즉, 이 책에서는 미래에 맞닥뜨릴 문제와 기회를 이해하기 위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기억에서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학습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 항상 적용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우리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견이 일치할 것이다.

첫째, 학습이 유익하려면 기억이 필요하다. 배운 것이 기억에 남아 있어야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생의 모든 것들을 계속해서 배우고 기억해야 한다. 중등 교육 과정을 밟으려면 언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의 학과목에서 일정한 수준의 지식을 배워야 한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직업과 관련된 기술에 통달하고 까다로운 동료를 능숙하게 다루어야 한다. 은퇴한 후에는 새로운 관심사를 계발하게 된다. 노망이 날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 덜 복잡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지만 여전히 능력이 닿는 한 그곳에 적응해야 한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생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셋째, 학습은 후천적으로 얻는 기술이며 가장 효율적인 학습 전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일 때가 많다.

효과가 검증된 학습법들

마지막 세 번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이 그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세 가지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설명하려는 주요 원칙이 그대로 들어 있다. 앞으로는 이 내용을 더욱 자세히 풀어나가려고 한다.   

노력을 많이 들여 (effortful) 배운 지식일수록 더 깊이 남고 오래 간다. 쉽게 배운 지식은 모래 위에 쓴 글씨처럼 오늘 배우면 내일 사라진다.우리는 바람직하게 학습하고 있을 때와 그러지 못할 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배우는 과정이 느리고 힘들거나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면 더 생산적으로 보이는 전략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떤 유형의 학습자든 단연 선호하는 학습 전략은 교재를 반복해서 읽기(rereading text), 그리고 기술이나 새로운 지식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기(massed practice)라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전략이다. 흔히 집중적인 연습이라고 하면 기억에 남기려는 것을 한 번에 몰아서 반복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뭔가를 배우려면 이렇게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반복해서 읽고 몰아서 연습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이 커진다. 하지만 완벽하게 익히거나 오래 기억하고자 한다면 이런 전략은 대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기억 속에서 사실이나 개념, 사건을 떠올리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은 반복해서 읽는 복습보다 더 효율적인 학습 전략이다. 쉬운 예로 플래시 카드(flash card, 단어 등을 순간적으로 보여주면서 기억하게 하는 암기용 카드-옮긴이)를 생각하면 된다. 인출 혹은 회상은 기억을 강화하고 망각을 막아준다. 교재를 읽거나 강의를 들은 후 아주 간단한 시험 한 번만 보아도 교재를 반복해서 읽거나 필기한 내용을 복습할 때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다. 뇌는 근육처럼 훈련을 통해 강해지지는 않지만, 학습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신경 회로들은 회상과 복습을 통해 더욱 탄탄해진다. 주기적인 연습은 망각을 막고 회상하는 경로를 강화하며, 얻고자 하는 지식을 꽉 붙잡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시간 간격을 두고 복습하기

시간 간격을 둔 연습(space out practice)는 학습할 때 망각이 일어날 만한 시간 간격을 두거나, 두 가지 이상의 주제를 번갈아 배우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 배운 내용을 기억해내는 데 힘이 들고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을 들이면 배운 내용이 오래 남고 나중에 적절한 상황에서 그 지식을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다.해법을 배우기 전 before being taught the solution)에 문제를 풀기 위해 애쓰면 그 과정에서 실수를 좀 하더라도 결국 그 지식을 더욱 잘 배울 수 있다.각자 선호하는 학습 유형(learning style)에 맞게 지도를 받으면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 청각 자료나 시각 자료로 학습할 때 더 잘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견해는 실증적인 연구로 입증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학습에 기울이는 지적 능력은 실로 다양하다. 가장 수월하다고 여기는 방식으로만 지시받고 경험할 때보다, ‘약간 빗나갈 때’ 온갖 재능과 지략을 동원하여 더욱 바람직하게 학습할 수 있다.   다양한 문제 유형에서 근본 원칙(underlying principles)이나 규칙(rules)을 이끌어내는 데 능숙하다면 낯선 상황에서 올바른 해결책을 발견하는 데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 기술은 한 번에 몰아서 하는 집중적인 연습보다 교차 연습(interleaved practice)이나 다양하게 변화를 준 연습 varied practice)을 통해 더 잘 익힐 수 있다. 

예를 들면, 입체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배울 때 한 종류의 입체를 완전히 익힌 후 다른 입체로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입체의 부피를 구하는 법을 교차해서 연습하면 나중에 임의의 입체를 제시하고 부피를 구하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더욱 능숙하게 풀 수 있다. 새의 종류나 유화 작품에 대해 배울 때도 종류별로 혹은 작가별로 하나씩 학습하기보다는 교차 연습 방식으로 공부하면 종류별, 작가별 특징을 통합해서 기억하고 각각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는 능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앞으로 보게 될 생소한 표본을 분류하는 능력도 향상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시험은 무엇을 습득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의 비행 중 유압 장치가 고장 난 상황에 맞닥뜨린 조종사는 자신이 올바른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재빨리 알아챌 수 있다. 사실상 학습의 모든 영역에서, 잘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고 익히는 수단으로 시험을 활용한다면 더욱 완벽하게 배울 수 있다.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는 항상 사전 지식이라는 기초(foundation of prior knowledge)가 있어야 한다. 비행기를 한쪽 엔진만으로 착륙시키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멀쩡한 엔진이 두 개 달린 비행기를 착륙시킬 줄 알아야 한다. 삼각법(三角法)을 배우려면 대수학과 기하학을 기억해내야 한다. 수납장 만드는 법을 배우려면 나무와 합성재료의 특성, 판자를 조립하는 법, 홈을 파는 법, 가장자리를 갈아 뭉툭하게 만드는 법, 모서리 귀 맞추는 법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게리 라슨(Gary Larson)의 만화 <저편(Far Side)>에서 눈이 왕방울만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오스본 선생님, 머릿속이 꽉 차서 빈 공간이 없어요!”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면 이 말대로 금방 머릿속이 꽉 차서 더 이상 무언가를 담아둘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교화(elaboration)를 연습한다면 배울 수 있는 분량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 정교화란 생소한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여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는 과정이다. 새로 배운 내용을 사전 지식과 연결할수록 머리에 확실하게 남길 수 있을뿐더러 연관성을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배운 지식을 나중에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수증기를 많이 함유한다.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배우려면 에어컨 뒤편에서 물이 떨어진다거나 더운 여름날 갑작스럽게 폭풍우가 지나간 후 시원해지는 예를 생각해보면 된다. 증발은 냉각 효과가 있다. 피부가 축축해지기도 전에 땀이 말라버릴 정도로 건조한 피닉스의 사촌 집보다 습한 애틀랜타의 삼촌 댁이 더 덥다고 느끼는 데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열이 전달되는 원리를 공부한다면 뜨거운 코코아 컵을 든 손이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통해 열의 전도를, 겨울날 작은 방에 해가 드는 현상을 통해 복사를, 삼촌과 함께 애틀랜타 뒷골목의 단골 가게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쐬게 되는 더없이 반가운 에어컨 바람을 통해 대류를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더 넓은 맥락(lager context)에서 살펴보는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역사를 배울 때 이야기의 흐름을 알면 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야심과 얽히고설킨 운명에 대한 지식을 이러한 이야기와 연관 짓고 다양하게 의미를 부여할수록 머릿속에 깊이 남는다.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개념을 배울 때도 이미 알고 있는 구체적인 지식과 연관 지으면 더욱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를테면 각운동량의 법칙(the principle of angular momentum)을 배울 때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팔을 가슴으로 모음으로써 회전 속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새로운 자료에서 핵심 내용을 뽑아내 심성 모형(mental model)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고 그 모형을 사전 지식과 연결하는 사람은 복잡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데 뛰어나다. 심성 모형은 외부의 현실을 머릿속에 표현한 것이다.1 야구공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타자를 생각해보자. 타자는 커브볼인지, 체인지업(직구와 똑같은 방법으로 공을 던지면서 공의 속도를 줄여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 것-옮긴이)인지, 또 다른 공인지 읽어낼 시간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투수의 와인드업 방식, 투구 방식, 공 실밥의 회전 등 몇 가지 미세한 신호에서 도움을 받는다. 훌륭한 타자는 불필요한 지각적 방해물을 모두 걸러내고 앞서 언급한 변수에만 주목한다.

연습을 하는 동안 각 구질의 단서들을 바탕 삼아 확실한 심성 모형을 만들고, 이러한 모형을 타격 자세, 스트라이크 존, 스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주자의 배치와도 연관 짓는다. 1, 2루에 주자가 있다면 자신이 희생해서 그들을 이동시킬 수 있다. 원 아웃에 주자가 1, 3루에 있다면 둘이 한꺼번에 아웃당하지 않고서 득점할 수 있도록 공을 쳐야 한다. 주자 위치에 대한 심성 모형은 상대편에 대한 심성 모형 홈 근처에서 수비하는지 멀찍이 퍼져 수비하는지)과 더불어 더그아웃에서 베이스 코치를 거쳐 자신에게 전달되는 신호와도 연결된다.훌륭한 타격은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매끄럽게 이어질 때 일어난다.

말하자면 타자는 공을 쳐서 외야의 빈틈으로 날려보냄으로써 자기 팀 주자를 이동시키고 자신도 출루할 시간을 번다. 숙련된 선수는 구질 하나하나를 구분하여 그에 대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만을 추려낸 후 학습을 통해 세운 심성 모형을 이 복잡한 경기의 또 다른 필수 요소들에 대한 사전 지식과 연결한 사람이다. 이보다 덜 숙련된 선수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맞닥뜨리는 변화무쌍하고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숙련된 선수는 득점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많은 사람들은 지적 능력을 타고난다고 믿으며 학습 과정에서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 역시 이 선천적 능력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배울 때마다 뇌에서는 변화가 일어난다. 경험의 잔여물이 저장되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에서 비롯하는 능력을 미리 갖추고 태어나기는 하지만 문제 풀기, 추론, 창조를 가능케 하는 심성 모형을 배우고 구축하면서 능력을 계발하기도 한다. 지적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면 실패를 노력의 증표 또는 더 깊이 파고들거나 다른 전략을 써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용한 정보의 원천으로 볼 수 있다. 배우기 힘들다고 느낄 때야말로 중요한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수준을 넘어 진정한 전문가의 수준으로 올라가고자 한다면 액션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새 BMX 자전거(묘기용 자전거-옮긴이)를 탈 때처럼 실패와 분투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수를 하고 바로잡는 과정은 한 단계 높은 학습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

경험과 직관에서 나온 학습법들의 오류   

학습에 대한 오해

기존의 교수법과 학습법은 대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 방법들을 조금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결과에 큰 차이를 얻을 수는 있다. 흔히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여러 번 접하면 머릿속에 새길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중학교 생물학 교과서의 한 구절이나 용어들을 자주 접하면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사들은 대부분 쉽고 빨리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면 학생이 더욱 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이런 믿음을 뒤엎는다.

배우기 어려울수록 머릿속에 오랫동안 깊이 남는다는 것이다.

교사, 트레이너, 코치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그 기술을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끈질기게 집중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대개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지식을 빨리 습득하게 되므로 이러한 믿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서 분명히 밝혀진 점은 집중적인 연습을 통해 익힌 지식이나 기술이 일시적이며 금방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교육자나 학습자 입장에서는 교과서 반복해서 읽기가 종종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질 것이다. 반복 읽기야말로 80퍼센트 이상의 대학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1순위로 택하는 공부 전략이며 공부에 전념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복 읽기에는 세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으며, 내용에 익숙해짐에 따라 완전히 통달했다는 느낌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일종의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반복 읽기에 몰두하는 동안은 상당히 집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학습에 소요된 시간은 숙달의 정도와 관계가 없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배울 때, 추상적인 지식이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변하는 순간 학습이 잘 이루어진다.

그때쯤 매트가 받던 교육의 성격이 바뀌었다. 이후 열하루 동안은 강의실 교육과 모의 비행 훈련을 병행했다. 매트가 들려준 이야기는 능동적 참여가 탄탄한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예다. 조종사들은 비행기와 씨름하면서 표준 작업 절차를 완벽히 소화했음을 보여주고, 뜻밖의 상황에 대처하며, 조종석에서 감당해야 할 움직임과 리듬을 몸으로 기억하는 훈련을 해야 했다. 모의 비행 훈련은 일종의 인출 연습이고 일정한 간격을 둔 교차 연습이자 다양하게 변화를 준 연습이며, 상공에서 겪게 될 정신적 상태를 최대한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이다.

추상적인 지식이 구체적이고 개인적으로 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학습자와 교육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험의 연속이기도 하다.

연속적인 반복 읽기는 기억을 강화하는가  

이 실험에서 연속적인 반복 읽기는 어떤 집단, 어떤 학교에서도, 어떤 조건에서도 효과적인 학습법이 아니라고 밝혀졌다.결론은 무엇일까? 학습 내용을 처음 읽은 후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읽는 것은 괜찮으나, 연달아 반복 읽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점이 거의 없는 학습 전략이다. 하지만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강조, 밑줄 긋기, 교재와 필기 열독이 단연코 가장 널리 쓰이는 학습 전략이다.10   

알고 있다는 착각 

일단 학생은 필기를 처음부터 보면서 중요한 부분에 강조 표시를 하고, 내용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노트 필기와 교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시험에서 D를 받을 수가 있단 말인가?그렇다면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핵심 개념들을 이용해서 자체적으로 시험을 보았는가? ‘조건 자극’과 같은 개념을 정의하고, 문단 안에서 활용할 수 있었는가? 교재와 필기를 읽으면서 핵심 내용을 질문으로 바꾸고 나중에 공부하면서 그 질문에 답하려고 해보았는가? 최소한 중심 내용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어 읽어본 적이 있는가? 배운 내용을 사전 지식과 연관 지으려고 했는가? 교재 밖에서 사례를 찾아보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요’였다.   

그는 스스로 모범생이고 부족한 점을 열심히 바로잡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완벽하게 배웠다는 착각은 상위 인지(metacognition), 즉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002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가능성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과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전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가 이 문제를 요약한 유명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인식된 인식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인식된 비인식도 있다. 즉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인식되지 않은 비인식은 우리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는 말이다.”   

