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파혼 사이다 - sang-gyeonlye pahon saida

작년 상견례 후 파혼했던 생각이 나서요

남편 2011.10.29 02:05 조회130,215

올해 서른인 처자입니다.

저는 작년에 파혼했습니다. 앞으로 결혼생각도 없구요..

상처 나름 오래갔죠...지금도 사실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요..

근데 오늘은 아무한테도 못해본 얘기 여기다 털어놓고 싶네요.

9살 차이 나는 사람과 거래처 인연으로 만나 2년을 사귀었습니다.

남자가 나이가 많아서 주변에서 결혼을 독촉했고 본인도 무척 원했었어요.

사이는 아주 좋았습니다..야근이 잦은 저의 자취집에 미리 가서 밥도 해놓고

대청소도 싹 해주고...회식하면 꿀물에 고로쇠물 드링크까지 준비해두던 사람이었죠ㅎㅎ

근데 그 남자는 4남 1녀의 늦둥이 막내였습니다. 남자의 부모님은 남자가 고등학생때

암으로 두 분이 1년차이로 돌아가셨구요..

그래서 남자쪽 윗 남매들이 신랑을 자식처럼 키웠나 봅니다..얘기들어보면 그렇더라구요..

저랑 신랑 만날때 남자의 형님, 형수님들, 시누이가 얼마나 난리였는지 모릅니다.

여자에 관심없어서 운동만 하던 막내동생이 어린 여자를 만난다니 당장 데려오라고 난리였는데

저는 너무 부담스러웠어요..음..큰형님 형수님이 환갑에 가까우시니 저의 부모님과 연배가 비슷하셨죠.

사귄지 1년 반만에 남자가 프로포즈해서 남자집에 인사드리러 가던날...

반응은....-_-

남자 누나네 집에서 남자쪽 식구들이 전부 모였는데 제가 인사드려도 묵묵부답..

저 빼놓고 티비보고 자기들끼리 깔깔 웃으면서 저는 없는 사람 취급하더군요...

남자 누나가 감자탕을 했는데 남자에게는 한가득..저에게 뼈 한쪽 국물 한 국자 주고 많이 먹으랍니다..

너무 부족해서 제가 더 덜어먹겠다고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야 저기 있잖아 알아서 덜어먹어"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릇들고 가서 보니 다 먹고 거의 찌꺼기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왔는데 저는 전혀 신경안쓰고 남자나 그 식구들이 아주 재미지게 놀더군요.

맥주 없다고 하길래 내가 사오겠다고 하고 남자도 따라나오라고 했습니다.

나오자마자 화냈죠. 도대체 나를 왜 데리고 온거냐 이렇게 무시하려고 온거냐

너는 인사시킨답시고 기껏 날 데려와서 뭐하는거냐..처음부터 이렇게 무시하는 너네집과

눈치없는 너랑은 도저히 결혼못하겠다..하고 택시타고 가려는데 남자가 제 다리잡고 매달렸습니다.

"울 식구들이 뭘 몰라서 그래..한번만 봐줘라..내가 확실하게 말할께.."

꺼지라고 밀치는데 계속 매달리고, 남자가 너 가면 나 죽는거라고 울더라구요.

거기에 맘이 약해져서...다시 남자네 집 들어가 불편한 분위기 버티다 나왔습니다.

남자가 늦게나마 저 소개시키는데 형수라는 년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말 자르더라구요ㅡㅡ;;;;

집에 가는데 저보고 제대로 인사도 안해주더군요..제가 인사하는데 대꾸를 안하대요..

정말 이런 결혼 해야하나 싶었습니다..근데 남자가 워낙 눈치보면서 잘해줘서 거기에 넘어갔어요..

저 없이도 울 친부모님께도 자주 찾아가 맛있는거 사드리고 말동무 해드리구요..

근데 임신을 했습니다...말하지 말라했는데 남자가 너무 좋아해서 바로 형제들한테 다 말했더라구요..

남자가 배부르기전에 식올려야 한다고 울 부모님을 설득해서 상견례 날짜 바로 잡히고..

근데 남자 누나가 저한테 전화해서 따로 보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부평역 부대찌개집에서 만났습니다..앉아서 밥시키자마자 하는 말이,

"니가 꼬드겨서 내동생이 요즘 우리 모임에 안온다 니가 못가게 하는거지??"

(남자쪽 집안이 항상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데 남자가 귀찮다고 제가 가라고해도 안갔습니다)

"내동생한테 도대체 뭐라고 한거냐 여우짓하지 마라"

"니 윗동서가 너 싫어한다 그거 알아두고 싫어하지 않게 잘해라 우리집에 워낙 잘한 사람이니

윗동서네 회사 끝날때 문앞에서 기다리다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전화도 자주하고 그래라 그래야 조금씩 풀릴꺼다 여자가 잘해야 형제사이가 좋은거다"

"나한테는 못해도 되는데 윗동서는 잘 모셔라 우리집에 잘한 사람이다"

참 벙찌더이다...호칭도 없이 야 야...니가..너..라고 하는것도 기가 막힌데,

윗동서라는 사람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도 모르고..아니 제대로 말한번 해본적이 없는데 싫어한답니다.

윗동서라는 사람...저 인사가서 남자가 저 소개시켰을때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말자른 그 사람입니다.

아니 그집안에 잘했으면 그집안 사람들이 고마워서 잘해줘야하는거 아닌가요??

알고보니 그 윗동서라는 사람한테 금전적으로 신세 많이들 지셨더군요..

생활비 모자라면 윗동서한테 빌려달라 땡겨쓰고..남자쪽 집 사람들이 꼼짝을 못하더라구요.

