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 종류 - sidaejeog baegyeong jonglyu

소설의 배경(背景, stetting)


⑴ 배경의 개념
배경은 작품의 무대로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회와 역사적 환경이다. 배경은 사건에 사실성을 부여하며 인물의 심리 상태나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주고 묘사와 서술에 의해 제시된다.

① 소설의 배경은 사건의 환경이며, 사건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세계다
→ stanton, Robert
② 소설에 있어서 물질적인 배경이며 장소의 요소다.→C.Brooks, R.P.Warren

⑵ 배경의 기능

① 인물과 행동의 신빙성(reality의 부여)을 높여 준다.
② 작품의 분위기나 무드를 만들어 낸다.
③ 주인공의 의식과 사상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④ 배경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⑤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⑥ 독자로 하여금 현장감을 지니도록 한다.

⑶ 배경의 종류

① 시간적 배경 : 작품 속의 사건을 구체적 시대에 한정하여 스토리의 구체성을 띠게 한다.
㈀ 고대 소설 :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또는 전생. 현세. 내세에 걸친 오랜 기간 설정
㈁ 현대 소설 : 대체로 짧은 기간 설정

② 공간적 배경 : 인물이 활동하게 되는 공간적 무대로, 인물의 심리 상태를 암시하기도 한다.
㈀ 자연 환경 : 도시 전체, 또는 어느 한 지방 등의 넓은 지역
㈁ 생활 환경 : 집 안, 일터 등의 좁은 범위에 국한되는 일상적 생활 영역

③ 사회적 배경 : 소설 속의 인간도 사회 속에 있는 인간이므로 통시적인 시대성과 공시적인 사회성이 나타나야 한다. 특히 역사적 사회가 부각되어야 한다. 또한 소설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 플롯의 전개, 소설적인 분위기 조성에 맞도록 꾸며 가야 한다.
㈀ 고대 소설 : 불교. 유교 등의 종교적 색채가 짙음.
㈁ 현대 소설 : 지적, 정서적 분위기

※ 사회 소설 : 사회가 소설의 배경으로 그치지 않고 바로 주체가 되는 경우, 이를 사회 소설이라고 한다. 이는 개개의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파노라마와 같이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그리게 되며, 따라서 사회 자체가 곧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말한다.

④ 자연적 배경
㈀ 주관적 자연 :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낭만적 자연이라고도 한다.
㈁ 객관적 자연 :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와는 관계없이 사실적으로 그린 객관적 자연 환경으로, 사실적 자연이라고도 한다.

⑤ 심리적 배경:『의식의 흐름』, 『내적 독백』등을 꾀하는 심리주의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이다.
㈀ 논리를 초월하는 공간 영역을 교묘히 배합한 『만화경적 배경』을 가리킴.
㈁ 대표적 작품 : 버지니아 울프의『등대로』, 조이스의『율리시스』, 이상의『날개』등

⑥ 상황적 배경 : 실존주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배경으로서 실존적인 상황을 암시하고 상징하는 배경을 가리킨다.


㈀ 배경 자체가 주제와 직결되는 모습을 보인다.


㈁ 대표적 작품
㉠ 카뮈(Camus) 의 『이방인』에 나타난 부조리의 상황이 권태로운 삶이라는 배경으로 제시됨.
㉡ 카프카(Kafka)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의 모습으로 변해 좁은 방 속에 ??혀 있는 것은 인간의 한계 상황을 나타낸 것임.
㉢ 사르트르(Sartre)? 『벽』에서의 감옥은 인간의 한계 상황과 죽음이라는 벽의 세계를 암시하는 것임.

⑦ 역사적 배경 : 인물이 처한 시대 환경을 가리킨다. 고전 작품에서는 이 시대적 배경이 작품 이행의 관건이 된다.

<배경의 기능>
배경을 흔히 자연적 배경, 사회적 배경, 심리적 배경, 상황적 배경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지만 그러나 실제에 있어 이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때로는 상보적으로 작용하면서 배경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음은 작중 인물의 심리적 사회적 지리적 배경이 효과적으로 배합되어 있는 좋은 예라 하겠다.

