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뇌 - badug dunoe

바둑 교육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 리뷰

바둑 두뇌 - badug dunoe

바둑은 어린이들의 두뇌개발, 집중력 향상,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한 번 쯤 “바둑을 가르쳐볼까”라고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바둑을 점차 놀이가 아닌 교육의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둑 교육열기는 꾸준하게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90년대 초에 바둑 신동 ‘이창호’가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바둑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국을 기점으로 다시금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바둑, 좋은 건 알겠는데...과학적 증거 있나? “근거 있다!”

2008년에 진행된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약 80% 이상이 '바둑이 자녀교육에 유익하다'고 응답했고, 대부분의 부모가 자녀에게 바둑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바둑을 통한 집중력 향상과 뇌지구력 강화, 암기력 향상이나 정서 발달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바둑교육의 효과'는 학문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은채  막연히 ‘당연히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 '바둑학'이 대학에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자리잡고 발전하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바둑교육이 가진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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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뇌를 활성화해 '깊은 생각'을 돕는다? “YES!”

권준수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바둑을 둔 집단과 바둑을 두지 않은 집단으로 나눠 바둑교육이 뇌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두 집단의 평균 연령은 17세였고, 평균 12.4년간 바둑을 훈련한 바둑 전문가 17명과 일반인 16명이 실험 대상이었다.

연구 결과 바둑을 둔 집단은 바둑을 두지 않은 집단보다 정서적 처리와 직관적 판단에 관여하는 편도체와 안와전두엽 부위, 공간적 위치 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 부위가 활성화됐다. 이 결과는 바둑교육이 깊은 통찰력을 갖도록 돕고, 직관적 판단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둑은 감성지수(EQ)와 공감능력을 올린다? “YES!”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이혜정 명지대 바둑학과 박사는 논문을 통해 바둑교육이 초등생의 감성지수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감성지수는 지능지수(IQ)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잘 알고, 이를 적절하게 조절해 자신의 정서를 하는 능력이다.

연구팀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20주 동안 바둑교육을 진행한 다음 바둑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과 감성지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바둑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평균 감성지수는 108.93으로 나타났고, 바둑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의 평균 감성지수는 105.62로 바둑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 낮았다.

감성지수는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파악해 상대방의 감정과 기분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의 기초가 된다. 또 감성지수의 일부는 사고력이나 추리력을 발휘해야 하는 창의적 과제를 만났을 때 마인드 컨트롤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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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수리력, 공간 지각력 등 지능을 향상시킨다? “YES!”

김바로미 명지대 바둑학과 객원 교수(경희대 아동학 박사)는 실험을 통해 바둑교육이 아동들의 지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김 박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바둑교육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히 '바둑교육 프로그램이 아동의 지능에 미치는 효과'라는 논문을 통해 약 8개월간 바둑을 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지능, 과제집중력, 문제해결력과 만족지연 능력을 비교하고, 바둑을 둔 집단의 향상도가 더 높음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두뇌성장이 가장 활발한 5~7세부터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을 통해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기교육 바람에도 바둑교육에 대한 관심은 90년대와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과목이 아닌데다가, 교육 효과도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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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초 알파고의 영향은 물론, 바둑교육의 효과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바둑교육'은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 시점에서 바둑교육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자들을 통해 입증됐지만, 밝혀진 효과를 뒷받침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양질의 바둑 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다.

동아사이언스는  지난 8월 1일에 <어린이과학동아> 온라인 바둑 교육 프로그램 '나는야 바둑왕'을 선보였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1인 방송 형식으로 만든 강의와 ‘인공지능(AI)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교재를 제공한다.

