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외모 고민 - yeoja oemo g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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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친구랑 얘기하다가 충격 받아서 물어보는건데 내 친구가 쌍수에서 시작 하더니 코 필러, 얼굴형 필러 (자세한 이름 몰라) 등등 엄청 많이 하더니 이젠 코 수술에 턱 깎고 싶다고 자기 돈 버는거 다 성형으로 쓰고 싶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너 예쁘다고 그만 하라고 하니까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대 그래야 고졸이여도 취직이 잘되고 남자 잘 만나서 취집이라도 한대. 남자는 성격 좋은거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예뻐야 찬양하고 숭배 한다고 이거에 대해서 한시간인가 얘기했음.. 나는 아무리 예뻐도 대화가 안되면 무슨 소용이냐 하니 걔는 대화가 안통해도 예쁘면 니 기준으로 맞춰준다 이 소리.. 그래도 천만원으로 얼굴 투자할 돈으로 2년제라도 나와야 되지 않아? 하니까 어차피 예쁘면 어디든 다 취직 된다고 공부 같은거 다 필요없다고.. 그냥 학교 잘 다니고 외모 별로 신경 안쓰는 날 저격 하는 느낌ㅋㅋ 근데 아무리 외모지상주의가 심하다고 해도 정말 이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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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솔직히, 중학교 때 나는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예쁘지 않으니까! 아무도 내게 직접 말해주진 않았지만 수많은 영화와 소설, 드라마 속의 여자들은 모두 아름다웠기 때문에, 예쁘지 않은 여자가 사랑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상상이 안 되었다.

그 무렵에 누가 물어보면 연애 따윈 유치한 것이기라도 한 양, 나는 독신으로 살 거라고도 했고, 결혼하기보다는 공부 많이 해서 박사가 되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다 외모 콤플렉스가 시킨 짓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

부모 세대가 사춘기 때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끙끙 앓으며 자기 외모를 고민했다면, 요즘 아이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직설적이고 빠르고 공개적이다. 좀 과장하자면 텔레비전만 틀면 모두가 외모 얘기, 성형 얘기다. 친구들 간에도 잘생겼다 못생겼다, 코가 높네 낮네 턱이 어떠네 하며 외모는 거리낌 없는 수다 대상이요, 유머 소재다. 그렇게라도 해서 면역이 생기면 좋으련만, 소심한데다가 자기 외모에 불만이 많은 아이들에겐 더 힘든 환경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요즘 인터넷에 외모 고민을 올리는 사람이 누굴까? 20대 여성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가장 왕성하게 올리는 친구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들과 중학생들이다. 얼굴 살 빼는 방법부터, 다리 길어 보이는 법, 피부 좋아지는 법, 예뻐 보이는 법 등등 끝이 없이 이어진다. 또 예상과 달리 남자아이들의 고민도 줄을 잇는다. 인터넷의 특성상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충고 쪼가리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그런 댓글의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으로 나는 아이들의 자긍심이 쪼그라드는 것을 읽는다.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고 하면 너무 진부하게 들릴 거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감과 열정이 있는 사람은 외모에 상관없이 섹시하고, 배려심 많은 착한 사람들은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행복함이 내뿜어져 나오는 얼굴은 그 에너지와 매력에 감염될 수밖에 없는 매력 덩어리가 아닌가.

얼마 전에 핀란드, 노르웨이 등을 다녀온 지인을 만났더니, 그곳 여성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하는 말도 훌륭했지.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여자들의 얼굴 표정과 말하는 태도였어. 한 마디로, ‘아, 정말 남의 손을 안 탔구나! 그냥 꺾인 적 없이 타고난 대로 발산하며 커 왔구나!’ 하는 느낌인데,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그럴 것이다. 늘 지적질 당하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조금 튀었다가 사정 없이 비판받는 그런 풍토에서 비슷비슷하게 커 온 결과, 자기의 개성을 펼친다는 걸 머리로는 알 거 같은데 체험으로, 실제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게 문화 충격이었던 것이다.