◈ 소설의 배경

(1) 배경의 요소

시간소설에서 인물이 행동하고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적 상황으로 시대적 요소나 계절적 요소가 여기에 포함된다. 시대적 요소를 포함하므로 역사적 배경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이다. 세계대전이 막 끝나고 휴전조약이 성립되어서 세상은 비로소 번해진 듯싶고, 세계개조(世界改造)의 소리가 동양 천지에도 떠들썩한 때이다. 일본은 참전국이라 하여도 이번 전쟁 덕에 단단히 한밑천 잡아서, 소위 나리낀(成金), 나리낀 하고 졸부가 된 터이라, 전쟁이 끝났다고 별로 어깻바람이 날 일도 없지마는, 그래도 또 한몫 보겠다고 발버둥질을 치는 판이다.

- 염상섭, <만세 전(萬歲前)>

처음 부분으로, 시간적 배경과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서는 세계 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참전국으로서의 위세를 떨치던 상황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 즈음의 조선 사회가 그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가 다음에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만세 전이라는 시간은 작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작품의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공간인물이 활동하고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적인 무대로, 자연 환경이나 생활 환경 등을 의미하며 국가나 지역 등이 포함된다.

역장은 먼지 낀 유리를 통해 대합실 안을 대충 휘둘러본다. 대합실이라고 해야 고작 초등학교 교실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일제 때 처음 지어졌다는 그 작은 역사 건물은 두 칸으로 나뉘어져서 각각 사무실과 대합실로 쓰이고 있는 터였다. 대개의 간이역이 그렇듯이 대합실 내부엔 눈에 띌 만한 시설물이라곤 거의 없다. 유난히 높은 천정과 하얗게 회칠한 사방 벽 때문에 열 평도 채 못 되는 공간이 턱없이 넓어 보여서 더욱 을씨년스런 느낌을 준다.

- 임철우, <사평역>

발단 부분으로, 작품의 주된 공간적 배경인 사평역의 대합실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특급 열차가 서지 않는 시골의 간이역(사평역)을 배경으로 열차를 기다리는 아홉 승객들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사평역은 사람들이 떠나는 공간인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공간이다. ‘사평역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197080년대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 주고 있다.

(2) 배경의 종류

자연적 배경소설에 나타나는 자연적인 환경으로, 주로 사건이 일어나는 구체적 시간과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 상태 그대로의 환경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공간도 자연적 배경에 해당한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 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確的)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 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허 생원, 조 선달, 동이 세 사람이 봉평에서 대화로 가는 밤길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이라는 자연적 배경이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는데, 달이 비치는 메밀밭과 산길이 향토적 서정이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허 생원은 이러한 배경을 벗삼아 과거 성 처녀와 정분을 맺었던 일을 회고하게 된다.

사회적 배경자연적 배경과 구별하여 소설 속에 나타난 사회 현실과 역사적 상황을 의미한다. 정치, 경제, 종교, 문화는 물론 직업, 계층, 연령 등과 시대적 상황까지도 포함한다. 사회적 배경은 인물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나 시대성과 관련이 있어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하고 주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 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 “철거 계고장예요.” / “기어코 왔구나!” /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중략>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빈민촌에 사는 난장이일가에게 철거 계고장이 나온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매일 천국을 생각한다는 내용이나 빈민촌을 헌다는 철거 계고장을 받고 좌절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19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몰락해 가는 도시 빈민들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엿볼 수 있다.

심리적 배경인물의 심리 상황이나 독특한 내면 세계를 의미한다. 심리적 배경은 주로 사건의 논리적인 전개 과정보다 등장 인물의 내면 심리와 그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는 소설에 나타난다.

33번지라는 것이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한 번지에 18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 게다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다.

해가 들지 않는다.

해가 드는 것을 그들이 모른 체하는 까닭이다. 턱살 밑에다 철줄을 매고 얼룩진 이부자리를 널어 말린다는 핑계로 미닫이에 해가 드는 것을 막아 버린다. 침침한 방 안에서 낮잠들을 잔다. <중략>

그러나 이것은 행복이라든가 불행이라든가 하는 것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그날을 그저 까닭 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처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았다.

이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일곱째 칸이다. 럭키 세븐의 뜻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일곱이라는 숫자를 훈장처럼 사랑하였다.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 이상, <날개>

발단 부분으로, 자신이 머무는 방에 대한 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은 사건의 논리적 연관에 의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고 있다. 여기서 는 자신의 삶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판단하는 것조차 생각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의식의 흐름인간의 의식이 마치 흐르는 강물과 같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의미함. 현대 소설에서 서술의 기법으로 많이 활용됨.

상황적 배경인간의 실존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전쟁, 죽음, 질병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한계 의식을 보여 준다. 상황적 배경은 그 자체가 주제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로 실존주의 소설에서 나타난다.

