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내부 - maselati kwateulopoleute naebu

위키트리 유튜브 /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시승기 1편_실내 공간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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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과 같은 대형 세단들을 우리는 플래그쉽(Flagship) 세단이라고 부른다. 플래그쉽은 영어로 '(해군 함대의)기함'으로 해석되며, 이를 자동차 용어로 해석하자면 해당 브랜드가 가진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승용차를 뜻한다. 

제네시스 G90 역시 상위급 모델은 1억 원이 넘어가지만, 수입 브랜드의 경우라면 플래그쉽 세단의 가격은 1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2억 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차들은 대부분 뒷자리에 회장님을 모시기 위해 사용한다. 그리고 이런 차들을 '수행 기사(Chauffeur)가 운전하는 차'라는 의미에서 '쇼퍼드리븐 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내부 - maselati kwateulopoleute naebu
 

 이번에 시승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세단이다. 전장은 5.2m가 넘고 3.0리터 엔진에 트윈터보를 장착해 430마력의 출력을 낸다. 차량 가격은 1억 9천4백만 원을 넘는다. 타 브랜드의 플래그쉽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차량이지만 이 차량은 운전해보면 뭔가 다르다. 적어도 '플래그쉽=쇼퍼드리븐 카'라는 공식을 이 차에 대입하는 건 어려운 느낌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보려고 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내부 - maselati kwateulopoleute naebu
   

콰트로포르테에 들어가는 V6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의 코드명은 F160이다. 이 엔진은 기본형 콰트로포르테와 콰트로포르테 S Q4에 들어가는 엔진으로, 이번에 시승한 S Q4는 기본형 엔진에 80마력의 힘을 더해 430마력, 59.2kg.m이라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보다 높은 등급의 GTS는 V8 3.8리터 트윈터보가 들어간다.

이 두 엔진은 많이 알려진 것과 같이 페라리에서 만든 엔진이다. 트윈터보를 장착함으로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경우 약간의 터보렉은 있지만 한 번 출발하고 나면 상당히 두터운 토크와 강한 출력으로 차량을 밀어붙인다. 당연하게도 실주행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없다.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상당히 풍부한 배기음은 비교적 낮은 회전 영역에서도 제법 실내에 유입되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100km로 정속 주행한다면 노면 소음 등에 묻혀서 잘 안 들리지만 시내 주행에서는 그 존재감이 또렷하다. 배기음이 이 차량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고 구매했다면 운전하는 내내 귀가 즐겁겠지만 여타 다른 플래그쉽을 생각하고 탔다면 불쾌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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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과 맞물리는 ZF의 8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이 DCT 못지 않게 정말 빠르며,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부드럽게 변속을 해준다. 다만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다면 엔진과 미션은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시작한다. 엔진은 가속 페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미션은 상당히 날카로워진다. 고속도로에서 선행 차량과 후방 차량이 없어진 후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봤다. 배기음이 차량 실내를 휘감으면 어느샌가 변속을 하면서 이른바 팝콘 소리라고 하는 '후연소 배기음'을 투둥 내뱉으며 또 다시 가속한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빈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만 끝까지 밟았음에도 '아, 이게 마세라티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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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트로포르테 S Q4는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을 채택하고 있다. S클래스나 7시리즈 등의 다른 플래그쉽 세단과 비교해 하체 세팅은 불쾌한 진동은 잘 걸러주지만 노멀 모드에서도 제법 단단한 편이다. 이는 스티어링휠 역시 마찬가지여서 비교적 묵직한 감각을 전달한다.

시내 위주로 주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운전의 피로도를 안겨줄 것 같기도 하며, 특히 편한 비즈니스 세단을 탔던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속도로 위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묵직한 조향감과 적당히 편안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하체 감성은 차량을 믿게 만든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굽이진 고갯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장 5.2m에 2톤이 넘어가는 거구지만 타이어는 노면을 꽉 잡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향한다. 물론 S Q4가 콰트로포르테 내에서 유일한 4륜구동이기에 가지는 이점도 있지만, 프론트 엔진이면서도 최대한 승객석 가까이 밀어내어 차량의 중심부에 가깝게 위치한 엔진, 트렁크 아래에 위치한 차량용 배터리 등 구조적으로 무게 배분에 있어서 상당히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로 인해 변속기가 실내 공간으로 많이 들어와 운전석에 앉았을 때 따듯해지는 오른쪽 허벅지, 길이는 길지만 높이는 낮은 트렁크 공간 등 불편한 요소도 있다. 같은 의미에서 모든 마세라티에 적용되는 상당히 큰 크기의 패들 시프트는 언덕길 주행에서 운전을 정말 재미있게 하는 요소이지만 반대로 방향 지시등 레버를 손에서 매우 멀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만 봐도 이 차량의 지향점은 편한 럭셔리 세단이 아닌 달리기를 위해 만들어진 차라는 게 명확해진다. 다만 달리는 성향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오토홀드는 준비해두지 않았는데 시내 주행에서는 오토홀드의 부재가 제법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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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한눈에 살펴보기에도 매우 고급스럽다. 특히 천장에 달린 손잡이, 안전벨트 버클 등에도 가죽을 두른 것을 보면 이 차가 명품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온 차라는 게 새삼 실감이 난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큼지막한 원목의 고급스러움도 그 느낌을 더 한다. 시트의 가죽 느낌도 매우 우수하며 착좌감 역시 다소 단단하지만 운전자를 안정감있게 잡아주는 형상이다. 인테리어는 블랙, 레드, 블루, 베이지 등등 다양한 색상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원단을 실내 곳곳에 장식한 버전도 구매할 수 있다. 선택의 여지도 많고 상당히 호화스러워 보인다. 다만 FCA 그룹 내 크라이슬러와 공유한 1:1 화면비에 가까운 디스플레이 창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아주지 못 해서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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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간은 매우 훌륭하다. 5.2m가 넘는 전장을 자랑하는 만큼 레그룸은 광활하다 싶을 정도로 넓다. 무엇보다 긴 차체에 비해 낮아 보이는 전고가 뒷좌석 헤드룸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타보니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적어도 공간만큼은 다른 플래그쉽 세단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넉넉함을 보여줬다. 시승 차량은 독립 제어식 뒷좌석 공조기가 적용되어 있었고 열선 시트가 준비되어 있다. 1억 9천만 원이라는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뒷좌석 통풍 시트 정도는 넣어줄 수 있지 않나, 다소 아쉬운 구성이기는 하다. 참고로 뒷좌석을 위한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독립식 분할 시트는 옵션 사항이다. 옵션이 빠진 시승 차량의 센터 암레스트를 열어보면 USB 충전잭과 12v 충전 아웃렛이 있다. 암레스트 끝부분에는 뒷좌석을 위한 컵홀더가 준비되어있는데 소재나 작동하는 모습이 고급 세단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부분은 상당히 고급 소재를 적용했는데 뒷좌석에서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컵홀더 부분은 왜 이런 소재를 썼는지 다소 의아하다.