위에서 강조한 부분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혼자서 문제를 내고 풀어보지 않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왜 그런가? 명확함 그 자체인 수업 내용이나 교재를 접하면서 논의를 쉽게 따라가는 학생은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거나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시험을 보면 중요한 개념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배운 내용을 낯선 맥락에서 맞닥뜨리면 응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능숙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의 노트나 교재를 읽고 나면 배워야 할 근본적인 내용, 원칙, 함축적 의미를 파악했다거나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거짓 감각(false sense)을 느끼게 된다. 요컨대 아주 성실한 학생이라도 두 가지 골칫거리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 잦다. 자신이 어떤 부분에 취약한지, 즉 실력을 더 키우도록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지식을 완전히 소화했다는 거짓 감각을 일으키는 학습법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창의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라고 단언했다.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 것도 일종의 의견 표명이라고 본다면 이러한 견해는 대학생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는 듯하다. 왜 안 그렇겠는가? 창의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는 명백하고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다. 창의력 없이 어떻게 과학, 사회, 경제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가능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지식 축적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반면 창의력과 관련된 것은 더 재미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이러한 이분법은 옳지 않다. 신경외과 의사나 태평양 상공을 나는 비행기 기장이 “창의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획일적인 시험 체계에 대한 반발로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획일적인 시험이 고차원적 기량 대신 암기를 강조하는 풍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획일적인 시험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진실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식과 창의력을 함께 계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지식이 없으면 분석, 종합, 창조적 문제 해결과 같은 고차원적 기술을 위한 기초를 닦을 수 없다. 심리학자 로버트 J.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와 두 명의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적용할 만한 지식 자체가 없으면 지식을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12

학습의 수단으로 시험을 활용하라

가장 눈에 띄는 연구 결과는 능동적 인출의 일종인 시험이 기억을 강화하며 인출에 많은 노력이 들어갈수록 보상도 크다는 내용이다. 모의 비행 훈련과 파워포인트 자료 읽기를 비교해보라. 간단한 시험과 반복 읽기를 비교해보라. 배운 내용을 기억에서 인출하는 것에는 두 가지 큰 이득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배운 것을 회상함으로써 기억이 탄탄해지고 기존 지식과의 연관성이 강화되어 나중에 회상하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출(시험)은 망각을 막아준다.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이제 간단하고 실용적인 전략을 알게 되었다.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지식을 더 잘 배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한 형태의 인출. 여기에는 부담 없는 자체 시험과 간단한 쪽지시험, 시간 간격을 두고 하는 연습, 연관성 있는 다양한 주제를 번갈아 복습하는 교차 연습, 해법을 배우기 전에 문제 풀어보기, 문제 유형을 결정하는 근본 원칙이나 규칙성 뽑아내기 등이 있다. 다음 장부터는 이 전략들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학습은 전에 배운 내용을 다시 접하고 꾸준히 새로운 정보를 덧붙이며 새로운 지식과 연결해야 하는 상호작용이므로 책 전체에 걸쳐 이러한 주제들이 순환하며 제시될 것이다. 마지막 8장에서는 이 전략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언과 사례들을 함께 논의한다.

2장 배우려면 먼저 인출하라  

반추는 그 자체로 연습이다   

학습과 기억의 원리와 관련하여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신경외과 수술에서, 그리고 분명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의 모든 측면에서 그렇듯이 우리는 개인적 경험을 돌아봄으로써 아주 중요한 학습을 하게 된다. 에버솔드는 그것을 이런 식으로 풀어 설명했다.   

어려운 수술을 하다 보면 뭔가 떠오를 때가 여러 번 있습니다. 밤에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예를 들면 봉합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바늘땀을 좀 더 크게 하거나 작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봉합을 더 촘촘히 해야 할까? 이렇게 혹은 저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그 다음날에는 생각했던 것을 실행해보고 효과가 있는지 지켜봅니다. 다음날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것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면서 강의나 다른 사람의 수술 장면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립니다. 배우면서 놓친 부분을 내 나름대로 덧붙여 보완하기도 하죠.   

반추, 즉 돌이켜보는 행위에 포함된 몇 가지 인지적 활동은 탄탄한 학습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지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은 전에 배운 지식과 훈련 내용을 인출하기, 이것을 새로운 경험과 연결하기, 다음에 시도해볼 다른 방식을 시각화하고 머릿속에서 연습하기 등이다.   급박한 상황에 놓인 자동차 경주 선수나 태클을 피하는 쿼터백처럼, 생각하기 전에 반사적으로 행동해야 하죠. 꾸준히 떠올리고 꾸준히 연습하는 겁니다. 그게 중요해요.”  

기억에 매듭을 짓는 인출 효과   

한 아이가 크랜베리를 실에 꿰어 나무에 걸쳐놓지만 열매는 곧 한쪽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매듭이 없으면 한 줄로 꿰어놓을 수 없다. 매듭이 없으면 목걸이가 될 수도 없고, 비즈가 달린 지갑이 될 수도 없고, 아름다운 벽장식이 될 수도 없다. 인출은 기억에 매듭을 짓는다. 반복된 인출은 기억을 붙들어두고 더욱 빨리 인출할 수 있는 회로를 추가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1885년부터 심리학자들은 머릿속에서 크랜베리가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는지 보여주는 ‘망각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듣거나 읽은 것의 70퍼센트를 아주 빠르게 잊어버린다. 그 후 망각의 속도가 느려지므로 나머지 30퍼센트는 비교적 천천히 빠져나간다. 하지만 여기서 깨달아야 할 점은 분명하다. 학습 방식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망각을 방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2   학습의 수단으로서 인출의 힘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시험 효과로 알려져 있다. 시험은 흔히 학습 성과를 평가하고 학교에서 성적을 매기는 데 쓰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에서 지식을 인출하는 행위가 그 지식을 다시 떠올리기 쉽게 해주는 효과가 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적었다. “어떤 것을 상기하는 연습을 계속하면 기억이 강화된다.” 프랜시스 베이컨도 이 현상에 대해 거론했고,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원본을 반복해서 접할 때보다 인출 연습이 훨씬 탄탄한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증적 연구를 통해 안다. 이것이 인출-연습 효과로도 알려진 시험 효과다.3 인출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게 하려면 생각 없이 되뇌는 데 그치지 말고 어느 정도 인지적 노력을 들여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회상해야 한다. 회상을 반복하면 기억이 단단한 개념으로 뇌에 통합되기 쉬우며 나중에 그 지식이 인출되는 신경 회로가 강화되고 크게 증가하는 듯하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수행된 연구들은 마이크 에버솔드를 비롯하여 노련한 쿼터백, 제트기 조종사, 문자를 보내는 십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인출을 반복하면 지식과 기술이 머릿속에 새겨져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는 사실이다. 생각할 시간을 갖기 전에 뇌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연구와 개인적 경험들은 시험이 학습의 수단으로서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기존의 교육 환경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시험을 그런 용도로 이해하거나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암기는 무시해도 된다.’ 많은 댓글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교육은 고차원적 기량을 배양해야 하므로 암기는 무시하라는 말이었다. 과연 그럴까? 암기가 복잡한 문제 해결과 무관하다면 신경외과 의사는 뭐라고 할까? 오직 학습의 평가 목적으로만 획일화된 ‘단순 잣대’인 시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시각을 가지면 가장 효과적인 학습 도구 중 하나를 간과하게 된다. 기본적인 지식 습득과 창의적 사고의 계발을 맞서게 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둘 다 장려되어야 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수록 낯선 문제를 다루는 데 창의력이 더욱 섬세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식만 많고 상상력과 독창성이 부족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식의 탄탄한 토대가 없는 창의력 역시 모래성에 불과하다. 

연구로 입증된 시험 효과 

교육 현장에서 입증된 시험 효과

읽기 능력과 독해력 향상이 필요한 6학년과 7학년 학생 일곱 명이 최근 한동안 미셸 스피비의 국어 수업을 들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린 책을 펴고 앉은 아이들은 각자 한 문단씩 소리를 내서 읽었다. 한 학생이 더듬거리자 스피비는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보게 했다. 학생이 제대로 읽은 다음, 스피비는 학생들에게 그 문단의 의미를 설명하게 하고 등장인물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말해보라고 했다. 인출과 정교화 연습을 시킨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첨단 기술은 필요하지 않다.

시험 효과를 한층 강화하려면?

정기적이고 부담이 적은 시험이 간접적으로 더 이득이 있을까? 학습과 기억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이런 종류의 시험 체계는 출석률을 높인다. 학생들이 곧 시험을 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예습률 역시 높아진다. 수업이 끝날 무렵 시험을 본다면 수업 중 집중력이 높아진다. 또한 학생들은 반복 읽기를 통해 교재에 익숙해진 후 완벽히 소화했다고 착각하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디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부담이 적은 시험을 자주 보면 시험 한 번에 운명이 결정되지 않으므로 시험에 대한 불안을 낮춘다. 그리고 교육자는 학생들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그 부분을 채우는 방향으로 수업을 조정할 수 있다. 부담이 적은 시험이 주는 이러한 이득은 학교 교실에서 공부하든 인터넷을 통해서 공부하든 상관없이 누적된다.17

배우려면 먼저 인출하라

연구가 끝난 후 챔벌린 교장에게 이 질문을 하자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안심하게 된 것은 이런 점에서였어요. 아이들이 판단하고, 종합하고, 어떤 개념을 또 다른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으려면 지식과 기억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훨씬 잘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지금 아이들이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그 개념이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 다시 돌아가서 이해하려고 하는 건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그 덕분에 아이들이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3장 뒤섞어서 연습하라  

집중 연습에 대한 그룻된 통념   

시간 간격을 두고 연습하기   

왜 집중 연습보다 간격을 두고 한 연습이 더 효과적일까? 새로운 지식을 장기 기억에 새겨넣으려면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 기억 흔적(memory trace, 새로운 지식에 대한 뇌의 표상)을 강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전 지식과 연결하는 이 과정은 몇 시간 내지 며칠에 걸쳐 일어난다. 속사포처럼 몰아치는 연습은 단기 기억을 이용한다. 하지만 학습이 오래 지속되려면 심리적 연습과 더불어 통합 과정이 일어날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간격을 둔 연습이 더욱 효과적이다. 약간의 망각 후에는 지식을 인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지므로 기억을 강화하고 통합을 다시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 4장에서 이 과정에 대한 몇 가지 이론들을 살펴볼 것이다.   

다른 종류의 학습을 끼워넣는 교차 연습

두 가지 이상의 과목이나 기술을 번갈아 연습하는 것 또한 집중 연습보다 효과적인 수단이다. 다음은 교차 연습에 대한 짧은 사례다. 두 집단으로 나뉜 대학생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네 가지 입체, 즉 쐐기 모양(wedge), 회전 타원체(spheroid), 구상원추(spherical cone), 반원추(half cone)의 부피 구하는 법을 배웠다. 한 집단은 유형별로 나뉜 연습 문제를 풀었다. 예를 들면 쐐기 모양의 부피를 계산하는 문제를 네 개 푼 다음 회전 타원체에 대한 문제를 네 개 푸는 식이었다. 다른 집단은 같은 연습 문제를 풀기는 했지만 유형별로 묶어서가 아니라 순서를 뒤섞어서(교차) 풀었다. 앞서 살펴본 내용들을 참고하면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연습 중에는 유형별로(집중적으로) 문제를 푼 학생들의 정답률이 89퍼센트인 데 비해 순서를 뒤섞어 문제를 푼 학생들의 정답률은 60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최종 시험에서는 유형별로 문제를 푼 학생들의 정답률은 20퍼센트, 교차 형식으로 연습한 학생들의 정답률은 63퍼센트였다. 문제 유형을 섞은 조치는 최종 시험에서 215퍼센트라는 놀라운 차이를 낳았지만 초기 학습 단계에서는 수행을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4   

자, 이제 여러분이 회사의 교육 담당자로서 열 가지 절차를 포함하는 복잡한 과정을 직원들에게 새로 가르쳐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일을 처리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1번에서 시작하여 교육생들이 그것을 완전히 소화한 것처럼 보일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가르친 후 순차적으로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교육생들이 빨리 배우는 것처럼 보인다.그럼 교차 연습 방식은 어떻게 보일까? 1번을 가르친 다음 4번을 가르치고, 3번, 7번으로 넘어간다. (8장에 소개될 파머스 보험사의 신입 직원 훈련 방식이 이런 예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무작위처럼 보이는 순서로 단계마다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추가하면서 핵심적인 기술로 되돌아가는 순환적인 교육을 실시한다.)교차 연습 방식을 사용할 때는 집중 연습 방식을 사용할 때보다 느리게 학습한다는 느낌이 든다. 교사와 학생들은 그 차이를 감지한다. 원리를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알 수 있는 반면 장기적 이득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교차 연습은 인기가 없고 잘 사용되지 않는다. 교사들이 교차 연습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이제 막 새로운 대상을 이해하기 시작해서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와중에 다른 대상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집중 연습보다 교차 연습을 할 때 숙련도와 장기적 기억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다양하게 변화를 준 연습

자, 이제 90센티미터 거리에서 한 번도 연습한 적이 없는 아이들이 90센티미터 거리에서만 연습한 아이들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었던 콩 주머니 던져넣기 연구를 살펴보자.이 연구는 운동 기술의 숙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그 근본 원리가 인지적 학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증거를 많이 보여주었다. 요컨대 60센티미터, 120센티미터 거리에서 번갈아 연습한 것처럼 변화를 준 연습은 지식을 다른 상황으로 옮겨 적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리하여 성공에 필요한 다양한 조건과 움직임의 관계를 더욱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맥락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다양한 움직임을 연결하여 더욱 융통성 있는 ‘움직임 사전’을 만들 수 있다. 변화를 준 훈련(60센티미터, 120센티미터 거리에서 던지기)의 범위가 특정한 과제(90센티미터 거리에서 던지기)를 포함해야 하는지는 차후 연구되어야 할 주제다.변화를 준 연습을 지지하는 증거는 최근의 뇌영상(neuroimaging) 연구로 뒷받침되어왔다. 