<유예>의 짧은 줄거리 적에게 잡힌 는 처형까지 한 시간의 유예 시간이 주어진다. ‘는 너무 적진 깊이 들어갔다가 후퇴하면서 부하들을 잃고 홀로 남하하게 된다. 남하하던 중, 어느 마을에서 아군이 북한군에게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적의 사수에게 총을 쏘다 붙잡힌다. 적이 를 회유하나, ‘는 전향을 거부하고 죽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처형당한다.

한 시간 후면 나는 그들에게 끌려 예정대로의 둑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대장은 말할 테지. 좋소. 뒤를 돌아다보지 말고 똑바로 걸어가시오. 발자국마다 사박사박 눈 부서지는 소리가 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놈들은 내 옷이 탐이 나서 홀랑 빨가벗겨서 걷게 할지도 모른다(찢어지기는 하였지만 아직 색깔이 제 빛인 미() 전투복이니까…….).

나는 빨가벗은 채, 추위에 살이 빨가니 얼어서 흰 둑길을 걸어간다. 수발의 총성. 나는 그대로 털썩 눈 위에 쓰러진다. 이윽고 붉은 피가 하이얀 눈을 호젓이 물들여 간다. 그 순간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놈들은 멋쩍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대로 돌아들 간다. 발의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테지. 몇 분 후면 그들은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우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에겐 모두가 평범한 일들이다. 나만이 피를 흘리며 흰 눈을 움켜쥔 채 신음하다 영원히 묵살되어 묻혀 갈 뿐이다. 전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추위 탓인가……. 퀴퀴한 냄새가 또 코에 스민다. 나만이 아니라 전에도 꼭 같이 이렇게 반복된 것이다.

싸우다 끝내는 죽는 것, 그것뿐이다. 그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위한다는 것, 무엇을 얻기 위한다는 것, 그것도 아니다. 인간이 태어난 본연의 그대로 싸우다 죽는 것, 그것뿐이라고 생각하였다.

- 오상원, <유예(猶豫)>

가 자신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죽음의 무의미함과 전쟁의 비극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 생각과 독백이 나타나 있다. 싸우다 죽을 수밖에 없는 전쟁의 포로로서, 처형을 앞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의 내면적 고통과 고뇌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소설의 주제인 전쟁의 비극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뇌(, 괴로워할 )괴로워함.

(3) 배경의 기능

소설의 배경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회와 역사적 환경이라는 무대로서 반드시 설정되어야 하는 소설의 구성 요소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배경은 단순히 사건의 무대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전개 방향을 암시한다.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럼 어떻게?” / 하니까, /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나는 잠시 동안 어떻게 되는 심판인지 을 몰라서 그 뒷모양만 덤덤히 바라보았다.

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올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부다 하고 며칠 내에 부쩍(속으로) 자란 듯싶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 김유정, <·>

만물이 약동하는 봄의 모습과 성례에 대한 점순이의 충동질이 드러나 있다.

이 작품에서 은 단순히 계절적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 이유를 알 수 없이 몸이 나른하고 가슴이 울렁울렁하는 것을 느끼게 하는 데 영향을 주며,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생기게 해 준다. 은 점순이의 행동 변화(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듯 갑자기 성숙해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킨다.

<장마>의 짧은 줄거리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다. 외할머니가 외삼촌의 전사 통지를 받자 빨갱이에게 저주를 퍼붓고 이로 인해 빨치산 아들을 둔 할머니의 분노를 사게 된다. 할머니는 삼촌이 아무 탈 없이 돌아온다는 점쟁이의 말을 믿고 삼촌을 기다린다. 그러나 점쟁이가 예언한 날이 되자 삼촌 대신 구렁이가 나타나고, 이를 본 할머니가 기절한다. 이 때 외할머니가 구렁이를 수습하여 무사히 보낸다. 이를 계기로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화해하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동구 밖 어디쯤이 될까. 아마 상여를 넣어 두는 빈집이 있는 둑길 근처일 것이다. 어쩐지 거기라면 개도 여우만큼 길고 음산한 울음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먼 곳일지도 모른다. <중략>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 윤흥길, <장마>

작품의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으로, 계속되는 장마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의 갈등은 장마와 더불어 시작되고 장마가 끝날 무렵 해소된다. 즉 장마는 이 작품의 자연적 배경이자 사건 전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이다. ‘온 세상을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는장마는 오래고 지긋지긋한 가족사의 불행을 상징하며, 나아가 우리 민족에게 닥친 6·25 전쟁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물의 행동과 사건에 신빙성(사실성)을 높인다.