이는 최근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면 보상을 얻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 원리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방식을 따른 동아사이언스 만의 차별화 된 온라인 교육 서비스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에이아이바둑 김찬우 대표는 "무조건 바둑을 배운다고 바둑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커리큘럼이 잘 짜진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는야 바둑왕’은 동아사이언스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 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린이과학동아 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을 하면 8월 31일까지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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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를 클릭하면, "나는야 바둑왕"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천재들이 열광했던 게임 ‘바둑’의 신비 4가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이 끝난 뒤 후폭풍이 거셉니다. 바둑이 새로운 붐을 일으키며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두뇌 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아이들에게 바둑을 적극 권장하고, 성인들도 바둑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무료 바둑 앱이 인기입니다. 과연 바둑을 두는 것이 지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바둑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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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앨런 튜링이 열광했던 게임


바둑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25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게임입니다. 바둑판은 가로세로가 똑같이 19줄로 총 19×19=361집인데요. 한가운데 있는 ‘천원’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모두 360집이 되는데, 이는 1년이 약 360일이라는 천문학적 사실에서 비롯한 것이죠. 흑과 백이 어우러지는 바둑은 음양오행 이론에 기반을 두고 우주를 형상화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선놀음’ 또는 ‘선비놀음’이라고 불리우기도 하죠. 서양의 체스가 동양의 장기에 해당한다면, 서양에는 동양의 바둑에 해당하는 게임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서구권에서는 바둑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왔습니다. 특히 수학자, 물리학자, 컴퓨터 과학자들은 체스보다 조금 더 지능적인 게임인 바둑을 오랫동안 동경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바둑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뒀다고 전해집니다. 수학자 존 내쉬 역시 프린스턴대의 바둑 마니아로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이었습니다. 천재적인 과학자 앨런 튜링도 바둑을 즐겨뒀는데요. 그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암호 해독자로 작업하면서 동료인 수학자 어빙 존 굿에게 바둑을 소개했습니다.

어빙 존 굿은 ‘지능폭발’의 아이디어로 특이점 이론에 기여한 학자입니다. 특이점 이론이란 기계(기술)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순간을 논하는 이론으로, 최근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화제가 되며 다시금 회자되고 있죠. 어빙 존 굿은 1965년 뉴사이언티스트에 ‘바둑의 신비’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통해 바둑이라는 게임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에 대해 적지 않은 영감을 줍니다.

  ☞ 어빙 존 굿이 1965년 뉴사이언티스트에 소개한 ‘바둑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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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왼쪽), 앨런 튜링(가운데), 존 내쉬(오른쪽)의 공통점은? 천재 외에도 바둑 마니아였다는 것이죠. - pixabay, wikipedia, 프린스턴대 제공

바둑 천재들의 뇌 구조가 궁금하다


바둑 전문가를 넘어 바둑 천재로 불리우는 이세돌 9단을 비롯해서 바둑에 천부적인 실력을 지닌 이들의 뇌는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세돌 9단 이전에 한국 바둑계를 이끌었던 이창호 국수는 언젠가 자신이 읽은 책한 권을 소개하며 힌트를 줬는데요.


그는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을 읽고 4가지 생각도구,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통합이 바둑을 두는 데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의 창시자인 미국 카네기멜론대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일찍이 바둑이나 장기(또는 체스)의 고수들은 패턴인식과 형성에 능한 사람들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게임이 진행 중인 체스 판 위의 말을 5초 동안 보게 한 뒤 빈 체스 판에 위치를 복원해보라고 하면 초보자는 전혀 감을 못 잡지만 고수들은 거의 완벽하게 위치를 맞힌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판 위에 임의로 말을 올려놓은 뒤 똑같은 실험을 하면 초보자나 고수나 모두 맞히지 못합니다. 체스 고수는 사진을 찍듯이 말의 위치를 외우는 게 아니라 게임이 진행되면서 그렇게 놓이게 된 패턴을 인식하기 때문이죠.