이 연구는 여러 종류의 연습이 뇌의 여러 부위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집중 연습에 비해 변화를 준 연습에는 인지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 변화를 준 연습을 통한 운동 학습 과정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정, 즉 고차원적 운동 기술 학습과 연관된 뇌의 영역에 통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집중 연습을 통한 운동 학습은 인지적으로 더 단순하고 쉬운 운동 기술 학습에 쓰이는 영역에 통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력이 덜 필요한 집중 연습으로 얻은 지식은 더 단순하거나 비교적 질이 낮은 표상으로 부호화된다. 이에 비해 지적 능력이 많이 필요한 어려운 연습, 즉 변화를 준 연습으로 얻은 지식은 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부호화된다.5

판별력 기르기

집중 연습과 비교하여 교차 연습과 다양하게 변화를 준 연습의 현저한 이점은 맥락을 판단하고 문제들을 구분하는 법을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며,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올바른 해결책을 고르고 적용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수학 교육을 살펴보면 교과서에 아예 집중 연습이 포함되어 있다. 각 단원에 특정한 종류의 문제가 실려 있고 학생들은 그것을 학교에서 배운 다음 연습한다. 예를 들자면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기 전에 숙제로 같은 유형의 20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다음 단원에는 또 다른 유형의 문제가 있고 학생들은 이번에도 똑같이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문제풀이를 연습한다. 한 학기 내내 이런 식으로 한 단원 한 단원 나아간다.하지만 기말 시험이 다가오면 이럴 수가, 문제가 모두 뒤섞여 나온다. 학생은 문제를 하나하나 차례로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어떤 공식을 써야 하지? 그게 5장이었나? 6장인가? 아니면 7장에 있었나? 몰아서 반복하거나 단위별로 나누어 반복하는 식으로 공부했다면 이렇게 중요한 판단 과정은 연습한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보통 예고나 순서 없이 펼쳐진다. 문제와 기회는 그런 식으로 불쑥 찾아오기 마련이다. 공부한 내용이 실질적인 가치를 유지하게 하려면 “이것이 어떤 종류의 문제인가?” 를 능숙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해법을 고르고 적용할 수 있다.

몇몇 연구들은 교차 연습과 변화를 준 연습을 통해 향상된 판별력을 보여준다. 한 연구는 그림과 화가를 연결하여 배우는 것을 다루었고, 또 다른 연구는 새를 알아보고 종류별로 나누는 법을 다루었다.

분류 규칙은 정의적 속성(defining traits, 해당 범주의 모든 개체에게 있는 특성)이 아니라 특징적 속성(characteristic traits)에만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새 분류하기 과제는 단순히 특징을 암기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개념의 학습과 판단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과와 종을 통합하고 분류하는 근본적인 개념을 배우는 데는 집중 연습보다 교차 연습과 변화를 준 연습이 더 유용하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회상과 인지에 필요한 지식은 ‘사실적 지식(factual knowledge)’이며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보다 낮은 수준의 지식으로 간주된다. 개념적 지식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함께 작용하게 해주는 큰 구조 안에서 기본 요소들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해야 한다. 분류에는 이러한 개념적 지식이 필요하다. 이 논리에 따라 사실과 전형의 인출 연습은 높은 수준의 지적 행위를 위해 필요한 일반적 특징을 이해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 분류 연구는 이와 반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복잡한 원형(같은 과에 해당하는 새들의 유사성)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습 전략은 단순한 형태의 지식 습득을 넘어 고차원적 이해의 범위에 들어가는 맥락과 기능의 차이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8

예비 의사들을 위한 숙련도 향상법 

스포츠 경기에 적용한 경우

둘리 코치의 팀은 인출, 간격 두기, 교차하기, 변화 주기, 반추, 정교화를 모두 경험했다. 토요일 경기에 나가기 위해 머릿속에서 경기와 반응, 적응을 거친 노련한 쿼터백은 수술실에서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노련한 신경외과 의사와 마찬가지 행동을 한 셈이다.

뒤섞어서 연습하라

다음 내용은 오늘 우리가 집중 연습과 그 대안들에 대해 알게 된 점들을 요약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여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한 가지에 집중해서 죽어라 반복하면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이 사람들에게 깊이 뿌리박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동안 눈에 보이는 향상 때문에 몇 번이고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렇게 기술 습득 단계에서 과장된 수행 양상을 가리켜 ‘순간 강도(momentary strength)’라고 하여 ‘근본적 습관 강도(underlying habit strength)’와 구분한다. 습관 강도를 높이는 기법인 간격 두기, 교차하기, 변화 주기는 눈에 보이는 습득 속도를 늦추는 데다 연습 중에 즉각적으로 향상된 결과를 내놓지 못해 동기를 유발하고 노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하지 못한다.12집중 연습의 한 형태인 벼락치기는 폭식하고 토하는 식습관에 비유되어왔다. 들어가는 건 많지만 그 중 대부분이 바로 다시 나와버린다. 시간 간격을 두고 공부하고 몇 번에 나누어 연습하는 간단한 변화만으로 학습과 기억을 강화하며 습관 강도를 높일 수 있다.얼마나 간격을 두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연습이 생각 없는 반복이 되지 않을 정도면 된다. 적어도 망각이 약간 일어날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약간 잊어버려서 연습에 노력이 조금 더 들 정도라면 좋은 일이지만 너무 많이 잊어버려서 인출할 때마다 새로 배우는 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습 사이의 시간은 기억이 통합되는 시간이다.

반추는 일종의 인출 연습(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내가 무엇을 했는가? 그것이 어떤 효력을 발휘했는가?)이며 정교화(이번과 다르게 다음에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통해 향상되는 기법이다.더글러스 라슨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듯, 뇌의 뉴런(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은 매우 유연하여 쉽게 형태가 바뀐다. “뇌가 움직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입니다. 더 복잡한 연결을 만들고, 그 회로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서 탄탄하게 하는 것이죠.”

4장 어렵게 배워야 오래 남는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미아는 381미터 상공의 C130 수송기에서 뛰어내리는 훈련 3차시에 다른 병사의 부풀어오른 낙하산 위로 곤두박질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앞서 우리가 관심을 가진 것은 미아의 점프 스쿨 훈련 과정이다. 이 과정은 노력을 끌어내고 학습의 속도를 늦추는 어느 정도의 어려움, 즉 간격 두기, 교차하기, 뒤섞어 연습하기 등이 학습을 더 확실하고 정확하며 오래 지속되게 하는 등 그 불편함을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기 때문이다. 더욱 탄탄한 학습으로 이어지는 단기적인 장애물은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 말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비욕(Elizabeth Bjork)과 로버트 비욕(Robert Bjork)이 만든 용어다.   

자신의 지식에 확신을 느끼는 것과 숙달을 증명하는 것은 다르다. 시험은 강력한 학습 전략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할 줄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지 현실적으로 직시하는 강력한 도구다. 현실 세계의 조건들을 모방한 시험을 통해 수행 능력이 입증되었고 반복된 수행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신감이 있다면 그 자신감에 의지해도 된다. 미아는 이렇게 말한다. “점프 도어 앞에 설 때마다 다시 두려워질지 모르지만 뛰어내리는 순간 그 두려움은 증발해버려요.”

학습이 일어나는 원리 

어려움이 어떻게 바람직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여기서는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부호화(Encoding)  

통합(Consolidation)

인출(Retrieval)

학습, 기억, 망각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함께 작용한다. 오래 지속되는 탄탄한 학습을 위해 완료되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새로운 대상을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재부호화하고 통합하면서 단단히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 둘째, 그 대상을 다양한 단서와 연관 지어 나중에 그 지식을 능숙하게 회상할 수 있어야 한다. 효과적인 인출 단서는 학습의 한 측면이지만 간과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의 과제는 단순히 지식을 기억으로 넘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이미 배웠는데도 매듭 묶는 법이 잘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배운 것을 연습하고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 시립 공원에 갔다가 매듭 묶는 법을 가르치는 보이 스카우트 단원과 마주쳤다고 해보자. 그는 8~10종류의 매듭 묶기 시범을 보이고 각각 어디에 유용하게 쓰이는지 설명한다. 그러고는 우리에게도 연습을 시킨 뒤 짧은 줄과 설명서를 들려 보낸다. 우리는 이 매듭 묶는 법을 익히리라 다짐하며 집에 돌아오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연습을 하지 못하고 매듭 묶는 법을 곧 잊어버린다.이야기는 이렇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결말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침 봄이 되어 작은 낚싯배를 사고 나니 닻을 줄에 연결하고 싶어진다. 

줄을 손에 들고 난감해 하다가, 줄 끝에 고리가 달린 매듭 묶기를 배웠던 사실을 떠올린다. 이때 우리는 인출을 연습하는 중이다. 이제 설명서를 찾아내서 고리 매듭 묶는 법을 다시 배운다. 그 작은 기억 장치(설명서)의 내용을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밧줄에 작은 고리를 만든 다음 짧은 쪽 끝을 고리 사이로 잡아당긴다. 마치 토끼가 굴에서 나와서 나무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밧줄에 달라붙어 잠깐 씨름한 결과 매듭이 하나 생겼다. 항상 배우고 싶었던 스카우트 기술로 만든 멋진 작품이다. 얼마 후 TV를 보는 의자 옆에 줄을 하나 갖다두고 광고가 나오는 동안 고리 매듭 묶기를 연습한다. 시간 간격을 둔 연습을 하는 셈이다. 그 후 몇 주를 지내면서, 끝에 고리가 달린 줄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꽤 많다는 데 놀란다. 그리하여 간격을 두고 하는 연습을 더 하게 된다. 여름이 되면 일상에서 고리 매듭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모조리 알게 된다.선명하고 중요한 의미를 담은 지식과 기술, 경험을 때때로 연습하면 머릿속에 남는다. 곧 군용 수송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언제 어떻게 보조 낙하산 줄을 당겨야 할지, 1200피트 상공에서 잘못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거기서 ‘그냥 헤치고 나올’ 수 있을지 열심히 들을 것이다. 바로 잠들기에는 너무 피곤한 상태로 침상에 누워 내일 강하 훈련도 잘 마치고 일과도 이미 끝나 있기를 바라면서 머릿속으로 하는 예행연습도 간격을 둔 연습의 한 형태이며 그것 역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인출 단서를 갱신해야 할 때   

쉽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니다   

힘들여 배울 때의 효과   

기억이 재통합되며 강화된다

간격을 두고 연습하면 회상할 때 노력이 더 든다. 이 과정은 단기 기억 속의 기술이나 자료를 생각 없이 반복하기보다 장기 기억에 있던 것들을 ‘재장전’하거나 재구성할 때 일어난다.10 이렇게 핵심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이 필요한 회상을 거치면서 지식은 다시 유연해진다. 가장 중요한 점들이 명확해지고 그 결과 재통합이 일어나면서 지식의 의미, 사전 지식과의 연결, 단서, 인출 경로가 강화되고 경쟁이 약화된다. 어느 정도의 망각이 일어나게끔 시간 간격을 두고 하는 연습은 지식과 단서를 강화하고, 투수가 빠른 공을 여러 번 던진 후 커브볼로 타자를 놀라게 하려 할 때처럼 지식이 다시 필요해질 때 빠르게 인출할 수 있는 경로 역시 강화한다. 노력을 들여 회상에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기억을 회상하거나 기술을 실행하는 데 노력이 많이 들수록 회상이나 실행 행위 자체가 학습에 더욱 크게 도움이 된다.11집중 연습은 무언가에 아주 능숙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집중 연습을 할 때는 장기 기억에서 지식을 꺼내 재구성하지 않고 단기 기억 속에서 정보를 계속 반복해서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습 전략으로서의 반복 읽기처럼 집중 연습으로 얻은 능숙함은 일시적이고, 잘한다는 느낌은 착각이다. 재통합과 더 깊이 있는 학습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노력을 많이 들여 지식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심성 모형 형성을 촉진한다 

노력을 들여 연습을 충분히 하고 나면 서로 관련된 복잡한 생각들이나 연속적인 운동 기술이 의미 있는 하나의 전체로 결합하여 일종의 ‘두뇌 앱’과 같은 심성 모형을 형성한다. 운전을 배울 때는 여러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게 되고 거기에 집중력과 재주를 있는 대로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지와 운동 기술이 조합된 행동들, 예를 들어 평행 주차나 수동 변속기를 조작하는 데 필요한 지각과 기술이 운전과 관련된 심성 모형으로 기억에 깊이 새겨진다. 심성 모형은 확실히 자리 잡은 능숙한 기술(커브볼을 보고 쳐내기)이나 지식 구조(체스 말의 이동 순서를 암기하기)의 형태이며 습관처럼 다양한 상황에 맞춰 변하거나 응용될 수 있다. 숙련된 수행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양한 조건에서 수천 시간 연습함으로써 완성된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주어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른 반응을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심성 모형의 광대한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다.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서 능숙하게 적용할 수 있다

여러 번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학습 자료를 교차하며 수행하는 인출 연습은 그 자료와 새로운 연관성을 형성한다는 이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 분야의 숙련도를 높이는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어 지식의 망이 만들어진다. 또한 지식을 인출하기 위한 단서의 수가 늘어나고 나중에 그 지식을 여러 가지로 응용할 수 있는 융통성이 발달한다.맛과 질감의 상호작용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체득한 노련한 요리사를 생각해보자. 그는 열을 가하면 재료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중국요리용 볶음팬인 웍(wok)과 소스팬, 구리솥과 무쇠솥에 요리했을 때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안다. 이번에는 낚시꾼을 생각해보자. 그는 송어가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거기 있을 법한 물고기 종류를 정확히 짐작한다. 드라이플라이와 님프, 스트리머 중 적절한 플라이를 고르고 바람을 가늠하며 미끼를 어디에 어떻게 던져야 송어를 낚을 수 있을지도 안다. BMX 자전거로 바니홉(점프하여 앞바퀴를 키의 한계치까지 들고 그 상태로 다리를 접어 뒷바퀴까지 들어올리는 기술), 테일휩(높게 점프하여 뒤쪽을 360도 돌리는 기술), 180도 회전, 월탭(벽을 치고 내려오는 기술) 등의 기술을 익숙지 않은 거리의 특징에 맞추어 선보일 수 있는 아이도 있다. 연습의 교차와 변화는 연습의 맥락, 다른 기술들, 새로운 자료와 연관된 지식을 한데 섞는다. 이 과정에서 심성 모형은 더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게 되며 우리가 지식을 좀 더 광범위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개념적 학습을 돕는다

새의 종류와 화가의 그림을 교차하여 제시했던 연구들을 생각해보자. 이 연구들에 쓰인 교차 방식은 다양한 새의 종류나 화가의 그림을 구별하는 동시에 한 종류에 속하는 새들이나 한 화가에 속하는 작품끼리의 공통점을 알아보도록 도와주었다. 학습 방식에 대한 선호도와 생각을 묻자 참가자들은 다양한 새 종류에 대해 공부했을 때보다 한 종류의 여러 표본을 공부한 경험이 더 나은 학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어렵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드는 교차 전략은 종류들 간의 차이를 더욱 잘 구분하게 하면서도 같은 종류에 속하는 개체들의 공통점을 학습하는 능력을 방해하지 않았다. 야구선수들의 타격 연습에서도 마찬가지였듯, 교차 방식으로 학습했을 때 특정 새가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인출하기가 어려웠고 그만큼 탄탄하게 학습할 수 있었다.교차 방식으로 인한 어려움은 두 번째 유형의 학습 촉진제다. 관련은 있지만 서로 다른 입체들을 교차 방식으로 공부하려면 부피를 계산할 공식을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야 한다. 교차 연습을 하면서 이렇게 공통점과 차이점에 더욱 민감해지면 학습 자료의 표상을 더 복잡하고 섬세하게 부호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표본이나 문제 유형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왜 다른 해석이나 해법이 필요한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말하자면 노던 파이크(nothern pike, 민물고기의 일종-옮긴이)는 스푼이나 크랭크 베이트(물고기를 모방한 미끼와 달리 엉뚱한 모습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고안된 것-옮긴이)라는 미끼를 공격하는 데 반해 왜 배스는 그럽(곤충의 유충-옮긴이)이나 포퍼(코르크나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 1~2개의 바늘을 매단 물고기 모양의 미끼-옮긴이)를 던질 때까지 꿈쩍도 안하는지 말이다.12

실전에 강해진다

간격 두기, 교차하기, 변화 주기가 야기하는 인출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지식을 앞으로 일상에 적용할 때 요긴하게 쓰일 정신적 과정을, 연습할 때 미리 겪어보는 것이다. 이런 학습 전략은 실제 경험의 난관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실전처럼 연습하면 연습했던 대로 실전에 임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며, 과학자들이 학습의 전이(transfer of learning)라고 부르는 능력을 향상시킨다.학습의 전이란 배운 것을 새로운 환경에서 적용하는 능력이다. 칼 폴리 야구팀의 타격 연습 실험에서는 무작위 투구가 어려움을 유발했다. 집중적이고 변동 없는 연습을 한 타자들이 좁은 범위의 정신적 과정으로도 타격을 잘해내는 데 충분했던 것에 비해, 무작위 투구의 어려움을 극복한 타자들은 그 극복 행동을 통해 더욱 광범위한 정신적 과정이 담긴 ‘사전(vocabulary)’을 형성했다. 여기에는 난관의 특성(예를 들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을 파악하는 정신적 과정과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반응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정신적 과정이 포함된다. 바구니로부터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만 콩 주머니 던지기 연습을 했던 학생들에 비해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번갈아 연습한 학생들이 90센티미터 떨어진 바구니에 주머니를 더 잘 던져넣었던 사례, 점점 어려움과 복잡함을 더해갔던 점프 스쿨의 모의 훈련, 매트 브라운의 제트기 모의 훈련을 떠올려보라.