근데 왜 제가 잘해야 할까요?? 막말로 뭐 얻어먹은것도 없고 꿀리는것도 없는데..

그집안 사람들이 신세진걸 나이어리고 만만한 제가 대신해서 잘해줬으면...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네요.

두번째 실망한 이유입니다.

가자마자 남자와 대판 싸웠었죠.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형수라는 사람이 자기를 어른처럼 받들어 모시지 않아서 제가 싫었답니다.

형수가 왜 시어머니 대접을 바라는건지..왜 그걸 다들 보고만 있는건지...

근데 남자는 우리 누나 성격이 원래 드세서 말도 함부로 하고 좀 그렇다...한귀로 듣고 흘려라..하고 말더라구요.

시간이 지나 상견례하게 되어서 한정식집에 남자쪽 어르신들이 오셨죠.

오신다고 듣지도 못했던 남자 작은어머니가 갑자기 오시고 남자의 큰형님 내외가 오셨습니다.

저희는 울 부모님과 저요..그때 저는 임신 10주였습니다.

저희쪽은 남자네 작은어머니 온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갑자기 와있으니 놀랠수밖에요.

남자가 막장개념이라고 하며 싫다고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아들 셋인데 며느리 둘이 인연끊고 산다는....

그래도 어른인데 와야한다고 본인이 우겨서 왔답니다..

게다가 남자네 사람들이 겉보기부터 빵빵 터트려줍니다.

작은어머니라는 사람은 골프웨어 입고왔구요. 큰형님 내외라는 분들은 시골에서 편하게 온다고 츄리닝 차림..

저희는 백화점에서 새로 사입은 정장..구두..허투루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부모님이나 저나 너무 허탈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녁 6시 약속이었는데 밥먹고 왔답니다...

그래서인지 인사 드리고 식사나오는데 남자쪽..음식 나와도 배부르다며 손하나 까딱 안합니다..

저희 밥안먹고 나왔는데 덩달아 못먹습니다..

남자 작은어머니가 대뜸 하는 말이...저보고 거짓말 한답니다.

시골 큰집에 자주 내려온다면서 안온다고요..저 그런말 한적도 없고 그날 그분 처음봤거든요..

얘기하려다가 엄마가 참으라고 눈치줘서 참고..아빠가

"아 얘가 철이 없어서 그랬나보군요..거짓말은 안하는 아이인데 우리 아이가 실수했나봅니다.."

작은어머니 왈 "아이가 실없어서 없는소리 가끔 하나보네요"

복장 터져 죽는줄 알았습니다..초장부터 이런식이었죠.

저는 화도 나고 눈치보여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너무 긴장했었어요. 속으로 계속 이건 아니다..싶었고요..

남자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예단예물을 남자네 큰형님 내외와 상의하는데 그 작은어머니라는 사람이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습니다 "야!!! 누가 너네들 맘대로 그렇게 하랬어!!!!"

우리 부모님보고 너네들.....뭐하나 해주는것도 없으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정말 5분간 정적이었어요...아무도 말을 못했는데............

그때 아래로 뭔가 따뜻하게 흐르는 느낌이 있었어요...

죄송하다고 화장실갔는데 하혈......

하늘색 투피스 입고 엄마와 함께 제가 다니던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소변줄 꼽고 검사하고...하혈이 너무 심해서 유산가능성이 높아 분만대기실에 입원.........

그날 새벽 유산했어요.................

산모가 최근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냐고..정상이었는데 자궁에 피가 너무 뭉쳐서 하혈이 심하다고...

핏덩어리에 아기가 쓸려갔다네요..

상견례때문에 한 화장도 못지운채 소파수술을 받았습니다......

엄마가 입원실에서 클렌징워터 사서 지워주는데 정말 서럽게 울었네요..6인실이었는데..

출혈이 많아서 이틀 입원하는 동안 남자쪽은 아무말 없었습니다..

남자만 왔다갔다 했고....나중에 아빠한테 들은 얘기는....상견례 중에 감히 병원에 갔다고

괘씸하다고 한 남자 작은어머니의 말이었어요..나중에 인사오라고 했다네요..

나는 이렇게 아프고 괴롭고 힘든데......괜찮냐는 말은 커녕 어쩜 저럴수 있을까요??

아빠가..내 딸이 아프고 뱃속의 생명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당신네들은

사람도 아니라고 소리 지르고 나오셨대요..우리 부모님 가슴에 대못박았네요..

남자 붙잡고 니가 제일 나쁜새끼다 하면서 때리고 울었네요...

남자도 무릎꿇고...

근데 용서가 안되더라구요.. 

자기 아이 잃는거 보고도 가드 못치는 그 남자...

누나가 저 비하하며 뭐라고 해도 한마디도 못하는 그 남자..

자기 누나나 형수가 제욕하고 다녀도 말한마디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는 그 남자..

장인장모될 분들이 너네들 어쩌고 모욕당해도 가만있던 그 남자..

너무 실망해서..퇴원하고 헤어졌습니다..

자취집 정리하고 전화번호도 바꾸고 직장 그만두고 6개월정도 쉬다가 다른회사에 취직해서

지금 어찌어찌 잘 살고있네요..

가끔 남자한테서 문자는 옵니다 잘지내냐고..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근데 이젠 결혼은 안하려구요..

부모님이 너는 평생 우리랑 같이 살자 예쁜 딸은 보내기 싫은 법이다 말씀해주시고요..

저도.....미련이 없네요..하자있는 제가 결혼하는게 남한테 미안한 일이구요..

요즘 부모님과 등산도 가고 자주 놀러다니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죄송하고...

쓰다보니 길어졌네요...결론은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다는말 참 좋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