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다인 슬랩 Dain 복고매직 / Dain RetroMagic 한글 11,172자 /
라틴 95자 / 약물 1,131자 OTF / TTF 모든 용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사용예시2000년대 중반 들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레트로풍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은 이제 한국 디자인계에서 하나의 기조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2000년대 말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가 선보인 레터링 작업(비록 이를 온전히 레트로로 보긴 어렵지만)은 당시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들 사이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수공업 소형 음반사를 지향하던 붕가붕가레코드는 크래프트지에 레터링을 입힌 라벨지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이 1970년대 말 폴라 셰어Paula Scher의 CBS 레코드의 아트 디렉터 시절을 연상시킨다. 제한된 예산에서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던 폴라 셰어의 상황이 2000년대 말 국내 인디 음반사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젊은 타이포그래퍼들을 중심으로 그 옛날 도안사나 소위 간판장이의 글자를 모방한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기도 했다.1) 이후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레트로 스타일은 여러 세대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회사의 손길을 거치며 다양한 양상으로 표출됐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레트로풍의 키치적 표현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삼았고 기업들 역시 레트로를 앞세운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의 글은 그래픽 디자인, 특히 타이포그래피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레트로의 흐름을 짚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혹은 북한 서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나오기도 했다. 사우스빅의 <겨울왕국> 패러디 포스터는 2014년경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더불어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로도 한동안 당대의 인기 영화를 1980~1990년대풍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시디알어소시에이츠의 7080폰트 복원 프로젝트. 시디알 창립자인 조영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고 양승춘 교수, 김현, 조종현, 구동조 등 당시 왕성히 활동했던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로 텀블벅을 통해 공개했다. 역사 속 타이포그래피의 복고 현상 15세기 훈민정음 창제 이후 전개된 한국의 타이포그래피도 예외일 순 없다. 탈네모꼴이 전위적 한글을 대표한다면, 본문용 서체로 군림하고 있는 명조체는 붓글씨를 기반으로 한다. 과거는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인용 혹은 반동의 대상이자, 근미래의 방향 전환을 위한 판단 기준이다. 몇 가지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 몇 년간의 타이포그래피 혹은 그래픽 디자인의 특정 흐름을 ‘복고’ 혹은 ‘레트로’라고 뭉뚱그린다. 개화기나 일제강점기 혹은 1970~1980년대를 상기시키는 굵은 획의 정방형 글자, 그리고 이와 결탁한 ‘00상점’, ‘00여관’, ‘00당’ 등의 네이밍은 특정 시대를 적극 소환한다는 측면에서 복고이다. 몇 년째 디자인·미술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손글씨 및 캘리그래피 교본들 또한 이러한 복고 열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소한 지금 이 시점에서의 복고는 디지털 시대 이전의 아날로그 감성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과연 섬세한지 물어본다면 대답은 부정에 가깝다. 일단 ‘복고’라는 항목에 넣을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 아이템을 열거해보자. 크게는 레터링과 폰트로 구분할 수 있다. 한글 레터링의 전성기는 1980년대였다. 급변하는 사회상을 글자로 담아내기에 당시 사용했던 납활자와 사진식자는 한정적이었다. 당시 잡지사나 신문사 일을 하던 수많은 익명의 디자이너들은 좀 더 풍부한 표정의 글자를 표현하고자 직접 글자를 도안했다. 1950~1960년대 한글 레터링의 특징이 정제되지 않은 날카로움이라면, 1970년대 후반부터 전개된 글자 도안은 ‘작도’에 힘입어 보다 현대적 풍채를 지니게 된다. 당시
레터링은 일종의 반동이었다. 글자라는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진평, 이상철, 서시철 등의 디자이너는 레터링으로 글자를 제작했다. 한글 레터링의 전성기는 글자 자원의 고갈 앞에서 디자이너들이 개척해나가야 했던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의 지평이었다. 물론 독재 정권이라는 정치적 배경만큼이나 당대 레터링이 담아낸 메시지 또한 상하 위계질서의 조형적 21세기형 레트로 막상 그가 선보인 자기 주도적 레터링은 반복고적이었다. 김기조 타이포그래피의 묘미는 조형적 복고성 이면에 담아낸 메시지의 반전 효과에 있다. 조형적으로는 복고적 형식을 차용했으나, 88만 원 세대의 시니시즘(냉소주의)이 유쾌하게 반영된 새로운 레터링이었다. 거기에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없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수용과 분석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양장점의 펜바탕체에 대해서도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펜바탕체를 복고의 범주에 넣기엔 무리가 따르는데, 기존 붓글씨 기반의 본문용 서체 환경을 넘어 펜 기반의 본문용 서체를 개발했다는 배경 때문이다. 펜바탕체는 분명 손글씨 및 캘리그래피 교본 그리고 컬러링북의 요란스러운 인기를 연상시키는 아날로그의 기운이 물씬 풍기지만, 필기구의 다양성 측면에서 본문용 폰트를 평가할 때 ‘복고’라는 이름으로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표면적으로는 과거의 레터링 조형을 취하고 있지만 특정 시대를 노골적으로 소환하는 폰트 회사들의 다양한 복고 폰트가 있다. 산돌은 2014년 격동고딕체, 단팥빵체, 광야체를 시작으로 2015년 개화체, 별표고무체, 격동굴림체, 국대떡볶이체, 2016년 격동명조체, 크림빵체, 시네마극장체, 그리고 2017년에는 로타리체, 프레스체, 청류체 등 다양한 복고 폰트를 야심 차게 내놓았다. 각 서체는 특정 시대를 명료하게 소환한다. 배달의민족에서 무료 배포하는 한나체와 도현체도 이 흐름에 가세한다. 네이밍도 특정 시대를 연상케 하는 데 한몫한다. 미쓰리체, 장미다방체, 옛날목욕탕체 등으로 목록이 이어진다. 이는 전형적 복고이다. 다프트펑크가 2015년경 선보인 레트로 포스터. 공식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던 제품을 1980년대풍으로 표현했다. 산돌티움의 바른생활 시리즈. 빈티지 콘셉트에 맞춰 대부분 산돌격동고딕체를 사용했다. 양장점의 펜바탕체. 김기조의 레터링. 섬세한 집도가 필요한 복고 현상 바이라인 : 글: 전가경 디자인 저술가, 편집: 최명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