학습 내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다

문제 푸는 방법을 보기 전에 풀어보라는 요청을 받고 문제와 씨름하고 난 후에는 해법을 더욱 잘 배우고 그 지식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보이 스카우트 단원은 매듭 몇 개만 만들 줄 알면 우리가 더욱 풍부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시립 공원에서 이 고리 매듭 만드는 시범을 보인다. 이때 그 모습을 거기 서서 구경할 때보다 낚싯배를 사서 직접 닻줄을 달려고 할 때 고리 매듭 만드는 법을 배울 가능성이 훨씬 높다.

바람직한 어려움을 포함하는 학습 전략들

정보나 해법을 제공받는 대신 문제를 풀려고 애쓰는 행동을 생성(generation)이라고 한다. 친숙한 자료로 시험을 보더라도 빈 칸을 채우는 간단한 행동만으로 그 자료에 대한 기억과 회상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험을 볼 때 여러 개의 보기 중에 선택하기보다 답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 더욱 강력한 학습상의 이득이 발생하기도 한다. 짧은 글을 써내야 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와 같이 가벼운 어려움의 극복은 능동적 학습의 한 형태이며 이때 학생들은 고차원적인 사고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낯선 문제의 답이나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경우라면 학습을 돕는 생성의 힘이 더욱 눈에 띈다. 이 효과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이런 것이다. 아직 답이 나오기 전이라도 답을 찾아다니며 기억에서 관련 지식을 인출하는 동안 그 빈자리와 관련된 인출 경로가 강화된다. 답을 구하고 나면 그동안 노력한 과정에서 떠오른 새로운 관련 자료와의 연결이 형성된다. 예를 들면 버몬트 출신인 사람에게 텍사스의 주도를 물어본다면 가능한 답들을 곰곰이 생각할 것이다. 댈러스? 샌 안토니오? 엘 파소? 휴스턴? 확실한 답은 모르더라도 정답이 떠오를 때까지(   배운 것을 몇 분 동안 검토하고 자체적으로 질문하는 행동을 반추(reflection)라고 한다. 예를 들면 강의나 읽기 숙제를 마치고 혼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핵심 내용이 무엇인가? 어떤 예가 있을까?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연습한 후에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어떤 부분이 잘되었는가? 더 잘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더 능숙해지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다음에는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가?   앞서 언급했듯 반추는 몇 가지 인지적 활동을 통해 더욱 강력한 학습으로 이어진다. 이 인지적 활동에 해당하는 것은 인출(최근 배운 지식을 회상하기), 정교화(새로운 지식을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기), 생성(핵심 내용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꿔서 표현하기, 혹은 다음에 시도해볼 다른 방식을 머릿속으로 연습하고 시각화하기)이다.학교에서 통용되는 반추의 한 형태로는 ‘학습을 위한 글쓰기(writing to learn, WTL)’를 들 수 있다.

실수 없는 학습에 대한 맹신

반면 노력과 학습이 뇌를 변화시키고 지적 능력이 자신의 통제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어려운 도전에 착수하고 꾸준히 버틸 가능성이 더 높다. 이들은 실패를 무능력의 표시이자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노력의 표시이자 전환점으로 여긴다. 숙련된 수행의 특성을 조사한 앤더스 에릭슨의 연구는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을 쌓으려면 현재 자신의 수준을 능가하기 위해 수천 시간을 연습에 전념하며 분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숙달된 상태로 가는 데 필수적인 경험이 된다.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페일콘(FailCon)’은 파리의 ‘실수 축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페일콘에서는 기술 분야 사업가와 벤처 투자가들이 1년에 한 번 모여, 사업 전략을 바꾸어 성공하는 데 필요했던 결정적인 통찰력을 얻은 실패에 대해 연구한다. 토머스 에디슨은 실패를 영감의 원천이라고 불렀고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다만 만 가지의 틀린 방식을 발견했을 뿐이다.” 그는 실패에 부딪혔을 때 인내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실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증진해온 과학적 방법의 근간이기도 하다. 실패를 유용한 정보의 원천으로 만드는 끈기와 회복력이라는 특성은 어떤 영역에서든 성공적인 혁신의 근저를 이루고 있으며 모든 성공적인 학습의 핵심에 해당한다. 실패는 노력이 더 필요함을 알려주기도 하고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도록 우리를 깨우쳐주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1985년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서른 살의 나이로 해고된 이야기를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당한 건 제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사건이었습니다. 성공의 무게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그 일로 자유로워진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로 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바람직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난관에 굴하지 않는 노력, 그리고 효과가 있는 방식과 없는 방식의 발견이다. 때로 이것은 실패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생성적 학습의 예

앞서 말했듯이 해법을 배우지 않고 문제를 풀려고 하는 과정을 생성적 학습이라고 한다. 이 말은 학습자가 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한다는 뜻이다. 생성은 예전 방식으로 말하면 시행착오의 다른 표현이다.   보니는 그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그 모든 지식들이 어떻게 자기에게 흘러 들어왔는지 돌이켜보았다. 그녀 스스로 달려들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실수는 정말로 나쁜 게 아니에요.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려면 실수는 좋은 일이죠. 일을 거창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전부 생각하느라 거기서 발이 멈추고 마는 사람들이 많아요.”물론 어떤 환경에서는, 말하자면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든가 할 때는 실수가 최적의 학습 전략은 아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어려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다. 수업을 교과서와 다른 순서로 진행하는 것은 언어 능력이 부족한 학습자에게 바람직한 어려움이 아니다. 교과서가 리투아니아어로 쓰였고 학습자가 그 언어를 모른다면 바람직한 어려움이 되기 힘들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학습자가 노력을 더 했을 때 극복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어렵게 배워야 오래 남는다

5장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우리의 효율성은 주변 세상을 파악하고 자신의 수행을 측정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과제를 다루거나 문제를 풀 수 있는지 끊임없이 판단한다. 무언가에 몰두할 때는 자신을 계속 지켜보면서 점차 생각이나 행동을 조정해나간다.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지켜보는 것을 상위 인지(metacognition)라고 부른다. 메타는 about(~에 대하여, ~주변의)의 그리스어 표현이다. 정확한 자기 관찰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막다른 길을 피해 제대로 결정을 내리고 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방식을 잘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력이 부족하면 자신이 뭔가를 언제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의 판단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잘못 인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1이 장에서는 흔히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지각적 착각, 인지적 편향, 기억의 왜곡에 대해 논의하고 현실에 맞게 판단하는 기법을 제시할 것이다.판단력 부족의 결과는 신문에 나기도 한다. 2008년 여름,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세 명의 권총 강도가 전화로 패스트푸드를 대량 주문한 다음 배달이 오면 음식과 현금을 빼앗고 놓아주는 범죄를 되풀이했다. 이들은 항상 똑같은 두 대의 휴대전화로 주문했고 똑같은 두 개의 주소로 배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그런 일을 반복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인 데이비드 가먼은 그 여름에 위장 근무를 하고 있었다.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더군요. 처음에는 ‘그들에게 총이 있을지도 모른다’였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총 두 자루를 가지고 있고, 강도짓을 하면서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가먼이 중국 음식점에 걸려온 대량 주문 전화를 받은 것은 8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는 부랴부랴 작은 팀을 꾸리고 배달원 행세를 할 준비를 했다. 방탄조끼를 입고 그 위에 캐주얼 셔츠를 입은 다음 45구경 자동 권총을 바지에 쑤셔넣었다. 동료들이 배달 주소 근처에서 잠복하는 동안 가먼은 음식을 가지고 그곳으로 가서 전조등이 앞문을 훤히 비추게 한 상태로 주차를 했다. 음식 봉투 아래쪽을 길게 찢어 그 안에 38구경 권총을 넣고 손으로 받친 채 짐을 가져갔다.  

전 짐을 들고 가서 말했어요. “음식 주문하셨죠?” 그쪽에서는 “그래.”라고 대답했고 저는 이 사람들이 정말로 돈을 내려나 보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돈을 받고 나오면 평생 한 일 중 이게 제일 멍청한 짓이 되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쪽이 40달러를 주면 어떡하나 싶었죠. 음식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남자가 뒤를 살짝 돌아보니까 나머지 두 사람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제 쪽으로 다가오면서 후드를 덮어 쓰더라고요. 그때 게임이 시작된 걸 알았죠. 첫 번째 남자가 총을 주머니에서 쑥 뽑아 장전해서 제 머리에 갖다대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가진 것 다 내놔, 이 새끼야. 안 그러면 죽여버릴 테니까.” 전 결국 음식 봉투 속에서 총을 쐈죠. 네 발이었어요.2   

결국 그 남자는 급소보다 낮은 부위에 총을 맞고 살아났다. 음식 꾸러미가 그렇게 무겁지만 않았다면 가먼은 조금 더 위를 겨냥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평범한 바보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매년 다윈 상 수상자가 이메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이 착각이 역시 옳다는 느낌이 든다. 다윈 상은 아주 형편없는 판단으로 죽음을 자초한 사람들의 짧은 목록인데, 이 중에는 24층 사무실의 유리가 튼튼한지 보여주겠다며 몸을 던졌다가 유리가 깨지는 바람에 추락사한 토론토의 변호사도 있다. 사실 누구나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를 하게 되어 있다.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수행을 빈틈없이 관찰함으로써 습득해야 하는 기술이다.우리가 이런 문제에 서투른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는 무능할 때 자신의 유능함을 과대평가하고 변해야 할 이유를 깨닫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한 인간으로서 착각, 인지적 편향, 주위의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구성하는 이야기에 잘못 이끌리기 쉽다. 더 유능해지고 나아가 전문적인 능력을 쌓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유능함을 알아보는 법을 배워야 하고,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더욱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학습 전략을 채택하고 우리가 향상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앎의 두 가지 체계

조종사들이 희생될 수 있는 착각의 종류는 무수히 많으며(‘기울기’, ‘묘지 선회’, ‘블랙홀 접근’ 등 독설적인 이름을 얻은 것도 있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바로잡지 못한 채 공중 한복판에서 분투하는 조종사의 섬뜩한 마지막 말들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도 많이 있다. 공간감각 상실은 2000년 10월의 어느 날 밤 뇌우를 뚫고 비행하던 미주리 주지사 멜 카너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추락사고와 1999년 7월의 안개 낀 어느 날 밤 마서즈 빈야드 앞바다에서 존 F. 케네디 주니어와 그의 아내가 죽음을 맞은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중화항공 사건은 좋게 끝났지만 이 사건에 대한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보고서는 전문성과 훈련이 1번 체계의 착각에 얼마나 빨리 장악될 수 있는지 잘 드러낸다. 이것이 바로 의식적 분석과 추론을 맡아 비행 계기판에 늘 주의를 기울이는 2번 체계를 훈련해야 하는 이유다.3

