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나무 - majimag ipsae namu

마지막 잎새 나무 - majimag ipsae namu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수와 존시. 아가씨 화가입니다. 미국 뉴욕 워싱턴 광장 서쪽 어느 작은 동네. 그곳 벽돌집 3층 꼭대기에 살림집과 화실을 마련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뉴욕에 폐렴이 번졌습니다. 존시가 폐렴에 걸립니다. 의사는 간호하는 수에게 말합니다. 존시가 “살아날 가능성은 열에 하나”라고요. “열둘, 열하나, 다시 열….” 존시는 벽돌집 빈 벽에 자라는 담쟁이덩굴을 창밖으로 보면서 남은 잎사귀를 셉니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가는 거야.’ 몸이 쇠약해진 존시는 생명을 포기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집니다.

화가 버먼 노인. 1층에 사는 예순 넘은 실패한 주정뱅이 화가입니다. 40년 동안 그림을 그렸고 걸작을 남기겠다고 말하는 괴짜 화가입니다. 수는 버먼 노인에게 죽음을 생각하는 존시 이야기를 합니다.

밤새 진눈깨비, 차가운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존시는 다음 날 아침, 커튼을 올려달라고 부탁합니다. 담장에는 담쟁이덩굴 잎새 하나가 여전히 매달려 있습니다. 다시 밤이 오고 북풍이 세차게 불어온 뒤 날이 밝았습니다. 존시는 수에게 커튼을 올려달라고 명령하듯 말합니다. “수프 좀 갖다줘. 그리고 우유에 포도주를 조금 타서 갖다줘….”라고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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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담쟁이덩굴. 손 모양 겹잎으로 나타난다.

오후에 의사가 와 존시 진찰을 끝낸 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자, 아래층에 있는 환자를 보러 가야지. 이름이 뭐 버먼이라던가…. 역시 폐렴이야. 늙고 허약한데다 급성이야.” 결국 버먼 노인은 이틀 만에 죽고 맙니다. “벽에 붙어 있는 담쟁이 잎새, 바람이 부는데 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지 이상하지 않아?” 수와 존시가 나눈 대화입니다.

소설 「마지막 잎새」 줄거리입니다. 존시에게 희망을 준 ‘마지막 잎새’는 미국담쟁이덩굴 잎입니다. 나무껍질은 짙은 갈색이고 공기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에 달라붙습니다. 손 모양 겹잎입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작은 잎은 5개이지요. 우리가 흔히 보는 담쟁이덩굴은 포도과 잎떨어지는 덩굴성 나무입니다. 담장이나 벽 등 다른 물체에 붙어 자라서 이름이 왔습니다. 흡착판이 나와 쉽게 달라붙습니다. 긴 가지의 잎은 갈라지지 않는데 짧은 가지의 잎은 3갈래로 갈라집니다. 잎이 세 장씩 모여 나는 3출엽도 눈에 띕니다. 잎자루는 매우 깁니다. 열매는 10월쯤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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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달라붙어 자라는 어린 담쟁이덩굴.

일산호수공원은 나무 공부 입문자에게 수목원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수공원이 수목원이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사철 변화하며 맞이하는 150종이 넘는 나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우리가 다가가야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가까이 호수공원이 있고, 나무가 있는 그런 공간을 거닐 수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참으로 고마워할 일입니다.

일산호수공원을 셀 수 없이 걸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무 산책도 여러 번 했고, 사랑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달 말 고양시 일산을 떠나 새로운 곳, 낯선 곳 수원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아내가 손녀딸 육아를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산호수공원을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증 비슷한 증상도 겪었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달마다 한 번씩 ‘호수공원 통신’을 쓰느라 마음 고생이 많았습니다. 글쓰기는 항상 어려웠지만 글을 마치면 편안했습니다. 그동안 호수공원 통신을 읽어주시고 관심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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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 설경. 2016년 사진이다. 호수공원 산책을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증 비슷한 게 왔다.

