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든 소녀 의미 - pungseon-eul deun sonyeo uimi

엄청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그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지하 3층과 지하 4층에는 그가 담벼락에 그린 벽화를 복제한 실크 스크린 작품 100여 점과 그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아 온 마틴 불의 사진작 50여 점이 걸려 있다. '뱅크시 그래피티'전으로 뱅크시와 동향 출신이자 거리 예술 평론가인 마틴 불의 소장품과 사진 작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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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ing Coppers-Brighton, 2006.

뱅크시의 대표작은 '풍선을 든 소녀'다. 소녀가 빨간색 하트 모양의 풍선을 잡으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놓으려 하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작가는 어느 책에서 "떠나야 할 때는 호들갑을 떨지 말고 그저 조용히 떠나라"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풍선 작품 말고도 소년소녀가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 깃발을 깃대에 올리면서 경례를 하는 모습, 런던 경찰들이 서로 키스하는 그림, 아동착취를 고발하려는 듯 영국 국기를 재봉질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 두 남녀가 포옹하면서도 서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휴대전화 연인' 등 대표작이 걸려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장난기가 서려 있고 영국식 냉소적 '블랙 유머'가 전해진다.

뱅크시가 주로 그리는 대상은 쥐나 경찰, 노인, 어린이들이다. 쥐는 소시민 혹은 비정규직 등 힘 없는 사람들을 은유한다. 경찰은 기득권과 권위 등을 상징한다. 그의 작품은 영국을 넘어 호주와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지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후다닥 작업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그들이 절대 나를 잡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즐기는 건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이다. 섹스나 마약보다 훨씬 더 흥분되는 일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광호 허리케인INC 대표는 "지난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한 '위대한 낙서'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도 그래피티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이 길거리 문화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낙서 화가'인 장 미셸 바스키아 작품 값이 피카소와 맞먹는 수준이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지난 6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온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왼쪽). 이 작품은 이날 경매에서 약 15억원에 낙찰된 직후 저절로 파쇄돼 절반쯤 찢어졌다.(중간) 뱅크시는 파쇄장치를 자신이 설치했음을 밝히며 애초 전부 파쇄할 계획이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에서는 항상 제대로 작동했다”며 액자를 만든 직후 리허설을 하는 모습도 공개했다.(오른쪽) 뱅크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 지난 6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15억원에 팔린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 직후 저절로 파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뱅크시는 이 파쇄가 자신이 계획한 것임을 밝혔다. 절반 정도 파쇄된 이 작품의 낙찰자는 이 작품을 그대로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얼굴 없는 거리 예술가’로 불리는 뱅크시의 예술세계를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이 분석한 글을 싣는다.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뱅크시지난 5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는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낙찰됨과 동시에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스스로 파쇄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104만파운드(약 15억4천만원)에 낙찰된 이 그림은 여러 갈래로 찢어지다가 중간 즈음에서 멈췄다.(뱅크시는 완전히 찢어지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다고 나중에 밝혔다.) 반쯤 찢어진 작품은 적당한 위치에서 멈추면서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이 사건은 즉시 언론에 회자되기 시작했고 주최 쪽은 작품 훼손의 범인을 색출하기에 나섰다. 다음날 뱅크시는 경매장에서 발생한 일이 본인의 소행임을 알리는 동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는 이 작품이 경매에 올라갈 것을 알고 미리 파쇄장치를 액자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는 수개월 전에 액자 뒷면에 파쇄장치를 부착하는 순간부터 경매장에서 파괴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이 영상은 한편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처럼 보였다.그동안에도 자본주의와 미술시장을 비판하는 작업을 해왔던 그였기에 사람들은 이번 사건도 그 맥락에서 이해했다. 구매자도 오히려 이색적인 그의 퍼포먼스가 결합된 이 작품을 낙찰된 가격으로 그대로 구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심지어 뱅크시의 콘셉트를 흉내 내서 자신의 작업을 파괴하는 작가까지 생겨났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졌다. 거리미술가이자 예술행동주의자인 뱅크시가 미술시장에서 벌인 성상 파괴적인 이번 해프닝은 여러 질문을 유발시켰다. 어떤 이들은 ‘역시 뱅크시다운 발상’이라고 극찬하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이 또한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값을 올리기 위한 술책이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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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가 2015년 12월 프랑스 칼레의 난민캠프에 그린 그라피티. 아버지가 시리아 출신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쓰레기봉투와 매킨토시 컴퓨터 초기 모델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AP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온 이 작품은 9명이 경매에 참가해 1850만 파운드(약 301억 원)에 낙찰돼 경매에서 팔린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價)를 기록했다. 낙찰자는 아시아의 개인 수집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2018년 10월 경매에서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에 낙찰된 직후 경매사가 망치를 내리치자마자 액자 안에 있던 캔버스가 밑으로 흘러내리면서 절반이 가늘고 긴 조각들로 찢어졌다. 이는 뱅크시가 직접 꾸민 일이었다. 그는 그림을 팔기 전에 액자 내부에 파쇄기를 설치한 뒤 경매 현장에 잠입해 리모컨으로 파쇄기를 원격 작동시켰다.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뱅크시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뱅크시는 영상에서 “파괴의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이 작품의 새 제목을 ‘사랑을 쓰레기통에’라고 붙였다.

얼굴이나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뱅크시는 남들이 안 볼 때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에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과 그라피티(낙서 형식의 거리예술)를 남겨 유명해졌다.

김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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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범죄'에서 '56억' 몸값 된 이 이미지의 정체는?

  •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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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다니며 사회 비판적인 벽화를 그립니다. 그의 행동은 불법이죠. 그러나 일단 그림이 그려졌다 하면 이 그림은 아크릴로 덮일 만큼 소중하게 다뤄집니다. 주택의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지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하죠. 이 인물을 누구일까요? 바로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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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를 대표하는 이미지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입니다. '풍선을 든 소녀'는 한 어린 여자 아이가 날아가는 빨간 하트 모양의 풍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이미지이죠. 이는 약 20년 전인 2002년 런던의 워털루교에 스텐실 기법으로 처음 그려진 것입니다. 이후 2005년에는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지구 분리 장벽에 이 그림을 그렸고, 2014년에는 시리아 난민 캠프를 돕기 위한 캠페인에 이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에는 이 이미지가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 작품'으로 뽑히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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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든 소녀'는 원래도 유명했지만 2018년 '이 사건'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지게 됩니다. 바로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경매장에서는 '풍선과 소녀'가 15억 4,000만 원에 낙찰돼 경매사가 망치를 '땅' 내려쳤는데요. 순간 액자 속 그림이 밑으로 흘러내리며 갈려 나갔습니다. 15억짜리 그림은 한순간에 파손되었고,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후 이 그림은 '풍선을 든 소녀'에서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으로 바뀌었고, 훌쩍 오른 몸값으로 다시 경매장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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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 또 하나의 '풍선을 든 소녀'가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 등장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뱅크시가 제작한 '풍선을 든 소녀' 작품 25점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매우 희귀한 이미지이니만큼 가격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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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딥틱(Diptych)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딥틱 형식이란 두 개의 이미지가 한 세트인 작품을 말하고 있는데요. 한쪽의 프레임에는 소녀가, 또 한쪽의 프레임에는 풍선이 들어 있어 소녀와 풍선의 영원한 이별, 갈망하지만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더욱 잘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3년부터 한 영국인 개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었던 것인데요. 약 35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56억 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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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서 20년 만에 56억 원 몸값이 된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실제로 얼마에 낙찰될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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