 뒷좌석에 앉고 아주 잠깐 시승을 해봤다. 서스펜션을 통해서 전달되는 진동이 앞 좌석에 비해서 다소 있는 편이다. 시트 역시 폭신폭신한 감성보다는 다소 단단하게 만든 편이다. 운전석에서 즐겼던 배기음은 뒷좌석에서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온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배기 진동이 시트의 등받이 쪽을 통해서 조금씩 올라온다. 그렇지만 뒷좌석 승차감이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보여주지만, 비즈니스 세단을 표방하는 타 브랜드의 플래그쉽 세단에 비해서는 다소 거친 느낌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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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동안의 시승을 마치고 느낀 점은 명확했다. 이 차량의 타깃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쩌다 인터넷에서 이 차가 그렇게 놀림감이 되었는지, 그 이유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이 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시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이 차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면 포지션과 가격대, 모두 비즈니스 플래그쉽 세단인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등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공통점을 가졌음에도 이 차는 그 차들과 지향점이 명백하게 다르다. 앞서 말한 타사 플래그쉽 모델들은 쇼퍼드리븐 카라는 목적성이 매우 분명한 차량이다. 해당 차량들의 오너는 사회적 가치를 지닌 CEO 혹은 유명인으로서 바쁜 삶을 살고 있고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렇기에 편의 장비가 풍부하고 승차감이 좋은 차를 타야 한다. 

하지만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뒷좌석보다 운전석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은 차량이다. 페라리에서 제공받은 F160엔진은 언제나 끓어오르는 출력으로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ZF의 8단 미션은 빠릿빠릿한 반응을 보인다. 단단한 승차감은 운전자가 어떤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조향하든 그대로 움직여주며 응답성 좋은 브레이크는 운전자에게 한층 더 자신감을 부여한다. 뒷좌석 너머로 들어오는 배기음은 이 차의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오토홀드가 없고 뒷좌석 컵홀더가 다소 생뚱맞아도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라는 듯 파워풀한 달리기 성능을 선보인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주행 감성으로 인해 다소 부족한 편의 장비에 대한 아쉬움이 충분히 감쇄된다. 그렇다고 플래그쉽 세단의 미덕인 넉넉한 공간과 승차감을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4명이 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도 모두에게 편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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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즈니스 고급세단'보다 'GT'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넉넉하며 편안하지만 마세라티의 레이싱 혈통을 담아 언제나 폭발적인 운동 성능을 보여주는, 마세라티가 상당히 잘 만드는 '그랜드 투어러'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를 비즈니스 고급세단의 잣대로 평가하자면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지향점이 다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차량을 많은 사람이 장거리를 편하고 재미있게 갈 수 있는 GT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분명 한층 더 매력 있어 보일 것이다.

 2013년에 출시해서 모델 교체 주기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콰트로포르테의 모델 교체 주기는 상당히 긴 편이다. 이전 5세대 콰트로포르테는 무려 10년 동안 생산됐다. 무엇보다 작년 한 해는 마세라티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던 해이다. 우선 페라리의 엔진공급계약이 2022년까지로 한정됐다. 그와 더불어 마세라티는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전동화 파워트레인 정책에 들어섰다. 2022년으로 예정된 콰트로포르테의 후속 모델은 더 이상 페라리의 심장이 실리지 않으며 하이브리드, 혹은 아예 전기차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오리지널 내연기관 감성의 마세라티는 이 콰트로포르테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가는 것일 뿐인데 시승 차량을 반납하고 나니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위키트리 유튜브 /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시승기 2편_주행 성능 및 총평

home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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