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개봉후 유통기한 - wiseuki gaebonghu yutong-gihan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인 1850년에 병입된 걸로 추정되는 스카치 위스키가 2006년에 경매에 나와서 당시 한화 기준 약 2천7백만 원에 팔렸고, 또 작년에는 무려 250년 전쯤에 병입된 것으로 보이는 버번위스키가 경매에 등장해 CNN 등 미국 언론에서 이 위스키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위스키라고 보도해 세계적인 주목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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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유통기한과 보관방법 안내

이런 뉴스를 보면서 여러분들은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위스키 유통기한이 얼마나 되길래 병입한 지 100년 혹은 200년 된 위스키가 경매에 나올까, 오래된 위스키의 맛은 어떨까, 혹시 변질이 돼서 먹을 수나 있을까라는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위스키 유통기한은 얼마나 되고, 어떻게 보관해야 변질되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위스키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미개봉 위스키 유통기한 | 개봉 전 보관 기간

아직 개봉을 안 한 위스키는 사실상 유통기한이라는 게 없으며, 이론상으로는 영원히 보관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스키를 일명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변치 않는 '영원의 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위스키를 '영원의 술'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위스키의 도수가 보통 40도가 이상이라서 미생물이 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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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지 않은 위스키는 이론상 유통기한이 없다

그래서 개봉하지 않은 위스키는 몇십 년이 지난 후 개봉해서 먹었다고 해도 맥주나 와인처럼 술이 상해서 탈이 날 염려가 없으며, 보관만 잘한다면 증발량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2006년에 2천7백만 원에 팔린 1850년에 병입된 걸로 추정되는 스카치 위스키만 보더라도 병목 부분에 담겼던 위스키 정도만 날아갔을 뿐입니다.

그리고 250년이 넘은 걸로 보이는 버번위스키 또한 170년 된 스카치 위스키보다는 증발량이 많았지만, 병 어깨 부분부터는 고스란히 위스키가 남아 있었습니다. 즉 위스키는 병을 개봉하지 않았다면, 100년을 넘어 200년 넘게도 충분히 보관이 가능합니다.

위스키 유통기한 | 개봉 후 보관 기간

위스키도 아무래도 개봉을 하게 되면 증발도 빨라지고 맛도 변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이 위스키를 개봉한 뒤에 브리딩이 된 상태에서 마시면 더 부드럽고 향도 풍부해진다면서 일부러 병을 개봉한 후 묵혀 두기도 하는데, 이것도 한두 달은 괜찮지만 몇 달 혹은 몇 년씩 놔두게 되면 오히려 풍미가 빠지면서 맛이 심심해질 수 있어 개봉 후 오랜 기간 보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 에어링(Airing)은 콩글리시로, 사실 제대로 된 표현은 브리딩(breathing)이 맞습니다. 브리딩이란, 독한 향은 날리고 진한 맛과 향, 풍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공기에 노출시키는 작업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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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위스키는 2년 안에 제대로 보관했더라도 5년 안에는 다 마시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일단 위스키 병을 열었다면 2년 안에는 마시는 게 좋고, 제대로 보관했더라도 5년 안에는 마셔서 비워버리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위스키 유통기한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위스키가 절반 정도 남은 상태라면 2년 이내에, 병에 1/4 이하로 남아 있는 경우에는 6개월 안에는 모두 마셔버릴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병에 위스키가 적게 남아 있을수록 공기가 더 많이 들어가 있어서 빨리 산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스키를 오픈한 후 공기 접촉으로 인한 풍미 변화를 조금이라도 더 늦추고 싶다면, 공기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위스키를 바이알 등 더 작은 병에 옮겨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스키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바(Bar)에서는 개봉한 위스키를 파라필름 등으로 병목을 꽁꽁 싸맨 후 밀봉해 두는 경우도 많은데, 위스키를 소개하는 전문 사이트 등에서도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파라필름은 큰 통 하나가 보통 2만 원 정도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위스키를 많이 모으는 분들이라면, 파라필름 사용을 한번 고려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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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위스키는 공기 접촉을 최소화 하는 게 중요

위스키 보관 방법 | 3가지 원칙

◐ 위스키를 눕혀서 보관하지 말 것.

위스키는 병을 열었든 열지 않았든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절대로 와인처럼 눕혀서 보관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스키는 스크류 캡을 쓰는 경우도 꽤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위스키는 와인처럼 코르크 마개로 막아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와인 코르크 마개는 오프너가 있어야만 개봉이 가능할 정도로 처음부터 공기가 들어갈 수 없게 단단히 밀봉이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눕혀 놓으면 코르크가 축축하게 젖으면서 팽창해 더 확실하게 밀봉할 수 있기 때문에 눕혀서 보관하는 것이 와인의 일반적인 보관 방법입니다.

하지만 위스키 코르크 마개는 다릅니다. 오프너 없이도 쉽게 열 수 있게 처음부터 헐겁게 설계돼 있어서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틈새가 크고, 위스키 자체 도수가 기본 40도로 높기 때문에 와인처럼 눕혀서 보관해서는 안됩니다. 위스키를 눕혀서 보관하게 되면 위스키가 코르크와 바로 맞닿게 되면서 코르크가 조금씩 삭아서 망가져 증발량이 확 늘어날 뿐 아니라 심하면 아예 위스키가 새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40도가 넘는 위스키가 코르크와 직접 접촉하면 코르크 성분이 위스키에 흡수돼 맛 자체가 변하기도 합니다. 와인도 오래되면 이런 경우가 있지만, 위스키는 와인보다 도수가 훨씬 높기 때문에 보다 빠른 속도로 코르크 맛이 배어듭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든 위스키는 반드시 세워서 보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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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눕혀서 보관하면 안되는 이유

위스키를 오랫동안 세워서 보관하면 코르크 마개가 말라비틀어져서 수축하고 나중에 개봉할 때 부러질 수 있다는 이유로 평소에는 세워두더라도 가끔씩 병을 뒤집어서 코르크를 적셔줘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러한 주장이 아예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대다수의 위스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동도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유는 위스키를 눕혀서 보관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코르크 마개가 부식될 위험이 큰 데다 코르크 맛이 위스키에 배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르크 마개가 말라서 병을 열었을 때 부러지더라도 병에 박힌 코르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뽑아낼 수 있으므로, 굳이 마개가 부식되고 맛이 변질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코르크를 일부러 적실 필요는 없습니다.

◐ 위스키를 햇빛에 노출시키지 말 것.

위스키를 보관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건 빛입니다.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자외선 때문에 위스키 색깔부터 변하게 되는데, 맛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고 편하게 위스키를 햇빛에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은 위스키를 구매할 때 받은 상자나 통을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서 햇빛이 내리쬐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 위스키를 높은 온도에 보관하지 말 것.

온도가 높은 곳에 위스키를 오래 보관하면 증발량이 많아져 양이 줄어들 뿐 아니라 여러 가지 향을 이끌어내는 테르펜이라는 유기 화합물이 분해되면서 풍미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실온보다 조금 낮은 온도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스키 보관 적정온도는 15~20도입니다.

위스키를 냉장고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보관해도 손상은 되지 않지만,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면 위스키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풍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15~20도 내외의 실온 보관을 더 추천합니다. 집에 술 저장고가 없을 경우에는 일 년 내내 적정 온도를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이 경우에는 그냥 상온에서 직사광선만 피해 조금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됩니다. 그럼 빛도 안 들어오고 온도도 낮은 지하실에 보관하면 될까요? 술 저장고로 개조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지하실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지하실은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생길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