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6 픽셀 리마스터 공략 - paineol pantaji 6 pigsel limaseuteo gonglyag

그렇기에 요즘같이 스팀등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게임'을 즐기는 건 극소수 금수저 친구들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접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런 금수저 친구를 둔 저의 형 덕분이었구요. 형이 친구에게 이 게임팩을 빌려 온 날, 잔뜩 흥분한 상태로 들떠있는 형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형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기대했는데 막상 게임 플레이를 하는 걸 보니 실망했습니다. 그당시엔 액션, 슈팅, 퍼즐 등등의 게임만 해봤지 RPG는 접해보질 못해서 전투에서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는게 아니라 명령만 내리는게 무슨 재미인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그런 저도 '와 이거 진짜 대단한 게임이네'라고 느끼게 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2. 3MB
3MB는 그당시로는 정말 엄청난 용량이었지만, 요즘엔 그냥 고화질 이미지 한장이나 노래 한곡 정도의 용량입니다. 당시에야 어려서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도대체 저 수많은 데이터들을 어떻게 3MB에 꾸겨넣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화려한 도트 그래픽, 게임음악계의 거장 우에마츠 노부오의 멋진 음악과 엄청난 분량의 게임 볼륨... 이렇게 꽉꽉 차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돈값 못한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걸로 생각합니다. 참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기종과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훌륭한 원작의 완성도에 비해, 타기종 이식작들은 시대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원작에도 못미치는 다들 어딘가 나사빠져 있었다는 거겠죠. 물론 원작에 쏟아 부은 혼과 열정을 이식작에 쏟아 부을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3. 구관이 명관이다
본편은 무려 255만장이나 팔렸고, 해외에서의 인기도 높은 작품이니 만큼 여러 기종으로 이식이 이루어 졌습니다.(물론 이건 6편만 그런건 아니고 파판 시리즈 자체가 워낙 많은 이식이 이루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식작들은 다들 뭔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어서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첫 이식작은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으로 이루어 졌는데, SFC 다음 세대 기종으로의 이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몬스터 도감등을 볼 수 있는 갤러리와 훌륭한 수준의 오프닝, 엔딩, 오페라 이벤트 동영상이 첨부된 것은 좋았지만 로딩으로 인해 쾌적한 플레이가 불가능했고 사운드가 열화되는 등의 뚜렷한 단점이 존재했으며, 게임 본편안에 추가된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PS판을 플레이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굉장히 성의없다고 느껴질만한 이식이었죠. (야리코미 할아버지라는 게임내에서 일종의 달성률 같은걸 보여주는 요소가 있다고 하는데 이부분은 제가 확인을 못했습니다.)

다음 이식은 게임보이 어드밴스(이하 GBA) 였습니다. PS이식작에 추가요소가 없었다는 비판 때문인지 새로운 던전, 몬스터, 소환수, 아이템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GBA라는 기기의 한계 때문에 해상도와 사운드는 열화될 수 밖에 없었고, 추가 던전은 기존 던전들의 기믹을 이것저것 짜집기해 복잡하고 짜증나게 배치했기 때문에 신선함과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굉장히 빡침을 유발해서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네요. 그래도 난이도가 높아진 각종 보스전들은 장비 세팅과 전술을 어느정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이부분은 흥미롭게 플레이 했습니다. 어쨌든 무성의한 PS 이식판 보다는 훨씬 낫긴 하네요.

마지막은 모바일 버전 이식입니다. GBA버전을 기반으로 따로 게임 본편 안에 추가된 요소는 없으며, 고해상도 도트 그래픽으로 바뀌고 이와 함께 캐릭터 디자인과 마법등의 연출도 바뀌었는데 이것 또한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저는 불호인데 제가 예전 그래픽에 익숙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효과음이라던가, 디테일한 연출도 너프가 이루어져(가령 방패로 마법공격을 막을 경우 원래는 각 속성에 맞는 색상의 방패로 막는 연출이 나왔는데 그런 거 없이 물리속성을 막는 방패만 나온다던가) 700메가가 넘는 고용량은 다 어따 쓴건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장점을 꼽아보자면 먼저 완전한글화가 이루어 졌다는점과(사실 이건 저를 비롯한 한국 게이머들에게 엄청나게 큰 메리트이긴 합니다)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업적이 생겼다는거 정도...앨범이라고 스토리 진행과정에서 중요한 장면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볼 수 있는 모드가 있는데 이게 모바일판에서 추가된건지 아니면 그 이전에 추가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뭐 크게 볼만하지는 않습니다.

4. 제 용량은 92만 킬로바이트 입니다
그렇게 나사빠진 이식만을 보여준 끝에 드디어 픽셀 리마스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용량을 무려 300배나 파워업해서 돌아왔습니다. 과연 픽셀 리마스터는 FF6라는 게임의 완전판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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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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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에서의 모습

이미지의 순서는 FF6 픽셀 리마스터 표준, FF6 픽셀리마스터 아날로그, FF6 안드로이드 버전입니다. '표준은 뭐고 아날로그는 뭐지?'라는 의문이 드실텐데 표준은 처음 게임을 구동하면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는 상태이고, 아날로그는 설정에 들어가서 그래픽 표시를 아날로그로 바꾸면 나오는 화면입니다. 아날로그는 LCD 화면에서도 예전 CRT 모니터의 느낌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참고 - https://pgr21.com/humor/411044)아예 예전 SFC버전으로 돌아가는건 아니고 해당 효과만 적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취향에 따라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저는 아날로그 필터를 씌운 쪽이 더 마음에 드네요.