착각과 기억 왜곡

영화감독 에롤 모리스(Errol Morris)는 착각에 관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일련의 글에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을 인용했다. 인간은 ‘동기가 있는 추론’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으며, 혹은 더닝이 말했듯이 “진짜 천재적인 사람들은 불편한 결론이 진실임을 부정하는 동시에 마음에 드는 결론을 자신에게 열심히 설득한다.”는 이야기였다.4 (영국 수상이었던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는 자신의 정적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양심은 인도자가 아니라 공범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번 체계와 2번 체계의 판단이 잘못될 수 있는 길은 많이 있다. 우리는 조종사들이 겪는 지각적 착각, 틀린 이야기, 기억의 왜곡, 새로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상태, 다양한 인지적 편향에 휩쓸리기 쉽다. 여기서는 현실에 맞추어 생각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런 많은 위험들에 대해 설명하고, 조종사들이 계기판을 훑어보았던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호하고 임의적인 사건들에 불편함을 느끼고, 거기서 발생한 이야기에 대한 갈망(hunger for narrative)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놀라운 일이 일어나면 그에 대한 설명을 찾으려고 한다. 모호함을 해결하려는 충동은 놀라울 정도로 강렬하다. 그 대상이 사소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서, 독해와 애너그램 푸는 능력을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고 과제를 수행하던 참가자들이 집중을 방해하는 전화통화 소리를 듣게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통화에서 한쪽이 말하는 것만 들었고 나머지는 양쪽의 대화를 들었다. 이들은 연구의 진짜 주제가 뭔지 모른 채,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읽기와 애너그램 풀이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 결과 무심코 엿들은 이 참가자들은 양쪽의 대화를 다 들었을 때보다 한쪽만 들었을 때 주의를 더 많이 빼앗겼고 통화 내용도 더 잘 기억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대화의 반만 엿들었을 때는 나머지 반을 추론해서 대화를 완성하려는 충동에 강하게 이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자들이 언급하듯 이 연구는 공공장소에서의 통화가 왜 그렇게 거슬리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우리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합리적인 설명으로 채우는 데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모호함과 임의성에 대한 불편함은 삶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욕구와 같거나 그 이상으로 강렬하다. 우리는 주변 환경과 일어나는 일들, 자신의 선택들을 응집력 있는 하나의 이야기에 들어맞게 하려고 애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이것은 다 같이 공유하는 문화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각자 과거에 경험한 독특한 사건을 설명하는 의견들로 짜인 이야기다. 모든 경험은 현재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를지,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왜 나 이전에는 우리 가족 중에 대학에 간 사람이 없는가? 왜 아버지는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된 적이 없는가? 왜 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가?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야기에 끌린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와 기억은 하나가 된다. 의미 있게 정리한 기억은 더 잘 기억된다. 이야기는 의미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험과 정보를 의미로 채우기 위한 정신적 틀도 제공한다. 요컨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확립한 생각에 맞춰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것이다.소설을 읽은 독자에게 소설 속 주인공이 갈등 끝에 내린 선택에 대해 설명하라고 해보면 그 인물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인생 경험을 완전히 떼어서 생각할 수 있는 독자는 없다. 마술사나 정치가, 소설가의 성공은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기꺼이 믿어주는지에 달려 있다. 이것이 정치 논쟁만큼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도 없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동체 모임, 대중 매체에 모여 공통의 목적을 찾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고 사람들과 정치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신들의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느끼는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것이다.변화할 수 있다는 기억의 특성이 지각을 왜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에 필수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혼란스러운 역설이다. 여러분도 이제 잘 알겠지만 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경로를 강화한다. 또한 이렇게 기억을 강화하고, 확장하고, 수정하는 능력은 배운 것을 더욱 깊이 새겨야 할 때,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이미 아는 것과 이미 할 수 있는 것에 더욱 넓게 연결할 때 중심 역할을 한다. 기억은 구글 검색 알고리즘과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배운 지식을 기존의 지식과 더 많이 연결할수록, 기억과 많은 연결고리를 형성할수록(예를 들면 기억을 시각적 이미지, 장소, 더 자세한 이야기에 링크할수록) 그 기억을 나중에 검색하고 인출하는 데 쓰일 정신적 단서가 많아진다. 이렇게 늘어난 정신적 단서의 용량은 어떤 일에 조치를 취하고 세상에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능력을 높인다. 이와 동시에 기억은 서로 경합하는 감정, 암시, 이야기의 영향을 조율하며 형태가 바뀌므로 우리는 자기 자신이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기억이라 해도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억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석하고, 좀 더 논리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아무것도 없는 곳에 질서를 부여한다. 기억은 재현이다. 어떤 사건의 모든 면을 기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기억하고 자신의 이야기와 잘 맞지만 객관적으로 틀렸을 수도 있는 세부 사항으로 빈틈을 채운다.

상상 팽창  

imagination inflation)은 어떤 사건을 생생하게 상상하라고 요청받았던 사람들이 나중에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사전에 “손으로 유리를 깬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성인들은 나중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는다는 응답을 할 확률이 높았다.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그런 사건을 상상하는데, 그 상상하는 행위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쉽게 믿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그런 과정 없이 질문에 즉석으로 대답만 한 다른 집단과 비교했을 때).생생하게 상상했던 그 가상의 사건에 대한 기억은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만큼 확고한 듯하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될 때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던지면, 그 아이는 질문을 받은 사건을 상상하고 나중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으로 ‘기억’하게 된다.7 (물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아동의 성적 학대에 대한 기억은 전적으로 사실인 경우가 많고 사건 직후 바로 보고된 경우에 더욱 그렇다.)  

기억 착각의 또 다른 유형은 암시(suggestion)에 의한 것이다. 암시에 의한 착각은 질문을 받았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는 듯하다. 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교차로에서 정지 표지판을 무시하고 달리던 차가 다른 차와 충돌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 차들이 ‘접촉’했을 때 속도가 어땠을지 판단하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시속 51킬로미터라고 답했다. 차가 ‘충돌’했을 때의 속도가 어땠을지 판단하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시속 66킬로미터라고 추정했다. 제한 속도가 시속 48킬로미터였다고 가정하고 두 번째 방식(충돌)으로 질문한 경우, 첫 번째 방식(접촉)으로 물었을 때에 비해 운전자가 속도위반으로 걸렸을 것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았다. 사법 체계에서는 목격자에게 ‘유도 질문(특정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는 것의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암시는 매우 미묘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위에 언급한 사례에서 실제로 두 자동차는 ‘서로 충돌’했다.8  

다른 사건에 간섭(interference)을 받을 때도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범죄 발생 직후에 경찰이 목격자와 면담을 하면서 용의자의 사진 여러 장을 보여준다고 해보자. 시간이 지나 결국 경찰은 목격자가 보았던 사진 중에 있었던 인물을 피의자로 체포했다. 이제 목격자가 용의자 사진들을 보게 되면 전에 사진을 본 사람들 중 한 명을 범죄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 잘못 지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있는 아주 생생한 사례로 호주 심리학자인 도널드 M. 톰슨(Donald M. Thomson)에게 일어났던 일을 들 수 있다. 시드니에서 한 여성이 한낮에 TV를 보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연 그녀는 공격당하고 강간당한 뒤 의식을 잃은 채 방치되었다. 정신이 든 그녀가 경찰에 연락하자 구조하러 온 경찰은 폭행범에 대해 묻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시드니 거리를 걷고 있는 도널드 톰슨을 발견했다. 그는 폭행범에 대한 묘사와 일치했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톰슨을 체포했다. 나중에 톰슨은 강간이 일어난 바로 그때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인터뷰를 받고 있었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경찰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그를 심문하면서 조롱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 피해자가 그 방송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경찰에게 묘사한 범인의 인상착의는 강간범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보고 있던 도널드 톰슨의 모습이었다. 그녀의 1번 체계, 빠르지만 가끔 실수를 하는 그 사고 체계가 아마도 극단적인 감정 상태 때문에 잘못된 묘사를 제공했던 것이다.10  

심리학자들이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고 부르는 현상은 자신이 이미 능숙하게 익힌 지식이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처음으로 배우거나 과제를 수행할 때 더 짧은 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교사들은 종종 이 착각을 경험한다. 미적분학을 가르치는 교사는 미적분학이 아주 쉽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해서 끙끙대는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지식의 저주 효과는 사후해석 편향(hindsight bias), 혹은 종종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 효과(knew-it-all-along effect), 후견지명 효과라고 불리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이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예상 가능했다고 평가하는 오류다. 주식 전문가는 저녁 뉴스에서 그날 주식 시장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그날 아침에는 그렇게 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더라도 말이다.11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안다는 느낌(the feeling of knowing)에 빠지고 그 착각이 사실이라고 믿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사실이 아니지만 반복되는 정치적 주장이나 광고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특히 감정에 호소할 때 더욱 그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들은 적 있는 것을 또 한 번 듣게 되면 익숙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이 기억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 선전의 세계에서는 이것을 ‘새빨간 거짓말(the big lie)’ 기법이라고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도 자꾸 들으면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다. 

유창성 착각

fluency illusion)은 텍스트에 유창한 것을 내용에 숙달한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어려운 개념을 특히 명료하게 표현한 자료를 읽는다고 해보자. 자료를 읽으면서 그 개념이 정말로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다 아는 것이었다는 생각마저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교재를 반복해서 읽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교재를 여러 번 읽어서 익숙한 것을 그 과목에 대해 이용 가능한 지식을 얻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고, 그 결과 자신이 시험에서 얻을 성적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우리의 기억은 사회적 영향을 받기도 한다. 즉 우리는 기억을 주변 사람들의 기억과 맞추어 조정하려고 한다. 과거의 경험을 추억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누군가 그 이야기에 잘못된 세부 사항을 덧붙이면 우리는 그것을 자신의 기억에 받아들이고 나중에 잘못된 세부 사항까지 같이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을 ‘기억 동조(memory conformity)’ 혹은 ‘기억의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 of memory)’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오류는 다른 사람의 기억에 ‘감염(infect)’될 수 있다. 물론 사회적 영향이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 우리에게 희미하게만 남아 있던 사건을 누군가 자세히 회상한다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릴 때 더 새로워지고 정확한 기록을 자세히 담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12  

기억에 대한 확신은 그 기억이 정확함을 말해주는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에 대한 생생함을 넘어 거의 사실에 가까운 기억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을 수 있지만, 사실 그 기억이 전부 틀렸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나 9·11테러와 관련된 사건들 같은 국가적 비극은 심리학자들이 ‘섬광 기억(flashbulb memory)’이라고 부르는 기억을 형성한다. 이 용어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그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등 머릿속에 남는 생생한 이미지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섬광 기억은 머릿속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참사의 대체적인 윤곽이 언론에서 발표한 대로 낱낱이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건을 둘러싼 개인적 상황에 대한 기억은 반드시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 중 9·11 사건에 대한 미국인 1500명의 기억을 조사한 일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9·11 사건 이후 일주일, 1년, 3년, 10년이 지난 시점에 응답자들의 기억을 조사했다. 응답자들의 가장 감정적인 기억은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순간의 개인적이고 자세한 상황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이 기억은 그들이 가장 확신하는 기억이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9·11에 대한 다른 기억과 비교할 때 시간에 따라 가장 많이 변한 기억이기도 했다.14  

심성 모형의 효과

무언가를 더 잘 알수록 가르치기는 더 어려워진다. 하버드 대학교의 물리학자이자 교육자인 에릭 마주르(Eric Mazur)의 말이다. 왜 그럴까? 복잡한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어갈수록 그 영역의 심성 모형도 복잡해지고, 그것을 구성하는 각각의 단계는 희미해져 기억의 배경으로 넘어간다(지식의 저주). 예를 들면 물리학자는 일하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를 푸는 데 사용하는 물리 법칙이 있을 것이고, 그 법칙이 가득한 자료실을 머릿속에 만들 것이다. 그 자료실에는 뉴턴의 운동 법칙, 운동량 보존의 법칙 등이 있을 것이다. 물리학자는 근본 원리에 따라 문제의 유형을 나누겠지만 미숙한 학생은 문제에서 다루는 장치, 즉 도르래나 빗면 같은 표면 세부 특징(surface features, 문제의 해결에 부적절한 세부 특징-옮긴이)의 유사점을 기준으로 나눌 것이다.어느 날 신경외과 의사 마이크 에버솔드는 수술실에서 호출을 받았다. 외과 수련의에게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던 환자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을 도와주어야 했다. 대개 종양을 잘라내는 모범답안은 서두르지 않고 종양 주변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깔끔하게 절제하고 주변 신경을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종양이 뇌 안에 있고 그 뒤쪽으로 출혈이 있다면 뇌에 압력이 가해져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대신 그 반대의 태도가 필요하다. 피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종양을 재빨리 잘라낸 다음에 출혈을 막는 것이다. 에버솔드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과감한 조치를 하기가 조금 겁나기도 하죠. 썩 괜찮은 기술은 아니지만, 최대한 빨리 조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내가 아느냐 모르느냐에 환자의 생사가 달려 있어요.” 에버솔드의 도움을 받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아기가 모르는 사람을 빠빠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 심성 모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익숙해 보이는 상황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 다른 해결책에 손을 뻗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지 알아야 한다.

미숙함과 그것을 모르는 상태

무능한 사람은 능력을 향상시킬 기술이 부족하다. 무능과 유능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위 인지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 힘입어, 이 현상은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이름을 따서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부른다. 이들의 연구는 무능한 사람이 자신의 유능함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수행과 바람직한 수행의 불일치를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주제에 대한 첫 논문의 제목이 ‘미숙함과 그것을 모르는 상태’였다. 또한 더닝과 크루거는 무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수행을 좀 더 정확히 판단하는 기술, 즉 상위 인지를 정밀하게 다듬는 법을 배우면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를 얻은 연구들 가운데 하나로 학생들에게 논리적 사고를 검사하는 문제를 주고 자신의 수행을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올바른 판단인지 점검하는 습관

가장 중요한 것은 잦은 시험과 인출 연습을 통해 자신이 실제로 아는 부분과 안다고 착각하는 부분을 확인하는 일이다. 수업 시간에 부담이 적은 시험을 자주 보면 도움이 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하는 것인지 실제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따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밝힐 수 있다. 앤드루 소벨이 정치경제학 수업에서 시행하는,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시험 범위를 누적해서 실시하는 쪽지 시험은 배운 것을 기억에 통합하고 특정 단계에서 배운 개념을 나중에 배울 새로운 자료에 적용하는 데 특히 강력한 도움이 된다. 학생들은 플래시 카드 기법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핵심 개념을 표현하는 기법과 (아래에서 곧 설명할) 동료 교수법(peer instructio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숙련도를 확인할 수 있다.두어 번 이해했다고 해서 시험 범위에서 빼버리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지식이라면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또한 집중 연습으로 얻은 순간적인 이득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시간 간격을 두고 시험을 보고, 다양하게 변화를 주어 연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습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6장 학습 유형이라는 신화 

출발부터 능동적인 학습  

브루스는 부유한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똑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자신에게 없는 지식이 있을 뿐이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지식을 그가 어떻게 얻었는지 살펴보면 그의 학습 방식이 드러난다. 브루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계획에 뛰어들어 자신의 안목과 판단력을 개선할 수 있는 교훈을 이끌어냈다. 그는 배운 것을 바탕으로 투자에 관한 심성 모형을 만들었고, 그것을 이용해서 더 복잡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는 한편 관련 없는 정보 더미에서 작고 덜 중요한 세부 항목은 무시하고 최종적인 이득을 향해 나아갔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동을 ‘규칙 학습(rule learning)’과 ‘구조 형성(structure building)’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경험에서 근본적인 원리나 규칙을 뽑아내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경험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적용할 교훈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훨씬 성공적인 학습자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 맞닥뜨린 문제의 부차적인 정보들에서 핵심 개념을 추려내고 이 핵심 개념을 심성 모형과 연결하는 사람은 밀알과 겨를 가려내지 못하고 밀이 어떻게 밀가루로 만들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성공적인 학습자다.

다른 학습 유형 이론과 자료는 또 다른 기준에 바탕을 둔다. 흔히 이용되는 이론 중 하나는 케네스 던(Kenneth Dunn)과 리타 던(Rita Dunn)의 연구를 토대로 한 것으로 개인 학습 유형의 여섯 가지 측면, 즉 환경, 감정, 사회학, 지각, 생리학, 심리학적 측면을 평가한다. 다른 모형들은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유형을 평가한다.

