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 • •

익인17

난 제출해야될 서류때문에 심리검사도 같이 해서 거의 40 나왔는데 상담받고 약받는 건 그렇게 크게 안들어 필요한 익들은 꼭 다니는 거 추천 ㅠㅠ
1년 전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 • •

익인19

혹시 심리적으로 확실히 많이 달라져..? 나 꼭 가야할 거 같은데 이미 너무 무너진 것 같아서 변화가 있을까 생각도 들고 그냥 꾹 참고 있어서 ㅠㅠ
1년 전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 • •

익인17

반년 넘게 치료받고 2년정도 안다녔는데 우울함의 원인이 죽지 않고서야 끝날 수 없는 문제라 문제가 생겨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다하나 우울감에
다시 빠져도 헤어나올 수 힘,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하거든 본인 의지 갖고, 상담 잘 받고 하면 꼭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

1년 전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 • •

익인19

응응 ㅠㅠ 설명 고마워 !! 💛
1년 전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 • •

익인27

확실히 많이 달라지니까 병원 꼭 가서 약 먹어
1년 전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 • •

익인19

응웅 알겠어 !! 💚
1년 전

오늘 내 잘못으로 정말 큰일이 있었다. 눈물만 나고 벌벌 떨리기만 하고 결국 이런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것이 오래 미뤄둔 정신적 문제가 틀림 없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가까운 정신과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방문 가능한지 물었다.

예약이 없는 병원이라고 방문하라고 해서 씻지도 않고 대충 모자 쓰고 옷만 입고 나갔다. 돈이 없어서 엄마한테 정신과라는 말은 안하고 병원가게 돈 좀 달라고 했는데 답이 없어서 할머니한테 거짓말하고 카드를 받았다. 뭘 챙겨가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병원이니 민증은 챙겨야 될 것 같아서 달랑 민증과 카드만 들고 나왔다. 집밖에 볼일이 있어서 나온 게 몇 주만인지 모르겠다. 집에만 있으니까 시간 감각이 없다. 벌써 종강이다.

어쨌든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예약이 없는 병원이라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간단한 설문을 하고도 내 앞에 세 명의 내원자가 진료를 마칠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항상 그러듯이 커뮤니티나 보고 있었고.. 진료받을 때는 생각보다 말이 제대로 안나오고 목소리가 너무 떨리고(아마 모르는 사람하고 대화한지 너무 오래돼서?) 몇 가지 질문에는 눈물이 났다. 대체 왜 눈물이 나지? 뭐 공감해주거나 위로해주는 것도 아닌데 (상담자로선 당연함.) 눈물이 난다. 신기하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했고 담담했다. 몇 번 눈이 마주치기도 했는데(내가 다른 곳을 보고 말해도 날 계속 보고 계신 듯 하다.) 모자를 쓴 것에 감사했다. 눈을 못 보겠는 건 이유를 모르겠다. 가정 문제, 학교와 학업 문제, 식이장애 두루두루 물어보셨고 원인을 찾으려고 물어보시는 것이 아니고 말그대로 내가 선생님께 터놓고 말하기를 원하신 것 같았다. 얕은 지식으로는 라뽀 형성? 이건 정말 느낌. 그리고 바로 간단한 검사를 하고 상담을 다시 받자고 하셨다 약물 처방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근데 인터넷에서 이런 검사는 비용이 꽤 든다고 봤던 기억이 나서 조심스럽게 돈이 없다는 말을 돌려서 했다. 근데 의사 선생님이 검사 받자고 하면서 이 비용이면 검사 받을 건지 물어보는 의도로 정확히 얼마가 드는지 알려주셔서 놀랐다. 그리고 정말 얼마 안듦. 정신과는 신기하게 병원에서 약 처방 받는데 약까지 포함한 비용으로도 얼마 안했다. 걱정한 게 웃길 정도로. (재진 비용도 결제하고 나갈 때 데스크에서 결제 도와주신 분이 언질해주셨다. 의사 선생님도 직접적으로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일주일 경과보자고 하셨고 단약하면 안좋으니까 재방문을 망설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임.) 약 처방에 대해서도 부모님 허락이 필요한지도 물어보셨다. 정신과 진료 받은 거 알릴 생각 없다고 했다. (아, 이 글에서 비용을 밝히는 건 왠지 불법이라든지 아무튼 안될 것 같아서 밝히진 않겠지만, 코로나 블루 때문인지 경기도에서 정신과 의료 비용 지원도 있는 것 같던데 난 경기도민이 아니라서.. (방문한 병원은 경기도) 병원에 따라 진료 비용은 다른 것 같으니 가고자 하는 병원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검사는 받아본 적 있는 검사였다. 폭식증 때문에 학교에서 상담받았을 때 받았던 검사. 그때 결과가 기억은 안나지만 어쩌면 상태가 더 심각해진 것 같다. 그리고 설문 답변을 토대로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신과를 방문하겠다는 용기를 낸 것도 자살 충동이 들고 심지어 왜 죽어야 하는지 정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서였으니 당연하다고 생각.. 근데 당연한 결과를 떠나서 의사 선생님이 내 답변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봐주시는데 질문에 답하면서 내 상황에 대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과에서 상담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말라고들 그러는데 적어도 내가 방문한 정신과는 안 그런 것 같았다. 초진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상담도 만족스러웠고 약 처방도 잘 받았다. 식욕엔 크게 문제가 없고 다이어트로 심리적 문제를 겪은 적도 있으니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식욕에 영향을 주는 약은 제외해주신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요즘 다이어트든 식욕이든 아무런 생각이 없긴 하지만.. 아 살이 쪄서 언젠간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있지. 근데 그래도 전에 폭식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먹진 않음. 그냥 내 입맛이 살찌는 음식을 선호해서 살이 찐 것뿐. 식이장애라고는 생각 안한다. 살찌는 것만 먹고 활동도 안하는데 당연히 살찌는 거라고 생각함. 크게 강박이랄 건 없다. 또 살 얘기만 하고 있네, 이게 별로 내 인생에 중요한 것도 아닌데.(이것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음.) 아닌가, 맨날 이것만 얘기하게 되는 게 나한테 중요하다는 건가. 모르겠다.

