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카르텔 염산 - megsiko kaleutel yeomsan

멕시코 카르텔 염산 - megsiko kaleutel yeomsan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Sicario, 2015> 철 지난 영화 리뷰 - 고전 이탈리아 마피아 vs. 신흥 멕시코 카르텔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Sicario, 2015> 철 지난 영화 리뷰 - 고전적 이탈리아 마피아 vs. 신흥 멕시코 카르텔

by Justen

멕시코 카르텔 염산 - megsiko kaleutel yeomsan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Sicario, 2015> 고전적 이탈리아 마피아 vs. 신흥 멕시코 카르텔

영화정보

제목: 시카리오 Sicario, 2015, 121분

감독: 드니 빌뇌브

주연: 에밀리 블런트, 베니치오 델 토로, 조슈 브롤린

주관적 평점: ★★★☆

한줄평: 케이트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레한드로의 복수에 한편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어 영화를 보는 내내 복잡한 감정.

예전에 영화 <아이리시맨 The Irishman>을 리뷰하면서 한번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마피아 영화를 꽤 좋아한다. 우리는 흔히 TV에서 조폭과 관련한 폭행 사건 등을 보면서 혀를 차면서 비난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조폭이나 마피아와 관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좋아한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사회현상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고 싶은데 갱스터들의 역사와 갱스터 관련 영화들을 정치, 경제 문제와 관련하여 책을 쓰거나 블로그에 연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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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마피아를 소비하는가? 천천히 알아보자.

어쨌거나 지금까지 헐리우드를 지배해 온 갱스터들은 역시 이탈리아 마피아들이었다. 이탈리아 마피아들은 돈을 벌기 위해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도박, 매춘, 마약 등 남들이 다루기 꺼려하는 더러운 사업에 손을 대고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는 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폭력을 필수적 요소로 다뤄왔다. 하지만 마피아들이 아무 때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고 경쟁자들과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알고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추악한 일에 발을 깊숙이 담그고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서슴지 않지만 지역 사회의 유지들이나 경찰, 정치인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겉으로는 합법적인 사업을 가장하고 있는 이들은 최고급 양복을 빼 입고 비단 중절모를 눌러쓰고 쿠바산 시가를 물고 짐짓 위엄있게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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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양복, 중절모, 쿠바산 시가로 대표되는 이탈리안 마피아의 이미지

이 점잖은 갱스터들은 사업을 위협하는 경쟁자나 적들에게 처음에는 점잖게 충고하고 두번째는 경고를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적들을 제거하더라도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하는 것이 아니라 제거되어 마땅한 소수의 사람들만 처리한다. 영화 <대부>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들을 보라. 이들은 살인도 하나의 종교의식처럼 행한다. 여자를 죽이거나 해치는 것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나 가능하고 아이들은 해치거나 이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비열한 짓으로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다. 영화 속 이탈리아 마피아들은 품위, 영어로 dignity가 있었다. 물론 그들의 실제 모습은 영화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탈리아 마피아들은 그런 이미지로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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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와 살인 장면을 교차 편집해 긴장감을 높인 영화 <대부>의 한 장면

하지만 영화 <시카리오>를 비롯한 요즘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멕시코 카르텔들은 이탈리아 마피아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난닝구를 걸치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그들의 '일'을 한다. 여자는 물론이고 살인에 아이들을 동원하고 아이들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 근본없는 멕시코 갱스터들이 요새 핫하다. 최근에 리뷰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도 멕시코 카르텔이 주요 모티브가 되고 (리뷰하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미드로 손꼽히는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역시 멕시코 카르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 2004>, <카운슬러 The Counselor, 2013> 등 요즘 헐리우드의 대세는 이탈리아 마피아가 아니라 멕시코 카르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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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구에 쓰레빠 끌고 다니는 갱스터가 대세가 되었다.

우선 왜 이탈리아 마피아들의 시대가 가고 멕시코 카르텔의 시대가 도래했는지 한번 알아보자. 멕시코 카르텔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01년 9·11 테러 사건 때문이다. 주로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마약은 육상, 해상, 공중을 통해 미국으로 수송되었는데 9·11 이후 미국은 해상과 공중 경계를 강화했고 그 덕분에 마약 해상 수송로가 마비되었다. 이 때문에 멕시코를 통한 육상 수송로만 남게 되어 멕시코 카르텔 조직들은 남미 카르텔들로부터 막대한 유통 비용을 챙기게 되었다. 게다가 대규모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으로 인해 마약 생산량까지 감소하자 멕시코 카르텔들이 직접 마약 생산까지 떠맡게 되어 생산과 유통을 동시에 하게 됨에 따라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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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의 여파로 해상 마약 수송 루트가 차단되면서 멕시코를 통하는 육상통로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멕시코 국경 지대에 몰리게 됨에 따라 이권을 놓고 카르텔 조직들 간에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 특히 2006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카르텔 간의 전쟁으로 무려 3만여명이 사망했고 특히 2010년 한 해에만 약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살인 수법은 매우 잔인해 참수 정도가 단순한 경고이고 영화 <시카리오>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을 죽인 후 도심지 한 가운데 매달아 두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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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카리오>의 이 충격적인 장면은 결코 영화적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멕시코 북부 도시 후아레즈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멕시코 카르텔은 라이벌 조직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경찰, 군인 등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잔인하게 처형을 집행하고 있으며 정부가 카르텔들과 싸우려고 해도 경찰 내에 카르텔이 심어놓은 스파이들이 득실거려 소탕작전을 세워도 카르텔에 다 노출되어 버려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카르텔이 보유한 무기와 장비들이 군대와 맞먹는 수준이라 군대를 동원해도 이들을 소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찰이 워낙 부패한데다가 카르텔의 밥으로 전락한지 오래인지라 검찰이 직접 나서는데 카르텔도 일단 검찰은 두려워하는 편이라고 하지만 검찰 내부에도 카르텔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존재하며 검사들이 공격당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Spoiler Alert!