●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유형 대 추상적으로 인식하는 유형  

● 능동적으로 실험하며 정보를 처리하는 유형 대 깊이 생각하며 관찰하는 유형  

● 무작위로 구성하는 유형 대 순서대로 구성하는 유형  

성공 지능 

지능은 우리가 중요한 차이를 낳는다고 여기는 학습 요인이다. 하지만 정확히 지능이란 무엇일까? 모든 사회에는 서구 문화에서 통용되는 지능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다. 지적 능력을 설명하고 잠재력을 적절히 나타내려면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심리학자들이 이 개념을 측정하려고 노력해온 20세기 초반부터 100년 이상 존재해온 과제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사람에게 적어도 두 가지의 지능이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인다. 유동 지능(fluid intelligence)은 추론하고, 관계를 발견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한 문제를 다루는 동안 머릿속에 정보를 담고 있는 능력이다. 결정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과거의 학습과 경험을 토대로 만든 절차나 심성 모형, 그리고 세상에 대해 축적한 지식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지능의 작용으로 배우고, 추론하고, 문제를 풀 수 있다.7  

우리에게 여덟 종류의 지능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 논리ㆍ수학적 지능 :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숫자와 추상적 개념 등을 다루는 능력  

● 공간적 지능 : 3차원적 판단을 할 수 있고 마음의 눈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능력  

● 언어적 지능 : 언어를 다루는 능력  

● 운동 감각적 지능 : 신체적인 민첩함과 몸을 통제하는 능력  

● 음악적 지능 : 소리, 박자, 음, 음악에 대한 민감성  

● 대인관계 지능 : 다른 사람을 ‘읽고’ 잘 어울리는 능력  

● 자기이해 지능 : 자기 자신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 능력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  

● 자연탐구 지능 : 자연 환경을 분류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예를 들면 정원사, 사냥꾼, 요리사가 이용하는 지능)  

가드너의 생각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 지능들은 언어와 논리적 능력에 치중하여 지능을 정의하는 현대 서구의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학습 유형 이론과 마찬가지로 다중 지능(multiple intelligence) 모형은 교육자들이 제공하는 교육 경험을 다양화하는 데 도움이 되어왔다. 개인의 학습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 학습 유형 이론과 달리 다중 지능 이론은 타고난 능력을 더욱 다양하게 계발할 수 있게 해준다. 두 이론의 공통점은 경험적으로 입증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가드너 자신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여러 지능이 혼합된 특정인의 지능을 규정하는 일은 과학보다 예술에 가깝다고 인정한다.8  이렇게 IQ가 측정하지 못하는 영역을 측정하기 위해, 로버트 스턴버그는 성공 지능(Successful Intelligence)의 삼위일체 이론(three part theory)을 내놓았다. 분석적 지능은 보통 시험에 나오는 문제 해결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창의적 지능은 새롭고 비일상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기술을 통합하고 응용하는 능력이다. 실용적 지능은 구체적인 환경에서 해야 하는 일을 이해하고 실행함으로써 일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지능이 높은 사람을 가리켜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특정한 상황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 가운데 많은 부분이 표준적인 IQ 검사나 적성검사로는 측정되지 않는다. 이런 검사들은 중요한 능력을 간과할 수 있다.

역동적 평가

역동적 평가는 세 단계로 진행된다.    

● 1단계 : 어떤 경험이나 필기시험 같은 일종의 시험을 통해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한 곳을 알려준다.  

● 2단계 : 반추, 연습, 간격 두기 등 효과적인 학습 기법을 사용하여 더욱 능숙해지는 데 전념한다.  

● 3단계 : 자신을 다시 테스트하고 어느 영역에서 잘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며, 특히 더 노력해야 할 부분에 유의한다.  

아기는 첫 걸음마를 하면서 역동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단편 소설을 쓸 때, 글 쓰는 친구들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은 뒤 수정해서 다시 가져온다면 역동적 평가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 익혀야 할 기술을 배우고   자신에게 잠재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적 능력이나 타고난 한계같이 자신의 통제를 넘어서는 요인에 따라 인지적 기술이든 손재주든 그 분야에서 수행의 상한선이 정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그 수준을 끌어올림으로써 대부분의 영역에서 최고의 잠재력에 가깝게 수행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12  

구조 형성

학습 유형 이론에서 주장하는 차이와는 다르지만, 학습 방식에서 인지적 차이라는 것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이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 심리학자들이 구조 형성(structure building)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구조 형성이란 새로운 자료를 접할 때 핵심 내용을 뽑아내서 그것으로 일관성 있는 정신적 구조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 정신적 구조는 심성 모형이나 심적 지도라고도 불린다. 구조 형성을 잘하는 사람은 구조 형성을 잘 못하는 사람에 비해 새로운 내용을 더욱 잘 배운다. 후자는 핵심 내용과 상관없거나 그와 경합하는 정보를 치워버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너무 많은 개념을 붙잡고 있어서 심화 학습을 위한 토대가 될, 쓸 만한 모형(혹은 전반적인 구조)으로 요약하지 못한다.  구조 형성 이론은 레고 블록으로 마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데가 있다. 새로운 과목을 배우기 전에 맛보기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해보자. 온갖 개념이 가득한 교재를 읽기 시작해서 곧 거기 실린 지식으로 일관성 있는 심성 모형을 만드는 데 착수할 것이다. 레고 조각이 가득한 상자를 하나 받는 것으로 시작해서 곧 상자에 인쇄된 사진을 따라 마을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에 비유해보자. 조각을 버리기도 하고 몇 무더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먼저 도로와 인도를 배치함으로써 구역을 대충 정하고 중심 장소들을 설계한다. 그런 다음 아파트 건물, 학교, 병원, 운동 경기장, 쇼핑몰, 소방서 등 마을을 구성하는 요소에 따라 남은 조각들을 분류한다. 이 요소들은 교재의 중심 내용과 같고, 조각을 하나씩 끼워넣을 때마다 조금씩 형태가 잡힌다. 이 중심 내용들은 함께 모여서 마을이라는 더 큰 구조를 형성한다.

규칙 학습 대 사례 학습  

두 가지 가상의 문제를 살펴보자. 이 문제들은 규칙 학습을 설명하는 연구에 쓰인다. 한 문제는 해자로 둘러싸인 성을 공격해야 하는 장군의 군대 이야기다. 첩자가 알아보니 성주가 해자를 건너갈 수 있는 다리에 지뢰를 설치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갈 수 있는 것은 소수의 인원뿐이고, 성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리를 통해 연료와 음식을 들여올 수 있다. 대규모 군대를 이끄는 장군은 지뢰를 터뜨리지 않고 어떻게 그 다리를 건너 성을 공격할 수 있을까?또 다른 문제는 수술할 수 없는 종양에 대한 문제다. 이 종양은 레이저로 제거할 수 있지만 레이저가 건강한 조직을 꿰뚫고 지나가야 한다. 종양을 제거할 정도로 충분한 강도의 레이저는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킨다. 건강한 조직을 훼손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이 연구에서 학생들은 두 문제의 공통점을 발견하도록 지도를 받기 전까지 해법을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공통점을 찾으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발견한다. (1) 두 문제 다 큰 힘이 하나의 표적에 겨냥되도록 해야 한다. (2)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힘을 최대한 집중시켜 하나의 경로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 약한 힘이 표적에 전달될 수는 있으나 약한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런 공통점을 확인하고 나면 학생들은 큰 힘을 작은 힘으로 분산하여 지뢰를 터뜨리거나 건강한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안으로 힘을 전달한 뒤 다양한 경로로 힘을 모으는 해결책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이런 공통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발견한 후에는 다양한 수렴성 문제 혹은 중첩성 문제(convergence problems)를 풀 수 있다.14  

그곳에 있었다면 우리도 화물칸을 샀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공급과 수요의 근본 원리가 같을지라도 이 일은 폭죽으로 가방을 채우는 것과는 다르다. 제대로 된 화물칸을 구입해야 하고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노하우라고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작용하는 근본 원리들을 이해하고 부분의 합보다 더 큰 구조에 끼워 맞출 수 있을 때까지 지식은 노하우가 아니다. 노하우는 일에 착수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식이다.

학습 유형 넘어서기  

성공적인 학습자가 되려면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구하라. 영업 강좌에서 오래 전부터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오두막집 안에서 사슴을 잡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학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뭔가를 구하려면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서 찾아다녀야 한다. 특히 복잡한 생각이나 기술, 절차에 통달하는 것은 일종의 여정이다. 시험 점수나 코치에게 배운 기술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으며 나이가 들고 백발이 되면서 저절로 익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 지능의 개념을 받아들여라

넓게 생각하라. 선호하는 학습 유형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모든 ‘지능’을 이용하여 원하는 지식이나 기술에 통달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이 계속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약점을 발견하여 그 영역에서 자신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학습 전략으로 역동적 평가를 연습하라. 강점에 의지하는 것도 현명한 일이지만, 시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부진한 영역을 꾸준히 개선하면 훨씬 더 유능하고 다재다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능동적인 학습 전략을 채택하라  

인출 연습, 간격 두기, 교차 연습 등을 전략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어라. 난독증을 딛고서 성공한 사람들처럼 자신의 적성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기술을 연마하거나 차선책을 개발하라. 가장 좋은 느낌이 드는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조종사가 계기판을 확인하듯 퀴즈, 동료의 평가 등 5장에서 설명한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목표로 다가가는 데 현재의 전략이 효과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공부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지적으로 더욱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은 학습에 깊이와 지속성을 더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근본 원리를 이끌어내고 구조를 형성하라  

자신이 사례 중심 학습자라면 한 번에 하나씩이 아니라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예를 공부하면서 서로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발견한 점들이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차이에 해당하는지, 같은 해법으로 풀 수 있게 하는 공통점인지 알아야 한다.자신의 생각이나 원하는 능력을 작은 요소들로 나눠보라. 자신이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구조를 잘 형성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거나 사례 중심 학습자라고 생각한다면 가끔 공부를 멈추고 중심 내용이 무엇인지, 규칙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라. 각각의 개념을 설명하고 그것과 관련된 점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것이 중요한 내용이고 어떤 것이 뒷받침하는 내용이나 세부 내용인가? 자체 시험을 본다면 중심 내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중심 내용을 붙들고 있는 틀이나 받침대를 어떤 식으로 상상할 수 있는가? 나선계단 비유를 빌려와서 브루스 헨드리의 투자 모형 구조를 살펴본다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나선계단은 중심 기둥, 디딤판(tread), 계단의 수직면인 챌판(riser)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중심 기둥은 계단 아래 서 있는 사람과 그가 가고 싶은 곳인 위층을 이어주며, 투자 기회에 해당한다. 디딤판은 거래를 할 때마다 돈을 잃거나 다시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챌판은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 디딤판과 챌판은 계단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 거래가 매력적이기 위해 둘 다 있어야 한다. 화물칸의 잔존가치에 대한 지식은 디딤판이다. 

브루스는 투자금보다 적은 돈을 가져가지는 않으리라는 지식이 있다. 또 다른 디딤판은 그의 자본이 묶여 있는 동안 보장된 임대 소득이다. 그러면 챌판은 무엇에 해당할까? 곧 닥쳐올 공급부족 상황, 즉 화물칸의 가치를 높여줄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구조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나무는 뿌리, 기둥, 가지가 있다. 마을은 거리와 블록, 집, 가게, 사무실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의 구조는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 관련되어 있는지, 텅 빈 곳에 이 요소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면 존재하지 않을 활기와 의미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근본 원리들을 이끌어내고 구조를 만들면서 우리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노하우를 얻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렇게 능숙해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7장 꾸준한 노력은 뇌를 변화 시킨다 

뇌는 놀라울 정도로 가소성이 높다. 신경과학에서 쓰는 이 용어는 대부분의 나이든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지적 능력의 향상에 대해 논의할 이 장에서는 평생 변할 수 있는 뇌와 관련하여 과학계에서 탐구하고 있는 몇 가지 의문들과 함께, 뇌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IQ를 높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이미 갖춘 지적 능력에서 더욱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인지적 전략을 설명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아기의 뇌는 초창기 국가와 같다. 1846년 원정대를 이끌고 푸에블로 데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한 존 프리몬트(John Fremont)는 서부 영토를 멕시코에게서 가져오기 위해 미군 진영에 합류했다. 당시 워싱턴에 있는 제임스 포크(James Polk) 대통령에게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의 대원 키트 카슨(Kit Carson)을 노새에 태워 대륙을 가로질러 가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산과 사막, 황무지, 대초원을 거쳐 멀리 돌아가는 그 여정은 거의 96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였다. 프리몬트는 카슨을 재촉해서 중간에 멈추지도 못하게 했고 노새가 지쳐 갈아타야 할 때가 되면 잡아먹으면서 계속 길을 가게 했다. 그런 여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이 그만큼 미개발된 상태였음을 알려준다. 키 162센티미터에 체중 63킬로그램인 카슨은 대륙의 한쪽 해안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해안까지 소식을 전하러 가기에 가장 알맞은 사람이었다. 미국 대륙의 끝없는 자연 자산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이 나라에는 역량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강대한 나라가 되려면 도시, 대학교, 공장, 농장, 항구 도시, 도로, 철도, 그리고 그것들을 이어줄 전신선이 필요했다.2

뇌도 이와 같다. 누구나 유전자에서 받은 원료를 가지고 세상에 나오지만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습과 심성 모형의 발달이 필요하고 추론, 문제 해결, 창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신경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뇌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며 지적 잠재력도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생각하도록 교육받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평균 IQ는 지난 1세기 동안 생활 조건의 변화에 따라 상승했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뇌졸중이나 사고로 뇌손상을 겪을 경우, 뇌가 손상된 영역의 역할을 가까운 신경망이 대신 맡도록 임무를 재배정하여 환자가 잃었던 능력을 되찾는 경우를 보아왔다. 제임스 패터슨과 넬슨 델리스 같은 ‘기억력 선수’들의 대회는 놀라운 인출 행위를 수행하도록 훈련한 사람들 사이에서 국제적인 스포츠로 떠올랐다. 의료, 과학, 음악, 체스, 운동 분야 등에서의 전문적 수행은 단순히 선천적 재능의 산물이 아니라 수천 시간의 열성적인 연습으로 층층이 쌓인 기술의 결과다. 요컨대 현대의 기록과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과 인간의 뇌는 과학자들이 불과 수십 년 전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준보다 훨씬 대단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  

습관 형성에 대한 연구는 신경가소성에 흥미로운 관점을 더한다. 목표를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할 때 쓰이는 신경 회로는 습관의 결과로 자동적인 행동을 할 때 쓰이는 신경 회로와 다르다. 습관적인 행동은 뇌 안쪽에 있는 기저핵에서 담당한다. 어떤 종류의 지식이나 기술, 특히 운동 기술이나 연속적인 과제를 오랫동안 훈련하고 반복하면 그것이 이 안쪽 영역에 기록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은 안구 운동과 같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제하는 영역이다.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뇌는 연속적인 운동 동작과 인지적 행위를 한데 묶어 단일한 절차로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반응 속도를 상당히 늦추는 의식적인 결정이 생략됨으로써, 연습하던 행동은 반사적인 행동이 된다. 즉 처음에는 목적을 위해 스스로 가르치면서 행동해야 하지만 나중에는 자극만 있으면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렇게 행동을 묶는 단계, 즉 청킹(chunking)이 어떻게 고도로 효율적이고 통합된 학습의 기능을 하는지 설명하면서 ‘매크로(macro, 컴퓨터에서 같은 명령을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쓰이는 단축 기능-옮긴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습관 형성에 필수적 단계인 청킹에 대한 이론들은 스포츠 분야에서 어떻게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며 순식간에 연결된 동작들이 펼쳐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가가 어떻게 음표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전에 손가락을 움직이며 체스 선수가 말의 다양한 배치에 따라 무수히 가능한 방향과 결과를 어떻게 내다볼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청킹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대부분 타이핑할 때 이와 같은 재능을 선보인다.  

