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인연 마지막 - picheondeug in-yeon majimag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인연 中-

마지막은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을..
그런 씁쓸함을 영화 <쉘부르의 우산>, <시네마 천국>으로 달래보려한다.

피천득 인연 마지막 - picheondeug in-yeon majimag
쉘부르의 우산 감독 자크 드미 (1964 / 프랑스, 독일) 상세보기

홀어머니와 사는 우산가게 어여쁜 아가씨 쥬느비에브와 양어머니와 사는 자동차 정비공 기이는 예쁘게 사랑하는 연인이다.


한편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는 짝사랑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피천득 인연 마지막 - picheondeug in-yeon majimag
시네마 천국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1988 / 프랑스, 이탈리아) 상세보기

엘레나에게 첫눈에 반한 후 그녀의 창가를 맴돌지만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엘레나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한 마지막 날 토토는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영화 속 연인들이 사랑하는 모습은 세상이 전부 그들만의 것처럼 보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게 만들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연인들의 최대 적이 있으니...
바로 군대다.

솔직히 편하게 연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쥬느비에브 어머니는 기이가 마음에 들지 않고 보석상 카사르의 매너와 경제적 능력에 반해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은 상태고
토토와 엘레나는 집안 경제적 차이부터 엄청나다. 엘레나의 아버지한테 걸리면 토토는 제 명에 살지 못할 수도 있다.
어려움을 극복해가면서 사랑하는데 군대라니!!!


사랑하는 님 두고 딴 남자랑 결혼할까봐 쥬느비에브가 큰 맘 먹고 먼저 청혼했지만 타이밍이 안 좋다.
기이는 병역소집영장을 보여준다. 2년 동안 알제리 전쟁터에 있어야한다.

                                                    

기이를 보낸 쥬느비에브는 그리움 때문에 죽을 것처럼 아프다.

                 

편지가 유일한 기쁨이지만 소식이 자주 끊기고 상심에 지친 그녀는 기이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와중에 카사르는 계속 청혼한다. 그녀의 뱃속 아이까지 책임지겠다는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결혼을 권장한다.


한편 토토는 군대에 갔기는 했는데

                

지금 보다시피 약간 제정신이 아니다. 하필 군대에 있는 동안 엘레나는 이사를 갔고 소식이 끊어졌다.
                지금 엘레나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안타까운 장면.. 이렇게 둘은 헤어져버린 것이다.

쥬느비에브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심하는 기이.
자신의 세상 전부였던 사람을 잊어야하는 현실을 믿을 수 없다.

사람.. 살다보면 희미해질 수 있다.
당장은  아프고 죽을 것 같아도 시간이 흐르면 아무렇지 않다.
가끔.. 기이처럼 옛 상처자리를 누르고 있으면 아리하게 아플지도 모르겠다.
가끔.. 토토처럼 상처 주위를 벽으로 무장해 아픈 것 자체를 잊을지도 모르겠다.
상처야 어쨌든 사람은 살다보면 희미해질 수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

기이도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여동생처럼 보아왔던 마드렌느를 사랑하고 결혼한다.

4년이 흐르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
운명처럼 마지막 만남을 가지는 옛 연인..

“잘 지내는거지?”
“그럼.”

많은 것을 함축한 대화. 결국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아무리 사랑했어도 많은 사연이 있었어도 시간은 흘렀고 지금 곁에 있는 행복에 충실할 뿐이다.
마지막 만남은 그 사실 하나만 강하게 남긴다.

아마 두 사람 더 이상 옛 기억 때문에 아리하게 아팠던 것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아픔을 가지고 고향을 떠난 토토.
알프레도의  유품인 키스씬들을 극장에서 홀로 보며
마지막 교감을 나누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흔히 아는 <시네마 천국> 내용이다.

그러나.. 보지 말아야 할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난다.

토토와 엘레나에게 있어서 마지막 만남은 후회는 아니었을 거다. 둘 다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일생을 못 잊었고 결국 만난 사랑이었다.

하지만 관객과 엘레나는 아니 만나는 것이 좋았을 것을..

첫 번째 씁쓸함은 아이의 어머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살고 있는 엘레나. 그것이 상관없다는 토토를 보면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구절이 떠올랐고

두 번째 씁쓸함은 장미 같았던 엘레나를 추억했지만 세월과 운명 속에 지치고 시들어 보이는
그녀를 기억해야한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나에게 그녀는 영원히 아름답기를 바랐을 뿐이니까.

마지막은 그래도 좋게, 아름답기를 바라는게 욕심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