편의성에서도 소소한 개선이 있었습니다. 건물 내에서의 모습 화면을 보면 오른쪽 하단에 버튼 4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대시버튼으로 활성화를 하면 대시슈즈를 착용하지 않고도 대시가 가능합니다. PS판에 있다가 사라진 기능인데 쾌적한 진행에 도움이 되겠군요. PS버전에선 대시슈즈를 착용하면 4배속 이동이 가능했는데 아마 여기서도 가능하겠죠?

두번째는 조작 방식인데 이미지에서 처럼 가상패드로 조종할 수도 있고, 두번째 버튼을 눌러 맵을 직접 터치해서 이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할수도 있습니다. 이부분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되겠네요.

세번째는 지도 입니다. 꽤나 신경써서 만든 기능이라 좀 더 소개를 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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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누르면 지금 머무르고 있는 해당 지역의 지도가 나오며, 마을 같은 경우에는 각 상점들이 저렇게 표시됩니다. 그리고 좌측 하단의 '맵 전환' 버튼을 누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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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월드맵으로 전환되며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보물상자와 아이템의 숫자가 표시됩니다. 던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보물상자와 아이템의 숫자가 표시되구요.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새로 하시는 분들께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네번째 버튼은 메뉴 버튼이라 따로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원래 게임패드로 플레이하던 게임을 모바일로 옮겨 왔기 때문에 조작이 꽤나 불편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을 최대한 개선해보려 노력하고, 게임을 하면서 가졌던 이런저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점은 칭찬해주고 싶네요.

5. 공을 들인 듯한 픽셀리마스터만의 추가요소. 하지만...
메인화면에서 엑스트라로 들어가면 픽셀리마스터의 추가요소인 몬스터 도감, 사운드 플레이어, 갤러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클리어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필요 없이 바로 개방되어 있는 점은 좋네요. 물론 몬스터도감은 직접 몬스터를 만나가며 채워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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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플레이어에서는 이렇게 게임내 OST를 감상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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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는 아마노 요시타카의 멋진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총 158장).

몬스터 도감 또한 꽤나 신경쓴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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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도감에 들어가면 이렇게 여태까지 만났던 몬스터들 리스트가 뜨고, 좌측하단의 맵 표시를 누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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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월드맵에서 해당 지역에서 조우할 수 있는 몬스터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해당 몬스터의 설명으로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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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당 몬스터의 정보와 아래로 스크롤 하면 약점, 저항, 흡수, 무효, 출현 장소등의 정보를 더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변환에 대한 정보는 없네요. 그리고 좌측 하단에는 AR전투라는 버튼이 있는데 이건 도감에 등록된 몬스터와 싸워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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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클리어한 각종 보스들과 다시 싸워볼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 같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파티와 세팅을 바꿔가며 깨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아요. 근데 뜬금없이 AR모드는 뭐지? 라고 하실텐데 AR모드를 키면 스마트폰 후면카메라에 찍히고 있는 장면을 배경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배경은 이지은 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꽤 신기하긴 했는데... 사실 용도를 찾기 어려운 느낌이네요. 향후 이를 활용한 컨텐츠를 만들어보자 해서 그냥 신기술 시험용으로 넣은 걸까요.

이렇게 보면 꽤 괜찮은거 같은데 초반 잠깐 진행을 해보고도 문제점이 느껴집니다. 눈길을 행진하는 마도아머 오프닝은 어째선지 스텝롤이 삭제되어 허전하고 지루한 느낌을 줍니다. 거기에 첫 보스인 위미르가 껍질속으로 숨을때 나는 효과음이 삭제되어 있고, 보스의 사망연출이 굉장히 허접해졌습니다. 차후 진행해가며 더 많은 문제점들이 보일 거 같은데, 용량의 제한이 없어진 지금의 시점에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니까?

그리고 아직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다른 픽셀 리마스터 작품들의 전례를 봤을때 GBA버전에서 추가된 던전, 무기, 보스, 소환수, 아이템 등도 모두 삭제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추가된 컨텐츠의 퀄리티가 뛰어난건 아니지만, 그걸 굳이 없애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충실하게 원작을 리마스터 한것도 아닌데 말이죠.(이런걸 보면 블리자드의 리마스터는 정말 대단합니다)

6. 맺음말
결국 픽셀리마스터도 다른 이식작처럼 뭔가 나사빠져 있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예전의 도트감성이 잘 살아있는것도 사실이고, 바뀐 기술들의 이펙트들도 괜찮은거 같긴 하지만 꾸준히 이 게임을 구매해왔던 사람들에겐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라이브 어 라이브를 옥토패스 트래블러 엔진을 이용하며  HD 2D 리메이크를 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든 생각은 '아, FF6도 그렇게 한번 더 우려먹겠구나' 였습니다.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열심히 욕하면서도 결국은 살테지만, 그 타이틀은 정말 FF6의 완전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