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해킹 광고 - teuwiteo haeking gwang-go

비즈니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M&A 셈법...'손해는 없다'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대우조선 인수에 총력을 기울여달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 4월 '한화 글로벌 경영 전략 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열사 사장단에게 주문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를 한화그룹 재도약의 마지막 기회로 알고 반드시 M&A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프로펠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는 한화그룹 외에도 △포스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등 굴지의 대그룹들이 인수를 희망했었다. 포스코그룹과 GS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최종 승자는 한화그룹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가격은 약 6조3000억원이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욕심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 조달이 불투명해지면서 결국 포기했다.한화그룹은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손에 넣게 됐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은 이번주 중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매각 가격은 2조원이다.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계열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3%를 갖고, 산업은행은 28.2%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인수 절차는 내년 3~4월 중 끝날 예정이며, 금융위기 수준의 초대형 악재가 없는 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한화그룹 3남이 지분을 고루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자회사가 참여하는데, 이번 인수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커져 향후 경영권 승계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일본·싱가포르법인이 참여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시스템의 지분 12.8%를 갖고 있으며,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한화에너지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한화임팩트의 미국법인이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임팩트파트너스는 인수 자금의 약 45%를 댄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경우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반대로 한화그룹이 인수한 후 대우조선해양이 더욱 부실해진다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사인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모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현재 '부실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따라서 한화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쓰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다. '숫자'만 보면 대우조선 인수는 '모험'에 가깝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재무제표만 보면 회사는 '부실덩어리'에 가깝다.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1290%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을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본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건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인데, 부채비율이 200%라는 의미는 부채가 자본 대비 2배 많다는 의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부채가 자본보다 12배 많다. 부채비율로만 측정한다면 부실기업에 가깝다.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익잉여금을 모두 까먹고, 결손금을 약 1조원 가까이 쌓았다. 올해 3분기 결손금은 2조2735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적자에 취약한 자본구조로 인해 한화그룹의 연결재무제표에 편입될 경우 모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1974억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플러스(+) 4857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1829억원을 기록했다. '헤비테일(선박을 인도할 때 70~80%의 잔금을 받는 계약 방식)'인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산업에 경험이 없는 한화그룹은 현금흐름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유동비율은 75.8%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은 아니다.이렇듯 시장에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회의적이다. 첫째, 조선업은 싸이클 산업으로 불황기 극심한 부침을 겪을 수 있다. 둘째,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 및 손익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우려도 있다. 셋째, 강성 성향의 원·하청 노조로 인해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오컴의 면도날'로 본 대우조선 인수...사업적 시너지 크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그랬듯 지금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왜일까.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 이론으로 살펴보면 오히려 명확해진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이란 어떤 사실 또는 현상에 대한 설명들 가운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가장 단순한 이유는 이 M&A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즉,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 아닌 그룹의 발전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던 이유는 비교적 단순했다. 한화그룹은 자원개발 및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VLCC 및 해양플랜트 기술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예상됐다. 당시 경기가 호황이었는데, 한화그룹은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6조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현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한 시너지가 더 명확해졌다. 당시 한화는 글로벌 기업으로 보기 어려웠지만, 현재 한화는 방산과 태양광, 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 부문의 육해공 포트폴리오를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의 방산업은 육군 지상무기가 주력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잠수함과 군함 등 특수선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군함과 잠수함에 각종 유도무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함정에는 레이더와 무기 등이 탑재되는데, 탑재가 확정된 무기의 인도시기가 달라 함정 인도가 늦어져 비용이 커지는 점이 단점이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 함정 발주금액은 620억달러(80조6496억원)에서 2030년 770억달러(100조1770억원) 규모로 25% 증가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력은 상선 부문이며, 수주 잔고 중 특수선 비중은 20% 가량이다. 올해 11월 기준 특수선 수주잔고는 55억5000만달러(7조2166억원)이다. 올해 특수선 수주 실적은 3억3000만달러(4290억원)이다. 전 세계 방산 수출 중 한국의 함정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이다. 대지 및 대공 미사일을 생산한 한화그룹이 함정까지 생산할 경우 시너지가 클 수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의 글로벌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대우조선해양은 특수선 방산 분야 연 매출은 2000년까지 3000억원 안팎을 기록한 후 2010년까지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3000억원 규모로 줄었는데, 글로벌 안보지형이 바뀌면서 특수선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에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탐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상과 해상을 중심으로 방산 포트폴리오를 육성하고, 항공 분야에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척의 잠수함과 군함을 인도네시아와 영국, 노르웨이 등 해외에 수출했다. 약 5조원을 수출한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다.한화그룹은 과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산업을 영위했지만, 현재 그린에너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중 수소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가장 청정한 에너지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을 필두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전기분해할 수 있다.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한국이 자원빈국인 까닭에 해외로부터 암모니아 등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CC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암모니아 등을 수입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개질할 경우 청정수소를 채취할 수 있으며, 암모니아 자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자사의 에너지사업을 LNG에서 그린수소로 바꿀 계획이다. 만약 한화그룹이 조선사를 확보할 경우 에너지 트레이딩의 역량이 더 커지게 된다. 한화 김승연, 더 슬림해진 대우조선을 더 싸게 인수 대우조선해양이 과거와 비교해 슬림화된 점도 장점이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던 2008년 회사의 자산규모는 14조7740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438.4%였다. 올해 3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자산규모는 12조4991억원을 기록했다.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해양플랜트의 부실이 불거진 이후 불황기 동안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총 5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했다. 도크 2기를 포함한 비핵심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으며, 인력 1000명을 감원했다. 생산 및 사무직의 급여를 20% 이상 삭감했다.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4년이 지난 후 성공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선업 불황기를 피할 수 있었고 구조조정을 충분히 마친 후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매각 가격 또한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앞으로 조선업은 AI(인공지능)와 친환경 선박으로 재편을 앞두고 있다. 선박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친환경 연료를 탑재해 항해해야 한다. 또 글로벌한 탈탄소 흐름에 따라 LNG와 수소, 암모니아 등을 전 세계로 운송해야 한다. 당장 조선업은 원가 부담으로 불황이지만, 앞으로 더 커진 시장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계약자산에도 반영돼 있다. 3분기 대우조선해양의 계약자산(선급금)은 2조7056억원에 달한다.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했던 2009년 선급금 규모는 1조476억원에 불과했다. 선급금 규모는 14년 동안 258% 증가했다.올해 11월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314억달러(41조원)에 달한다. 2009년 기준 수주잔고는 28조원에 불과했다.만약 대우조선해양의 마진을 3%로 가정할 경우 3년 내 약 1조2000억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한화그룹에 있어 이번 인수가 밑지는 장사가 아닌 이유다.게다가 국제해사기구(IMO)가 요구하는 환경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선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IMO 규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선박 교체수요까지 고려하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이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오랜 기간 불황을 겪으면서 기업가치가 이전보다 쇠태했지만, 향후 선박 교체 수요를 고려하면 잠재성이 상당히 크다"며 "조선업은 레거시 산업이지만, 탄소중립으로 인해 격변할 산업인 만큼 잠재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태우2022-12-15 1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