아래 글 내용은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들 도시>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시청하고 읽어주세요.

영화 <시카리오>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마약 조직들을 소탕하던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가 잔챙이들만 잡는 것에 지쳐 좀 더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러니까 카르텔의 우두머리를 잡을 수 있는 임무에 자원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CIA 요원 맷(조슈 브롤린)과 콜롬비아 출신 미 국방부 소속 고문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를 만나 작전에 참여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큰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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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사람은 하나의 작전에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접근한다.

면접장에서 맷은 케이트에게 결혼했는지, 아이들이 있는지 물어본다. 케이트는 대단히 껄끄러워하면서 이혼했고 아이들은 없다고 대답하는데 이 질문은 가족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케이트가 이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인 알레한드로를 궁극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알레한드로는 이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인데 멕시코 카르텔은 자신들을 수사하던 검사 알레한드로의 아내의 목을 자르고 어린 딸을 염산통에 던져 죽여버렸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알레한드로의 사적 복수를 향해 치닫는데 원칙주의자인 케이트는 끝내 알레한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이 점은 고전 마피아 영화와 멕시코 카르텔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고전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는 보통 둘 이상의 마피아들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도덕적인 마피아의 승리(<대부> 등), 도덕적인 정부의 승리(<언터쳐블> 등), 또는 비도덕적인 마피아의 파멸(<좋은 친구들> 등) 등으로 귀결되는 반면 <시카리오>는 추악한 멕시코 카르텔에 맞서 역시 추악한 방법으로 맞서 싸우는 정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애초에 맷이 추구하는 작전의 목표는 멕시코 카르텔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작전의 실제 목적은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파괴적인 강력 범죄를 일으키며 마약을 팔아대는 멕시코 카르텔(소노라 카르텔)의 보스를, 사적 복수를 꿈꾸는 알레한드로를 이용해 비합법적 수단으로 제거한 후 그 자리를 원래 미국 정부와 CIA의 통제 하에 마약장사를 했던 콜롬비아 카르텔(메데인 카르텔)에게 다시 넘겨주기 위한 공작이었다. 맷은 케이트에게 작전의 전세계 인구의 20%를 설득해 마약을 끊게 할 수 없다면 통제와 질서가 현재 미국이 원하는 최선이며 이 바닥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털어놓는다.

면접장에서 케이트는 맷이 신은 신발을 흘긋 엿보는 장면이 있는데 맷은 정부 요원 답지 않게 쓰레빠를 신고 있다. 난닝구 입고 쓰레빠를 끌며 악행을 저지르는 멕시코 카르텔과 똑같은 방식으로 맞서는 대응팀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법과 원칙대로 작전을 수행하려는 케이트와 불법적인 방식으로라도 멕시코 카르텔을 분쇄하려는 맷과 사적인 복수까지 꿈꾸는 알레한드로의 갈등이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주된 모티프이다. 만약 케이트가 상대하는 것이 이탈리아 마피아라면 그녀의 작전은 성공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멕시코 카르텔과 CIA를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게 바로 그녀가 영화 내내 무기력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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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장에서 매트의 쓰레빠를 유심히 살피는 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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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레한드로의 불법적인 복수에 또 한편으로 공감할 수 밖에 없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복잡한 감정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중량감있는 연출과 긴박감있는 촬영, 절제된 편집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특히 요한 요한슨의 음악 연출도 영화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만든다. 평점 별 셋 반.

*사족

개인적으로 케이트 블런트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본 이후 팬이 되었는데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에서 안습한(그야말로 안습한) 모습을 보여줘서 그녀가 무기력하게 소비된 것에 불만이 크다. FBI 소속의 케이트가 이번 작전에 필요했던 이유는 미국 영토 내에서 CIA와 미군만으로 활동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국내 담당인 FBI 요원의 동행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케이트는 그저 맷과 알레한드로의 불법적인 작전 수행을 묵인해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활용 가치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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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런트를 왜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가? 안타까운 일이다.

땅굴 작전 수행 도중 케이트는 알레한드로에게 총을 겨누고 알레한드로는 케이트의 방탄복에 총을 쏴 반격한 후 '다시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영화 마지막에 복수를 끝낸 알레한드로가 케이트에게 다시 나타나 작전이 모두 합법적이었다는 진술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다. 겁에 질린 상태에서 울면서 거절하는 케이트에게 총구를 들이대며 기어코 서명을 받아낸 알레한드로는 케이트에게 이곳은 늑대들의 땅이니 이 도시를 떠나라고 말하는데 마치 '얘들은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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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안타까운 나머지 화면에서 고개를 돌릴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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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케이트가 자신을 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케이트는 다시 한번 알레한드로에게 총을 겨눈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알레한드로에게 할 수 있는 복수의 모든 것이다. 끝내 그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총을 내려놓는다. 알레한드로 역시 자신에게 다시 총을 겨눈 케이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다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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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에 에밀리 블런트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게 안습한 모습만을 보였기 때문인지 후속작인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에 에밀리 블런트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녀가 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영화에 좀 더 자주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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