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녹 문산 - eiji obeu empaieo 4 nog munsan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안정성을 고수한 고전 RTS의 향수

 

갱신일 2021년 10월 25일 11:51 오후

 

게시일 2021년 10월 25일 4:01 오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는 건설, 전쟁, 약탈 시스템이 포함된 전통적인 RTS 장르의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끈기로 똘똘 뭉친 잉글랜드 제국과 예의와 예절을 중시하는 프랑스 제국과 전투를 하게 되는 것이 마치 고전 게임을 하는 느낌과 더불어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중세시대의 끝자락이 배경이 된 전략 게임들은 많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즐겨봤던 게이머들에게 더욱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어느 정도 최신게임이라는 느낌이 물씬 들도록 노력한 면이 보인다. 이 외에도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데피니티브 에디션에서 경험한 안정성을 느끼게도 해주었다.

십 년여 동안 마을 주민들에게 야생동물을 잡게 하고, 광산에서 금을 캐도록 하고, 나무를 베도록 해왔던 나 같은 게이머라면 누구든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를 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창, 말, 활의 가위바위보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하며 급습을 통해 상대방의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여 그들의 자원 공급을 무너뜨려야 한다. 성벽을 쌓고 방어를 위한 건물을 구축하게 되면 장기전으로 돌입할 확률이 높고 이때는 체스 게임 마냥 집요한 땅따먹기 싸움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벽을 부숴버리기 위한 대포 같은 것을 개발하면 바로 긴장을 뚫어버리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나와 비슷한 실력의 상대방과 대전하게 되면 적절한 페이스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일반 스커미시를 진행할 때 랜덤하게 생성되는 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맵 생성 시 원하는 색상, 나무의 종류, 분위기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이들은 유럽지역의 온대 기후에서부터 동양의 냉대 기후 및 침엽수림 등까지 방대한 설정이 가능하다. 각 종류의 맵 구성은 전략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준다. 깊은 골짜기가 있는 양옆의 언덕 지대는 마치 스타크래프트 2의 대회 맵처럼 정교하며,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지상 유닛들의 실체를 숨겨줄 수 있는 숲 지대를 활용하여 게릴라 작전처럼 적들이 한눈팔 때 급습할 수 있는 지형들도 있었다. 일부 생성된 지형들은 밸런스 붕괴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 언덕과 산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몽골족들은 성을 쌓고 질서를 유지하려는 타 종족들과는 다르게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맵의 구성은 꼼꼼히 따지기엔 너무 길지만, 전투를 하기위한 여러 지형들은 대체로 균형이 잡혀있었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면 해양 전투였다. 개발사인 렐릭이 해양 전투에 관해서 거의 언급을 한 적이 없었기에 자신이 없을 줄 알았지만, 결과는 나름 괜찮았고 섬 지형의 맵에서 플레이하게 될 경우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양 전투는 나름 괜찮았고 섬 지형의 맵에서 플레이하게 될 경우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8가지 파벌 중 플레이가 가능한 종류는 6가지뿐이었으며 이들 사이에서도 각자 고유하거나 새로운 빌드, 유닛, 랜드마크 등이 있었지만, 서로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중국군의 대표적인 재화 벌이는 황실 공무원들이 여러 건물을 돌아다니며 세금을 걷는 방식이다. 아바스 군은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을 지으면 기술 발전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 그리고 이들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할 만한 것이, 근처 건물들에게 불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이러한 깨알 같은 요소들이 몇몇 존재하긴 했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가 10년 전에 나왔다고 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을 정도의 요소들이었다. 아쉬운 것은 그래픽마저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최대 품질로 설정한다 해도 생각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미 2010년에 출시된 토탈 워의 크고 작은 유닛과 환경의 섬세한 디테일로 나는 그래픽이 뛰어난 전쟁 장르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명성을 달고 나온 만큼 렐릭 측에서는 개발 자금에 대한 문제는 없었을 것임에도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새로 소개된 게임 메커니즘 중 유닛을 숲속 사이에 숨겨두는 기능이 돋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데피니티브 에디션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나 3에서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몽골인이 출격한다면? 몽! 골! 인!

