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관중 감소 - KBO gwanjung gamso

4월 육성 응원 허용 후 ‘관중 급증’

올해 누적 관중 406만명 넘어서

7월 관중만 놓고 3년 전과 비교 땐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

KBO 관중 감소 - KBO gwanjung gamso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2016시즌 누적 관중 수 833만9577명으로, 프로스포츠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일탈과 각종 사건사고,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으로 점차 관중이 줄었고 급기야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았다. 야구의 위기, 올해 초 선출된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취임 일성은 팬을 우선시하겠다는 ‘팬 퍼스트’였다. 올 시즌 팬들은 얼마나 야구장을 찾았을까.

10일 KBO 자료를 보면, 올 시즌 누적 관중 수(지난 7일 기준)는 406만8530명으로, 경기당 평균 8269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관중, 띄어 앉기 등 각종 제한이 있었던 2020시즌(32만8317명)과 2021시즌(122만8489명)은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전이었던 2019시즌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수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2019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119명으로, 지난 7일까지 같은 경기 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2019시즌보다 약 23% 감소했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띄어 앉기를 없애고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한 야구장 내 취식도 허용했지만, 크게 늘지 않은 건 ‘KBO리그 꽃’이라 할 수 있는 육성 응원 금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KBO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야구장 내 육성 응원을 금지하다 지난 4월22일부터 육성 응원을 허용했다. 육성 응원 허용의 영향은 월별 관중 수에서 확인됐다. 올 시즌 월별 관중 수를 보면 4월 85만3899명에서 5월 126만1532명으로 48%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6월(94만7754명)과 7월(77만8392명)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6월과 7월 감소한 것은 우천 취소와 올스타 휴식기 등으로 경기 수가 5월보다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롯데와 두산, 삼성 등 인기 구단의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초 상위권 다툼을 하던 롯데는 한 달 만에 8위로, 두산과 삼성도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반면 올 시즌 개막 이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SSG는 고무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구단별 누적 관중 수에서 SSG는 64만5098명으로 전통적 인기 구단 LG(60만3022명)보다 앞서 1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결과도 집계됐다. 2019시즌보다 전체 관중 수는 감소했지만, 입장 수입은 2019시즌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올 시즌 전체 입장 수입(잠정)은 약 617억원이다. 같은 경기 기준 2019시즌은 약 628억원이었다. 이는 2019시즌보다 프리미엄 좌석이 많이 판매됐음을 의미한다.

직접 관람 갈증이 있었던 팬들이 더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고, 취미에 쓰는 지출이 커진 사회적 경향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주중과 반대로 주말 관중은 크게 줄지 않는 경향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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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두산-한화의 2022 프로야구 개막전이 펼쳐진 잠실구장. 야구열기가 줄어든 탓일까,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3년만에 야구장에 봄이 왔건만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지난 2,3일 개막 2연전 관중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남아 있긴 하지만 ‘100% 입장에 치맥(치킨+맥주)’이 가능해 1개 구장 정도는 ‘만원사례’를 빚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64.6%! 5개 구장에서 총 6만6889명이 입장해 최다수용 인원(10만3612명) 대비 65%에도 못미쳐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올시즌 관중 감소 걱정이 우려할만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개막 2차전 관중수 감소는 더 심각했다. 5개 구장에서 모두 4만2536명으로 전날보다 36.4%가 줄어들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잠실구장이었다. 잠실은 사실상 프로야구의 메카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거의 만원이었으며 2만명 이하로 떨어진 건 2005년 단 한차례였다. 그런데, 2일 1만6271명에 이어 3일에는 1만1345명으로 급감, 흥행에 적신호를 울렸다(2일 수원 구장에 5개 구장중 가장 많은 1만7057명이 입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

이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다. 2년 3개월 전부터 전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으로 야구 관전에 대한 열기가 크게 식었다. 거기에다 선수들의 각종 사고와 도쿄 올림픽에서의 부진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SSG) 양현종(KIA)과 특급 이적생 나성범(KIA) 박병호(KT) 박해민(LG) 손아섭 박건우(이상 NC)가 새 시즌을 뜨겁게 달굴 호재였다. 여기에 ‘제2의 이종범’인 김도영(KIA)과 ‘광속구’ 문동주(한화)의 슈퍼 루키 출현은 팬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개막 2연전 관중석은 붐비지 못했다.

특히 개막전 관중 감소는 실망, 그 자체다. 개막전은 ‘만원 관중’의 대명사였다. 2009년부터 12년까지 4년 연속 매진, 2013년부터 19년까지는 2~4경기가 ‘만원 사례’를 이루는 등 개막전은 겨우내 시달렸던 야구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제였다.

올해 개막전 흥행 부진은 다분히 KBO와 각 구단의 홍보와 마케팅 실패에 기인한다. 출범 40주년의 뜻깊은 해인 만큼 두달 전부터 각종 행사와 이벤트로 분위기를 달궈야 했다. 그러나 연례 행사인 미디어데이 말고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팬심을 붙잡는데 실패했다.

KBO와 각 구단, 유명 선수들은 3월부터 ‘팬 퍼스트’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실제로 팬들에게 돌아간 건 아무것도 없었다.

