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셧다운제 반대 부정적 결과 - inteones geim syeosdaunje bandae bujeongjeog gyeolgwa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427호에 실린 글입니다.

모두들 게임 셧다운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청소년 게임규제 법안이에요. 이러한 규제 법안이 옳다고 생각하나요? 지금부터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해야할지 토론을 해봅시다.

Q. 게임 셧다운제, 폐지해야 하는가?

YES! 셧다운제 폐지해야

논거 1.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엔 근거가 부족하다.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은 게임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 근거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게임과 현실의 관계를 한쪽 방향에서만 바라본 결과 생겨난 잘못된 신념이다. 게임과 현실의 정확한 상관관계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게임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과 반대로 현실이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 게임과 현실이 상호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아직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게임이 청소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세간의 믿음과는 정반대로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현실이 게임에 반영되어 폭력적인 게임이 유행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놓는 연구들도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해당 연구에서 주장하는 바처럼 현실이 게임에 반영된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의무는 게임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폭력적인 현실을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사회의 폭력이 줄어들면 게임 이용자들의 폭력적인 성향이 감소해 사람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편중된 게임을 덜 즐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범죄를 해결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 테지만,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묻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책임을 게임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게임 죽이기 현상이 현대판 마녀사냥은 아닌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나아가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더이상의 게임 규제는 필요 없다. 우리 사회는 이미 게임의 등급을 분류해서 각 게임 별로 이용 가능 연령대를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연령대에 맞는 게임을 이용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또 다른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게임이라는 문화·여가활동을 과하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뿐이다.

논거 2.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게끔 만드는 모든 행위나 물질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음식에도,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하는 운동에도, 입시를 위한 공부에도 중독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중독을 게임중독처럼 문제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중독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게임중독을 특별히 문제시하는 것이다.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은 대중의 게임포비아를 강화하는 도구로서 이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수학이나 과학에 과하게 몰입해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페르마나 아인슈타인처럼 공부에 중독된 사람의 업적과 공부중독은 폄하하지 않고 오히려 칭송한다. 그런데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여 훌륭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제작한 사람이나, 게임을 통해 컴퓨터를 다루는 데 능통해 훌륭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게임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흥미롭게 해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업적은 그다지 칭송하지 않으며, 그들의 게임중독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중이 게임이라는 문화, 여가산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게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직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게임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문화생활이나 여가생활을 가상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직업인으로서 존중해야 마땅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교육이나 치료, 훈련 등에 게임을 응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게임이 다른 분야와 융합되어 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게임 콘텐츠에 문제가 있으면 콘텐츠를 규제하면 되고, 게임의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문제면 그것을 규제하면 된다. 하지만 게임 이용시간을 무조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게임이 부정적이라는 편견과 게임포비아에서 비롯된 과도한 규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논거 3. 청소년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율성을 길러주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의 삶을 과하게 통제하는 양육자를 풍자하고자 ‘헬리콥터 부모’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양육자의 지나친 간섭 아래 자란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공허감을 느낀다. 이런 아이들은 양육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과정에서 용기를 잃게 되며, 성공에 집착하게 되면서 작은 실패에도 좌절하게 된다.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성격이 되면서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게임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법안은 ‘통제하는 양육자’를 넘어 ‘통제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행보다. 과도한 게임 규제는 청소년들이 자율성의 상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통제받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청소년기는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시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사람은 성인 중에도 존재하고, 그중에는 게임중독이라고 일컫기에 충분한 사람들도 많다. 자기 통제력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실패, 좌절, 패배를 겪으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자기 통제력이 생겨나는데, 그러한 학습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통제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으니, 성인이 되어 통제를 벗어난 뒤에는 오히려 더 과하게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의 길은 다른 사람이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사회의 이정표를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좇아 살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통제하는 방식을 통해서는 행복의 길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방법을 가르칠 수 없다. 청소년의 교육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년이 즐기는 게임을 금기시하고 못하게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경험해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NO! 셧다운제 폐지하면 안 돼

논거 1. 게임이 청소년의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연령까지 발달이 이루어지는지를 정확히 명시하긴 어렵지만 인간의 뇌는 출생 이후 일정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사람 뇌의 발달은 모두 비슷한 성장주기를 따르지만, 발달 중인 뇌에 어떤 감각자극이 제공되는지 그리고 성장기의 사람이 무엇을 경험하는지 여부에 따라 발달 방향이 조금씩 달라진다. 즉 사람의 뇌는 주변 환경의 영향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성장기의 청소년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 청소년의 뇌는 각기 다르게 발달한다. 영화나 만화책, 게임 같은 매체에서 폭력적인 자극을 접한 청소년은 추후에 폭력적인 행동을 다른 청소년보다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러므로 청소년이 아무런 규제 없이 폭력적인 자극에 노출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들은 총이나 칼, 마법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죽이는 게임이 대다수다. 이런 게임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장면에 많이 노출되었을 때, 청소년의 뇌는 폭력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청소년 폭력 사건의 경우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게임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심야 시간대에 게임 이용을 못하게 하는 셧다운제나 몇 시간 이상 계속해서 게임을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쿨링오프제 같은 게임규제 법안은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하지만 청소년은 사회의 보호대상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교육 등 많은 분야에서도 동일하다. 사회는 성장기의 청소년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라나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다. 청소년이 가상현실과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게임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논거 2 게임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관계 맺기와 운동, 공부 같은 바람직한 활동들을 하지 않게끔 만든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의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이 문제인 이유는 게임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해당 연령대에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활동을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사회적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운동이나 식사와 같은 건강관리에 소홀해져서 건강을 잃기도 한다. 또한 청소년기는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시기인데 게임에 몰입한다면 그만큼 학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대학교를 졸업했는지, 그리고 학창시절의 성적이 어땠는지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오늘날의 현실은 불공정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그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학업에 충분히 힘을 쏟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다.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다. 인생 경험이 부족한 만큼 미래를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청소년에게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건 당연하다. 자기 통제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스스로 얼마만큼 게임을 이용하는 것이 적당한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셈이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일정 부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제할지를 논의할 때는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한다. 양육자가 청소년을 자율적으로 통제하도록 가정에 역할을 맡기자는 주장과 사회가 나서서 게임 이용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게임 이용시간을 양육자가 통제하게 하는 방법의 한계는 양육자가 함께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다.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역할을 전부 가정에 위임해서는 청소년의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게임 중독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국가가 게임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법안은 꼭 필요하다.

논거 3 실효성 없는 규제에도 나름의 의의가 있다.

무단횡단은 불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법률이 필요한 이유는 해당 조항이 무단횡단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게임 규제 법안도 마찬가지다. 게임 규제 법안이 도입되었지만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계정을 생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규제를 피해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이 많다. 하지만 게임 규제 법안이 존재함으로써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끔 만든다.

법적으로 청소년은 음주나 흡연을 하지 못하고 10시 이후에 PC방이나 노래방, 오락실 같은 업소를 이용하지도 못한다. 이런 제도들은 청소년의 기본권을 상당부분 제한하지만 거기엔 분명한 이점이 있다. 청소년들의 일탈을 방지하고 선도하는 제도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시간 규제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10시 이후에 특정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듯이, 심야 시간대에 특정 가상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고 보면 된다.

게임 규제 법안으로 인해 가상공간을 벗어난 청소년들은 그 시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등 보다 사회친화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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