몽골인들은 건물들의 이동이 가능하며, 인구를 늘리기 위한 건축물이 따로 필요 없고 주요 자원 공급은 타인의 자원을 뺏어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몽골 제국은 전통적인 RTS의 틀을 깨버렸으며 렐릭의 야심 찬 ‘새로운 것 추가하기’ 였다. 몽골인으로 플레이했을 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가 주었던 느슨함이 모두 사라졌으며 하루빨리 몽골인들의 전략을 실험해보고 싶어졌다. 이때부터 멀티 플레이어를 하게 되면 말에 탄 궁수 유닛들을 컨트롤하는데 재미가 붙었다. 루스족 역시 전통 방식의 RTS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들의 고유한 능력이라 하면 빽빽한 진지를 짓는 것보다 띄엄띄엄 작은 진지들로 야생의 환경을 점령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몽골인들로 플레이했을 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가 주었던 느슨함이 모두 사라졌으며 하루빨리 전략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아무리 칭기즈칸이 도와준다 해도 최악의 유닛 이동 루트와 타겟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마저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여기선 진짜 너무 부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나빴다. 유닛들은 돌에 끼거나 루트가 헷갈려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반복하기도 했다. 정찰병들은 정찰하라고 보내놨더니 숲을 껴서 측면으로 들어가도록 지정해도 적들에게 정면으로 침투하질 않나, 다수의 기마병이 궁수를 지나쳐 공성 무기를 부숴야 하는데 궁수를 구타하고 있다거나 내 궁수들은 부대에서 삐져나와 혼자 상대방 보초에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기에 갓난아이들을 돌보듯이 모든 유닛의 행동에 신경을 써줘야 했다. 정말 치밀하게 신경을 써줘야지만 원하는 결과물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세한 컨트롤이 굳이 필요 없는 몽골인들조차 이 정도 케어를 해줘야지만 유닛들의 성능을 극대화해줄 수 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가 고전 시리즈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것은 바로 40가지 미션으로 이루어진 싱글 플레이어 콘텐츠였다. 첫 두 가지 미션은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갈등을 다룬 노르만인의 잉글랜드 정복에 대한 캠페인이었다. 그 후에는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백년전쟁 캠페인이 나오지만 이 두 제국은 여러 파벌 중 가장 전형적이면서 재미가 최소화된 탓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두 파벌은 거의 똑같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이후 몽골 제국과 루스족으로 플레이하게 되면 다양한 임무 목표와 역사적인 순간들을 재구성해 보는 계기가 된다. 각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게 되면 짧은 실사 영상들을 해금하게 되며 전통 무기 만드는 방법, 전통 몽골 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영상들을 다시 보기 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전통 악기로 편곡된 음악과 멜로디들은 각 파벌에 대한 분위기를 물씬 끌어올려 주며, 시대별 발전을 하게 되면 음악이 더욱 웅장해지곤 한다. 각 유닛의 음성 대사 역시 해당 문명의 자국 언어로 되어있었다. 일부 언어들은 더 현시대에 사용하고 있지 않은 언어들도 있었다. 잉글랜드 제국은 고대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언어의 억양 역시 시대적 발전을 하게 되어 셰익스피어 시기까지 올라오게 되면 조금 더 알아들을 수 있거나 익숙해진 어조의 영어를 구사하게 된다. 이러한 언어들이 표현되었을 때는 모두 진지했으며 억지로 표현하거나 하는 웃음기를 모두 제거한 채 들려왔다.

하나 크게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면 바로 맵 에디터의 부진이다. 이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게임들은 맵 에디터가 존재했기에 나만의 맵을 만들어 보거나 하는 것과 친구들과 맵을 공유하고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젠 이렇게 할 수 없어서 실망스러웠지만 렐릭측에서는 게임에 활용될 도구가 더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니, 하루빨리 맵 에디터도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는 이전에 봐왔던 익숙한 요소들로 인해 크게 나쁘지 않지만, 크게 좋아진 부분도 그다지 없게 느껴질 정도로 안정성을 중요시한 게임이 되어 출시되었다. 싱글 플레이어 캠페인은 넘쳐날 정도의 분량이었으며 몽골인들과 루스족으로 플레이하면 새로운 느낌의 전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전쟁 분야의 강점인 대규모 유닛의 전투가 이루어져야 할 게임에서 한정적인 유닛의 수라는 것 때문에 조금 맥이 빠졌고, 2021년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과하게 실망스러운 그래픽 품질이었다. 게임을 즐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동시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올드한 게임들을 아직도 붙잡고 있을 시간이 남아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열정이 확 식어버리는 경험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실시간 전략, 즉 RTS 장르는 시대가 바뀌면서 다양한 시도와 함께 변형되어 왔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는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집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녹 문산 - eiji obeu empaieo 4 nog munsan

Great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RTS 게임이며, 고전 방식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해주고 있어서 실패할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면모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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