흉년, 그러면서도 도지를 그대로 바쳐야 하는데다가 호세까지 오른 그들의 세상은 캄캄했다.

아마 북간도나 만주로 바가지를 차고 떠나야 하는가 보다.’ / 성두는 혼자 생각했다. 그들은

마을에 대한 애착심도 잊었고 제 고장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다만 못살 놈의 땅만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장난으로 호세까지 올랐다는 것을 다음에야 알고 누구 하나 그를 곱게 이야기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길서 때문에 동네를 떠나야겠다는 오빠의 말을 들은 의숙이도 눈물을 흘리며 길서가 그렇지 않기를 속으로 바랐다.

길서는 일본서 돌아올 때 우선 자기 논두렁에서 가슴이 서늘함을 느꼈다.

논에 박은, ‘김길서라고 쓴 푯말은 간 곳도 없고,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은 쪼개져서 흐트러져 있었다.

- 박영준, <모범 경작생>

절정 부분으로, 마을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상황과 분노가 드러나 있다.

흉년은 농민들의 삶을 흔들 수 있는 극한적 상황으로, 지주나 관료 등 지배 계층의 횡포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드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극한적 상황으로 인해 농민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깨닫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농민들은 일제의 기만적인 농촌 정책에 대한 분노를 모범 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을 조각내는 행동으로 드러내고 있다.

기만(속일 , 속일 )남을 속임.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렇게 내리는 날이면 원구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도록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욱 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그의 뇌리를 영사막처럼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원구에게는 으레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들의 어두운 방과 쓰러져 가는 목조 건물이 비의 장막 저편에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비록 맑은 날일지라도 동욱의 오뉘의 생활을 생각하면, 원구의 귀에는 빗소리가 설레이고 그 마음 구석에는 빗물이 스며 흐르는 것 같았다. 원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욱과 동옥은 그 모양으로 언제나 비에 젖어 있는 인생들이었다.

- 손창섭, <비 오는 날>

발단 부분으로, 원구가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동욱남매를 떠올리고 있다.

이 소설은 첫머리부터 비 오는 날의 음울한 분위기로 시작하여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원구가 비 내리는 날,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언제나 비에 젖어 있는 인생들, 동욱동옥을 떠올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히 비의 음산하고 우울한 이미지를 인물들의 무기력하고 음산한 삶의 이미지와 연관시켜 동욱 남매를 비에 젖어 있는 인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음산(응달 , 흩을 )분위기 따위가 을씨년스럽고 썰렁함.

⊙ 배경을 알면 소설이 보인다

시대적 상황에 대한 배경 지식을 이용한다

현대 소설은 역사적 사건을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특정 역사적 사건은 사건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같은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는 유사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따라서 각 시대별 우리 사회의 특성을 알아두면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주제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작품 읽기

시대 탐색

주제 탐색 키워드

옳습니다. 교육으로, 실행으로 저들을 가르쳐야지요. 인도해야지요. 그러나 그것은 누가 하나요?” / 하고 형식은 입을 꼭 다

문다. 세 처녀는 몸에 소름이 끼친다. 형식은 한 번 더 힘있게,

그것을 누가 하나요?” / 하고 세 처녀를 골고루 본다. 세 처녀는 아직도 경험하여 보지 못한 듯 말할 수 없는 정신의 감동을 깨달았다. <중략> 형식은 한 번 더, / “그것을 누가 하나요?”

하였다. / “우리가 하지요!” - 이광수, <무정>

개화기의 근대 교육

신교육 사상

개화 의식 고취

그러나 세상이 뒤바뀌자 그 땅은 전부가 동양 척식 주식 회사의 소유에 들어가고 말았다. …… 동척엔 소작료를 물고 나서 또 중간 소작인에게 긁히고 보니, 실작인의 손에는 소출의 삼 할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죽겠다, 못 살겠다하는 소리는 중이 염불하듯 그들의 입길에서 오르내리게 되었다. 남부여대하고 타처로 유리하는 사람만 늘고, 동리는 점점 쇠진해 갔다. - 현진건, <고향>

일제 강점기 간도 이주민의 생활 모습

민족의 수난과 고통

일제에 대한 저항

독립?

신통할 것이 없었다.

