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 저작물로서의 성립에 관한 몇 가지 문제점 글_이동형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I. 서언 요즘 저작권법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저작권법은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권리 보호와 직결되므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많은
분쟁과 논의가 있으며, 저작권법도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서 계속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Ⅱ. 저작권의 주체에 관한 문제 1. 권리의 주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주체는 사람이다. 헌법에서 말하는 기본권의 주체는 ‘국민’이고 국민은 사람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동물이나 기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라고 하고 있다. 저작권 또한 권리로서 국민 또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권리이다. 2. 동물에 의하여 촬영된 사진 등 외국에서 문제 된 것으로, 원숭이가 자신을 찍은 사진(일명 ‘셀카 사진’)의 경우 저작권이 문제된 일이 있다. 영국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Slater)는 201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섬의 정글을 돌아다니며 ‘검정 짧은 꼬리원숭이'(macaque)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가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사이에 암컷 한 마리가 그의 카메라를 낚아채어 갖고 갔다. 얼마 후에 사진기를 회수했는데, 거기에는 그 원숭이가 자신을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그 사진을 팔아서 수입을 올렸는데, 2014년 경 위키미디어 재단이 운영하는 무료 콘텐츠 데이터베이스인 ‘위키미디어 커먼즈’에 이 사진이 이 올라갔다. 데이비드 슬레이트는 2014년 1월에 자기 카메라에 찍힌 원숭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위키미디어에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저작권청은 위 사진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해 주지 않았으며,1) 샌프란시스코 미국연방지방법원도 같은 판결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저작권은 사람이 만든 창작물에만 주어진다는 것이다.2) 3.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와 관련해서 최근에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인공지능’에 의한 저작물의 문제이다. 최근 인공지능기술이 발달하여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물과 거의 유사한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 스페인의 말라가 대학의 라무스(lamus)는 작곡을 하고,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딥 드림(Deep Dream)은 그림을 그리며, 미국의 인공지능 테일러 브랜드(Tailor brand)는 로고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3) 이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물과 거의 유사한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딥 드림 (deepdreamgenerator.com)(좌) / 테일러 브랜드 (www.tailorbrands.com)(우)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대해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법 해석상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에 의한 저작물의 성립은 부정된다. 과연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존재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사진_IBM korea 페이스북 어쨌든 국제적으로는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연구·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지식재산전략본부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고도화에 대비한 새로운 지식재산전략 ‘2016년 지식재산추진계획’을 결정하고, 인공지능(AI)의 창작물에도 저작권을 인정하는 법 정비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가 있다.5) 한편 유럽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있다. EU(유럽연합)는 2014년 로봇 기술의 법률적, 윤리적 이슈 검토를 통해 새로운 규범 체계를 정립하고자 로봇법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로봇규제지침(Guidelines on Regulating Robotics)을 제정하였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 4개국이 참여하여 로봇규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는 로봇의 발명과 콘텐츠 등을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6) 영국의 경우 컴퓨터 또는 로봇이 생성한 작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보호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영국 저작권법(Copyright, Designs and Patents Act 1988: CDPA)은 제178조에서 “컴퓨터 산출 저작물(computer-generated works)”에 대한 정의를 두어 인공지능 창작물의 보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컴퓨터 산출 저작물이란 인간이 관여하지 않고 컴퓨터가 산출한 저작물을 말한다.7)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앞으로 신중하고도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Ⅲ. 저작권의 보호대상 1. 저작물의 개념과 저작권의 보호대상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앞에서 본 것처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이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저작물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것 또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거기에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8) 2.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는 것 1)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위한 시사보도 등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창작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창작’이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9) 2)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표현'(Expression)이다. 일반적으로 편의상 ‘사상 또는 감정’을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아이디어 그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문제의 대상이 ‘아이디어'(사상 또는 감정)의 영역에 속하는지, 아니면 ‘표현’의 영역에 속하는지를 구별하여 후자의 경우에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하게 되는데, 이를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이라고 한다. 창작행위를 하는데 소재가 되는 사상이나 감정을 누군가에게 독점시키면 사상 또는 감정의 독점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계 등 창작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아이디어, 특히 어떤 표현을 위하여 개발된 새로운 기술적 방법 또는 아이디어야말로 창작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이러한 것에 대한 보호의 욕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서 새로운 창법, 연주방법,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그림이나 사진 등을 들 수 있고 이러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만의 것으로 하고 싶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자기만의 것으로서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의 법제도 하에서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3) 저작물의 제호 저작물의 제호는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 캐릭터의 명칭도 독립된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만화의 제명인 ‘또복이’가 빵의 명칭으로 사용된 사례에서 위 제명에 대하여 저작물이 아니라고 하였다.15) 제호나 제명, 주인공 이름이 사상 또는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 제목인 “애마부인” 역시 같은 이유에서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이다.16) 무용극의 제목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같은 것은 창작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호 자체 만에 대해서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17) 4)글자체(서체) 서체 또는 글자체는 “한 벌의 문자·서체 등에 대하여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을 한 것”으로 정의되며, 서체도안, 디자인 서체, 활자용 서체, 글꼴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디자인보호법에서는 글자체를 “기록이나 표시 또는 인쇄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형태로 만들어진 한 벌의 글자꼴(숫자, 문장부호 및 기호 등의 형태를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한다. Ⅳ. 저작권 주장이 가능한 범위 어떤 작품에 관하여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 인정되는 경우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범위는 자신이 창작한 부분에 한한다. 사실 저작물 중에서 지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에 대한 저작물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저작물은 지금까지 존재해 온 저작물에 일정부분을 추가하거나 변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저작물에 어떤 추가·변형을 했다 하더라도 저작물로서 성립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한 저작물 역시 저작물로서 보호된다.20)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저작물이 담고 있는 내용 전체에 대해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것을 제외한, 새롭게 부가된 부분에 한한다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甲이 X라는 기존의 저작물에 A를 부가하여 새로운 창작물(X+A)을 창작한 경우, 그 창작자가 타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A부분에 한정된다. 따라서 乙이 X라는 기존의 저작물에 B를 부가한 작품(X+B)을 창작한 경우, 전체적으로는 두 개의 창작물이 유사하게 보이더라도 저작권 주장은 X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A 부분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가수 태진아가 부른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가요와 관련된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곡은 그 전에 발표된 ‘여자야’라는 노래와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전자는 후자와 다른 것으로서 후자 곡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는, 이익훈의 ‘여자야’라는 노래가 이미 1970년대 및 1980년대에 군인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던 ‘영자송’과 구전 ‘여자야’21)라는 노래의 멜로디를 조합한 노래인데,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 역시 위의 두 노래의 멜로디를 조합한 것인데, 조합 순서가 ‘여자야’와는 다른 것이다. 대법원은, 타당하게도, 두 가요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기초가 된 구전가요에서 따온 부분을 제외하고 여기에 새롭게 부가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대비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양자를 비교하여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보았다.22) 이와 유사한 판단방법으로 드라마 드림하이의 주제곡인 ‘Some day’와 ‘내 남자에게’라는 노래의 실질적 유사성 또한 부정되었다.23) 위 두 개의 곡에서 유사한 반복적인 후렴구는 두 곡 모두의 발표 이전에 발표된 Kirk Franklin의 ‘Hosanna’의 일부를 가져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판단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양자가 비슷하기 때문에 저작권침해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24) Ⅴ. 맺는 말 앞에서 비록 간략히 소개하기는 하였으나, 저작권법과 관련해서는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비록 이 글에서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컴퓨터 및 인터넷 기술의 개발과 관련해서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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