일단 약 먹고 잠을 제대로 자보려고 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거 자체가 일단 잘한 일이라서 돌아오는 길에 밀크티도 사 먹었다. 사 먹고 걷는데 꽤 기분이 좋았던 것 같은 느낌. 집에 와서 다시 용기를 내서 교수님께 이메일도 보냈다. 오늘은 그래도 괜찮게 보낸 걸로 하루를 끝내고 싶다. 이따 교수님 답장 오면 약 먹고 자야지. 정신과 약은 처음 먹어본다. 좀 기대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기분이 정상적인 건지 잊은지 너무 오래돼서..

우울감은 누구나 들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이 우울한 감정이 자기 자신의 일상을 망가뜨릴 정도로 강력하고, 지속적이라면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초진 후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병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정신과 초진 설문지 - jeongsingwa chojin seolmunji
내가 다니는 정신과 약봉지

나는 정신과를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 모바일로 가장 가까운 정신과를 찾아보았다.

우울증에 걸리면 솔직히 ‘외출이라는 것 자체가 힘들어 지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미리 전화 예약을 추천하는데, 대기시간이 짧아 다른 환자분들과 마주할 가능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병원에 도착하자 간호사분이 정신 건강의하고가 인걸 알고 오셨냐고 물어보셨고,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리고 간단한 설문 조사를 응해달라고 하셨다.

정신과 상담 테스트 중에 비용이 많이 드는 테스트가 있다고 들어서, 혹시 이거 비용이 많이 청구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간호사 분은 웃으시면서 그런거 아니라 초진이라 의사 선생님이 조금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 하는 것이라고 답해주셨다.

설문지 문항은 생각보다 많았고, 최근 감정의 상태와 관련된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성한 설문지를 제출하고 내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내가 방문한 병원은 아주 깔끔한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따뜻한 분위기였고, 마음이 차분해 지는 클래식 음악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첫 정신과 상담을 앞두고 조금은 긴장했었지만, 원장님을 보니 여느 병원과 똑같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무엇이 힘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의사선생님은 내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의사선생님은 주로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키보드로 무엇인가 작성하는 듯 했다.

처음이라 준비도 안되어 있어서 내 속얘기를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평소에 내 힘든 얘기를 주변사람들에게 잘 안하는 성격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속으로 계속 걱정하기도 했다.

10분? 15분 정도의 상담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내가 작성한 설문지의 결과를 설명해 주셨다.

그렇게 첫 상담치료는 끝이 났다.

초진 비용은 20000원 초반 이었다. (자료를 첨부하고 싶었는데 엄카로 결제하는 바람에 찾을 수 가 없다.)

지금 우울증으로 정신과 방문을 고려하고 있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매우 중요!!)

신체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과 정신과 치료는 상당히, 매우, 엄청나게 다르다.

한번의 정신과 방문으로 바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꾸준히 복용했을 때 수일에서 몇주가 걸리기도 하며, 우울증이 해결된 것 같아 보여도 약을 일정기간 지속해서 복용해야 한다.

정신과에 처음 방문하고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의 상처를 주는 그 원인을 어떻게 찾아낼지 의사와 함께 고민해봐야 하며, 그 상처를 바라보는 긍정적 태도를 갖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 할 것이다.

외부적 요인이 우울증을 야기하고 있다면 그 요인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고통스러운 병이다.

병원 한번 갔다고 하루아침에 모든게 해결 될 순 없지만,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는다면 분명히 우울증의 고통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