독립이 되기로서니, 가난뱅이 농투성이가 별안간 나으리 주사될 리 만무하였다. 가난뱅이 농투성이가 남의 세토(貰土) 얻어 비지땀 흘려 가면서 일년 농사 지어 절반도 넘는 도지 물고, 나머지로 굶으며 먹으며 연명이나 하여 가기는 독립이 되거나 말거나 매양 일반일 터이었다. - 채만식, <논 이야기>

8·15 광복을 기뻐하는 군중들

해방 이후의 혼란한 사회상

식민지 삶의 극복

소속 사단은? 학벌은? 고향은? 군인에 나온 동기는? 공산주의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미국에 대한 감정은? 그럼…… 동무의 말은 하나도 이치에 닿지 않소.

동무는 아직도 계급 의식이 그대로 남아 있소. 출신 계급을 탓하지는 않소. 오해하지 마시오. 그 근성이 나쁘다는 것뿐이오. 다시 한 번 생각할 여유를 주겠소. 한 시간 후, 동무의 답변이 모든 것을 결정지을 거요. - 오상원, <유예>

6·25 전쟁 당시 포로 수용소

이념의 갈등

전쟁의 잔혹함

인간을 위해 일한다면서 인간을 소외시켰어.”

형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참 근사해.” / 내가 말했다.

사실은, 공장을 지어 일을 주고 돈을 주었지. 제일 많은 혜택을 입은 게 바로 이들야.”

사촌이 웃었다. 그 시간에 그 법정에서 웃은 사람은 사촌밖에 없었다. <중략> 은강 공장 노동 조합간부인 듯한 여자아이가 내가 모르는 그 난장이의 부인과 아들, 딸을 피고석 뒤쪽 나무의자로 이끌어 앉혔다. - 조세희,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산업화 시대의 노동 문제

인간 소외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활용한다.

우리는 흔히 시골은 촌스러움의 상징으로, 도시는 세련된 이미지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특정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소설에 적용시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각 소설마다 비슷한 공간일지라도 세부적인 이미지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은 사실성을 중요시하므로 일반적으로 특정 공간이 지닌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정한 이미지를 떠올려 볼 수 있는 장소들로는 시골과 도시 외에도 판자촌, 기지촌, 장터, 아파트 등이 있다.

농촌전원적이고 향토적인 공간

 - 김유정의 <·>, <동백꽃>

도시인간 소외와 단절의 공간, 기계 문명의 발달

-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판자촌빈곤, 소외의 공간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아파트현대 도시인의 대표적 생활 양식, 타인과 단절된 공간

- 최인호의 <타인의 방>

오후 여섯 시 반까지는 모든 식구가 집에 와 있어야 하고 저녁 식사. 식사가 끝나면 십여 분 동안 잡담. 그게 끝나면 모두 자기 방으로 가서 공부. 그리고 식모가 보리차가 든 주전자와 컵을 준비해서 대청마루 가운데 있는 탁자 위에 놓는 달그락 소리가 나면 그 때 시간은 열시 오륙 분 전. 그 소리가 그치면 여러 방의 문이 열리고 식구들이 모두 나와서 물 한 컵씩을 마시고 안녕히 주무십시오.’를 한차례 돌리고 잠자리로 들어간다. 세상에 이런 생활도 있었나 하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식구 중 누구 한 사람 얼굴에 그늘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세계에 온 것이었다. 동대문이 가까운 창신동 그 빈민가의 내가 들어 있었던 집의 식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정식(定式)의 생활.

이 작품에서는 대립적인 이미지를 지닌 두 공간이 제시된다. 하나는 새로 이사 간 규칙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양옥집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생활과 거리가 먼 무질서의 빈민가이다. 양옥집이 주는 반듯하고 깔끔한 이미지는 지나친 규칙과 질서를 지닌 비인간적인 공간을 의미하고, 빈민가의 판자를 얽어서 만든 무질서한 느낌을 주는 집은 생명력을 지닌 공간을 상징하고 있다.

⊙ 작가들이 좋아하는 소설의 무대

소설가가 다루는 제재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참된 인생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소설가들이 주로 다루는 배경은 우리의 인생이 그려져 있는 공간이자,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고,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특히 현대 소설에서 작품 속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공간들이 있다. 바로 ’, ‘교실’, ‘’, ‘등이 그것이다. 작가들이 이러한 공간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또 실제 작품 속에 형상화된 공간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기본 공간이다. ‘에는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배어 있고 추억이 있다. 그런데 은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어 비밀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문을 통해서 드나들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은 사람들의 내면 세계와 밀접하게 관련된 공간으로서, 문을 잠그고 타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숨을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나의 방을 갖기를 소망하고, 작가들은 이러한 의 상징성에 매력을 느낀다.

