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 그믐달 차이 - wolsig geumeumdal chai

월식 그믐달 차이 - wolsig geumeumdal chai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3대 풍속화가로 알려진 신윤복은 그 활동에 대한 기록이 없어 작품들의 정확한 제작 시기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일부 작품에 기록된 간기(刊記)를 통해 19세기 초에 활동한 것으로 짐작될 정도였다. 필자는 천문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국보 135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에 수록된 ‘월하정인(月下情人)’ 속 달의 모양을 분석해 그 그림이 그려진 정확한 일자를 알아내고자 했다.하지만 국내외 어느 작가의 그림 속에도 월하정인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모양의 달이 그려져 있지 않다. 때문에 월하정인에 그려진 달은 초승달이 잘못 그려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신윤복은 왜 저런 모양의 달을 그렸을까? 만약 신윤복이 그림 속의 달을 실제로 보고 그렸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과연 저런 모양의 달이 보일 수 있을까?월하정인에 대한 분석…단서는 ‘달’일상적으로 밤에는 달의 볼록한 면이 위를 향할 수 없다. 이는 달의 볼록한 면 쪽에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밤에는 태양이 없어서 달의 볼록한 면이 지평선보다 아래를 향한다. 따라서 그림 속의 달 모양은 월식이 일어날 경우에만 볼 수 있다. 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상에 놓여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달의 전부가 가려지는 현상을 개기월식, 일부가 가려지는 현상을 부분월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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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그림 속에 쓰인 글에는 그림을 그린 시간대가 야 3경으로 나온다. 이것은 자시(子時)로 밤 12시를 전후한 시간이다. 월식이 일어나는 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로, 자시 무렵에는 달이 가장 높이 뜬다. 처마 근처에 달이 보이는 것은 보름달의 남중고도가 낮다는 것이다. 즉 여름을 말한다. 보름달은 태양의 반대쪽에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남중고도가 높고 여름에는 낮다.여름철 한밤중에 일어나는 개기월식은 지평선과 작은 각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달의 왼쪽부터 가려져서 오른쪽으로 진행된다. 즉, 달의 볼록한 면이 지평선과 약간의 각도를 가지고 옆으로 놓이게 되며 그림처럼 달의 윗부분만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것은 개기월식이 아닌 지구의 그림자가 달의 아랫부분만 가리고 지나가는 부분월식의 그림이다.신윤복이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간 일어난 월식 중 서울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1784년 8월 30일(정조 8년, 신윤복 26세)와 1793년 8월 21일(정조 17년, 신윤복 35세) 두 번에 걸쳐 그림과 같은 부분월식이 있었다.월식이 일어나더라도 기상 현상 등의 이유로 실제로는 관측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승정원일기 등 당시 월식을 기록한 문서들을 통해 실제로 서울 하늘에서 이 월식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당시 일식과 월식은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천문현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거의 빠짐없이 기록이 남아 있다.문서를 통해 알게 된 결과, 1784년에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역에 3일 연속 비가 내려 월식을 관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1793년 8월 21일(음 7.15)에는 오후까지 비가 오다 그쳐서 월식을 관측할 수 있었다. ‘승정원일기 [원전] 제1719책’에는 ‘7월 병오(15)일 밤 2경에서 4경까지 월식(月食)이 있었다’고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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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8월 21일 밤 서울에는 부분월식이 있었다. 사진 제공 : 이태형 교수