뇌의 지속적인 변화 가능성의 또 다른 중요한 신호는 기억과 지식을 통합하는 영역인 해마가 평생에 걸쳐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발견이다. 신경 발생(neurogenesis) 혹은 신경세포 생성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뇌가 물리적 손상에서 회복하는 능력이나 인간의 평생 학습 능력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 발생과 학습 및 기억과의 관계는 새로이 탐구해야 할 영역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연관 학습(associative learning, 즉 이름과 얼굴처럼 관련 없는 항목의 관계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이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을 더욱 많이 생성하도록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신경 발생의 증가가 새로운 학습에 착수하기 전에 시작된다는 사실은 뇌의 학습 의도를 보여준다. 또한 신경 발생 증가가 학습 활동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은 간격을 두고 노력을 들여 인출 연습을 할 경우 장기 기억과 기억의 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9학습과 기억은 신경이 관여하는 과정이다. 인출 연습, 간격 두기, 예행연습, 규칙 학습, 심성 모형의 형성이 학습과 기억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신경가소성의 증거다. 앤 바넷(Ann Barnet)과 리처드 바넷(Richard Barnet)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의 지적 발달은 “타고난 성향과 인생사 사이의 평생에 걸친 대화”라고 한다.10 이 대화의 특성이 무엇인지가 바로 이 장에서 계속해서 탐색할 핵심 질문이다.  

IQ는 변하는가  

두뇌 훈련

리처드 니스벳은 작은 유전적 차이가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게 하는 환경 ‘승수’에 대해 기술한다. 유전적으로 아주 조금 더 호기심이 강한 아이가 호기심을 충족하는 환경에 있다면 훨씬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이제 그 개념을 뒤집어 생각해보자. 유전적인 차이를 떠나 지금 내 지능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전략이나 행동은 없을까? 있다. 바로 성장 사고방식, 전문가처럼 연습하기, 기억의 단서 만들기다.

지능은 노력과 학습의 결과라고 믿는 성장 사고방식

폴 터프(Paul Tough)는 최근의 책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How Children Succeed)』에서 드웩의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들을 언급하면서 성공은 IQ보다 투지, 호기심, 끈기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성공의 필수 요소는 어린 시절 역경에 부딪히고 그것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터프의 책에 따르면 사회 최하층의 아동은 난관에 부딪혀 곤란을 겪고 자원 부족으로 허덕이기 때문에 성공을 경험할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반대로 최고의 환경에 있는 아이는 똑똑하다고 칭찬을 받으며 애지중지 여겨지고, 헬리콥터 부모(자녀의 주변을 맴돌면서 과잉보호하고 간섭하는 부모-옮긴이)가 곤경에서 구해주며, 실패하도록 허용된 적도 없고 자기가 주도하여 역경을 이겨낸 적도 없다. 이런 아이들 역시 살아가면서 성공에 필수적인 자질을 습득하지 못한다.19  

똑똑해 보이는 것에 집중할 때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목표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작은 위험은 물론이고 위대함으로 이어지는 대담하고 이상적인 활동 역시 피하게 된다. 캐롤 드웩의 말처럼 실패는 유용한 정보를 주고, 정말로 전념할 목표가 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드웩, 터프와 그 분야의 동료들이 꼭 알아두라고 강조하는 지침은 이것이다. 더 높은 수준의 학습과 성공에 필요한 가능성, 창의성, 끈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IQ보다도 훈련, 의지, 성장 사고방식이다. 드웩은 이렇게 말한다. “능동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까지 공부 기술은 아직 잠들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처럼 의도적 노력을 기울여 연습하기  

우리는 피아니스트, 체스 선수, 골퍼,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의 뛰어난 수행을 접하면서 그들의 천부적 재능에 경탄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그런 능력은 유전적 소인이나 높은 IQ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앤더스 에릭슨이 꾸준한 의도적 연습(sustained deliberate practice)이라고 부르는 수천 시간의 연습에서 나온다.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연습이라면, 의도적 연습은 차원이 다르다. 의도적 연습은 목표 지향적이고,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재의 수행 수준을 뛰어넘기 위한 반복적인 노력으로 구성된다.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적 수행은 점점 복잡해지는 수많은 패턴을 서서히 습득함으로써 완성된다고 여겨진다. 패턴은 엄청나게 다양한 상황에서 그때마다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을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 체스 챔피언을 관찰해보라. 그는 체스 말의 배치를 분석하면서 말을 움직일 수 있는 수많은 방법과 각각의 움직임이 초래할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의도적 연습의 특징인 분투, 실패, 문제 해결, 새로운 시도는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지식, 생리적 적응, 복잡한 심성 모형의 형성을 가능케 한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실물 크기의 인물 400명 이상을 마침내 모두 그려냈을 때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썼다고 전해진다.  

“내가 이렇게 뛰어난 기량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그 그림이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순전히 천재적인 재능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겠지만 그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노력과 헌신으로 보낸 4년의 고통스러운 세월이 필요했다.20  

의도적 연습은 보통 별로 즐겁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습자는 의도적 연습을 할 때 코치나 트레이너가 필요하다. 코치와 트레이너는 수행을 개선해야 할 부분을 확인해주고 세부적인 측면들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도와주며 정확하게 지각하고 판단하도록 피드백을 준다. 의도적 연습 과정에서 발휘되는 끈기와 노력은 더 수준 높은 수행에 맞추어 뇌와 생리 기능을 재편성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성취는 그 분야에만 국한된다. 한 분야에 능숙해진다고 해서 다른 영역에서 전문적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뇌를 재편성하는 연습의 간단한 예는 국소 근긴장이상증(focal hand dystonia)의 치료에서 나타난다. 국소 근긴장이상증은 피아니스트나 기타리스트의 반복적인 연주가 뇌를 재편성해서 마치 두 개의 손가락이 하나로 합쳐진 것처럼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 이들은 힘든 훈련을 계속함으로써 점점 손가락을 따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전문가들에게 가끔 불가사의한 재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가지 이유는 자기 분야의 복잡한 수행을 관찰하고 나중에 그 수행의 모든 면을 기억으로부터 끌어내 아주 세세하게 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복잡한 음계를 한 번 듣고 나서 재현할 수 있었던 음악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에릭슨의 말처럼 이 기술은 육감 같은 신비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뛰어난 지각과 기억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그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오랫동안 습득한 결과다.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수준을 달성한 사람들이라도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대부분 평범하다.에릭슨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평균적으로 투자한 시간은 1만 시간 또는 10년 동안의 연습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이렇게 투자한 시간들 중 혼자서 의도적인 연습을 했던 시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요컨대 전문적 수행은 유전적 경향이 아니라 연습의 질과 양에 따른 결과이며, 전문가가 되는 길은 그것을 이룰 동기와 시간이 있고 훈련을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다.  

기억의 단서 만들기

신체적 동작의 패턴을 일종의 안무로 생각하고 복잡한 선율을 미식축구 선수들이 주고받는 공으로 시각화하면서 ‘지도를 이해’하는 것은 모두 기억과 수행을 더욱 잘 떠오르게 하는 단서의 역할을 한다.회상을 계속한다면 복잡한 일도 제2의 천성이 될 수 있고, 기억을 도와주는 단서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뇌는 운동이나 인지적 행동들을 되풀이하여 사용함으로써 부호화하고 ‘묶어(청킹)’ 그것을 습관처럼 자동적으로 회상하고 적용할 수 있다.  

꾸준한 노력은 뇌를 변화시킨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실로 요약될 수 있다. 노력을 들인 학습은 뇌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고 역량을 키운다. 지적 능력이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뭘 그렇게까지 해?”라고 불평하는 말에 충분히 답이 된다. 노력을 하는 이유는 노력 그 자체가 능력의 범위를 넓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만들어가든, 어떤 사람이 되든, 어떤 능력이 있든 마찬가지다.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성장 사고방식을 통해 평생에 걸쳐 꾸준히 이런 원리를 받아들이고 그 이득을 취하면서 살 수 있다.또 하나의 단순한 진실은, 복잡한 기술에 통달하거나 전문가가 되는 데는 대부분 타고난 재능보다 자기 훈련과 의지,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친구의 생일에 써주고 싶은 시든, 심리학의 고전적 조건형성이라는 개념이든, 하이든 5번 교향곡의 제2 바이올린 부분이든, 숙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렇다. 꾸준히 의도적인 연습을 하고 반복적으로 기술과 지식을 이용함으로써 전문적인 수행의 특징인 심도 깊은 부호화와 무의식적 통달을 완성할 때까지 의식적인 기억술은 배운 것을 조직하고 지식을 인출하기 위한 단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8장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무엇을 하려고 하든,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든,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학습 능력이다.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처방을 내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쳤다. 실증적 연구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를 늘어놓고 사례를 통해서 자세히 보여주면 어떻게 해야 그 아이디어들을 가장 잘 적용할지 독자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처방들이 제시되면 좋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제안에 따라 이 장을 추가했다. 먼저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위한 조언들을 제시하고, 그 다음에는 평생 학습자, 교육자, 트레이너들을 대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제시할 것이다. 학습의 근본 원리는 같지만 사람마다 배우는 내용은 다르다. 각자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그려볼 수 있도록 이러한 전략을 이미 발견하고 아주 훌륭하게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라.  

학생들을 위한 학습 조언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간단하지만 엄격한 전략을 따른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으며, 한번   
해본다면 그 결과에 놀랄 것이다.중요한 것을 배울 때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장애물에 부딪히기도 할 것이다. 장애물은 실패가 아니라 노력의 표시다. 장애물을 만나면 노력해야 하고 노력은 전문성을 기른다. 노력이 드는 학습은 뇌를 바꾸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심성 모형을 세우고, 능력을 향상시킨다. 지적 능력은 많은 부분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어려움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다음 내용은 학습 전략의 핵심 원리다. 여기에서 규칙을 만들어 습관을 들이고 시간을 체계적으로 사용하라.  

새로 배운 것을 인출하는 연습  

이 방식은 강조 표시가 되어 있는 교재와 필기를 반복해서 읽을 때만큼 생산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 배운 지식을 떠올리기 위해 애쓸 때마다 그 기억은 강화된다. 기억하려 애썼지만 기억나지 않았던 내용도 그 후에 다시 공부하면 더 확실히 배우게 된다. 지식이나 기술을 인출하려는 노력은 그 기억을 더욱 오래 가게 하며 나중에 그것을 떠올리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시간 간격을 둔 인출 연습

다양한 문제 유형을 섞어서 공부하기 

새로운 지식을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는 정교화  

나름대로 문제를 풀어보고 표현하는 생성  

배운 것을 검토하고 스스로 질문해보는 반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보는 측정

기억을 붙잡아두는 정신적 도구, 기억술

의대생 마이클 영 

마이클 영은 조지아 리젠트 대학교의 우수한 4학년 학생이다. 그는 공부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바닥이었던 성적을 끌어올렸다.그는 예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대에 들어왔다. 다른 친구들은 전부 생화학, 약리학 등의 바탕이 있었다. 어떤 환경이든 의대는 상당히 힘든 곳이지만 기초 없이 들어온 영에게는 훨씬 더 힘든 곳이었다.그의 앞에 놓인 난관은 곧 명백하게 드러났다. 주어진 시간을 모조리 교과 과정 공부에 쏟았지만 첫 시험에서 간신히 65점을 받았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박살난 거죠. 충격이 너무 컸어요. 어떻게 그렇게 어려울 수 있는지 믿지 못할 지경이었어요. 제가 전에 받았던 어떤 종류의 교육과도 달랐어요. 무슨 말이냐면, 수업에 들어가면 보통 40장 정도의 파워포인트를 보게 되는데 그 하나하나에 엄청 많은 내용이 들어 있는 거죠.”1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불가능했으므로 영은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그는 학습에 대한 실증적 연구 관련 자료를 읽기 시작하여 ‘시험 효과’에 깊이 매료되었다. 우리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이것이다. 영은 의대라는 환경에서 ‘간격을 두고 하는 인출 연습’을 어떻게 학습에 적용할지 묻는 이메일을 우리에게 보냈다. 그 스트레스 가득했던 시기를 돌아보며 영은 이렇게 말한다. “전 그냥 공부법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찾고 싶은 게 아니었어요. 의견은 누구나 있잖아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자료, 현실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했어요.”그가 어떻게 예과 과정 없이 의대에 들어갔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는 심리학 석사를 따고 임상 환경에서 일하다가 약물 중독 상담사가 되었다. 많은 의사들과 팀을 이루어 일하던 그는 의학을 하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천직을 놓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되었다. “제가 특별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더 해보고 싶었고,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가 없었어요.”어느 날 그는 조지아 콜럼버스에 있는 콜럼버스 주립대의 생물학과에 가서 의사가 되려면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그 질문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음, 이 학교 나와서 의사가 되는 사람은 없어요. 조지아 대학교나 조지아 공과대학교 사람들이 의대에 가죠. 여기서 의대에 간 사람은 10년간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말이에요.” 영은 흥미를 잃는 대신 몇 개의 강좌를 대충 꿰어맞췄다. 예를 들면 의대에서 요구하는 생물학적 바탕을 위해서 그가 콜럼버스 대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업은 낚시 수업이었다. 이것이 그의 생물학 과정이었다. 1년 동안 그는 의대 준비에 필요한 기초 중에서 그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 했다. 그 후 한 달 동안 의과대학 입학시험(MCAT)을 위해 몰아치듯 공부해서 겨우 합격선을 넘은 다음 조지아 리젠트 의대에 등록했다.  