<날개>(이상)에서의 아내뒤에 숨겨진 공간으로, 인간의 정신 세계를 의식 세계와 무의식 세계로 나눈다면, ‘의 무의식의 세계, 즉 깊은 곳에 자리잡은 내면 의식을 상징한다.

<외딴 방>(신경숙)에서의 외딴 방산업화 사회의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체험이 담긴 공간으로, 한 여성 노동자의 꿈과 희망, 좌절 등이 서려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붉은 방>(임철우)에서의 붉은 방6·25 전쟁을 거치면서 왜곡된 사고를 가지게 된 최달식의 내면 세계이며 외부와 단절된 세계로, 주인공의 육신과 정신을 파괴하는 공간이며, 넓게는 왜곡된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타인의 방>(최인호)에서의 주인공 는 출장에서 돌아와 자신의 방에서 심한 고독감을 느끼고, 자신이 마치 소파나 가구와 같은 사물이 되는 듯한 환상에 빠지며, 아내는 끝내 그를 남편으로 알아보지 못하고 쓸모 없는 물건 취급을 한다.

<숲 속의 방>(강석경)에서의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공간으로, 자아 찾기의 공간이자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공간이지만 끝내 주인공 소양이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는 공간이다.

교실(학교)

학교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실로 구분된 한 학급은 학교라는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공동체이다. 그렇기에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어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으로, 소설에서는 주로 권력이나 질서를 둘러싸고 구성원 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작가들은 교실(학교)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당대 현실을 우의적으로 비판하였다.

관련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에서의 교실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자유가 억압당하고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했던 한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이다.

<우상의 눈물>(전상국)에서의 교실사회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어 가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 소설로, 물리적 폭력보다 합법적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이 더 무서움을 보여 주고 있다.

<아우를 위하여>(황석영)에서의 교실독재 정권에 의해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짓밟혔던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흔히 인생을 에 비유한다. 사람들은 여러 갈래 길을 만나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갈등하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즉 여로(旅路)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경우 특히 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은데, 그 이유는 소설이 인생을 가장 구체적으로 그리는 갈래이기 때문이다. 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보통 길을 따라 걷는 가운데 삶의 중심 부분이 부각되며, 동반자와의 만남이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삼포 가는 길>(황석영)에서의 서로 처음 만난 영달, 정씨, 백화가 함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공간이다.

<동행>(전상국)에서의 밤길형사가 신분을 숨긴 채 범인과 함께 밤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다 범인을 이해하게 되는 공간이다.

<눈길>(이청준)에서의 눈길모자의 험난한 인생길을 의미하는 동시에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서정인)에서의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반성하는 공간이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유목 민족과는 달리 한 곳에 정착하여 뿌리내리며 사는 농경민들에게 있어 은 모든 생산과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소중한 공간이다. 민중들의 삶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이기에 이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많이 창작되었다. 소설 속에서 은 보통 농민(민중)들의 삶의 터전을 상징하면서, 인물들 간의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작품

  •<토지>(박경리)에서의 이 작품은 을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은 평사리 마을 사람들에게 보존되어야 할 삶의 원형이자, 삶의 현장이다.

<논 이야기>(채만식)에서의 논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모순된 현실을 고발하고 비판한 작품이다. 여기서 은 농민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존재의 이유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돌다리>(이태준)에서의 이 작품은 을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는 땅을 생의 터전으로 여기지만 아들은 금전적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충자료⊙

⊙ 소설 속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

작품 속에 나타난 서울의 모습은 어떤 양상일지 우리 근현대사와 연결시켜 살펴보자.

1910년대 개화기의 서울은 이광수의 <무정>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 작품에서 서울은 유토피아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1930년대 전후 일제 강점기 서울의 모습이 잘 나타나는 작품은 염상섭의 <삼대>, 근대적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해 가는 시기의 서울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해방 이후 1950년대까지의 서울은 이태준의 <해방 전후>, 염상섭의 <두 파산>, 이범선의 <오발탄> 등에 풍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1950년대의 서울은 한결같이 어둡고 을씨년스럽다. 이러한 국면은 4·19 혁명을 기점으로 1960년대로 넘어가면서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1960년대 이후의 서울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로부터 시작해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최인호의 <타인의 방> 등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되었다. 여기서는 점차 낭만이 사라지고 산업화 사회의 심장부로 부각되면서 도시의 이상 팽창과 공해로 몸살을 앓는 수도 서울의 이면들이 회색빛으로 묘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