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 달과 6펜스 - pol gogaeng dalgwa 6penseu

『달과 6펜스』에서 찾아보는 고갱의 삶

찰스 스트릭랜드 vs 폴 고갱

하루 아침에 남편이 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사라졌다면? 누군가는 죽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실종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만약 자신의 모든 일상을 버리고 훌훌 떠날 만한 일이나 사건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용기인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은 오늘 하루를 벗어나는 일탈, 또 다른 삶, 그것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 그것은 절대로 쉽게 실행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저 이상(理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상과 현실엔 늘 괴리감이 있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을 현실에선 살 수 없다. 그것이 현실과 이미 많은 부분에서 타협이 이뤄진 상태라면 더더욱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틀에 박힌 생활의 궤도에 편안하게 정착하는 마흔일곱의 나이에,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출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달과 6펜스』 중에서 

그림1.소설 '달과 6펜스'

그러나 그것을 아주 용감하게도 실현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다. 그는 어느 날 아내와 자녀 그리고 안정된 직장이 있는 삶에서 훌쩍 사라지고 만다. 마치 편안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한 편의 풍경화에서 한 명의 인물만 자연스럽게 지우듯이 말이다. 그래서 그의 아내와 주변인들은 그의 외도를 의심하고 만다. 하지만 그의 출가에는 다른 뜻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열망, 또는 이루지 못한 꿈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것은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영국의 소설가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소설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 1919)는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삶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존했던 화가 폴 고갱이 소설 속 인물인 영국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로 변용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은 천재 예술가가 탄생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달과 6펜스』는 발표하자마자 참된 진실과 예술적 가치를 추구했던 천재적인 화가의 일생을 그린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림2. 서머셋 몸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었던 화가 폴 고갱의 타히티 섬에서의 생활을 취재하여 소설로 만들어졌는데 고갱을 모델로 했지만 이것이 곧 고갱의 삶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그림을 열망한 한 남자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인 영국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와 현존했던 프랑스 화가 폴 고갱에게는 닮은 듯 또 다른 점이 있다. 작가 서머셋 몸은 고갱이 실현한 것을 중심으로 소설에 재현했지만 작품에는 또 실현하지 못한 삶들이 숨어 있다. 그러니까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을 실존 모델로 삼았지만 모티브일 뿐 폴 고갱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작품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에게는 다른 점도 많다.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달과 6펜스』 중에서 

『달과 6펜스』 는 스트릭랜드의 친척 중 한 사람이 바라본 3인칭 시점으로 내용이 서술되고 있는데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가라는 직업을 지닌 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설은 그 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 증권 중개인을 하는 사십대의 평범한 가장이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느 날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파리로 잠적한다. 부인과 주변인들은 바람이 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자인 5년 후 찰스 스트릭랜드의 소식을 친구 더크 스트로브로부터 듣는다. 찰스스트릭랜드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로 떠났다는 것. 찰스 스트릭랜드는 파리의 낡은 방에서 그림에 몰두하다 끝내는 건강을 해치게 된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자신을 간병한 더크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르고 부인의 자살로 관계는 끝난다. 그러나 죄책감도 없이 마르세유를 경유해 타히티 섬으로 간다. 그리고 오로지 그림만을 그렸고 그림 도구가 떨어지면 그것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했다. 찰스는 타히티에서 아티라는 원주민 여성을 아내로 맞아 가정을 꾸리고 그림을 그리지만 곧 나병을 얻어 노쇠해지게 된다. 그는 자신의 유작이 될지도 모르는 벽화 하나를 남기게 된다. 작품이 완성될 즈음 눈까지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자 결국 그는 유언으로 작품을 불태워 없애달라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후 그의 작품은 더욱 유명해지고 천재적인 화가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는 결말로 소설은 끝맺게 된다 

이쯤 되면 우리가 작품으로는 익숙하지만 실제 생애는 잘 알지 못하는 폴 고갱의 삶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폴 고갱(Paul Gauguin)은 프랑스의 화가로 1848년 파리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프랑스혁명의 정치적 혼란기를 피하려고 고갱이 태어나자마자 페루의 수도인 리마로 이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페루로 가는 여객선 안에서 그의 아버지는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폴 고갱의 어린 시절은 이렇게 페루 리마에서 불행하게 시작되고 만다. 1853년 고갱의 가족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오를레앙에 정착하게 된다. 1872년 선원생활을 그만두고 파리로 돌아온 고갱은 증권거래 사무실에 일자리를 얻는다.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덴마크 여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1882년의 어느 날 그는 증권사 직원을 그만두고 화가가 되기를 마음먹는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35세에 전업화가가 되려는 그를 가족들은 물론이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화가들도 크게 놀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가족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림3. 황색의 그리스도(왼쪽),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오른쪽)