이 시점에서 영은 정말로 고비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느꼈다. 첫 시험에서 모든 것이 너무나 확실해졌고, 앞으로의 일은 불 보듯 뻔했다. 공부 습관을 바꾸는 것이 조금이라도 난관을 이겨낼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전 주로 수업 자료를 열심히 읽었어요. 제가 아는 공부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거든요. 그것 말고 또 뭘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냥 읽다 보면 기억에 남질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효과적인 학습에 대한 연구들에서 배운 점은 그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당연히 중요한 건 기억에서 정보를 인출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이에요. 시험에서 해야 하는 게 그거잖아요. 공부하는 동안 그렇게 못하면 시험에서도 할 수 없겠죠.  

그는 점차 자신이 진짜 이해했는지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게 되었다. “공부하다 멈추고 이렇게 말해요. ‘좋아, 방금 뭘 읽었지? 이건 무슨 내용이지?’ 그러고 거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요. ‘내 생각에 이건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거야. 효소가 이렇게 하면 저건 저렇게 하고.’ 그런 다음에 다시 앞으로 가서 제가 딴소릴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했어요.”이 과정이 그저 자연스럽고 편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불편해요. 공부하다 멈춰서 지금 뭘 읽고 있는지 되묻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내서 시험을 보고 하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거든요.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공부할 건 많고, 그 와중에 속도가 늦어지면 엄청 불안해요.” 하지만 오랫동안 반복해서 자료를 읽는 데 몰두하는 기존의 공부법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했다. 인출 연습이 어려웠던 만큼 영은 적어도 효과를 볼 때까지 인출 연습에 더욱 매달렸다. “이 과정을 그냥 믿어야 해요. 저에겐 제일 큰 장애물이 이거였어요. 저 자신이 믿도록 하는 것 말이에요. 그리고 그 전략은 결국 정말 큰 효과가 있었죠.”정말 큰 효과가 있었다. 영은 200명의 학생들 중 최하위권이던 성적을 2학년이 시작될 무렵에는 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지금도 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영은 자신이 의대에서 간격을 둔 인출 연습과 정교화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이야기했다. 의대에서 맞닥뜨리는 두 가지 난관은 엄청난 양의 자료를 암기해야 한다는 점과 복잡한 체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한 영의 입장은 명쾌하다.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강의 내용이 파워포인트 400장에 들어 있다면 사소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되짚어볼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 이렇게 말해야 하죠. ‘이건 중요하고 이건 아니야.’ 의대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내는 게 관건이에요.”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해야 한다. “앞으로 돌아가서 복습할 때, 단순히 반복해서 읽는 대신 배운 내용이 떠오르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이게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는가? 항상 먼저 스스로 테스트해봐야 해요. 기억이 안 나면 돌아가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시도해봐야죠.”시간 간격을 두고 연습해야 한다. “간격을 두고 하는 연습이 얼마나 좋은 전략인지 알게 되고 꾸준히 결과를 얻고 나서부터는 그대로 따르기가 쉬웠어요. 그 과정을 믿을 수 있었고, 효과가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의미를 찾기 위해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을 감수한다. 영은 자료를 읽을 때 그 의미를 생각하는 한편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에 새기기 위해 정교화를 하느라 공부하는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도파민이 복측피개부(ventral tegmental area)에서 분비된다는 내용을 읽을 때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어요.” 이 말들이 그저 “뇌를 거쳐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도파민에 대한 설명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영은 더 깊이 파고 들어갔다. 복측피개부가 뇌의 어떤 구조인지 확인하고 그 모습을 살펴보았으며 마음의 눈으로 그 장면을 포착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해부학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눈으로 보기만 해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영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배우기에는 시간이 없지만 잠깐 멈춰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영의 인상적인 성과는 교수들과 동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개인 지도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이것은 학생들 중 소수만이 누리는 영광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 기법들을 가르쳐주었고 그 학생들 역시 성적이 오르고 있다.“인상적인 건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에요. 의대에서 아는 모든 친구에게 이 얘길 했더니 이제 그 친구들도 푹 빠졌어요.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배우는 법을 알고 싶어해요.”  

심리학 입문 수업의 티모시 펠로즈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 스티븐 매디건(Stephen Madigan) 교수는 ‘심리학 100’이라는 수업에서 한 수강생의 성적을 보고 놀랐다. “어려운 수업이에요. 제일 어려운 상급 교재를 사용하고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자료들이 있거든요. 수업이 4분의 3 정도 진행되고 나서 보니까 티모시 펠로즈라는 학생이 모든 수업 활동에서 90~95점을 받고 있더라고요. 시험, 과제, 단답형 시험, 선다형 시험을 통틀어서 말이에요. 굉장히 이례적인 점수였어요. 이 정도로 훌륭한 학생은 드문데, 확실히 특출한 학생이에요. 그래서 한번은 따로 불러내서 그의 공부 습관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어요.”2이때는 2005년이었다. 매디건은 펠로즈가 수업 외에 어떤 생활을 하는지 몰랐지만 학교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거나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마주치거나 하면서 그가 나름대로 학업 외의 생활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리학 전공은 아니었지만 심리학은 그 학생이 신경 쓰는 과목이어서 알고 있는 기법을 다 동원했다고 하더군요.”매디건은 펠로즈가 대충 설명해준 공부 습관 목록을 아직 가지고 있고, 그의 수업을 새로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소개한다고 했다. 그 중 중요한 점들은 다음과 같다.  

● 항상 수업 전에 배울 내용을 읽어간다.  

● 수업자료를 읽으면서 시험 문제를 예상하고 답해본다.  

● 읽은 것이 기억에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강의 중에 스스로 수사 의문문(rhetorical question, 답을 알면서 강조를 위해 사용하는 의문문-옮긴이)에 답해본다.  

● 학습 지침을 다시 살펴보고, 기억나지 않거나 모르는 용어를 찾아본 다음 그 용어들을 다시 공부한다.  

● 굵은 글씨로 쓰인 용어와 정의를 공책에 옮겨 쓰고 확실히 이해하도록 한다.  

● 교수가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연습 시험을 본다. 이것을 통해 자신이 모르는 개념들을 발견하고 확실히 공부한다.  

● 강의 정보를 자신이 설계한 학습 방향에 맞게 다시 편성한다.  

● 강의 중 자세히 설명했거나 중요한 개념들을 써서 머리맡에 붙인 다음 가끔 테스트해본다.  

● 수강 기간 동안 복습하는 사이사이 시간 간격을 둔다.  

펠로즈의 공부 습관은 간격을 둔 연습을 통해 배운 것이 시험 때까지 확실히 자리 잡도록 효과적인 전략을 꾸준히 실행하는 좋은 예다.  

평생 학습자들을 위한 조언

인출 연습-배우 너새니얼 풀러

너새니얼 풀러(Nathaniel Fuller)는 미니애폴리스 거스리 극장의 전문 배우다. 우리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 디너 파티에서 거스리 극장의 유명한 예술 감독인 조 다울링(Joe Dowling)이 우리 연구에 대해 듣자마자 풀러를 인터뷰해보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풀러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연습하지 않고도 자신이 대역을 맡은 배역의 대사와 동작을 완전히 익혀서 아슬아슬한 순간에 무대에 올라 맡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풀러는 몇 년에 걸쳐 여러 배역을 맡으면서 기술을 갈고 닦아온 숙련된 전문가다. 주역을 맡을 때도 많고 덜 중요한 역할을 맡는 동시에 주연 대역을 맡기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풀러는 새 대본을 받으면 서류철에 넣어 쭉 훑어본 다음 자기 대사에 강조 표시를 한다. “얼마나 기억해야 하는지 계산을 해봅니다. 하루에 얼마나 외울 수 있는지 측정해본 다음, 완전히 외울 수 있도록 일찍 연습을 시작하려고 노력하죠.”3 자기 대사에 강조 표시를 하는 이유는 쉽게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반복 읽기를 하며 강조 표시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대충 어떤 대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앞뒤 문맥도 파악합니다.”  

풀러는 다양한 형태의 인출 연습을 사용한다. 먼저, 대사 한 페이지 분량을 익힌다. 그 다음 빈 종이를 놓고 속으로 상대역의 대사를 하면서 자기 대사를 적는다. 상대역의 대사가 자기 대사를 기억나게 하는 단서의 역할을 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이 어떤 식으로든 자기 배역에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풀러는 자기 대사를 머릿속에 담은 채로 그것을 기억해내서 소리 내어 말해보고 정확한지 확인한다. 대사를 잘못 말하면 그 부분을 외운 다음 다시 말해본다. 제대로 말했으면 다음 구절로 넘어가는 식으로 계속한다.  

익혀야 하는 것들 중 절반은 언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입니다. 제가 특별히 기억을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가 깨달은 건 대본을 보지 않고 대사를 말해보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억을 하려면 고생을 해야 돼요. 저는 좀 이상하게 연습해요. 잘 안 된다 싶을 때 연습을 그만두죠. 그 다음 날 다시 해보면 역시 기억이 안 납니다. 제 동료들은 여기서 많이들 당황해요. 하지만 전 기억이 거기 그대로 있고 다음에는 조금 더 잘 생각날 거라고 믿어요. 그러고 나서 다음 대사를 새로 익힙니다. 그런 식으로 대본이 끝날 때까지 대사를 익히는 겁니다.”풀러는 대본을 조금씩 더 익히면서 익숙한 페이지와 장면에서 새로운 장면으로 끊임없이 나아간다. 그 전의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의미가 부여되고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극은 마치 실이 더해지면서 직조되는 직물처럼 점점 모양을 갖추어간다. 끝까지 연습하고 나면 풀러는 가장 생소한 마지막 장면에서 좀 더 익숙한 바로 앞 장면으로 가서 마지막 장면까지 연습한다. 그 다음에는 그보다 더 앞으로 가서 마지막 장면까지 연습한다. 이런 식으로 극이 시작하는 곳까지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서 연습한다. 이렇게 앞뒤를 오가는 연습은 풀러가 덜 익숙한 장면을 더 익숙한 장면과 이어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배역에 더욱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대사 익히기는 시각적인 작업이지만 (대본이 그렇게 제시되므로) 풀러는 이렇게 말한다.

“대사 익히기는 몸과 근육의 동작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인물이 되어 대사를 말해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려고 노력합니다.” 풀러는 대사가 어떤 단어들로 표현되었는지, 그 말의 느낌이 어떤지, 말할 때의 동작들이 어떻게 의미를 나타내는지 살펴본다. 또한 인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무대를 어떻게 가로질러 가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등 각각의 장면을 이끌어가는 감정을 드러내는 모든 측면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종류의 정교화 작업은 풀러가 배역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 인물과 더욱 깊이 교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풀러는 인출 연습을 실행하기도 한다. 글로 쓰인 대본 대신 이제는 자신이 파악한 대로 다른 배우들의 대사를 ‘그 인물이 되어’ 말하고 녹음한다. 손으로 녹음기를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한다. 엄지가 재생 버튼을 누르면 다른 인물들의 대사를 듣고, 멈춤 버튼을 누르면 녹음기로 들었던 다른 인물들의 대사를 단서로 삼아 자기 대사를 기억 속에서 인출한다. 정확히 해냈는지 의심이 들면 대본을 확인하고 나서 다시 대사를 말해본 다음 계속 장면을 진행한다.다른 배우의 대역을 맡았을 때는 감독과 배우들이 블로킹(연기자들이 세트와 서로의 배역에 맞게 동선을 맞추는 작업)을 하기 전에 거실을 블로킹이 진행되는 무대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연습해본다. 녹음기를 들고 다른 사람들의 대사를 듣고 자기 대사를 말하면서 장면을 진행한다. 상상한 장면 속에서 움직이고 상상의 소품에 반응하면서 배역에 물리적 차원을 더해간다. 배우가 리허설을 할 때 그 대역을 맡은 풀러는 객석 뒤쪽에서 관찰하면서 리허설에 맞추어 움직여본다. 집에서도 연습을 계속한다. 이제 확정된 연출과 동선대로 거실에서 가상의 무대에 맞추어 연기를 조정한다.풀러가 인출 연습, 간격 두기, 교차, 생성(배역의 마음, 움직임, 동기, 독특한 버릇), 정교화 등 학습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바람직한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이런 기법들을 통해 자기 자신과 청중이 배역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생성-작가 존 맥피의 글쓰기 방식

반추-항공기 조종사 체슬리 슐렌버거

정교화-피아니스트 델마 헌터

교육자를 위한 조언

모든 교육자는 자신의 교실에서 스스로 올바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제안하는, 학생들이 더욱 훌륭한 학습자가 되게 하는 전략들이 유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것들은 이미 일부 교사들이 실천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각자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바란다.  

학습의 원리부터 가르친다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바람직한 어려움’  

쪽지 시험  

수업 방식을 왜,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한다

워싱턴 대학교 생물학 교수, 메리 팻 웬더로스

[테스트 그룹]

[자유 회상] 


[요약표 만들기] 

[학습 정리]  

[블룸의 학습 분류 체계]

[과학 과목에서 성취도 차이 줄이기]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심리학 교수 마이클 D. 매튜스  

워싱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캐슬린 맥더모트

일리노이 컬럼비아의 공립 학교들

효과적인 직업 교육과 직무 연수  

이번에는 학교 교육 체계에 속하지 않은 다양한 상황에서 트레이너들이 학습 원리를 이용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새로운 상업적 훈련 시스템 Q스트림과 오스모시스

고객 스스로 해결책을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사업 코치 캐시 마익스너 

파머스 보험의 신입사원 훈련법  

직원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혁신한 지피 루브 대학  

현장 노동자가 업무 방식을 바꾸는 앤더슨 창호  

효과적인 학습을 통해 회사를 반석에 올린 이너게이트 침술  

감사의 글 

엘렌 브라운, 캐슬린 맥더모트, 헨리 모이어즈, 스티브 넬슨은 친절하게도 이 책의 초고와 몇 장을 골라 미리 읽어봐주었다. 과학 분야에서 으레 그렇듯이 출판사 쪽에서는 우리 동료인 과학계 인사를 다섯 명 선별하여 익명으로 원고를 검토하도록 했다. 나중에 이름을 밝힌 로버트 비욕, 대니얼 샥터, 댄 윌링햄,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마지막으로 이 책을 잘 만들기 위해 애써준 편집자 엘리자베스 놀, 그리고 하버드 대학 출판부의 통찰과 지도,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