최근에 뜨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등 오락 프로그램이 평범하거나 못난 얼굴의 매력을 전파하는 걸 그나마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을 나도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외모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돈과 인기가 뒷받침되니 아이들의 결핍감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핍에서 오는 부러움, 그 동경은 사춘기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긴 나도 훨씬 더 커서야, 얼굴이 못나도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 그 매력 때문에 보고 싶어지고 사랑스러워진다는 걸 수용하게 된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머리로가 아니라 체험적으로 그걸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리고 부모로서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당당한 매력을 형성하게 도와주는 수밖에. 그러려면 지적질 좀 그만하고, 손 타지 않게 키워 볼 일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진단명 중에는 신체 추형(이형) 장애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타인이 잘 알아볼 수 없는 작은 결함에 대해 걱정을 반복하거나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주증상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나 일을 할 수 없게 될 때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동반하기 쉽고 심하면 자살에 이르기도 합니다. 인구의 0.7~2.4%가 경험하며 대개 청소년기에 시작됩니다. 

스스로 정신적인 부분에 도움을 찾기보다는 성형외과, 피부과를 찾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치료는 잘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수련을 받았던 서울대병원 6층에는 성형외과, 피부과가 정신과와 같이 있었습니다. 전공의 초반에 교수 연구실 복도에서 누군가 감정적인 호소를 심하게 하느라 소동이 생기면 우리 과와 관련된 일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나중에 옆 전공과 관련된 일인 것을 알게 되어 신기해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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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freepik

정신과 진단명으로 들으면 성형수술을 반복해서 부자연스러운 외모를 갖게 된 해외토픽감 사진이나 수술 부작용으로 생명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들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병의 진단 수준은 아니더라도 대학생의 절반이 외모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는 통계를 보면 청소년기에 흔히 가질 수 있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울이나 불안과 같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너무 힘들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로 셀카가 유행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들은 문화의 영향이 크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 같습니다.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남성에서도 꽤 흔하다고 합니다. 요즘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주목을 받다 보니 과도한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일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그 나이에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이성에 관심이 커지는 시기에 자신의 매력을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에너지가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어 건강한 짝을 찾고 자손에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매력적인 외모의 세세한 기준은 유행에 따라 달라졌겠지만, 좌우 대칭이나 염증이 없는 매끈한 피부는 어느 시대에나 질병이 없는 건강함을 상징해서 자손을 남기는데 유리했을 것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진단명을 붙일 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외모에 대한 고민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90년대 키 큰 남성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면서 작은 키가 불만이 커졌습니다. 남중에서는 덩치 크고 힘이 센 아이한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신기한 외국 물건들을 자랑하는 세련된 부잣집 아이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여드름이 심해졌습니다. 친구들이 별명을 붙이며 놀리면 부모님께 피부과를 보내 달라 요구했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피부과 약은 독하기만 하다며 들어주지 않으셨죠. 고르지 않은 치아도 신경이 쓰여 교정과에도 가봤지만, 부모님은 돈이 많이 든다며 반대를 하셨습니다. 

만약 요즘처럼 미용이 흔해진 시대였다면 어땠을까요? 문제를 해결하고 기뻐했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다며 외모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함께 어울릴 친구도 없으면 더욱 이 문제에 집착하게 되었겠죠. 완벽한 외모에 완벽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즐겁기도 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넘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젊은 시절의 제가 마음이 너무 힘든데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외모뿐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나이가 들면서 직업적 전문성, 통장의 잔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외모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도 다른 부분에서 안정감이 떨어진다면 외모에 걱정이 집중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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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freepik

혹시 외모에 대한 고민이 다른 문제들을 덮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발전된 미용 수술이 외모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경제적 부담이 없고, 부작용도 적다면 수술을 받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알아보지도 못하는 작은 결점이거나 성형의도 권하지 않는 수술이라면, 다른 마음의 문제를 외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닐까요. 

첫 부분에 ‘반복되는 고민’이라고 쓴 것처럼 정작 중요한 마음의 문제는 손대지 않고 몸에 수술칼만 반복해서 들이대고 있을지 모릅니다. 반대로 일도 잘하고 친구도 잘 만나면서 가끔 외모가 고민된다면, 젊다 보니 매력에 대한 욕구를 느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도, 몸의 자세가 바른 것도, 말을 세련되게 하는 것도 매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입니다. 건강한 마음과 배려하는 태도 또한 빠질 수 없겠죠. 미용 수술은 매력을 키우는 방법의 하나일 뿐입니다. 가성비와 지속성을 고려해서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본 칼럼은 부산은행 사외보 2021년 2월호에 ‘끊임없는 외모 고민으로 힘들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 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는 연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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