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 붕괴 - olaedoen apateu bung-goe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 위치한 스카이아파트의 전경이다.

지난 9일 오후 기자가 직접 찾아간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위태로운 형상 그 자체였다.

건물 내부에는 붕괴를 대비한 철근 기둥이 설치돼있었다. 이마저도 임시방편이다. 주인이 떠난 빈 집의 현관에도 '출입통제' 스티커가 버젓이 붙어있었다.

스카이아파트는 2008년 정부가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최하수준인 E등급을 받은 곳이다. E등급은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심각한 노후화 등으로 인해 안전성에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아직 살고 있다.

스카이아파트는 1969년에 완공됐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꼽힌다. 입주 당시에는 5개동에 140가구가 들어섰다.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이 노후화되자 안전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40년 전 입주했다는 주모(77) 할머니는 입주 당시 15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고 한다. 내 집을 마련한 뒤로는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집 수리 한 번을 못한 채 현재까지 살고 있다.

60년대 지어진 아파트라 보일러가 없었다. 다른 집은 모두 가스보일러를 추가설치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파트에 살면서도 연탄을 떼야하는 옛날 환경 속에 머물러 있다. 현관에는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한 연탄 수십여장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집 안은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너비의 수세식 화장실과 2개의 방으로 이뤄져있다. 집 안 곳곳에도 여기저기 균열이 보였다. 천장에는 누수로 인한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연탄을 떼고 난로까지 켜놨지만 외풍을 견디기엔 부족했다. 주 할머니는 전기장판과 두꺼운 이불로 추위를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성북구청은 아파트 5개동 가운데 붕괴 위험이 가장 컸던 1개동을 2008년도에 철거했다. 현재 남은 4개동에서 15가구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아파트도 한때 집값이 치솟았다. 2005년 정릉3구역이 재개발 지구로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되면서 4층 이하 건물만 지을 수 있는 등 제한이 많아지는 바람에 사업성이 적다는 이유로 재건축 계획이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아 부동산 거래마저 금지됐다.

서울시는 이곳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경우 이주비 융자 3000만원과 임대아파트 우선 입주권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저소득층 노인들이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로 이주한다해도 당장 월세부터 충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주민들은 영구임대아파트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기 소유의 집이 있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되지 않는다.

이어 "수입이라고는 매달 노인연금 20만원이 전부인데 임대주택으로 이사 간다고 해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며 "시에서는 뚜렷한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라고 독촉만 하니 화병이 날 정도다.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고 있다"고 울먹거렸다.

35년을 거주한 노모(70) 할머니는 "서울시에서 3000만원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이사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그 3000만원도 갚아야 할 돈인데 일도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갚을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옆집에 사는 노모(83) 할머니도 "늙어도 사람인데 왜 안 무섭겠냐"며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오면 무너질까봐 불안하지만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여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에서는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집을 비우라고 독촉한다. 지금 내가 사는 평수의 아파트를 영구임대로 제공해준다고 약속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0월 말까지 시내 아파트 및 연립주택 중 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 수준인 D등급과 E등급을 받은 곳은 각각 82개동, 11개동 등 총 103개동이다.

이에 서울시는 건물 안전을 우려해 한달에 한 번씩 순찰해 균열 정도를 체크하고 보수, 보강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가 개인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강제 철거를 할 수 없다"며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라고 설득해도 주민들은 월세를 지불할 능력이 안되니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만일 사고가 나면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방문해서 체크하고, 이주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빠른 시간 내 저렴한 임대주택을 마련해서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1970년에 일어난 와우아파트 붕괴사고처럼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스카이아파트는 육안으로 봐도 위험하고 아직까지 안무너진게 신기할 정도"라며 "콘크리트에서 철근이 노출됐다는 건 사 람의 뼈와 근육이 분리된 것과 같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철거비용이 10억원 가까이 드는 상황인데 주민들이 개인사유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 전액 보상을 해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 하루빨리 이주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최성모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전등급 E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대학생의 학점으로 따지면 F학점이다"며 "도저히 사람이 살기에는 안전하지 않으니 당장 철거를 해야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 당시인 1970년에는 건설환경이 열악했고, 유지관리를 잘하지 못한 상황에서 콘크리트를 40년이 넘도록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