신윤복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른 ‘달’들신윤복은 풍경이나 사람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그린 ‘야금모행(夜禁冒行)’에는 겨울철 새벽에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피곤한 표정으로 기방을 나서는 양반이 표현돼 있다. 이 그림에는 그믐달이 등장한다. 그믐달로 추정해 볼 때 야금모행을 그린 시간은 대략 새벽 3~4시 경이다.이외에도 ‘월야밀회(月夜密會)’와 ‘정변야화(井邊夜話)’에는 보름달이 낮게 그려져 있다. 보름달의 위치만으로 볼 때는 보름달이 낮게 뜬 저녁이나 새벽쯤의 상황이다. 이 그림들을 통해 신윤복이 사실과 무관하게 달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월하정인에 나타난 것처럼 위로 볼록한 달은 일상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모양의 달이기 때문에 임의로 그런 달을 그렸다고 생각하기 어렵다.이상의 상황을 토대로 1793년 8월 21일(음력 7월 15일, 신윤복 35세, 정조 17년) 자정 무렵을 월하정인의 제작 시기로 보고 보다 자세히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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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순서대로 신윤복의 야금모행(夜禁冒行), 월야밀회(月夜密會), 정변야화(井邊夜話).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달의 고도 - 달의 고도가 낮게 그려져 있어서 여름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달의 고도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달 뒤에 지평선 등 특별히 비교 대상이 될 만한 배경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1793년 8월 21일 자정 무렵 달의 고도는 약 40도로 북극성의 고도와 비슷한 정도였다. 물론 달과 함께 그려진 처마와 담벼락의 고도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관측자가 앉아 있었다고 보면 40도 정도의 고도에 위치하는 달은 충분히 그림처럼 보일 수 있다. 처마의 고도가 서 있는 사람에게는 낮아 보이겠지만 앉아 있는 사람에게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보는 화공이 건너편 담벼락 아래 낮은 자세로 몰래 숨어서 이 광경을 스케치 했다고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각도다.주인공들의 복장 - 신윤복이 그린 ‘청금상련(廳琴賞蓮)’은 연꽃이 피어 있는 것으로 보아 7~8월 한낮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에 나오는 남녀의 복장과 월하정인에 나오는 남녀의 복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월하정인 속에 등장하는 여인은 밤이라 장옷을 하나 더 걸쳤을 뿐이다.기본적으로 조선시대에 남자는 바지, 저고리에 두루마기를 입었다. 물론 계절에 따라 겹두루마기(봄, 가을), 홑두루마기(여름), 솜두루마기(겨울)로 바뀐다. 여자도 짧은 저고리에 풍성한 치마가 기본이었고 그 위에 입는 당의가 계절에 따라 겹당의(봄, 가을)나 홑당의(여름)로 바뀐다. 따라서 월하정인 그림 속 주인공들의 복장으로 보아 이 그림이 1793년 8월 21일에 그려졌을 것이라는 추론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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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시간 - 그림 속에 쓰인 월침침야삼경(月沈沈夜三更)은 말 그대로 ‘달도 침침한 밤 3경’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야삼경(夜三更)은 자시(子時)로 당시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시간이다. 이 야심한 시간에 과연 두 남녀가 은밀히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었을까? 하지만 이 시대의 역사를 연구한 자료를 찾아보면 당시에 늦은 밤에 밀회를 즐기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월하정인에 나타난 부분월식의 시간과 그림 속 글에 나타난 시간으로 두 남녀의 만남 시간이 자정 무렵이었다는 것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일이다.¹⁾이 그림의 천문학적 분석은 신윤복이 당시에 정확한 상황을 보고 그렸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는 사물을 사실 그대로 그리는 진경산수(眞景山水)의 시대였고 신윤복이 그린 다른 그림 속 달들도 모두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때문에 월하정인도 실제 상황을 묘사했을 것이라 추론하고 천문학적으로 분석해봤다. 앞으로 예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천문학적 현상을 토대로 제작 연대가 불분명한 작품들의 제작 연대를 추정하는 일이 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은 시대를 재는 가장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글 :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주)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주1) 참고자료 : 「판소리와 풍속화 그 닮은 예술 세계」(효형출판, 김현주 저) 본문 中 - ‘연인들의 야밤 밀회가 성행한 시대에 이러한 소재와 정서를 담은 춘의도들이 그려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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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식 그믐달 차이 - wolsig geumeumdal 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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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조사원은 이달 1일부터 4일까지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뜨는 ‘슈퍼문’의 영향으로 한국 연안 해수면이 높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저지대 침수 등 사고에 주의해달라 당부했다. 하지만 슈퍼문이란 단어를 기대하고 달을 봤다간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시기 달은 그믐달이기 때문이다.

 

슈퍼문이란 단어는 과학적으로 정의된 단어는 아니다. ‘근지점 삭망(perigee sygyzy)’이 더 과학적인 용어다. 근지점은 궤도를 도는 천체가 중심 천체와 가장 가까워졌을 때를 뜻하는 말이다. 삭망은 달과 지구, 태양이 일직선을 이룰 때를 뜻한다. 달의 근지점은 태양, 지구, 달 순서대로 위치한 초승달 혹은 그믐달(삭)과 태양, 달, 지구 순서대로 위치한 보름달(망) 때 나타난다.

 

국립해양조사원이 ‘그믐달 모양의 슈퍼문’이 뜰 것이라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믐달일 때 지구와 달의 거리가 35만 7176㎞로 평균 중심거리인 38만 1586㎞보다 2만 4410㎞ 가깝다. 8월 보름달은 14일에서 16일 사이 뜰 예정이다. 올해 슈퍼문에 가장 가까웠던 달은 2월 19일로 당시는 보름달로 떴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35만 6761㎞로 올해 중 가장 가까운 근지점이었다. 9월 그믐달이 근지점에 위치하면서 추석때의 보름달은 올해 달 중 가장 작은 달이 될 전망이다. 2월의 달보다는 14% 작아진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이번에 사용한 ‘그믐달 모양의 슈퍼문’이라는 용어에 관해 묻자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리차드 놀레라는 과학자가 정의한 것을 따랐다”고 말했다. 리차드 놀레라는 사람이 최초로 슈퍼문이란 단어를 쓴 사람은 맞다. 하지만 그는 점성술사로 1979년 점성술 잡지 ‘델 호로스코프’에 슈퍼문이란 단어를 쓰며 ‘지구 근지점에 90% 가까이 다가온 초승달이나 보름달’로 정의했다. 그는 슈퍼문으로 인해 날씨가 나빠지고 지진이 일어날 거라는 주장을 폈다.

 

슈퍼문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후로 슈퍼문이란 명칭을 달의 모양에 국한하지 않고 썼지만 최근에는 보름달에 한해 이용하는 추세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슈퍼문이란 단어를 정의하며 “최근에는 근지점에 위치한 달이 보름달일 때로만 제한한다”고 밝혔다. 실제 우주 천문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도 “슈퍼문은 보름달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비록 정식 과학용어는 아니지만 일부 기관들이 잘못된 정보를 간혹 내고 있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월 31일 달의 경우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가까운 달이지만 침수 피해는 더 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은 겨울철에 비해 수온이 높고 기압이 낮아 달에 의한 해수면 상승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최근 10년 중 해수면이 가장 높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야간 시간대에 만조가 발생하며 해수면이 더 차오를 예정”이라며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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