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마이야 르 직원 - kichin maiya leu jig-won

수 많은 요리 유튜버들 중, 백선생님을 제외하고는, 가장 눈에 띄는 유튜버는 승우아빠가 아닐까 싶습니다. 150만명의 구독자와 방송계로도 진출해서 간간히 테레비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저 역시도 남편세끼 하던 소위 하꼬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보며, 레시피대로 실험도 많이 해보기도 했고, 또 한국음식을 즐기기 힘든 외국생활 중 직접 해먹어야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입에 한국음식을 넣을 수 있던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라, 참 좋아하는 유튜버중의 한명입니다.

키친 마이야 르 직원 - kichin maiya leu jig-won

연말부터 실제로 식당을 오픈한다는 소식에 큰 기대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외국에 거주하고, 코로나가 활개를 치는 시국상 사실상 단념하고 있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시간 더 내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무지성으로 한국행을 결정, 일주일간의 격리 후 해제 되자마자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키친 마이야르를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연히 급격히 추진된 한국행 + 키친 마이야르 였기에 예약은 기대도 안 했고, 쉬러 간 차라 할 거도 딱히 없기에, 디너 줄서기 오픈인 3시에 맞춰서 레스토랑을 방문했습니다. 대기 번호는 두번째 였습니다. 평일(3월 17일 목) 오후라 한가할 줄 알았던 현장 대기줄은 4시쯤 20팀 정도로 늘어났고, 입장 했던 5시 반에는 '금일은 현장대기 불가능하다' 라는 스태프의 알림이 있었습니다.


대기줄은 건물 지하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라 계단을 따라 형성되는데, 지붕이 없어서 비오면 줄서기 곤란할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일찍 오신분들은 레스토랑 내부를 미리 볼 수 있어서 대충은 승우아버님이 보이는데, 대신 쫄딱 서 있어야 합니다. 4-5번째 그룹부터는 계단에 앉아서 대기하는게 가능합니다. 이거는 의자같은걸 마련해서 다 같이 앉아도 될듯 한데, 한시간 반동안 쭉 서있어야 하니 조금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4시 반에 현장 대기를 끝내고, 한시간동안 압구정동 탐험을 하고(가게 바로 앞에 스타벅스 있습니다. 시간 때우실분들은 가볍게 음료라도 드셔도 될듯.. 저는 압구정 현대 한바퀴 하고 왔습니다) 남자 3명, 5시 반에 입장했습니다.

좌석은 입장 순 같았습니다. 먼저 오면 가장 좋은 자리 = 승우아빠가 잘 보이는 자리부터 배치하고, 혼자오신 분들은 안쪽의 테이블석으로 안내합니다. 나갈때 사진 다 찍어주시니 딱히 승우아빠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나만의 연예인이 눈 앞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디너쇼 보면서 밥 먹는거 같았습니다. (라이브 방송 진행하고 계셔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만 ㅋㅋ)


저희가(20대 남성 3인) 시킨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보로 파스타, 마파두부 황금볶음밥, 마이야르 스테이크, 연어포케, 한정메뉴인 풀드포크 푸틴. 애초에 양이 많다는 걸 보고 가서 1인 1메뉴로 정하고 갔는데, 스태프분한테 물어보니 3인이면 4개 시키면 조금 남는정도라고 들어서 일단 4개 시켰습니다 (소보로 파스타, 마이야르 스테이크, 푸틴, 연어포케)

음료는 시그니처인 고수/오이 모히또와 딸기 에이드 3개를 시켰습니다.


먹다가 뭔가 모자라다는 일행의 의견에, 나온 접시 싹 비우고 추가로 볶음밥도 시켰습니다만, 결국 한숟가락씩 맛보더니 배부르다고 해서 그냥 제가 한접시 다 먹었습니다.