체스 대가의 장기기억 속에 축적된 조합의 수는 대략 5만 가지로 추정됩니다. 5만 가지의 각기 다른 항목 사이의 독특한 특징을 검색하는 기억 체계는 아주 빠르게 그것의 독특한 특징을 구별해냅니다. 이 정도의 패턴을 익히려면 1만 시간, 약 10년의 노력이 필요한데요. 이창호나 이세돌 같은 바둑 천재들은 이미 십대 때 바둑에 1만 시간 이상을 투자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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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제3국을 시작하는 이세돌 9단 - 구글 제공

바둑이 과연 지능에 도움이 될까?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지능이 높았기에 실력이 뛰어난 걸까요? 아니면 바둑을 두다 보니 두뇌가 발달하며 더욱 실력이 향상된 걸까요? 아마도 두 가지가 모두 작용했으리라 예상되지만, 우리가 궁금한 건 후자입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바둑이 두뇌발달에 좋은 훈련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이러한 바둑과 뇌의 상관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연구팀은 평균 나이 17세의 바둑 전문가 17명을 대상으로 1년 간 뇌 영상을 관찰한 결과, 뇌의 백질이 일반인보다 더 두껍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평균 12년 정도의 훈련기간을 거쳤으며 9명은 프로기사로 활동 중입니다.


백질은 뇌 영역이 담당하는 집중력, 작업 기억, 수행조절능력, 문제해결력 같은 인지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연결해 사용하게끔 도와줍니다. 다시 말해 백질이 두꺼운 뇌에서는 바둑 전략을 하나씩 기억하는 게 아니라 패턴 자체를 통째로 기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바둑 전문가들의 백질은 좌뇌보다 우뇌 쪽에서 더 발달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뇌의 우반구는 공간지각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둑은 공간싸움이기 때문이죠.


권 교수의 또다른 연구에서는 바둑 전문가들의 뇌에서 정서적 처리와 직관적 판단에 관여하는 편도체와 안와전두엽 부위가 활성화된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바둑 고수들의 뇌는 장기간 수련을 통해 정서적 처리, 직관적 판단을 처리하는 뇌 부위들이 서로 잘 연결돼 있어, 들어오는 자극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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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전문가들의 뇌를 관찰해 보니, 우측 편도체(Amygdala),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안와전두엽 사이에서 기능적 연결성이 커졌음을 확인했습니다. 장기간 수련이 뇌의 기능을 향상시킨 결과죠. -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바둑의 고수, 남자가 많은 이유는?


역대 바둑의 고수들을 봤을 때,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눈에 많이 띄는 이유는 무얼까요? 공간을 잘 인식해야 하기 때문일까요? 남성이 여성보다 공간지각력이 뛰어나냐는 논쟁은 오랫동안 논의돼 왔지만, 결론은 ‘개인차’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전체 남성의 공간 관리능력은 전체 여성의 같은 능력보다는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류 외의 다른 종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발견한 연구가 있는데요. 미국 피츠버그대학 인류학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수컷들이 암컷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공간관리능력과 공간지각력을 갖게 됐다는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로 선택한 펜실베니아의 들판에서 사는 풀밭들쥐(meadow vole)는 독특하게도 더 넓은 땅을 확보할수록 더 많은 수의 암컷을 차지합니다. 연구팀은 이런 경쟁적인 영토확장 노력이 수컷에게 공간에 대한 정보를 심어주었고, 그 유전자를 후손에 물려줬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또 다른 근거로는 남성과 여성의 유전차 차이를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 IQ는 비슷하지만 남성은 극단적으로 천재성 또는 정신지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이유는 남성에게 X염색체가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


독일 울름대 호르스트 하마이스터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X염색체에는 지능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습니다. 여성은 평균 지능 관련 유전자가 있는 또 다른 X염색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이 제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일단 X염색체에 이런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갖게 되면 발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이 때문에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피카소 등 역사적인 천재 타이틀은 모두 남성에게 돌아간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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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여성과 남성이 바둑두는 풍경.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 국회도서관 제공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세간의 이슈들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글쓰고 있다.

※참고문헌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61818/bef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5347597/bef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M201003N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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