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파 락트 - geondam pa lagteu

건담 파 락트 - geondam pa lagteu

그 이유는... 너무 디자인이 잘 나와줬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서 그에 마땅한 지분을 가져갈 것 같지는 않은 게 무장 디자인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컬러링만 약간 조정해도 상당히 괜찮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그런데 그게 또 기존의 건담계 디자인의 클리셰에서 비롯된 게 아니거든요.

다소 서양식 로봇을 연상케하는 유기적인 아웃라인을 지니고 있지만, 그런 곳에서 생길 수 있는 부족한 메카니컬함을 발목이나 어깨 뒷쪽의 노출된, 서브암 같은 프레임 유닛에서 보강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의 경우에는 건담 외에 fss나 아머드코어 등지에서 봐왔던 힐형 디자인의 개형을 곧이 곧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유닛의 위치에서 변주를 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메카니컬함이란 게 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유압계통, 회로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기계가 실제로 움직일 것 같다는 상상력을 고무하기 때문입니다. 저 힐의 형상만 보더라도 저게 어떻게 움직이고, 내지는 어떤 모드 변환을 보여줄 지 충분히 시각적으로 자극하거든요.

디자인 포인트들을 보면 동체, 대략 명치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게 보입니다. 붉은 색의 원형 디자인, 노란색 패널, 회색의 작은 패널들을 보았을 때 그러합니다. 이로써 다소 비대하게 보일 수 잇는 신체 말단의 인상을 덜이고 적절히 시선 분배를 유도해내고 있죠.

단순한 조형의 영역도 상당해서, 어깨 유닛만 보더라도 곡면을 자유자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헤드는 다른 곳에 비해 각진 부분이 많지만, 애초에 페이스 가드를 씌운 느낌이라 별 상관은 없고요.

이게 건담 시리즈에 첫 참전하는 사람의 워크가 맞은지... 다소 기계라는 인상이 약했는데다 캐릭터성으로 드라마를 풀어내느라 그게 더 심했던 더블오 사가의 디자인, 또한 기계적인 부분을 많이 래퍼런스 함에도 완급 조절이 애매해서 최상급 디자이너라 부르긴 어려웠던 교부씨의 디자인과 비교해봐도 어느 부분이 늘었는 지가 드러나는데요.

이게 자칫하면 주인공 기체의 위상마저 해칠 정도라서요. 조금만 손봐줘도 1기 최종보스 역할에 손색이 없는 위압감이 풍길 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환호했던 어메인 고스트 이상으로. 다만 당장 저 기체에서 무장을 없앤다 하더라도 컬러링이 다소 전위적이라, 그걸 고치고 전체적인 두께감을 늘릴 필요가 있겠지만요.

앞서 말한 무기 디자인은 시대적인 느낌부터가 미스인데다, 거의 빌드 시리즈 잡기체 수준으로 대충 디자인 되어 있어서 다소 저 기체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그냥 디자이너가 힘뺀 걸지도 모르니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이 군상극을 잘 드러내려고 하기에는 주인공의 비주얼에 입체적인 면이 있어서 그러한 주인공의 시각에 극이 제한받을 것 같고, 그만큼 다양한 개성을 가진 기체들의 지분은 그 수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겠죠.

업그레이드를 거치더라도 본편에서 오래 버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