40주년이면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기본 이벤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퀴즈 현상(懸賞), 예를 들어 ‘1982년 원년 개막전 만루홈런의 주인공은 누구?’ ‘원년 22연승을 거둔 불사조 투수는?’ 등을 출제해 40명에게 큼직한 상품을 내걸면 엄청난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 각 구단에서 5000만원씩만 갹출하면 총 5억원으로 별도 KBO 예산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또 각 구단은 개막전 입장객에 한해 40명씩 경품 추첨행사를 가져 붐업을 조성할 수 있었다. 출범 연도에 태어난 1982년생 전원에게는 별도 기념품을 준다든지, 입장료 50% 할인 행사를 벌였다면 관중석을 거의 채울 수 있었다.

물론 2월 8일 정지택 총재가 갑자기 사퇴해 ‘총재 공백’이라는 핑계를 댈 순 있지만, 총재직 공백과 별도로 KBO 사무국과 이사회에서 왜 간단한 노력이라도 안 기울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취임 초부터 야구계의 환영속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허구연 총재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허 총재는 취임 이전부터 ‘2030세대’들의 이탈에 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총재 특보를 선임할 때 2030세대를 대표하는 젊은이를 뽑아야 하지 않았을까.

국민의힘은 2030층 표를 흡수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당시 36세였던 정치 평론가 이준석 씨를 파격적으로 당 대표로 선임했고 결과적으로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씻어내기 위해 26세에 불과한 박지현 씨를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면 KBO는? 홍보대사 이승엽은 유임했지만 전 KIA 단장 조계현과 IT 전문가 Y씨를 영입했다. IT 전문가 영입은 설득력이 있지만 문제는 2명의 경기인 출신이다.

비(非) 야구인 총재가 야구 센스나 현장 감각이 없어 경기인 출신을 특보로 두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허 총재는 ‘최초의 야구인 출신 총재’이고 출범 초기부터 해설위원, 청보 핀토스 감독을 거치며 누구보다 야구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뛰어난 식견을 갖고 있다.

두 야구인 대신 ‘소통&마케팅 전문가’와 2030 팬 대표를 선임했다면 팬들에게 더 다가가지 않을까.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구에 관심없다’는 결과가 67%나 나왔고 20대는 80%나 차지한걸 감안하면 말로만 위기라고 외치기에는 너무 한가해 보인다(KBO가 이달 말 발족시킬 MZ세대위원회에 기대가 크다).

선수들은 입만 열면 팬서비스를 부르짖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우승하면 크게 한턱쓰겠다”고 말한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팀이 전력을 크게 보강한 KIA다.

하지만 KIA는 지난 2일 개막전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빌미가 돼 LG에 0대9의 참패를 당했다. 3일 경기에 전날보다 40%가 줄어든 1만124명이 입장한 것은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 때문으로 보인다. 144경기중 2경기에 불과하지만 150억원을 주고 데려온 나성범과 메이저리거 양현종의 영입 효과가 벌써 사라진듯한 느낌이다.

우승 턱?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이대호는 1년여전 FA 계약을 할때 ‘우승 옵션 1억원’을 내걸었다. 누가봐도 롯데의 우승 가능성이 10%도 안됐는데 옵션 1억원을 제시한 건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였다(롯데는 최종 8위에 그침). 사상 최고인 81억원의 연봉을 받는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잘 배워왔다. 우승하면 스타벅스 매장을 빌려서 1일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잃어버린 팬심’을 미리,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묘책은 없다.

김광현뿐 아니라 FA 계약으로 40억원 이상을 번 선수들, 또 KBO와 각 구단이 동해안 산불과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와 의료인들에게 단 100만원이라도 기부했다는 뉴스를 듣지 못했다. 작은 정성이 모이면 팬들을 움직일 수 있는데 말이다(KBO와 각 구단은 출범이후 40년간 각종 대형 참사때 기부를 한 경우가 거의 없음).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당의 요청이 없어도 링거를 맞고 86회나 대선 지원유세에 나섰다. 나 전 원내대표의 간절한 부탁과 호소가 지지층을 0.1%라도 끌어오지 않았을까.

이승엽 KBO 홍보대사뿐 아니라 레전드급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볼거리가 많아졌다, 제발 야구장을 찾아 주십시오!”고 진정성있는 요청을 하는 걸 한번도 본적이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허구연 총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금 프로야구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결연하게 말한바 있다. 말로만 그친다면, 1990년대 연간 관중 200만명대로 떨어질 건 뻔한 일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6만4375명이 입장,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꽉 채웠다. ‘국민 스포츠’의 영예를 축구에 빼앗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롯데 전준우는 지난 3일 고척돔 키움전 8회초, 홈으로 들어오면서 땅바닥에 침을 뱉었다. 온 국민이 코로나 방역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 보여줘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 2년전부터 각 구단은 선수들에게 “(바이러스 감염 경로인)침을 뱉지 마라”고 주의를 주고 있지만 오랜 습관상 고치기는 힘든 실정이다. 전준호뿐 아니라 타석에서, 또 출루했을 때 무심코 침을 뱉는 선수들이 아직도 눈에 띤다. 선수가 침을 뱉었을때 바로 현장에서 심판이 구두로 주의를 주면 예방 효과가 있지 않을까.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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