성산 600m 은행나무 1백여 그루, 12월에 장성천으로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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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읍 성산 가로수길에 노란 은행꽃이 피었다. 50년 세월을 버텨온 이 은행나무는 올 11월을 마지막으로 장성천 둑방으로 이식된다. 2022년 11월 현재 은행나무 모습

노랗게 피어난 은행잎이 어쩐지 애처롭게 보인다. 더 이상 이 자리에서는 볼 수 없는 마지막 잎새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동고동락해왔으나 이제 12월이면 내동댕이쳐질 운명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서글프다. 인간은 그들의 욕심으로 심었다가 그들의 편의 따라 해치우려하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주민 요구에 따라 성산의 은행나무를 12월에 이식하기로 했다. 2016년 은행나무로 인한 피해 민원이 제기되면서부터 수십 차례 여론 수렴과 공론화작업을 거쳐 결국장성교아래 쪽 장성천 둑방 좌우측에 이식하기로 결론 내렸다.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어떻게 이식할 것인지에 대한 용역검토 결과가 나오면 12월 초순부터 이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성교에서 성산공원 부근까지 약 600m에 식재된 은행나무는 1970년대 초중반,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은행 열매 수확을 위한 소득사업의 일환으로 심어졌다. 수많은 사연을 껴안으며 세월을 견뎌왔다.

하지만 뿌리가 도로와 가정집까지 침범하고, 통행에 지장을 주며 은행잎이 하수구를 막고 악취를 풍기는 등 피해 호소가 잇따랐다.

현재 이 거리에 남아있는 은행나무는 123주, 이식이 가능한 나무는 103주로 파악됐다. 이식비 3억원을 포함, 상하수도 관로 정비, 인도 보수 등에 약 7억 원을 들여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장성군은 일단 이식 작업을 끝내고 난 뒤 시간을 갖고 주민 의견을 수렴, 도로정비와 인도.가로수 문제 등을 정리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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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 전인 2019년 11월 무성했던 은행나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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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면 어느새 갯가에는 "버드나무"*¹ 축축  늘어져서 가지가 물에 닿을 듯 치렁거린다. 어릴 적 동무들과 고향 호숫가에서 자주 놀았다. 주변의 버드나무가 봄물을 타고오르면 푸르름이 호수에 비친다. 물색이 회색 빛인 겨울에서 연록의 봄을 보고, 샛파란 색일 때 가을이었다. 호수에서 계절을 보고 있자면 출렁이는 물결의 작은 파랑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버드나무 긴 가지에 꺽어서 막 터진 싹눈을 피해 손가락 길이로 자른다. 버들피리다. 한쪽 끝의 껍질을 조금 벗겨내어 납작하게 눌러 불면 고음의 피리 소리가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서로 누가 고음을 내는지 시합도 하고, 여자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선물도 했다.

   글피가 절기상 대설이다. 선정릉의 버드나무 군락에서 대침 같은 파란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무대의 화려한 끝장면이 연출된다. 바닥에 즐비하게 널브러져 있지만 아직도 나무에 많이 붙어있어 선정릉 숲은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버드나무 연록의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붉은 단풍 낙엽과는 또 다른 맛이다. 숲의 활엽 낙엽수 중에 가장 늦게까지 녹색의 장원을 유지하는 나무이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잘 휘는 버드나무 가지는 회초리로 많이도 사용하였지만 무당들이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낼 때 사람 몸을 때리는 신기 있는 나무다. 소나무나 참나무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가까운 나무 중에 하나이다.

심운 2018.12.4. 화

*¹"버드나무(Willow)"는 주로 습지에서 더욱 잘 자라는 교목이지만 관목도 있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버드나무(Salix koreensis)는 버드나무속(Salix)의 대표적 명칭이다. 은행나무처럼 암수딴그루이다. 봄에 버드나무 씨앗이 솜뭉치처럼 날아다녀 피해를 입히고 있는 나무는 암나무이다. 은행처럼 수나무만 심으면 해결된다. 꽃은 강아지 풀꽃과 비슷하나 가늘다. 오리나무와 비슷하다. 미상화서(尾狀花序)로서 수상꽃차례와 같으나 모든 꽃이 단성화이다. 즉 암꽃만 달리던지 수꽃만 달리는 꽃차례를 말한다.

버드나무는 큰 나무에 속하며 속성수이나 수명은 비교적 짧다.(왕버들 제외). 큰잎새버들, 갯버들(S. gracilistyla), 둥근잎버들은 잎이 넓은 편이나, 수양버들(S. babylonica), 새양버들, 고리버들 등은 잎이 피침형으로 길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잎이다.

용도는 성냥개비, 상자, 펄프 등으로 사용되며, 껍질은 벗겨서 해열, 진통, 이뇨 약재로써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