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알라 키 - geullen alla ki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증류소로, 1967년 찰스 맥킨리&컴퍼니가 세운 증류소이다. 아벨라워 증류소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벤리니스의 눈이 녹은 물과 지하의 화강암 사이를 흐르는 물을 수원으로 사용한다. 글렌알라키는 게일어로 바위(Allakey) 골짜기(Glen)라는 뜻이다.

이 증류소는 주로 맥킨리의 블렌디드 위스키를 위한 원액을 생산하였으나, 1985년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후 1989년 페르노리카가 인수하여 운영을 재개하였으며, 역시 페르노리카 소속 블렌디드 위스키의 원액을 공급하는데 활용되었다. 시바스 브라더스에서 판매한 글렌알라키 16년 셰리 벗 숙성 CS, 독립병입자 고든&맥페일에서 출시한 코노세어 초이스 1992 빈티지 등과 같이 간혹 독립 원액으로 판매된 사례가 있기는 하나, 페르노리카 소속으로는 글렌알라키의 이름으로 오피셜 보틀을 출시한 경우가 없었다.

글렌 알라 키 - geullen alla ki

그 '빌리 워커' / theglanallakey.com

이 증류소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스코틀랜드의 그 유명한 마스터 블랜더 빌리 위커(Billy Walker)가 이 증류소를 인수하면서부터이다. 글렌드로낙(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좋은 오크통 다 쓰고 튀튀했다는), 벤리악의 성공 신화를 만든 블랜더 빌리 워커는 벤리악을 처분한 이후 2017년 글렌알라키 증류소를 인수하였고, 본격적인 싱글몰트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글렌알라키가 별도의 오피셜 보틀을 출시한 적은 없지만 그동안 블렌더들 사이에서의 평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1970년대부터 숙성에 들어간 우수한 캐스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빌리 워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글렌알라키 증류소는 빌리 워커의 인수 이후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기 위해 기존 연간 4백만 리터에 달하던 증류량을 50만 리터로 줄였고, 증류 전 발효시간도 160시간으로 늘렸다. 지금도 16개의 창고에 약 50,000개의 캐스크가 잠들어있다고 한다. 글렌알라키는 오늘날 스코틀랜드에서 몇 안되는 독립소유 및 운영 증류소이다.

코어 라인업으로는 지난 2018년 6월에 출시한 12년, 15년, 18년, 그리고 25년 숙성 제품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최근 10년 숙성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이 가격 대비 훌륭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외에도 11년 모스카텔 피니쉬, 12년 소테른 피니쉬, 13년 리오와 피니쉬 등의 여러 와인캐스크와 셀 수 없이 다양한 싱글 캐스크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참고로 10년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은 현재 배치 6번까지 출시되었으며, 한국에는 11월 중순 정도에 수입된다고 한다.(기다리는 중)

글렌 알라 키 - geullen alla ki

위스키 이야기

오늘 적어볼 글렌알라키 12년은 글렌알라키 증류소의 코어 라인업, 그 중에서도 엔트리 라인업에 속하는 위스키이다. 퍼스트 필 버번과 셰리 캐스크, 그리고 버진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원액을 사용하였다. 알콜도수는 46도이며 숙성연수는 12년, 냉각여과를 거치지 않았고, 내추럴컬러이다.

테이스팅 노트

먼저, 은 약간의 검붉은 끼가 도는 갈색이다. 잔을 돌려보면 아주 옅은 카키빛도 볼 수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위스키들 중에는 가장 짙은 색이다. 에서는 먼저 달콤상큼한 과일향이 난다. 푹익은 사과향 반, 배의 과육향 반이다. 약간의 체리향도 느낄 수 있었다. 과실향 뒤로는 눅진한 건포도향과 견과류향, 진한 초콜릿향도 올라온다. 도 전체적으로 향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갓 딴 과일의 상큼함이 느껴졌지만, 이후 푹 익은 과일의 달큰한 맛으로 대체된다. 달큰한 꿀의 맛, 적당히 익은 포도의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오일리하고 부드러운 텍스쳐를 가지고 있으며, 약간은 무거운 바디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에는 오크류의 나무향이 약간 피어오른다. 흔히들 셰리향을 꿉꿉한 와인향으로 표현하는데, 이 위스키에서는 그러한 꿉꿉함은 느낄 수 없었다. 피니쉬는 중간에서 약간 짧은 정도이며, 46도라는 도수가 무색할정도로 부드러운 스파이시와 얼얼함이 기분좋게 남는다.

글렌 알라 키 - geullen alla ki

이 위스키를 마시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처음과 현재의 평가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처음 개봉하고 일주일 정도는 과하게 달기만 하고 다른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가 과했던 탓인지, 세상사람들의 입맛이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그러나 개봉 후 약 1개월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는 단맛이 조금 수그러들고, 숨겨져 있던 다양한 풍미가 느껴지고 있다. 역시 위스키는 충분히 에어레이션하고 다시 평가해봐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래는 공식 테이스팅 노트

Colour : Burnished Mahogany

Nose : Butterscotch and honey playing the lead with raisins and mocha in the backgroud

Taste : Honey, marzipan and bananas, with lashings of butterscotch, raisins and a delicate hint of mocha

총평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달콤한 위스키가 먹고 싶을 때 생각날 위스키

P.S.

글렌 알라 키 - geullen alla ki

글렌 알라 키 - geullen alla ki

아퀴노 / 좌측부터 배치 3번, 4번, 5번

얼마전 망원동의 몰트바 '아퀴노'에 들러 글렌알라키 10년 CS 배치 3번과 4번, 그리고 5번을 시음했다. 바텐더님과 즐겁게 위스키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정작 시음을 구체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일대일 시음까지는 괜찮은데, 한번에 여러잔을 비교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인 듯 싶다. 그래도 메모한 것을 옮겨보자면,

배치 3번 : 퍼스트필 쉐리 캐스크와 올로로소, 페드로 히메네즈(PX) 캐스크 혼합. 달콤한 과일과 묵직한 바디감. 달큰한 꿀향이 인상적이었다.

배치 4번 : 펀천 사이즈의 PX와 올로로소 쉐리 캐스크에 버진오크에서 숙성한 원액을 혼합. 산뜻한 향. 가장 가벼운 바디감.

배치 5번 : PX, 올로로소, 버진오크 및 리오와 와인캐스크를 혼합. 배치 3번과 4번이 무게감의 차이였다면 배치 5번은 앞선 두 배치와는 아예 다른 결이었으나 구체적으로 뭐라고 표현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