전체적인 식당 평을 하자면, '맛은 승우아빠 유튜브의 레시피를 따라하면 재현 가능한 맛, 가격은 비싼 감이 있으나 압구정동이라 이해해야 하는 가격, 서비스는 아주 좋은 고급 레스토랑인데, 회전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보임' 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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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포케는 신선한 맛이 있었습니다. 와사비 튀각과 퀴노아가 독특한 식감을 줍니다. 절인 토마토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산미였습니다. 그리고 갈색 가득한 메뉴에 몇 없는 녹색쿼터입니다. 3인 모두 금일의 베스트 메뉴로 연어포케를 꼽을 정도로 만족했던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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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메뉴인 소보로 파스타, 마파두부 황금볶음밥은 맛은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맛은 아닙니다. 승우아빠 유튜브를 구독하시는 분들이 입에 넣으면,  그동안 승우아빠가 음식에 어떤 조미료들을 넣는가,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는가, 어떤 과정으로 음식이 만들어졌는지 머릿속으로 떠오릅니다. 핸드폰 속 화면으로만 보던 음식을 직접 먹는 신기함. 그 이상의 특별함은 없었습니다. 제가 레시피 보고 따라해먹던 요리와 '아주 비슷한' 맛이 났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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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인 마이야르 스테이크는,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가격이 꽤 나가는데, (3만 4천원) 승우아빠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시그니처인 마이야르를 내세웠지만, 그냥 뼈 붙어있는 돼지 등심구이 먹는 느낌입니다. 원가절감의 노력과 흔적이 여실히 들어나는 접시였습니다. 고기를 제외하면 감자튀김과 브라운소스뿐이고, 스테이크도 특별히 신경썼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먹다보면 굉장히 '녹색식물' 이 생각납니다. 고기 자체도 생각보다 지방이 많고, 사이드메뉴는 감자튀김이라 굉장히 무겁습니다. 저도 평소에 '풀' 잘 안먹는데, 반 이상 제가 먹으면서 야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곁들임으로 당근김치가 나오긴 하는데, 그걸로 커버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가성비 면에서도, 제가 같은 구성으로 만들면 5천원이면 비슷하게는 만들겠다 싶었습니다. 같은 가격인 연어 스테이크를 시킬까 고민했었는데, 차라리 그 편이 나았던 선택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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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기간 한정 메뉴에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그냥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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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시그니처인 고수/오이 에이드는.. 둘 다 나눠서 마셔보았습니다만, 향도 맛도 비슷합니다. 둘 다 향과 맛이 강하지 않고, 고수는 아주 약하게, 오이는 가끔 같이 빨려 들어오는 오이가 입에 들어가야 '아 이게 오이 에이드구나'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너-------무 답니다. 진짜 달아요. 크리스피크림 오리지널 한 더즌쯤은 마실거 없이 자리에서 처묵처묵하는 저인데, 저도  감당이 안되는 단맛이었습니다. 제 오이에이드가 이상한가 싶었는데, 동행 고수 에이드도 같은 단맛이었습니다. 마시다 물을 타마시면 좀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요. 식사 다 끝나갈 무렵에 얼음이 녹으니 그나마 마실만할 정도였습니다. 마실게 부족하지는 않다라는 리뷰가 있었는데, 왜 그런가 조금은 알 정도였습니다.


양과 가격에 대해서는 한국기준 + 동행한 일행 기준으로는 충분(탄수화물 요리 둘 다 제 기준으로는 1인분 이었지만), 가격은 2만원 전후인데, 압구정동에서 남자 3명이 나눠먹을 양은 나오니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거 같습니다. 메뉴 5개 + 음료 3잔해서 14.5만인가 나왔습니다.

서비스는 정말 친절합니다. 캐주얼한 분위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홀 보시는 분들은 굉장히 편안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순서도 그렇고, 주고 받았던 대화들도 참 기분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예약이 몰리는 상황이다보니, 식사 시간에 제한 (1시간 30분)이 있어서 테이블이 식사가 다 끝날 무렵이면 은근히 신경쓰일정도로 눈치가 보입니다. 비슷한 시간에 주변 테이블이 채워지다보니, 조금은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타이밍에 식사가 끝나는데, 주변 테이블 정리하면서 '빨리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비슷한 무언의 압박이 들어옵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던 점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조금 식으면 개선 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앉게 된 자리는 라이브키친 바로 옆 기둥 뒤였어요.

자리 안내를 받으면서 직원분께서 티셔츠를 보시더니 방긋~ 웃으시면서 반겨주셨습니다.

첫 방문 때와 시그니쳐 메뉴들은 그대로 이지만, 메뉴 소스들이 리뉴얼 되어서 다른 맛을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키친마이야르의 대표메뉴이자 모든 테이블에 하나씩 있는 마이야르 스테이크를 시키고,

저번 방문에 먹어보지 않은 메뉴인 통골뱅이 냉파스타, 아이셔하이볼 을 시켰습니다.

처음 방문 했을 때 금요일 저녁 예약 실패하고, 주말 오전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줄 서서 예약했던 때엔

뭔가 언제 또 성공할지 모른다 라는 느낌이 들어서 마이야르 스테이크, 소보로 파스타, 황금볶음밥 까지

양도 모르고 신나게 시켰더니 무리하게 먹었거든요. 이번에는 1인 1메뉴로 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