고갱은 결혼 이후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고 이 무렵부터 그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여 인상파 작품들을 많이 수집했다고 알려져 있다. 갤러리를 다니면서 당시 작품들을 사들였는데 작품을 구입하는 것에서 27세 무렵에는 일요일마다 본격적으로 회화 연구소에 다니며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1876년에 처음으로 살롱에 출품하여 카미유 피사로를 알게 되고 1880년 제3회 인상파전 이후 주요 멤버가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과 함께 20세기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인 폴 고갱은 강렬한 색채의 실험으로 종합주의를 선도하였고 그의 작품은 이후 수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1882년 프랑스의 주식시장이 붕괴되자 고갱의 직업 또한 불안하게 되었다. 이때 고갱은 화가로서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 그의 나이 35세가 되던 해인 1883, 그는 증권거래소를 그만두고 그림에 전념하였고 생활비가 저렴한 루앙으로 이사를 하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고갱은 그림에 전념하기 위해 파리로 홀로 돌아와 가족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파리 생활은 가난의 연속이었고 벽보 붙이는 일을 하면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1886년 제8회 마지막 인상파전에 열아홉 점의 작품을 출품하지만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등 신인상주의 화가들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 순간 내가 평생 찾아다녔던 곳이 바로 이곳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섬이 가까워질수록 어쩐지 처음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았소.

-『달과 6펜스』 중에서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 역시 타히티 섬을 찾는다. 그리고 문명과 세속을 버리고 원시적인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찰스 스트릭랜드는 그 평안함 속에서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 

폴 고갱은 1891 6 8일 창작에 필요한 고독과 자유를 찾아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는 이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타히티는 작품의 소재를 얻을 곳, 영감과 쾌락을 제공한 곳이었지 평생 거주할 곳은 아니었다. 폴 고갱이 실제로 타히티 섬에 머무른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유명한 타히티의 여인들이 이때의 작품이다. 그 기간 동안 고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특하고 과감한 색채가 돋보이는 60여 점의 회화와 조각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이 인정받은 것은 사후의 일이었다.

그림4. 타히티의 여인들 

폴 고갱은 파리에 돌아와서도 쉽게 정착을 하지 못하고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듯이 2년만에 타히티를 다시 찾는다. 1895 9월초의 일이었다. 완치되지 못한 매독의 재발로 건강은 이미 많이 나빠진 상태였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도 시도하지만 붓만은 놓지 않았다. 이때의 작품 중 유명한 것이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o are we? Where are we going? 1848~1903)이다.

그림5.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가로 375cm, 세로 139cm의 이 그림은 고갱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그려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을 보기만 해도 이곳이 남태평양 타히티를 무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을 상징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문학과 예술, 예술과 삶,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에서 은 결코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상과 예술 세계를 뜻한다. 반면 6펜스는 현실과 돈을 의미한다. 소설이 쓰여진 때 6펜스는 가장 낮은 단위의 화폐라고 한다. 소설 속 중년의 사내는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한다. 오로지 그리고 싶다는 자신 속의 깊은 열망과 간절함을 따른 결정은 그림의 세계로 몰입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서 자기가 선택하지 않았던 그 안전한 삶이 못내 아쉬워지는 모양이었다.

-『달과 6펜스』 중에서 

문득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알려진 길과 알려지지 않은 길,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만 그 일탈이 쉬운 것은 아니다. 서른 다섯의 나이에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폴 고갱이나 마흔이 넘은 나이에 문득 그림을 그리고자 일상의 모든 것을 포기한 찰스 스트릭랜드는 오직 하나, 자신을 꿈을 쫓기 위해 일탈을 감행한 이들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가지 않은 길이 있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이라고 해서 그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꿈은 언제든 실현시킬 수 있다는 용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화가 폴 고갱이나 소설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 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도 있다. (……)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것일까? 그리고 연 수입 일만 파운드에 예쁜 아내를 얻은 저명한 외과의사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일까?

- 『달과 6펜스』 중에서

참고자료

달과 6펜스”,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79951&cid=40942&categoryId=40314

원시를 꿈꾸다, 폴 고갱”,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993&cid=58862&categoryId=58876

그림 출처

그림 1.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자료

그림 2.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1982&cid=58814&categoryId=58831 

그림 3.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993&cid=58862&categoryId=58876 

그림 4.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993&cid=58862&categoryId=58876 

그림 5.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993&cid=58862&categoryId=58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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